14일 인천 유나이티드 응우옌 콩 푸엉 선수 입단식 기자회견이 열렸다. 박항서 베트남 감독(왼쪽부터), 콩 푸엉, 이영진 베트남 코치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베트남 최고의 공격수지만 한국에선 배워야죠. 그래도 잘 해낼 거라고 생각합니다."
'동남아 출신 K리거 3호' 응우옌콩푸엉(24·베트남)을 바라보는 박항서(60)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의 눈빛은 따스했다. 14일 인천 연수구 홀리데이 인 송도에서 열린 콩푸엉의 인천 유나이티드 입단식에 참석한 박 감독은 자신을 위해 마련한 단상을 마다하고 구석에 앉아, 입단식 내내 콩푸엉을 지켜보며 따뜻한 응원을 보냈다.
콩푸엉은 피아퐁푸에온(40·태국) 르엉쑤언쯔엉(24·베트남·부리람) 이후 세 번째로 K리그 무대를 밟는 동남아 선수다. 아길라르(28·제주) 문선민(27·전북) 등 공격의 핵심이었던 선수들을 떠나보낸 인천이 꺼내 든 회심의 카드로, 베트남에 축구 열풍을 불러 일으킨 '박항서의 아이들' 중 한 명이다. 2007년 HAGL-JMG 아카데미를 통해 전국 오디션에서 선발된 콩푸엉은 베트남이 자랑하는 최고의 공격수다. 2015년 베트남 V리그(1부리그) 신인상, 2017년과 2108년에 최고 인기상을 수상했고 2018년에는 박 감독 지휘하에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챔피언십 준우승, 아세안축구연맹(AFF) 스즈키컵 우승, AFC 아시안컵 8강을 일구며 베트남 최고 스타 중 한 명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K리그 도전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동남아 출신 K리거 1호 피아퐁은 1984년부터 1986년까지 3시즌 동안 럭키 금성 유니폼을 입고 뛰면서 외국인 선수 최초로 리그 득점왕(12골)과 도움왕(6개·이상 1985년)을 기록하는 등 대성공을 거뒀다. 그러나 피아퐁 이후 리그 발전 속도가 급격히 달라지며 동남아 선수들이 K리그 무대를 밟는 일은 없었다. 2015년, 두 번째 동남아 선수인 쯔엉이 인천 유나이티드를 통해 K리그에 데뷔했지만 결과는 성공적이지 못했다.
쯔엉 이후 다시 K리그의 문을 두드린 콩푸엉의 도전 결과가 궁금한 이유다. K리그는 아시아에서도 거칠고, 피지컬 싸움이 주가 되는 대표적 리그다. 168cm·65kg의 왜소한 체격으로 뛰어야 하는 콩푸엉에겐 적응부터 쉽지 않다. 하지만 전달수 인천 대표이사는 "첫 번째 영입 이유는 어디까지나 축구였다. 전력 부분을 생각했다"며 "요른 안데르센 감독이 전지훈련에서 무고사의 백업을 원했고, 콩푸엉이 오게 돼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전력 강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물론 한국과 베트남 양국 간 협력관계 그리고 양국 경제인들의 교류 확대 등 '마케팅적' 부분 역시 당연히 고려해야 하는 부분이지만, 콩푸엉이 좋은 모습을 보여 주는 것이 선결 과제다.
그를 지도한 박 감독은 콩푸엉의 K리그 적응에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박 감독은 "콩푸엉의 인천 입단식인데 내가 조명받는 것은 옳지 않다"며 단상 아래 자리를 고수했지만, 자식과도 같은 제자를 K리그에 소개하는 데는 주저없이 나섰다. "베트남에선 항상 10번을 달고 있었는데 인천에 오니 등번호가 23번이 됐다"며 너털웃음을 터뜨린 박 감독은 "좁은 공간에서 풀어 가는 능력 그리고 공격수로서 득점 위치를 잡는 능력이 뛰어나다. 실력 자체보다 한국 축구에 얼마나 잘 적응할지 염려되지만 정신력이 강한 선수라 잘 해낼 것"이라고 '자식 자랑'을 했다. 이영진(56) 수석 코치도 "지난 1년간 대표팀에서 보여 준 경기력이라면 적응에 문제없을 것"이라고 거들었다.
이날 콩푸엉은 기자회견 도중 "베트남 선수들은 감독님을 아버지처럼 생각한다. 아픈 선수를 직접 찾아가 치료해 주는 모습은 흡사 아버지 같았다"고 박 감독에 대한 애정을 아낌없이 드러냈다. 그의 '애정 표현'에 박 감독은 쑥스러운 듯 고개를 저으며 웃었지만, 입단식이 끝난 뒤 선수를 따뜻하게 안아주고 뒷머리를 감싼 채 여러 조언을 해 주는 모습은 콩푸엉의 말처럼 아버지 같았다. 박 감독은 "한국 선수들에겐 없는 베트남 선수들의 장점이 분명히 있다. 콩푸엉도 마찬가지"라며 "말로 하기보다 경기장에서 뛰는 것을 보다 보면 알게 될 것"이라며 콩푸엉에 대한 굳은 믿음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