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는 과거 만큼 화려한 여배우들의 레드카펫 행렬을 보기 힘들 전망이다. 영화제 관련 보이콧, 행사 예산 축소, 배우들의 개인 사정, 김영란법 시행 등으로 인해 아직까지 부산행을 결정지은 배우들이 많지 않은 상황이다. '눈치보기'식으로 부산영화제 참석을 망설이고 있는 배우들의 속사정을 살펴봤다.
▶ 감독들 보이콧 움직임에 배우들도 술렁
10월 6일 개막하는 21회 부산국제영화제 중 '한국영화의 오늘-파노라마 부문'에는 '밀정' '아가씨' '덕혜옹주' '고산자' '그물' '검은사제들' '비밀은 없다' 등 17편이 올라와 있다. 그러나 '밀정' '곡성' '로봇소리' '지나가는 마음들-더테이블' '덕혜옹주' '그놈이다' '내부자들' '검은 사제들' 팀은 영화제에 불참할 전망이다. 자연히 출품작 주연 배우인 이병헌 차승원 하정우 강동원 임수정 정유미 김윤석 주원 유해진 등도 부산행을 하지 않는다.
한 연예기획사 관계자는 "감독들이나 제작사에서 보이지 않게 영화제 관련 보이콧 움직임이 있다. 영화제로부터 공식 초청을 받은 적도 없고, 감독이나 제작사에서 따로 연락온 것도 없어서 부산영화제를 안가는 방향으로 잡고 있다. 가뜩이나 지진 우려 때문에 부산행이 꺼려졌는데 차라리 잘됐다는 이야기도 있다"고 밝혔다. 그나마 설경구와 한효주는 개막식 사회, 김민종과 김규리는 폐막식 사회, 조민수와 김의성은 부일영화상 심사위원 자격으로 부산을 찾아 영화제 쪽의 체면을 살려줄 전망이다. 이외에 손예진은 '비밀은 없다' '덕혜옹주'의 주인공이자, 부일영화상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라서 부산행을 할지 고민 중에 있고, '아가씨'의 김태리도 부일영화상 신인상 후보에 올라 있어, 레드카펫이나 개막식은 참여하지 않고 부일영화상과 '관객과의 대화' 이벤트만 참여할 계획이다.
▶ 연매협 '스타로드', 무산 위기?
개막식 레드카펫과 별도로 스타들을 만날 수 있는 '스타로드' 행사 역시 올해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그동안 (사)한국연예매니지먼트협회(이하 '연매협', 손성민 회장)는 많은 스타들을 부산으로 초대해 영화팬들과 호흡하는 '스타로드' 행사를 해왔지만 올해는 부산국제영화제 사무국의 예산 축소에 반발해 보이콧 움직임이 일고 있다.
한 영화 관계자는 "과거엔 영화제 출품작으로 초청받지 않은 다른 배우들도 '스타로드'에 참여해 팬들을 만날 수 있었다. 그러나 올해는 부산영화제 사무국이 지원하는 예산이 축소되어 연매협이 행사 자체를 안할 고민 중"이라고 귀띔했다.
▶ 김영란법+개인사정
28일부터 시행된 '김영란법'으로 인해 영화제 관련 협찬 지원 행사나 축제의 자리도 대폭 축소됐다. 영화 관계자, 배우, 취재진을 위해 마련됐던 배급사 주최의 '영화인의 밤', '프로듀서의 밤' 등 부대 행사가 올해는 실시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쇼박스미디어플렉스는 쇼박스의 이름을 건 행사는 단 한 건도 진행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일찌감치 확정지었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역시 특별한 계획은 없으며, CJ엔터테인먼트는 미니 행사를 조심스레 기획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영화 관계자는 "배급사가 주최하는 영화인 교류의 장인 '영화인의 밤'에 참석하려고 부산을 가는 영화 관계자들이 많았는데 올해는 김영란 법 때문에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마켓 행사 외에 공식 행사가 대폭 축소되어서 분위기가 한층 가라앉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여기에 '아가씨'의 여주인공 김민희는 홍상수 감독과의 열애설로 인해, 부산영화제에 불참한다. 또 일반인 여성과의 성 스캔들로 무죄 혐의를 받은 이진욱도 '유타가는 길'로 초청 리스트에 올랐지만 여주인공 류혜영과 나란히 불참한다.
한 매니지먼트 관계자는 "그나마 부일영화상과 매거진 마리끌레르가 주최하는 아시아 스타상이 있어서, 몇몇 스타급 배우가 부산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래저래 문제점과 쓴소리가 제기되고 있어서 그간 쌓아온 '영화인의 축제'라는 명성이 퇴색될까 우려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