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가을, 방송가에서 제일 바쁜 사람 두 명을 꼽으라면 단연 김구라(47) 서장훈(43)이다. 김구라는 지상파·비지상파·케이블, 예능·교양 등을 넘나들며 고정 프로그램만 10개가 넘는다. 서장훈도 지난 추석 파일럿까지 5개 넘는 프로그램서 활약 중이다.
그만큼 예능국이 사랑하고 시청자들도 원하기 때문이다. 솔직하고 공격적인 화법은 때로 논란도 일으킨다. 김구라의 거침없음이 조금 과하면 여지없이 논란이다. 요즘 공격적 성향이 많이 약해졌다는 소리도 들린다. "요즘 어딜가도 저보다 어린 사람이 많아요.그런 사람들을 상대로 언제까지 공격적으로 막 대하는 진행을 할 순 없죠. 방송 중간 나오는 건 누군가는 그렇게 한 번 짚어야 되니깐 하는 것도 있어요. 저도 곧 50세에요."
서장훈은 예능 활동 초기만 해도 방송인이라 불리는 것에 대해 손사래를 쳤다. 지금은 부정하지 않는다. "이렇게 발을 담근 거 열심히 해야죠. 주변에서도 최선을 다해 방송하라는 조언을 해줬고요." 김구라도 "운동을 했던 친구라 확실히 승부욕이 발동한다"고 거든다.
두 사람의 연애사는 본인들이 방송에서 스스럼 없이 말할만큼 꾸준한 얘깃거리다. 아직은 만나는 사람이 없다고 한다. 서장훈은 "우리가 누굴 만나 연애를 하는게 관심이나 있을까요. 별로 안 궁금해 할 거 같아요"라고 한다. 그러나 늘 관심사다.
이날은 취중토크가 아닌 '無' 취중토크를 진행했다. 두 남자, 진짜 바쁘다. 술 마실 시간도 없다. 인터뷰도 일요일 늦은 오후, 녹화 끝난 뒤 만났다. "다음날 스케줄 있으면 술 마시긴 좀 그렇죠." 일주일 내내 스케줄이 있다고 보면 되니 술자리 갖기 매우 힘들다.
-오늘 술은 마시지 않지만 공식질문인 주량이 궁금해요.
김구라(이하 김) "공황장애 때문에 술을 멀리 했어요. 방송에서 공황장애 얘기를 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오히려 말하고 났더니 술을 권하지 않더라고요.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님들이 말하길 공황장애 초기 술·커피가 안 좋다고 했어요. 3년 정도 술을 안 마신 거 같아요. 마지막 술자리 기억은 MBC '4남1녀' 할 때 부산에서 부어라 마셔라 한 이후로 없네요. 지금은 가볍게 맥주 한 두 잔 정도요."
서장훈(이하 서) "술 마시는 걸 좋아하진 않지만 자리를 선호해요. 선수 때도 자주 마시진 못 하고 한 번에 몰아 마셨고요."
김 "장훈이는 정말 술자리 자체를 좋아해요. 그 자리서 스트레스를 푸는 스타일이에요. 저는 술 안 마시는 대신 두피 마사지 받으며 스트레스 풀고요."
-'동상이몽2' 반응이 좋아요.
김 "보기에도 그렇겠지만 프로그램 자체가 편안해요. MC들이 크게 할 일은 없어요. 다양한 사람들이 출연해 좋은 반응을 얻어가면 됐죠 뭐. 프로그램 출연했다가 본의아니게 안 좋은 소릴 들으면 저희도 속상해요. 이재명 시장 부부도 좋은 분위기에서 하차했고, 새로 합류한 강경준-장신영 커플도 좋아해 주더라고요. (김)수용형이 하차한게 살짝 아쉽죠. 정대세 부부 출연도 우려가 많았는데 현장에선 재미있었어요. 일회성 출연은 아니에요. 반응을 보고 지켜보는 단계죠."
서 "정대세 선수는 아직 현역이고 스케줄이 있으니 쭉 함께 하긴 힘들지만 최대한 상황에 맞춰보려는 거 같아요. 지켜봐야죠."
-섭외의 힘이 대단해요.
김 "서혜진 PD의 섭외력은 혀를 내두를 정도에요. 다른 많은 PD들도 부러워하니깐요."
-시즌1을 함께한 유재석 씨는 하차했어요.
김 "재석이는 여러 상황이 맞지 않아 합류하지 못 했어요. 사실 저도 기획의도를 처음 들었을 때 하고 있던 프로그램과 비슷한거 아닌가 싶었는데 부부간의 얘기라고 해서 함께 했죠. 거절했으면 후회했을 거에요."
-분량 차이에 대한 아쉬운 의견이 있어요.
김 "그건 어쩔 수 없어요. 드라마도 특정 연기자가 반응이 좋으면 분량이 확 늘고 내용이 수정되기도 하듯 예능도 그렇죠. 아무래도 반응이 있는 커플에 초점을 더 맞추는데 그게 계속될 순 없으니 기존 커플도 다시 조명하는 작업의 반복이죠. 밸런스를 잘 맞춰야하는 면에 있어서는 대중이 서운해할 수도 있다고 봐요."
-두 사람 모두 다작(多作)하고 있어요.
김 "저야 뭐 이 정도는 꾸준히 해 왔으니깐요. 예전에 장훈이한테 프로그램 같이 하자고 하면 '무조건 형 시간에 맞출게'라고 했는데 지금은 (김)민종이와 놀러가려고 해도 장훈이가 너무 바빠 움직일 수 없어요."
서 "지금 하고 있는 프로그램이 다 인연이나 의리로 하다보니 거절할 수가 없어요. '동상이몽'도 마찬가지고요. '아는 형님'도 저와의 인연 때문에 시작했어요. 정말 물리적으로 맞지 않을 땐 정중하게 고사하는 편이에요. 또 안 되겠다 싶은 건 바로 얘기를 하려고 하는데 그 거절하는게 힘드네요. 그래서 생각을 많이 바꾸려고 해요. 가능한 날 불러주면 하는 쪽으로요."
김 "장훈이는 확실히 운동을 해서 승부욕이 있어요. 방송인으로 영역을 바꾸면서 족적을 남기려고 일을 열심히해요. '쉬엄쉬엄해도 되지 않나'라고 바라보는데 본인은 그렇지 않다고 해요." -너무 많은 프로그램을 해서 대중은 피로감을 느낄 수 있어요.
김 "대중의 시선이 곱지 않은 건 아는데 장훈이 말대로 의리에요. 거부할 수 없어요. 10년 전 함께 한 PD가 방송국을 옮겨 같이 하자고 하는데 어떻게 딱 잘라 거절할 수 있겠어요. PD들도 무리하지 않고 스케줄을 맞춰서 제안해요. 열심히 만든 것도 알고 도움이 필요한 것도 알다보니 하게 되죠. 제안을 거부한다는 자체가 미안하단 생각이 드니깐요. '내가 뭐라고 거부할 게 있나'는 생각이 많이 들고요. '라디오스타' '썰전' '복면가왕'은 오래됐죠. 나머지 프로그램은 높낮이가 심해요. 솔직히 재석이만큼 독보적인 완전체 MC가 아니라면 끊임없이 해 나가는게 맞다고 봐요. 배우들처럼 1년에 한 작품하는 시스템이 아니니깐요. 많은 프로그램서 불러주는 건 기분 좋아요."
-그렇게 많이 하는데 야외 예능은 없어요.
김 "너무 하고 싶어요. 진심이에요. 쉬운 발상에서 시작해 의미를 부여해 어디론가 떠나는 포맷을 해보고 싶어요. 스튜디오에서 하면 집중력이 높아야해 부담스러운게 있거든요. 야외에서는 출연자도 많고 조금은 분산되다보니 편안하게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이)경규 형님이 낚시 프로그램 하던데 너무 부러워요."
-야심차게 론칭한 tvN '공조7'은 부진했어요.
김 "종영된 프로그램이라 언급하기 조심스러워요. 모두들 열심히 만들었고 녹화 분위기도 좋았어요. 다만 대중에게 첫 눈에 확 사로잡을 포인트가 있어야하는데 그런 게 부족했던 거 같아요. 시청자들의 입에서 '저 프로그램 뭐하는 거지'하면 안 되거든요."
서 "편성이 한 번 바뀌었어요. 몇 회 하다가 반응이 좋지 않아 시간대가 바뀌며 더 힘들어졌어요. 지인들도 찾아보기 쉽지 않았다고 하니깐요. 그러다보니 알릴 수 있는 기회가 적었고요."
-관찰·가족 예능의 범람이에요.
서 "너무 많긴 하죠. 제가 나오는 '미운 우리 새끼' '동상이몽'도 그렇고요. 그럼에도 어찌됐든 그 안에서 다른게 있어요. '미운 우리 새끼'는 어머니들이 주인공이에요. 과거엔 찾아볼 수 없던 포맷이잖아요. '동상이몽'에선 부부들이 중심이고 젊은 사람들 얘기고요. 신동엽과 김구라가 같은 방송인이지만 진행 스타일이 다른 것처럼요. 시청자들이 비슷하게 보는 건 당연하게 여겨요."
-또 하나의 추세가 '시즌제'에요. 그런데 지켜지는 경우가 많진 않아요.
김 "'마이 리틀 텔레비전'도 시즌제를 기약하며 종영했어요. 100회까지 오면서 저는 한 회도 안 빠지고 출연했어요. 더 이상 할 얘기도 없고 그만해야겠다 싶어 PD를 찾아갔더니 안 그래도 시즌을 끝내려고 한다고 해서 같이 나왔죠. 타이밍이 잘 맞았어요. 첫 시즌을 워낙 능력있는 PD가 했으니 시즌2에 대한 기대감도 있는데 분명 변화는 있어야해요. 언제 시작될 지도 기약없지만요."
-'라디오스타'는 규현의 빈자리를 채워야죠.
김 "워낙 규현이가 큰 형들과 있으면서도 잘 해내 규현이만큼 잘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고민이 많아요. 스페셜 MC 체제로 유지하고 있는데 오히려 고정적으로 하는 것보다 좋다고 느꼈어요. 지금 파업도 계속되고 있어서 이러다보면 규현이가 돌아올 때까지 스페셜 MC 체제로 갈 거 같아요."
-김구라 씨는 공격적 성향이 약해졌어요.
김 "아 그런가요. 초지일관이 좋지만 세월에 맞게 변하는 것도 사람이 가질 수 있는 장점이라고 봐요. 가수도 세월이 지나면 창법이 바뀌잖아요. 데뷔부터 지금까지 연예계서 우여곡절 겪은 사람으로는 저도 열 손가락안에 들지 않나 싶어요. (김)동현이가 스무살이에요. 초등학교 2학년때 방송했는데 지금은 독립했고 2년 전부터 저 혼자에요. 아파트나 방송국 엘리베이터서 사람을 만나면 나보다 나이 많은 사람이 많지 않아요. 대부분 어린 사람들이에요. 그러다보니 옛날 같은 독설은 안 나와요. 예전같이 하면 그건 안되죠."
-방송국에서는 예전 김구라의 진행 방식을 원하지 않나요.
김 "대본에 적힌 대로 하는 것도 좋지만 현장에서 즉각적으로 궁금할 걸 물어볼때 에너지가 넘쳐요. 프로그램 할 때 작가들에게 얘기를 많이 해요. 스케치북을 많이 들며 주문하는데 저도 프로그램 성격을 알고 진행하잖아요. 서로가 열심히 일하는, 유기적인 공간이에요. 흐름상 빠진게 있으면 지적하는 건 좋지만 과도하게 개입하는건 별로에요. 제작진과 사전에 충분히 많은 얘기를 나눠요. 작가들에게 미안하지만 어디서 하지 않은 얘기를 게스트로부터 끌어내는 것이 제 장점이라고 봐요."
-신정환 씨가 복귀했어요.
김 "얼마 전에 통화는 했어요. 성격이 비슷한게 평상시 연락을 자주 주고 받는 스타일은 아니에요. 방송을 보진 않았어요. 내 모니터 하느라 볼 수가 없었어요. (탁)재훈형이 도와주고 있는데 같이 비를 맞는 반응이던데요. 대중들에게 계속 용서를 구하는 상황이고 대중은 거부감이 있잖아요. 계속 정환이는 용서를 구해야하고 나머진 대중의 판단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