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밴드' 더 이스트라이트 리더 이석철이 4년간 학대당하다 참다 못해 직접 나섰다고 주장했다. 재발 방지 약속이 지켜지지 않은 것에 분개하며 기자회견을 하고 피해 사실을 밝힌 데 이어, 관계자를 상대로 형사·민사상 법적 대응을 이어 가기로 했다.
이석철은 지난 19일 폭행 피해 기자회견을 하고 "나를 포함한 멤버들은 지속적으로 폭행·협박 등 아동 학대와 인권유린을 당하고 있었지만 가해자들은 교육적 차원의 폭력이라는 변명과 함께 협박을 일삼았다. 감히 부모님께도 말씀드리지 못하고 참고 살 수밖에 없었다. 더 이상 K팝 신에서 아동 학대나 인권유린이 사라졌으면 한다"며 날짜별 폭력 피해와 피해 상처 사진 등 증거를 공개했다.
이석철에 따르면 폭행을 저지른 문영일 프로듀서의 복귀에 반발한 동생 이승현은 밴드에서 퇴출된 상태다. 이승현은 "인스타그램을 팔로하지 않았다" "지시한 대로 페이스북 활동을 하지 않았다" "축구를 했다"라는 이유로 알루미늄 배트와 몽둥이 등으로 4년여간 구타당해 왔다고 했다. 이석철은 이같이 폭로하며 "동생은 현재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으며, 나 또한 밴드 활동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이들 형제의 아버지는 KBS 2TV '연예가중계'에 출연해 "맞은 얘기를 듣고 너무나 속상했다. 그래도 이를 악물고 참았다는 말을 듣고 마음이 아팠다. 때리는 사람을 옆에 두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며 "이런 회사가 다시는 없었으면 좋겠다. 지금 음악 하는 아이들이 많다. 우리나라의 어떤 기획사에서도 때리진 않을 것"이라고 참담한 심경을 털어놨다. JTBC '뉴스룸'은 김창환 회장의 "믿고 맡기면 패 죽여도 놔 둬야 한다. 연예인이라고 신문에 나오면 너희는 설 땅이 없어 XX야. 누가 문제 있는 애를 XX 데려가. 판을 키우면 안 돼. 판을 키우면 너희 엄마 아빠가 더 괴로워. 10배는 더 괴로워"라는 녹취 파일을 공개했다. 소속사 측은 "김창환 회장이 이석철과 이야기하던 중 감정이 격해진 순간도 있다. 멤버 전체가 음악을 계속할 수 있도록 도와주려고 한 것"이라고 해명하며 "폭행 방조는 절대 없었다"고 보도자료를 냈으나 논란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특히 김창환 회장과 미디어라인 경영진이 폭행 사실을 알고도 신고하지 않았다는 증거들이 밝혀지고 있다. 이승현이 축구를 했다는 이유로 소속사 5층 스튜디오에 감금돼 폭행당하고 있던 시간, 형 이석철을 제외한 나머지 멤버들은 네이버 V라이브를 진행했다. 해당 날짜인 2017년 6월 13일 오후 10시에 진행된 더 이스트라이트 V앱 영상을 열면 네 멤버가 인근 카페로 나와 라이브를 하고 있는 모습이 담겨 있다. 이석철은 당시 날짜가 적힌 전치 20일 상해 진단서를 공개하고 "멤버 전원이 아래층에서 이승현의 비명소리를 들으며 공포에 질려 있었다. 김창환은 이승현이 이같이 폭행을 당하고 머리채가 잡혀 있는 것을 목격하고도 '살살 해라'고 폭행을 묵인했으며 심한 상처가 발생했음에도 치료도 해 주지 않고 방치했다"고 주장했다.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온 수사 촉구에 대한 청원 글은 만 3일도 안 돼 15만 명을 돌파했다. 엔터 업계에 꿈을 가진 자녀를 둔 학부모들과 미성년 학대라는 중대한 범죄에 분개한 대중들의 힘이 모아지고 있다. 국민청원은 30일 동안 20만 명 이상이 청원에 참여할 경우, 한 달 안에 청와대 수석 비서관이나 각 부처 관계자가 청원 글에 답변하게 돼 있어 더 이스트라이트의 폭행 피해에 대한 여론의 움직임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석철은 형사와 민사 고소를 준비 중에 있으며 형사 고소장을 우선 접수할 계획이다. 법률대리인 법무법인 남강의 정지석 변호사는 "기자회견 이후 소속사 관계자에서 연락이 온 것은 없다. 연락을 기대하지도 않았다. 현재 10대 멤버들이 처한 상황을 알리는 것이 목적이었다"면서 "특수폭행 혐의 등으로 형사고소할 방침이다. 이후 정신적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소송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단순폭행죄와 달리 특수폭행은 피해자와 합의해도 처벌을 받는다. 형법 제261조에 따르면 단체 또는 다중의 위력을 보이거나 위험한 물건을 휴대해 폭행죄를 범했을 때 적용되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이석철은 기타 줄에 목이 졸리는 상해를 입었고, 이승현은 각종 야구방망이로 폭행을 당했기에 특수폭행 혐의에 대한 고소가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변호사는 "활동하며 정산도 받지 못하고 레슨은 물론이고 식사도 제때 챙기지 않았다. 악기 구입을 비롯한 현재 각자 살고 있는 원룸의 월세도 회사의 지원 없이 부모님의 돈으로 나가고 있는 열악한 상황"이라며 "10대 아이들을 모아 놓고 방치한 것과 다름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