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선동열 국가대표팀 감독의 '일본 야구 스승'으로도 잘 알려진 호시노 센이치 일본 프로야구 라쿠텐 골든이글스 부회장이 별세했다.
일본 언론은 6일 '호시노 부회장이 지난 4일 별세했다'고 보도했다. 향년 70세. 사인은 췌장암이다.
현지 보도에 따르면 호시노 부회장은 2016년 7월 췌장암 진단을 받은 뒤 투병 사실을 주변에 알리지 않았다. 지난 2일 쓰러졌고, 4일 오전 5시25분께 두 딸의 품에서 숨을 거뒀다. 지난해 말 병세가 급격히 악화돼 가족과 함께 미국 하와이주에서 연말연시 휴가를 보내려던 계획도 급히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호시노 부회장은 일본 대표팀 감독을 비롯해 주니치, 한신, 라쿠텐 등 3개의 각각 다른 팀 감독을 맡아 4차례 리그 우승을 거둔 명장 출신이다. 현역 시절에는 주니치의 에이스로 개인 통산 146승121패 34세이브를 거뒀다. 최고의 투수에게 주는 사와무라상도 수상한 바 있다.
국내 팬들에게는 선동열 대표팀 감독의 은사로 더욱 잘 알려져 있다. '국보급 투수' 선동열은 1996~1999년 일본 주니치에서 활약했다. KBO 리그를 거쳐 일본 무대에 진출한 첫 번째 선수였던 그는 주니치에서 한국 야구의 위상을 드높였다. 개인 통산 162경기에서 10승4패 98세이브 평균자책점 2.70을 기록하며 '나고야의 태양'으로 불렸다.
당시 주니치의 지휘봉을 잡았던 감독이 바로 호시노 부회장이었다.
'호랑이 감독'이던 호시노는 첫해 5점대 평균자책점으로 부진하던 선동열에게 2군 강등의 수모를 안겼다. "그렇게 할 거면 한국으로 돌아가라"고까지 했다. 자존심이 상한 선동열 감독은 이를 악물며 노력해 명예를 회복하는 계기가 됐다. 선동열 감독은 1999년을 끝으로 명예롭게 은퇴를 결심했고, 한국에 돌아온 뒤에도 호시노 부회장과 두터운 친분을 이어 왔다. 두 사람의 인연을 보여 주는 대표적 장면이 지난해 2월 일본 오키나와에서 진행된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 훈련장에서다. 당시 대표팀은 일본 오키나와 셀룰라스타디움에서 요미우리와 평가전을 치렀다. 경기 전 호시노 부회장이 야구장을 찾아 외야 쪽을 향해 선동열 대표팀 투수코치에게 '이리 오라'는 손짓을 했다. 오랜만에 스승을 만난 제자는 어린아이처럼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전력 질주했다. 호시노 부회장은 그 모습에 껄껄 웃었다. 두 사람은 손을 꼭 붙잡고 안부를 물은 뒤 헤어졌다. 호시노 부회장은 "근처에서 일을 보다가 한국의 경기가 있어서 찾았다"고 말했다.
선 감독은 "(1996년 호시노 감독에게) 살면서 그렇게 혼난 경험은 없었다"며 "격려해 주기 위해 잠깐 들르셨다고 한다. 감사하다"고 밝혔다. 한편 일본 언론은 호시노 부회장의 타계와 관련해 야구계 감독 및 주요 인사의 애도 물결을 속보로 전하고 있다. 일부 지역에선 호외도 발행했다.
호시노 부회장은 지난해 11월 28일 일본 도쿄에서 일본 프로야구 명예의 전당 입회 축하회에 참석해 "야구와 연애해 좋았다"며 여전한 열정을 드러낸 바 있다. 이는 그의 마지막 공식 활동으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