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 강호동(47)이 눈부신 2017년을 보냈다. 리얼 예능에 최적화된 캐릭터가 방송가를 휘저었고 대박 포텐을 터뜨렸다. 50을 앞둔 나이에도 상승세는 거침이 없다.
지금 모습은 불과 2년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었다. 2015년 강호동은 설 자리를 잃었다. 지상파 프로그램은 시청률 부진으로 문을 닫았고, 비지상파로 활동 영역을 옮겼다. 위기는 기회가 됐다. 리얼 예능이 관찰 예능으로 확장되면서 24시간 출연자를 팔로우하는 시스템으로 변화한 시대. 이러한 경험이 전무했던 강호동은 과거 '1박 2일'의 영광을 함께했던 나영석 PD를 만나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tvN '신서유기' 시즌1을 통해 리얼막장 모험 활극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어색해서 진땀을 흘리기 일쑤였다. "요즘 이런 게 유행이냐"는 말을 밥 먹듯 하면서 적응하기 위해 노력했다.
'리얼 관찰예능 초보' 강호동은 변했다. 2년 전의 모습은 온데 간데 없다. 시즌4까지 이어온 '신서유기'에서 웃음의 중심에 섰다. 쏟아지는 미션에 칭얼거리기도 하고 동생들에게 놀림을 당하는 굴욕적인 순간도 웃음으로 전환하는 여유가 생겼다.
'신서유기 외전'으로 현재 방영 중인 '강식당'에선 행복 전도사로 활약 중이다. 유쾌한 허당 매력을 뿜어내고 있다. 멤버 사이에 갈등이 일어나면 "당황하지 마세요" "침착하세요" "싸우지 말아요. 우리는 행복한 키친이에요" 등을 강조, 따뜻하게 보이려 애쓰고 있다. 그 모습이 실제 모습과 대조를 이루며 큰 웃음을 전해주고 있다. 그러나 정작 본인이 실수하면 멘탈 붕괴하는 모습으로 웃음을 안겼다.
강호동은 '소통의 아이콘'으로서 JTBC '한끼줍쇼'를 성공적으로 이끌고 있다. 이 프로그램 역시 큰 틀만 정해져 있을 뿐 어디서 무슨 일이 벌어질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리얼 예능이다. 낯선 동네에 가서 한 끼를 얻어먹는 방식. 강호동은 이경규와 호흡을 맞추며 '동생' 모습으로 신선함을 전해주고 있다. 형의 말에 아랑곳하지 않는 동생의 모습으로 티격태격 브로맨스를 자랑하고 있다. 자체 최고 시청률 6.7%(닐슨 코리아 전국 유료가구 기준)까지 치솟을 정도로 수요일 심야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시즌제 예능인 올리브 TV '섬총사'에선 김희선·정용화와 남매 매력을 발산 중이다. 카메라가 쉼없이 돌아가는 상황에서 그간 꿈꾸던 섬 생활을 현실화시키고 있는 강호동이다. 소박한 행복을 이루며 하루하루 즐겁게 생활하고 있다. 그 모습을 통해 인간미를 보여주고 있다. 따뜻하면서도 정겨운 매력이 배가되고 있는 셈이다.
한 방송관계자는 "강호동 자체가 리얼 예능에서 보여주고 있는 매력이 호감으로 작용하고 있다. 보면 볼수록 강호동의 모습에 빠져든다. '물 만난 물고기'처럼 자유자재로 프로그램과 하나가 된 것 같다. 리얼 예능 최대 수혜자가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