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프로축구연맹 제공 이근호(32·강원 FC)가 '디펜딩 챔피언' FC 서울을 정조준한다.
'승격팀' 강원은 11일 강원 평창 알펜시아 스키점핑타워 축구장에서 서울과 'KEB 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2017' 2라운드 홈경기를 치른다. 강원은 지난 4일 1라운드 상주 상무와 원정 경기서 2-1 승리를 거뒀다. 기분 좋은 스타트를 끊은 강원은 서울을 상대로 2연승에 도전한다.
최대 관전 포인트는 이근호와 서울 박주영(32)이 펼칠 1985년생 동갑내기 골잡이 대결이다. 이근호는 어린 시절부터 박주영의 그늘에 가린 '2인자'였다. '축구 천재'로 통한 박주영이 2005년 빅 클럽 서울에서 화려하게 프로에 데뷔할 때 이근호는 인천 유나이티드 2군에서 시작했다.
이근호는 차근차근 한 단계씩 밟아 나갔지만 박주영과의 간극은 쉽게 좁혀지지 않았다. 박주영이 2008년 프랑스 리그앙(1부리그) AS 모나코 진출에 성공한 데 이어 2012 런던올림픽 동메달 주역으로 승승장구하는 동안 이근호는 2009년 파리 생제르맹(프랑스)행이 좌절됐고, 2010 남아공월드컵 최종엔트리에 탈락하는 아픔도 격었다.
그러나 이근호는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을 끊임없이 채찍질하며 박주영과의 격차를 좁혀 나갔다. 이근호의 위상은 서른 줄에 가까워지면서 마침내 달라졌다. 2012년 울산 현대를 이끌고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정상에 오른 그는 그해 아시아 최고 선수에게 주어지는 AFC 올해의 선수상을 수상했다. 2014 브라질월드컵에서는 조별리그 3경기 모두 교체 멤버로 뛰면서도 1골 1도움으로 맹활약했다. 반면 주전 공격수로 뛴 박주영은 이렇다 할 활약을 보이지 못했다. 올 시즌 이근호는 라이벌 박주영을 넘어 축구 인생의 정점을 꿈꾸고 있다. 초반 분위기는 좋다. 1라운드 상주전에서 멀티골을 터뜨린 그는 한국프로축구연맹 선정 클래식 1라운드 최우수선수(MVP)에 뽑혔다. 이근호는 여세를 몰아 '서울 징크스'도 깨겠다는 각오다. 이근호는 K리그 통산 196경기를 뛰는 동안 61골을 넣었는데 서울을 상대로 골을 넣은 건 2014년 단 한 차례뿐이다. 또 이근호는 강원의 '서울 징크스' 깨기에도 도전장을 내밀었다. 2009년 K리그에 처음 참가한 강원은 그해 3월 서울을 2-1로 꺾은 뒤 2013년까지 내리 9연패를 당했다. 역대 전적은 1승9패다. 강원이 이번 경기에서 승리한다면 8년 만에 서울전 승리 기쁨을 누릴 수 있다.
이에 맞서는 박주영도 컨디션이 나쁘지 않다. 박주영은 지난달 28일 우라와 레즈(일본)와 ACL F조 원정 2차전에서 그림 같은 프리킥골을 터뜨리며 득점 감각을 과시했다. 절박한 서울의 상황을 생각해서라도 반드시 골을 넣어야 한다. 서울은 올 시즌 개막 뒤 3경기째 승리가 없다. 지난달 21일 상하이 상강(중국)과 ACL 홈 1차전에서 0-1로 패한 데 이어 우라와전에서도 2-5로 졌다. 안방에서 슈퍼매치로 벌어진 클래식 1라운드 수원 삼성전마저 1-1 무승부에 그쳤다. 서울은 강원에 강한 저력을 앞세워 시즌 첫 승을 노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