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경기도 여주 솔모로 골프장에서 펼쳐진 국내 여자골프 OK저축은행 박세리 인비테이셔널 1라운드. 그동안 골프 대회장에서 볼 수 없었던 이색풍경이 펼쳐졌다. 경기에 나선 선수들의 캐디빕에는 이 대회 호스트인 박세리(39·하나금융그룹)에 대한 감사와 응원 글귀가 적혀 있었다.
캐디빕은 기본적으로 선수 이름과 대회를 주최하는 스폰서 기업의 명칭이나 로고가 적히는 게 일반적이다. 그런데 이 대회에서는 한 가지가 더 추가됐다. 출전 선수들이 각자 캐디빕에 대선배 박세리에 대한 감사 글을 적어 넣은 것이다. 감동적인 장면이 아닐 수 없다.
OK저축은행 박세리 인비테이셔널은 국내 골프 대회 사상 여자 선수의 이름을 걸고 치러지는 유일한 대회다. 올해 7회째를 맞는 이 대회는 박세리에게는 더 뜻깊다. 지난 8월 여자골프 국가대표 감독을 맡아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서 금메달(박인비)을 일군 감독 자격으로서, 그리고 다음달 13일 정식 은퇴식을 앞두고 있는 만큼 후배들의 이같은 캐디빕 글귀는 최고의 선물이 아닐 수 없다.
시즌 8승에 도전하고 있는 지난해 챔피언 박성현(23·넵스)은 '박세리 프로님 짱'이라는 글귀로 호스트 박세리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박성현은 "다른 선수들이 쓴 걸 유심히 봤는데 하고 싶은 말들을 다 써버렸더라. 그래서 강하고 굵게 '짱'이라고 표현했다. 박세리 프로님이야말로 대한민국 골프의 짱이 아니냐"고 웃었다. 고진영(21·넵스)은 캐디빕에 '제가 골프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프로님입니다. 감사합니다'라고 박세리에 감사를 표했다.
박세리는 "너무 감동적이다. 세계 어느 골프대회에서 이 같은 캐디빕을 볼 수 있겠는가. 후배들의 정성에 내가 더 감사하다는 뜻을 전하고 싶다"고 감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