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열린 네 번째 국제축구연맹(FIFA) 주관 메이저 대회인 U-20 월드컵 코리아 2017이 11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결승전을 끝으로 23일간의 일정을 모두 마무리했다.
개최국 한국에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 대회였다. 대회 6개월을 앞두고 급히 선임된 신태용 감독 체제에서 짧은 시간 동안 최선을 다해 준비했지만 성적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조별리그에서 승승장구 2연승으로 16강 진출을 확정지었을 때까지만 해도 8강 그 이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많았으나 그 뒤로 2경기를 내리지면서 16강에서 대회를 마쳐야했다.
지켜보는 팬들도 아쉬움이 컸지만 누구보다 가장 아쉬웠을 사람은 그라운드에서 뛰었던 선수들이다. 한국의 16강 탈락과 함께 꿈만 같았던 월드컵 무대에서 퇴장해 각자의 소속팀으로 돌아간 이들은 지금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그 궁금증을 풀기 위해 지난 9일 U리그가 열리는 효창운동장을 찾아갔다.
이날 효창운동장에서는 서울지역 3권역 한양대와 고려대의 경기가 열렸다. U-20 월드컵을 마치고 소속팀 고려대에 복귀한 조영욱(18)과 송범근(20)이 처음 나서는 경기였다. 골키퍼 송범근은 선발로 나서 고려대의 골문을 지켰고 조영욱은 벤치에서 대기하다 1-2로 뒤지던 후반 17분 교체투입돼 팀의 2-2 무승부에 힘을 보탰다.
한 달 넘게 떨어져있다가 팀에 복귀한 만큼 두 선수 모두 자신의 플레이가 썩 마음에 들지 않는 모습이었다. 경기 후 만난 조영욱은 "U-20 대표팀과 고려대의 전술이 달라 아직 적응이 부족하다. 승리를 이끌지 못해 아쉽다"고 복귀 소감을 전했다. 송범근도 "오랫동안 팀을 나가있었기 때문에 빨리 적응하는 게 중요하다. 동료들과 많이 소통하면서 팀에 녹아들도록 하겠다"고 경기를 돌아봤다.
팀에 돌아왔지만 U-20 월드컵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월드컵에 태극마크를 달고 나설 수 있는 기회가 쉽게 오는 것이 아니다보니, 경험은 강렬했고 아쉬움도 그만큼 컸다. 조영욱은 "TV에서 재방송을 하면 되도록 안봤다. 아쉬움 달래려고 다른 일을 많이 했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아쉬움이 큰 건 주전 수문장이었던 송범근도 마찬가지다. 그는 "내 경기를 보고 실점하는 장면을 보면서 되새겼다. 올라간 팀들 보면서 저 위치까지 올라가려면 아직 멀었구나 그런 생각도 많이 했다"며 씁쓸함을 곱씹었다. 물론 느낀 것도 많다. 송범근은 "발전한 부분도 많았고 좋아진 부분도 많다고 느꼈다"고 말하면서도 "세계 축구 리듬을 따라가려면 역시 지금 해왔던 것보다 더 많은 걸 해야한다"고 발전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목표를 이루지 못한 만큼 아쉬움이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러나 성장해나가는 선수들에게 이번 대회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경험을 안겨준 소중한 기회이기도 했다. 그 중에서도 잊을 수 없는 경험은 자신들을 응원하는 수많은 팬들의 목소리였다.
송범근은 "많은 관중 앞에서 뛴 게 좋은 경험이 됐다"며 등 뒤에서 쏟아지던 함성을 떠올렸다. 조영욱도 "힘들 때 관중분들이 다같이 한마음 한목소리로 응원해주시면 힘든 것 다 잊고 한발짝 더 뛸 수 있는 힘이 났다"고 미소를 보였다. 월드컵 무대와 비교하면 텅 빈 것이나 마찬가지인 U리그 경기장에서 두 선수는 "월드컵뿐만 아니라 K리그나 대학리그에도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면 한국 축구, 선수들이 발전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이제 막 가능성을 드러낸 두 선수는 U-20 월드컵을 통해 많은 것을 느끼고 배웠다. 앞으로 더 성장하기 위해 이제부터가 중요하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만큼, 송범근과 조영욱은 지금 이 순간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이름을 알렸으니 기대치에 보답할 수 있게 더 높은 곳까지 올라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할 것 같다"는 송범근의 의젓한 말이 이를 뒷받침한다.
송범근은 "앞으로 유니버시아드도 있고 아시안게임도 있고 여러 기회가 있다. 소속팀에서 최선을 다하다보면 기회가 올 것"이라며 발전을 약속했고 조영욱도 일단 팀을 우승으로 이끌 수 있도록 1학년으로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