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은 부정적인 과정으로 봤을지 모르겠어요. 하지만 저는 제가 더 강해졌다는 걸 느꼈어요."
손승락(32·넥센)의 눈을 바라봤다. 말로는 다 못할 그간의 마음 고생과 다짐이 담겨있는 듯 했다.
넥센은 지난 15일 손승락과 5억3000만 원에 2015시즌 계약을 맺었다. 이번시즌 연봉보다 1억원(23.3%)이 오른 좋은 대우였다. 넥센 구단은 서건창(25)에 이어 두 번째로 팀 내 계약발표를 하며, 마무리 투수의 자존심을 살려줬다. 그는 "팀에 많은 도움을 주지 못한 거 같아 미안한 마음이 크다. 이번 연봉 계약은 내년 시즌 팀에 더 큰 기여를 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손승락은 올해 62경기에 나와 62⅓ 이닝 동안 3승 5패 32세이브 53탈삼진, 평균자책점 4.33을 기록했다. 지난 시즌에 이어 2시즌 연속 세이브왕에 올랐다. 하나 과정은 결코 녹록하지 않았다. 시즌 첫 등판(3월30일·SK전)부터 블론세이브를 기록했다. 이후 전반기에만 4차례의 승리를 날려버렸다. 올해 총 6차례 블론세이브(공동 4위)와 4점대 평균자책점은 선수와 팀 모두에게 다소 아쉬운 성적이었다. 그의 오랜 비교 대상이었던 오승환(32·한신)이 이름이 슬며시 나왔다. 확실한 뒷문지기 없는 프로야구 현실을 되짚는 사람도 있었다.
세상에는 상처입고도 그냥 살아가는 이들이 있다. 반면 다친 기억을 꺼내 약을 바르고 새 살이 돋도록 하는 사람도 있다. 손승락은 후자에 속했다. 부진을 벗어나기 위해 책을 뒤지고, 이미지 트레이닝을 했다. 경기에 패하는 날에는 혼자 훈련을 거듭했다.
그는 "올해 나의 모습을 부정적으로 보는 분들이 있을 수 있겠다. 팀의 마무리 투수로서 성적이 예년보다 못한 부분이 있었다. 도움을 많이 주지 못해서 미안함을 안고있다"고 말했다. 이어 "투수로서 거쳐야 할 과정을 올해 통과했다고 생각한다. 남들은 어떻게 볼지 모르겠지만, 지난가을 이후 확실히 더 발전하고 강해진 나를 느꼈다"고 힘주어 말했다. 다음은 손승락과 일문일답.
-겨울을 어떻게 보내고 있나.
"지난 1일부터 별도로 개인적으로 훈련을 하고 있다. 웨이트 트레이닝 등을 중심으로 하고 있고, 하루 5시간 정도 집중적으로 이어간다. 겨우내 계속 할 예정이다."
-손승락에게 2014년은 어떤 해였나.
"투수로서 거쳐야 할 과정을 2014년에 통과했다고 생각한다. 올 시즌에 앞서 투구폼에 변화를 줬다. 캠프를 거쳐서 잘 완성됐다고 생각했는데 초반 블론세이브가 나왔다. 결과적으로 성적도 예년만 못했다. 그래서 그 과정을 부정적으로 기억하는 분들도 계실 것 같다. 하지만, 그렇게 보지 않는다."
-긍정적으로 본다는 건가.
"팀에 도움을 주지 못한 것 같아 미안하다. 그러나 포스트시즌 들어서 공이 좋아졌다. 타자와 싸우기 시작하면서 확실히 강해진 나를 느낀다. 내년에도 지금의 감을 이어갈 생각이다."
-내년에는 어떤 점을 보강하고 싶은가. 또 수정하고 싶은 것이 있나.
"이제 무언가를 보강하기보다 원래 내 강점을 지켜나가야 할 때다. 요즘 정말 열심히 체력 훈련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