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진융(59) 한국 여자 탁구대표팀 코치의 포부엔 비장함과 따뜻함이 담겨 있었다. 9일 태릉선수촌 탁구장에서 취재진과 만난 중 코치는 한국팀을 맡아 이루고 싶은 목표에 대해 "한국 선수들이 시상대에 서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짧고 굵은 뜻을 전했다.
중 코치는 대한탁구협회가 여자 탁구대표팀 경기력 향상을 위해 야심차게 영입한 지도자다. 중국 국가대표팀에서 다년간 남녀 선수들을 지도해 온 인물로 세계 최강으로 손꼽히는 장지커(29), 마룽(29), 쉬신(27), 팡보(25) 등의 청소년 시절 기술을 가르친 지도자다.
대한탁구협회는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을 마치고 탁구국가대표 코칭스태프를 새로 구성하는 과정에서 경기력 향상 위원회가 고심 끝에 외국인 코치 영입을 결정했다. 여자 탁구대표팀의 경기력을 높이기 위한 선택으로 후보자를 그 동안 여러 방면으로 물색한 끝에 중 코치를 선임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중 코치가 한국 대표팀에 합류하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안재형(52) 여자 탁구대표팀 감독은 "다년간 중국대표팀에 몸담았던 지도자가 다른 나라 대표팀에 오기가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양국 협회간의 긴밀한 교류를 통해 대표팀에 합류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날 오전 훈련 내내 전지희(25·포스코), 이시온(21·KDB대우증권) 등 선수들을 열성적으로 지도한 중 코치는 "내년 세계선수권대회와 아시안게임을 중점으로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며 "한국 여자 탁구는 전통적으로 강했고, 특유의 날카로움이 있었다. 한국 선수들의 능력을 더 끌어올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국 대표팀에서 그가 이루고 싶은 목표 중 하나는 '에이스 키우기'다. 중 코치는 "한국은 에이스와 에이스가 아닌 선수 간의 실력차가 크지 않다. 한국을 대표할 만한 에이스를 키우는 것이 내 할 일"이라며 "선수들이 탁구에 대한 사랑, 열의를 더 가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포부를 전했다.
중 코치는 한국 선수들이 세계 최강으로 군림하는 중국을 넘어 시상대의 맨 꼭대기에 설 수 있겠냐고 묻자 웃으며 "내가 있는 동안 그런 모습은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영원히 이기는 팀은 없다"고 답한 뒤 "한국 선수들이 시상대에 서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