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은 6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애리조나전에서 6이닝 동안 3피안타 5볼넷 1실점으로 호투했다.
특히 현란한 볼 배합을 앞세워 최근 등판 부진을 털어 냈다. 3회까지 무실점을 이어 갔고, 4회엔 위기 관리 능력을 보여 주며 실점을 최소화했다. 투구 수는 100개. 평균자책점은 종전 3.71에서 3.59로 낮췄다. 1-1 동점이던 7회초 마운드를 구원투수에게 넘긴 탓에 승패는 기록되지 않았다.
류현진은 이로써 2경기 연속 시즌 6승 달성에는 실패했다. 다저스도 9회초 2점을 내준 뒤 만회하지 못하고 1-3으로 패했다.
하지만 두 가지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등판이다. 애리조나를 상대로 설욕에 성공한 것이 그 첫 번째다. 최근 등판이던 지난달 31일 애리조나전에선 6점을 내줬다. 지구 2위(내셔널리그 서부)에 올라 있는 강팀을 상대로 부진한 탓에 '약팀에만 강하다'는 인식을 지우지 못했다. 미국 매체 LA 타임스도 이 점을 꼬집었다.
애리조나는 현재 리그에서 가장 뜨거운 팀이다. 이날 경기 전 치른 11경기에서 전승을 거뒀다. 류현진은 전략 변화를 통해 돌파구를 찾았다. 이전 등판에선 빠른공 계열인 직구와 컷패스트볼(커터) 비율이 높았다. 투구 수 80개 중 61개를 던졌다. 맞춰 잡겠다는 의도였지만 정타가 많았다. 홈런도 3개나 허용했다.
5일 만에 가진 맞대결에선 전혀 다른 볼 배합을 보여 줬다. 자신이 던질 수 있는 구종 5가지를 고루 활용했다. 직구와 체인지업·슬라이더 비율을 크게 높였다. 직구와 커터는 49%에 그쳤다. 원래 주 무기인 체인지업은 우타자를 상대로 통했다. 1회초 선두 타자 크리스토퍼 네그론과 A.J. 폴락에게 이 구종을 결정구로 삼진을 잡아 냈다.
위기에서도 빛났다. 류현진은 4회 J.D. 마르티네즈와 다니엘 데스칼소에게 2루타를 맞고 첫 실점을 내줬다. 그러나 이어진 1사 2·3루에서 아담 로잘레스에게 던진 체인지업이 헛스윙을 유도하며 한숨을 돌렸다. 후속 타자를 범타 처리하며 추가 실점도 막았다.
슬라이더는 허를 찌른 한 수였다. 류현진이 종전 21경기에서 기록한 슬라이더 구사 비율은 3.8%에 불과하다. 이날은 15개를 던졌다. 분석과 다른 볼 배합이 들어오자 상대 타자들이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 3회 네그론과 크리스 이아네타를 삼진으로 돌려세운 공도 슬라이더였다. 스윙 타이밍을 빼앗는 커브까지 적절히 곁들이기도 했다.
부진한 뒤 나선 첫 등판에서 건재를 증명했다. 선발진에서의 입지가 한층 견고해졌다. 이날 호투의 두 번째 의미다. 류현진은 현재 포스트시즌 선발 로테이션 진입을 놓고 내부 경쟁을 하고 있다. 현재 좌완 투수 리치 힐, 우완 마에다 겐타 중 한 명은 고배를 마시게 될 전망이다. 불펜 투수로 활용되지 않는 투수는 로스터에 포함되지 않을 수도 있다.
마에다는 지난 1일 경기에서 3이닝 동안 7실점을 내줬다. 힐은 5일 경기에서 6이닝 2실점으로 호투했다. 류현진도 일단 포스트시즌에서 만날 가능성이 있는 애리조나전에서 좋은 투구를 하며 코칭스태프에 점수를 땄다. 선발투수를 5회 이전에 내리는 경기가 많은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이 신뢰를 드러냈다. 5회말 2사 3루, 득점 기회에서 류현진의 타석이 돌아왔지만 대타로 교체하지 않았다. 류현진은 6회도 깔끔하게 막아 내며 기대에 부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