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나란히 핸드볼을 시작한 쌍둥이가 같은 유니폼을 입고 비상을 꿈꾼다. 남자 핸드볼 남성욱(30)과 남성철(30·이상 충남체육회) 형제다.
둘은 1988년 11월 28일 경북 구미에서 태어난 쌍둥이 형제다. 어린 시절에 큰 아픔을 겪었다. 다섯 살 때 위암으로 어머니를 떠나보냈고, 7년 뒤 아버지마저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부모 대신 할머니가 홀로 누나와 쌍둥이 형제를 키워야 했다.
그런 그들에게 희망을 안긴 것이 바로 핸드볼이다. 형제는 핸드볼로 유명한 구미 서산초등학교에 다녔다. 5학년 조회 시간에 갑자기 체육교사가 둘 중 형인 남성욱을 불렀다. "운동하면 좋을 것 같다"며 학교 체육관으로 그를 데려갔다. 핸드볼이라는 종목을 처음 알게 됐고, 금세 빠져들었다. 동생 남성철은 눈앞에서 사라진 형을 찾아다니다 체육관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형과 함께 운동하는 친구들이 빵과 과자, 우유를 마음껏 먹고 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나도 핸드볼 할래!" 그 순간 형제에게 새로운 인생이 열렸다.
운동에 전념하다 보니 학창 시절이 훌쩍 지나갔다. 훈련이 힘들고 지칠 때면 서로를 격려하고 자극했다. 실력이 쑥쑥 자랐다. 구미 선산고를 졸업한 뒤 광주에 있는 조선대에서 스카우트 제안을 받았다. 처음으로 할머니 곁을 떠나게 돼 고민이 컸지만 "어떤 일이 있어도 핸드볼은 계속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광주로 향했다. 대학 시절엔 둘이 맹활약해 전국대학핸드볼대회 준우승을 이끌기도 했다. 형 남성욱은 센터백, 동생 남성철은 골키퍼다. 늘 같은 학교와 같은 팀에서 호흡을 맞췄던 이들은 대학을 졸업하면서 처음으로 '적'이 됐다. 형은 국군체육부대(상무)에서 군 복무를 시작했고, 동생은 실업 팀 코로사에 입단했다. 코로사는 2001년 창단된 뒤 수많은 주요 대회에서 우승하면서 두산과 남자 실업 핸드볼 정상을 다퉈 온 팀이다. 형제는 전국체전과 핸드볼 코리아리그에서 각각 상무와 코로사 소속으로 대결을 펼쳤다.
2년 뒤 전역한 형이 코로사에 입단하면서 1년간 잠시 한솥밥을 먹었지만, 이번에는 동생이 다시 군 복무를 하기 위해 상무로 갔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형제의 핸드볼 인생에 위기가 왔다. 2014시즌을 마친 뒤 소속팀 코로사가 네이밍 스폰서였던 웰컴론과 작별하면서 재정난이 찾아왔다. 형 남성욱이 팀을 떠나 은퇴해야 할 위기였다. 설상가상으로 동생이 전역한 2015년 겨울, 코로사는 끝내 대한핸드볼협회에 해체를 통보했다. 남성철은 졸지에 돌아갈 팀이 없어졌다.
그때 손을 내민 이가 김태훈 충남체육회 감독이다. 방출 이후 7개월간 조선대부속고 핸드볼팀 코치로 일하던 남성욱에게 김 감독이 찾아왔다. "충남체육회에서 함께 역사를 한번 써 보자"고 했다. 흔쾌히 제안을 받아들였다. 소속팀 없이 방황하던 남성철 역시 김 감독의 러브콜을 받고 새로운 기회를 얻었다. 충남체육회는 그렇게 쌍둥이 형제의 새 보금자리가 됐다.
둘은 서로를 향한 우애만큼이나 팀을 향한 애정이 깊다. 충남체육회는 지난 시즌 최하위에 그쳤고, 여전히 '약체'라는 평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018~2019 SK 핸드볼 코리아리그에서도 첫 두 경기에서 모두 패했다. 하지만 아직 대회가 많이 남아 있다. 올해 연고지를 천안으로 옮기면서 새로운 도약도 꿈꾸고 있다.
남성욱과 남성철 형제 역시 그 목표를 위해 의기투합했다. 남성철은 "스포츠에는 영원한 1등도 없고, 영원한 꼴찌도 없다"고 강조하면서 "최고가 될 순 없어도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꼭 보여 드리겠다. 꼭 목표로 하는 성적을 내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