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체구, 낭랑한 목소리, 눈빛에도 묻어나는 애교. 배우 박보영을 처음 보면 이런 생각이 든다. 저 여인에게 반하지 않을 이 누가 있을까.
영화 '너의 결혼식(이석근 감독)'은 박보영의 매력을 크게 이용하지 않는 작품이다. 박보영이 연기하는 승희는 까탈스럽고, 애교라곤 없고, 자꾸만 우연(김영광)의 마음을 외면한다. 그럼에도 우연은 전국구로 승희만 찾아다니고, 관객은 박보영만 바라보게 된다. '너의 결혼식'에서는 아이러니하게도 박보영이라는 배우가 가진 매력이 더욱 진가를 발휘한다.
'너의 결혼식'은 지난 22일 개봉해 줄곧 박스오피스 1위를 지키고 있다. 흥행이 어렵다는 멜로 장르에 대작들과 경쟁하고 있음에도 기대 이상의 선전을 이어가는 중이다. 박보영을 첫사랑의 아이콘 대열에 당당히 올린다해도 큰 이의가 제기되지 않을 이유다.
-'너의 결혼식'을 자평하자면. "매번 그렇듯 (내가) 못 하는 것만 보인다. 3번은 봐야 영화가 전체적으로 들어온다. 지금은 사실 객관적으로 볼 수 없는 상태다."
-'너의 결혼식' 출연을 결심한 이유는 무엇인가. "처음 시나리오를 봤을 때는 승희라는 인물이 나쁘다고 느꼈다. 이렇게 나쁜 아이를 어떻게 연기해야할까하는 고민도 들었다. 감독님과 이야기를 나누며 내가 느끼는 점을 더하면 새로운 매력이 있는 아이가 될 것이라 생각했다. 승희는 현실적으로 자신이 뭘 원하는지 잘 알고 주관이 뚜렷한 인물이다. 그런 점이 마음에 들었다."
-흔히 흥행이 어렵다는 멜로 장르다. "사실 영화를 너무 하고 싶었다. 장르도 마음에 들었다"
-촬영하며 어려웠던 점은 무엇인가. "아마 여자 관객들은 공감할 텐데, 굉장히 미묘한 지점이 있다. 정말 남녀의 시각이 많이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남자가 생각하는 여자의 행동에 대한 해석과, 여자의 해석이 다르다. 촬영을 중단하고 토론을 하기도 했다. 감독님에게 '이 대사는 진짜 못 하겠다'는 말을 많이 했다. 승희의 말과 행동이 이해되지 않았다. 남자 스태프들은 '여자들은 원래 그런 거 아니에요?'라고 하더라. 반면, 여자 스태프들은 '보영씨 말이 맞다'고 했다. 타협을 해야 했다. 다른 영화를 찍으면서는 하지 못한 경험이었다."
-토론 많이 했던 장면을 꼽자면. "승희와 우연이 다시 만나고 모호한 감정이 들 때가 있다. 승희가 '이렇게 하면 안돼'라고 말하는데, 승희의 입으로 우연의 여자친구까지 언급하고 싶지 않다. 감독님에게 '이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다'고 말씀드렸고, 정리를 잘 했다. 그 장면에서 눈물이 나는데 감독님이 끝까지 울면 안 된다고 하는 거다. 거기 있는 남자 스태프들 모두가 '헤어질 때 여자들이 차가웠다'면서 그렇게 하는 게 맞다고 하더라. 하하하. 어떻게 해야 하지. 미쳐버리겠더라.(웃음) 마음이 너무 어려웠다. 그렇게 하기까지 오랜시간 스태프 분들이 배려해줬다."
-작품을 하며 의견을 적극적으로 제시하는 것 같다. "적극적으로 제시하는 편이다. 캐릭터 해석에 있어서, 승희를 끝까지 붙잡아야되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물론, 우연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영화이기 때문에 남자들이 봤을 때 승희는 이런 모습이었으면 좋겠다고 점을 수긍한 부분도 있었다."
-시나리오상 캐릭터와 많이 바꾼 것인가. "캐릭터가 많이 바뀌진 않았다. 그래서 사실 관객 반응이 제일 궁금한 영화다. 성별에 따라서, 나이에 따라서 피드백이 다를 것 같다."
-승희의 감정은 진짜 무엇이었을까. "고등학교 때 이미 서로의 마음을 확인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승희는 그 곳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승희에겐 과거의 모든 것들이 기억하고 싶지 않은 추억인 거다. 학창시절을 기억하고 싶지 않아 할 것 같다고 생각했다. 서울에서 잘 살아가고 있는데 나의 옛날을 떠올리게 하는 사람인 우연이 나타난 거다. 이미 마음에서 지운 상태가 된 것이고. 우연이 자꾸 과거의 저를 떠올리게 하니 부정하고 싶은 마음이 컸을 거다. 그래도 사람이라면 예전 감정이 나올 거니까."
-나쁘게 비쳐지기도 한다. "남자들이 기억하는 첫사랑이 예뻤는데 다 성격이 안 좋았다더라.(웃음) 이뤄지지 못해 합리화하는 것 아닌가. 그렇게 포장을 하지 않았을까. 그래서 승희도 그렇게 그려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