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국제공항 면세점 입찰 경쟁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임대료가 기존 공항 면세점보다 낮은 수준으로 바뀐 데다 '시진핑 2기'로 불리는 중국 새 지도부가 출범하면서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로 얼어붙은 한중 관계의 해빙 분위기마저 감지되고 있어서다. 업계는 롯데·신라·신세계 등 이른바 면세점 '빅3'가 모두 입찰에 참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관심 높아진 제주공항 면세점
29일 면세점 업계에 따르면 지난 20일 한국공항공사 제주지역 본부 사무실에서 열린 제주공항 면세점 입찰 설명회에는 롯데, 신라, 신세계, 현대백화점, 두산 등 대기업 면세점을 비롯해 시티플러스, 현대아산, 지에이디에프 등 총 12개의 면세 업체들이 참석했다. 글로벌 1위 사업자인 듀프리도 참석했다.
입찰에 참여하려면 설명회 참석이 필수이기 때문에 후보군은 12개 법인으로 좁혀진 셈이다.
앞서 관세청은 지난달 제주국제공항 출국장 면세점의 특허 입찰 공고를 냈다. 입찰 등록은 내달 6일 오후 4시까지다. 새 사업자로 낙점될 경우 내년부터 5년 동안 사업을 할 수 있게 된다.
이번 입찰은 기존 사업자인 한화갤러리아가 적자 누적을 이유로 지난 7월 특허권을 조기에 반납한 데 따른 신규 사업자 선정을 위한 것이다. 당시 한화갤러리아는 "중국인 관광객 감소로 연 250억원의 임차료를 감당할 수 없게 됐다"며 "철수하겠다"고 밝혔다.
한화갤러리아가 매출 부진을 이유로 사업권을 내놨음에도 불구하고 사전 설명회에 다수 면세 업체들이 관심을 보인 것은 공항공사 측이 새롭게 제시한 임대료 정책의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기존에는 최소 보장 금액을 기준으로 면세 운영 사업자를 선정했다면 이번에는 매출의 일정 부분을 내는 최소 영업요율 방식으로 임대료를 납부할 수 있게 돼 임대료 부담이 줄었다.
예컨대 100억원을 벌었다면 공항공사가 정한 최소 영업요율(20.4%) 방식에 따라 20억4000만원의 임대료만 납부하면 된다. 통상적으로 30~40%에 육박했던 임대료 부담금이 10% 가까이 낮아진 셈이다.
여기에 최근 '시진핑 2기'로 불리는 중국 새 지도부가 출범하면서 한국 단체 관광 재개 움직임이 엿보이는 등 얼어붙은 한중 관계의 해빙 분위기가 감지된다는 점도 제주공항 면세점을 둘러싼 관심이 커지고 있는 또 다른 배경이다.
제주도는 중국인 단체 관광객(유커)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 중 하나였지만, 올 들어 제주를 찾는 유커가 70% 이상 급감하며 공항 면세점 역시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한 업체 관계자는 "중국인 관광객이 급작스레 빠져나갔듯 언제든 정치적인 문제만 해결된다면 금방 또 한국을 찾을 것이란 기대감이 있다"면서 "가장 좋은 건 중국 당국이 단체 비자를 허용하는 것이지만 지금과 같은 분위기 변화만으로도 긍정적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롯데·신라·신세계 '빅3' 경쟁 예고
지난 20일 사전 설명회에 참석한 모든 기업들이 입찰에 참여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현재 제주국제공항 면세점을 운영하고 있는 한화갤러리아의 경우 "기존과 달라진 입찰 조건을 파악하기 위해 참석했을 뿐, 입찰에 참여하진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신규 사업자인 두산면세점과 현대백화점 역시 지방공항 면세점까지 뛰어들기에는 부담이 큰 상황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면세점 1~3위 사업자인 롯데와 신라, 신세계면세점이 본입찰에 나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중 롯데의 참여 의사가 가장 높다. 롯데는 앞선 사전 설명회에 각 법인별로 총 4명의 관계자를 현장에 내보냈다. 타사에서 1~2명의 관계자가 참석한 점을 미뤄 보면 롯데가 상당한 관심이 있음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호텔롯데, 롯데제주, 롯데부산 등 면세 사업이 가능한 다수의 법인을 보유하고 있다"며 "어떤 법인이 입찰에 참여하는 것이 나을지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고 말했다.
신라면세점 역시 본입찰 참여가 유력시되고 있다. 신라의 경우 현대산업개발과 합작사인 HDC신라로 참여할 가능성이 있다. 3차 면세점 특허 당시 롯데, 신세계, 현대가 면세점 특허를 획득했고 SK네트웍스가 면세점 사업 철수 입장을 밝혔다는 점을 생각하면 가능성이 높다.
신라면세점 관계자는 "면세법 개정 이후 첫 입찰이어서 달라진 입찰 절차의 정보 등을 파악 중"이라며 "본입찰 참여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점유율을 공격적으로 확대해 가고 있는 신세계면세점도 사업권을 좋은 가격에 확보해 국내 3위 사업자로 입지를 강화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신세계의 경우 제주 시내 면세점을 이미 보유 중인 롯데·신라와 달리 제주 거점이 없어 형평성 차원에서 점수를 받을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업체 관계자는 "한국공항공사가 제주국제공항 면세점 입찰 방식을 매출 연동 방식으로 바꾸면서 상당수 면세점 업체가 입찰 참여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안다"며 "국내 빅3 업체는 물론이고 글로벌 회사인 듀프리까지 입찰에 관심을 보인 만큼 내달 제주공항 면세점 운영권을 두고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