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소비 진작을 위해 연장시킨 개별소비세(개소세) 인하 정책 기한이 이달로 끝난다. 국내 완성차 업체로서는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어온 비장의 카드 하나를 잃게 된 셈이다. 이에 업체들은 올 하반기 내놓을 주력 신차의 출시를 서둘러 개소세 인하로 본 판매 효과를 이어간다는 전략이다.
개소세 효과 이달로 끝
21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내수활성화를 위해서 지난해 8월말부터 한시적으로 적용하는 자동차 개소세 30% 인하 조치가 이달 종료된다.
당장 다음달부터 차를 받는 사람은 정부의 개소세 혜택을 받지 못한다. 세금 인하 혜택은 국산차의 경우 출고 기준으로 보기 때문에 이전에 계약했더라도 이달말까지 출고되지 않으면 세금 인하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지난해 8월말 개소세가 인하된 후 자동차 업계는 때 아닌 특수를 누렸다. 지난해 내수 판매는 전년보다 10.4% 증가한 183만대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수출이 2.8% 감소한 것과는 정반대의 양상이다.
잘 나가던 자동차 판매는 개소세 인하가 지난해 12월31일부로 종료됨에 따라 1월 큰 폭으로 떨어졌다. 국내차와 수입차 모두 전월(16만5570대)보다 급감(-38.5%)하며 전년 동월 대비 6.8% 감소한 12만3379대를 파는 데 그쳤다. 이에 정부는 개소세 인하를 올해 6월까지 연장했다.
업계에서는 개소세 인하가 이달 말 종료되면 다시 한 번 '소비절벽'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 업체 관계자는 "개소세 인하 혜택이 끝나는 하반기에는 아무래도 차 내수 판매가 얼어붙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는 일몰 연장을 하지 않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개소세 인하가 연장되더라도 큰 실익은 없을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예상된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예전부터 공언했던대로 더 이상의 연장은 없다"며 "또 한 번 연장할 경우 정책의 신뢰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어서 연장을 계획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신차로 '소비절벽' 막는다
개소세 인하 종료에 업체들은 하반기 신차 출시를 서둘러 소비절벽을 피해간다는 전략이다.
당장 현대차는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의 두 번째 모델인 대형 세단 G80을 내달 7일 출시하고 제네시스 판매 확대에 나선다. G80은 제네시스(DH) 차량의 파워트레인과 디자인 등을 새 브랜드에 맞춘 부분변경 모델이다. 최첨단 지능형 안전사양을 대거 탑재한 것이 특징이다. 현대차는 지난 13일부터 전국 전시장에서 G80 사전계약 접수를 시작해 1주일 만인 20일 계약 대수 5120대를 기록했다.
기아차는 이달 초 부산국제모터쇼에서 처음 공개한 K5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를 7월에 출시하고, 올해 안에 신형 모닝을 내놓을 예정이다. 5년 만에 풀 체인지 한 모닝을 앞세워 쉐보레 스파크에게 빼앗긴 ‘국민경차’ 타이틀을 되찾겠다는 각오이다.
한국GM은 지난달 판매에 들어간 신형 말리부의 효과를 하반기에 본격적으로 노린다. 지금 주문하면 3개월은 기다려야 인도받을 수 있을 만큼 인기가 있는 말리부를 주력으로 팔고, 8월에 고효율 차량인 말리부 하이브리드를 추가해 대대적인 공세에 나선다. 이외 트랙스와 크루즈 등 신형 모델 출시도 예정돼 있다.
르노삼성은 상반기 SM6 카드가 적중하면서 지난 3개월간 2만대를 팔았다. 내수 판매에서 SM6가 차지하는 비중이 6월까지 60%를 넘어설 전망이다. 하반기에는 SM6와 함께 QM5 후속 차량인 QM6에 사활을 걸 예정이다. QM6는 SM6의 SUV 버전으로 실내 디자인 사양은 SM6와 닮은 꼴로 나온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는 "개소세 인하 조치 종료 이후 내수 판매는 7월과 8월 휴가철에 잠시 주춤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하지만 업체들이 굵직한 신차를 잇따라 출시하는 만큼 8월이 지나면 내수판매의 소폭 변화가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