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9년 공정거래위원회는 연예인 전속계약 기간을 최장 7년으로 권장하는 내용의 표준계약서를 정했다. 이 무렵 생긴 투애니원·포미닛·씨스타·티아라·레인보우·시크릿·애프터스쿨·나인뮤지스·엠블랙·비스트·제국의아이들·틴탑 등 다수 그룹들은 이미 해체 했거나 일부 멤버들의 계약 만료로 인해 원년멤버로의 활동이 불가능하다.
그룹 해체 소식은 계속해서 들려오고 있다. 씨스타는 5월31일 '론리'를 발표하고 마지막 완전체 활동을 하고 있다. 유이 또한 같은 날 애프터스쿨을 떠났고, 6명의 티아라와 9명으로 시작한 나인뮤지스는 모두 4인조가 됐다. 한 가요 관계자는 "걸그룹 시장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중간 세대가 줄줄이 빠지면서 2년차 트와이스를 향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라며 "1~2년차 신인 걸그룹 시장이 치열해졌고, 올해에도 데뷔를 앞둔 그룹이 적어도 10팀 이상 있다"고 분석했다.
보이그룹의 경우 멤버 변동 없이 20년차에 접어든 신화가 있다. 슈퍼주니어·동방신기·빅뱅·FT아일랜드·2PM·샤이니·씨엔블루 등은 7년의 고비를 넘긴 인기 그룹이다. 비스트는 전 소속사를 함께 나와 하이라이트라는 이름으로 아이돌 인생 2막을 열어가고 있다. 걸그룹 계보는 빈약하다. 브라운아이드걸스·소녀시대·에프엑스 등 한손에 꼽힌다. 이중 브라운아이드걸스만이 멤버 변동 없이 그룹을 존속시키고 있지만, 1년 반이상의 공백기를 갖고 있다.
남녀아이돌에게 똑같이 적용되는 7년인데 왜 '체감 장벽'은 걸그룹에게만 높을까. 호사가들은 여자들의 시기 질투가 그룹 유지를 방해한다고 지적하지만, 씨스타·나인뮤지스·레인보우 등을 보면 틀린 분석이다. 멤버들의 친밀도와 그룹 활동은 별개다. 해체 선언 이후에도 꾸준한 만남을 갖고 서로를 응원하는 모습을 SNS나 공식석상에서 자주 찾아볼 수 있다.
그룹 해체를 옆에서 지켜본 한 가요 관계자는 "보이그룹과 걸그룹을 둘다 겪었지만, 대중의 반응이 정말 다르다. 보이그룹의 팬들은 멤버 모두를 응원하는 느낌이 강하고, 대중들 또한 그룹의 모습을 기대하는 바가 높았다. 걸그룹은 인지도가 유독 높은 멤버가 일명 그룹을 '하드캐리'하는 경우가 많다. 멤버 별 인기 편차가 심화될 수록 남은 멤버들이 초조함과 불안감을 느끼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개인적인 성과를 내야 한다는 스스로의 압박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걸그룹의 공백이 길어지기도 한다. 솔로 활동에 너무 몰입하다보니 적절한 그룹 활동의 시기를 놓쳐버린 것. 또 장수 걸그룹이라는 기대치에 충족시켜야 한다는 부담감 또한 멤버들에겐 독으로 작용할 수 있다.
군 문제 또한 영향을 미친다. 남자의 경우, 2년 이상 그룹 활동이 불가능하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병역 이행 전까지 굳이 나와서 독자적인 길을 찾으려 하지 않는다. 신화·슈퍼주니어·동방신기 등의 선례를 보면 멤버들의 군입대로 자연스럽게 개인 활동을 시작하고, 추후 멤버들이 뭉쳤을 때 완전체 활동을 재고하는 추세다. 가요 매니저는 "솔로 활동을 해도 그룹 울타리는 지키는 것이 보통이다. 그룹 안에서의 힘이 더 크다는 걸 본인들도 잘 알고 있다. 7년이라는 서류상의 계약 기간보다 입대 시점을 그룹 존속 여부의 기준으로 보는 듯 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