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배우들 예능 러시가 이어진다. 까탈스러울 것이라는 편견을 깨고 민낯을 드러내겠다는 각오였다. 한채영과 강예원이 KBS 2TV '언니들의 슬램덩크'에서 걸그룹 프로젝트에 도전 중이고, 박시연·장신영·이다해·윤소이는 KBS 2TV '하숙집 딸들'에 출연하고 있다. 여배우들의 예능 도전이 크게 주목받은 것과 비교해 결과는 초라하다. 시청률은 저조하고 일부 출연진에겐 비호감 이미지까지 생겼다. 대중에게 보다 친근하게 다가가고자 감행했던 시도는 득 아닌 독이 됐다.
시청률 반토막 사태
'언니들의 슬램덩크'는 시즌1 당시 여자 예능 시대를 열었다는 호평을 받았다. 특히 걸그룹 프로젝트를 통해 언니쓰가 탄생했고, 시청률 표는 물론 음원차트까지 점령하며 돌풍을 일으켰다. 시즌1의 인기를 바탕으로 탄생한 시즌2는 형님보다 한참이나 떨어지는 동생이다. 1회 5.4%(닐슨 코리아 전국 기준)를 기록했던 시청률은 3.2%까지 내려 앉았다. '하숙집 딸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1회 5.4%에서 최근 방송분은 2.8%까지 시청률이 하락했다. 동시간대 시청률 꼴찌의 성적이다. 씨엔블루 정용화·코요테 김종민 ·배우 박중훈 등이 게스트로 나왔지만 시청률 추락 사태는 막을 수 없었다.
여배우 활용법-낡고 낡았다
'언니들의 슬램덩크'와 '하숙집 딸들' 제작진은 동일한 방식으로 여배우를 활용한다. '우리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여배우는 이렇게까지 망가질 수 있다'를 자랑으로 삼는다. '언니들의 슬램덩크' 제작진은 방송 전부터 "한채영의 반전 면모·알고 보면 하녀 같은 한채영·음치 박치 몸치 한채영" 등을 강조하며 프로그램을 홍보했다. '하숙집 딸들'은 더 노골적이다. 방송 중에는 박시연이 이혼 소송 중임을 '쿨'하게 이야기했고, 이다해가 남자친구 세븐에 대해 털어놨다. 문제는 제작진의 편집 방향. 제작진은 "예능 초보 여배우가 화끈하게 망가진다"고 연신 강조하며 여배우를 고귀한 존재처럼 그렸다. 인터넷 시청자 게시판에는 '고귀한 여배우들의 예능 활약'에 대한 혹평이 이어졌다. 예능에서 여성을 담아내는 가장 낡은 방식이다.
2007년 종영한 KBS 2TV '여걸식스'에서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했다. 시청자는 더 이상 여배우를 특별하다 여기지 않는다. 제작진이 여배우라는 단어를 제시하며 이들의 고충과 노고를 치하할 때, 시청자의 반감은 더욱 커져갈 뿐이다. 친근하게 다가가고자 예능 출연을 선택했지만, 일부 출연진은 여배우라는 낡은 틀 안에 갇혀 비호감 이미지만 얻었다.
제작진도 시청자의 평가를 받아들이고 변화를 꾀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숙집 딸들'의 정희섭 PD는 "시청률 수치를 본 후 프로그램이 처한 현실을 잘 알게 됐다. 출연진 교체와 함께 포맷을 전면 변경할 예정이다. 여배우를 강조할 생각은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