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양식품이 지난 1분기 사상 최대 영업실적을 내놓고도 마음 편히 웃지 못하고 있다. 회장 부부가 유령회사, 이른바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어 허위 대금을 지급하는 수법으로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로 재판받고 있어서다. 기업 오너가 자유롭지 못하면서 향후 신제품 개발에도 차질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불닭면 시리즈 앞세워 분기 영업이익 '역대 최대'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양식품은 1분기 별도 기준 영업이익이 172억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43.93% 증가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매출액은 1249억원으로 8.13% 늘었고, 당기순이익은 127억원으로 46.60% 증가했다.
삼양식품은 1분기 영업이익이 사상 최대며, 영업이익률도 13.8%로 역대 최고라고 밝혔다.
삼양식품은 종전 히트작 '불닭볶음면'을 응용한 프리미엄 신제품 '까르보불닭볶음면'과 '짜장불닭볶음면' 등이 오리지널 제품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면서 실적이 개선됐다.
불닭볶음면은 편의점 기준 소비자 판매가가 1개당 1050원인 반면, 이들 프리미엄 신제품은 1개당 가격이 1500원으로 43% 높다.
삼양식품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18일에 출시된 '까르보불닭볶음면'은 출시 한 달 만에 1100만 개 판매를 돌파했다. 3월 말 누계 실적으로도 3600만 개 판매됐다.
지난달 8일에 출시된 '짜장불닭볶음면'도 3월에만 420만 개 팔려 나가면서 최대 실적에 힘을 보탰다.
이 덕분에 삼양식품은 3월 한 달간 466억원 매출을 올려, 단일 월 매출 기준으로도 최고치를 달성했다.
또다시 불거진 오너 리스크
삼양식품은 덩치도 커지고 수익성도 좋아졌지만 환호성은 올리지 못하고 있다.
조현민 전무의 갑질 논란으로 대한항공이 오너 리스크에 휩싸인 가운데 삼양식품도 오너의 횡령 혐의로 오너 리스크가 불거졌기 때문이다.
검찰은 지난 15일 삼양식품 전인장 회장(사내이사)과 김정수 사장(대표이사) 부부를 횡령 및 배임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이들 부부는 지난 2008년부터 지난해 9월까지 삼양식품이 계열사로부터 납품받은 포장 박스와 식품 재료 중 일부를 자신들이 설립한 페이퍼컴퍼니로부터 납품받은 것처럼 위장해 총 50억원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김 사장이 페이퍼컴퍼니 직원으로 근무한 것처럼 꾸며 월급 4000만원을 받아 왔으며 회삿돈을 자택 수리비 등 개인 목적으로 사용한 것으로 판단했다.
전 회장의 경우는 계열사의 자회사인 외식 업체가 영업 부진으로 경영 악화 상태임에도 계열사 돈 29억5000만원을 빌려주도록 조치해 손해를 끼친 혐의로 배임죄까지 적용됐다.
1심 재판은 오는 5월에 열릴 예정이다.
삼양식품 측은 "계열사 등과 관련해 발생한 혐의로 삼양식품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고 말하지만 시장에서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분기 사상 최대 실적에도 삼양식품은 거듭되는 오너 리스크로 투자 의견 제시를 유보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사태가 확산되는 조짐을 보이자, 삼양식품 대표이사를 맡고 있던 전 회장은 지난 주총에서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고 그 자리를 아내인 김 사장에게 물려줬다.
하지만 이 역시 뒷말이 무성하다. 검찰 수사와 여론을 의식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듯 비치지만, 사내이사는 유지하며 '무늬만 사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여기에 향후 불닭볶음면 시리즈처럼 실적을 이끌 만한 히트 제품이 없다는 점도 삼양식품의 주름살이 깊어지게 하고 있다.
1분기 선풍적인 인기를 누린 '까르보불닭볶음면'은 한정판으로 출시된 탓에 3월부로 단종됐다.
라면 업계 한 관계자는 "오너 리스크에 휩싸인 삼양식품이 신제품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1분기 호실적이 2분기에도 이어질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삼양식품 관계자는 "오너 리스크와 별개로 신제품 개발을 지속해서 해 나갈 예정"이라며 "2분기 역시 중국·동남아 수출 호조에 힘입어 호실적이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