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도면밀은 자세가 빈틈이 없다는 의미고 용의주도는 마음의 준비를 두루해 빈틈이 없다는 뜻이다. 3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 나선 수원 블루윙즈 선수단이 딱 그랬다. 이날 수원은 포항 스틸러스와 K리그 클래식 18라운드에서 4-1로 승리했다. 수원은 서정원 감독이 이끄는 수원은 폭우 속에서 리그 선두 포항을 꺾으며 3위까지 뛰어올랐다. 지난 2012년부터 이어오던 포항 전 8경기 무승(1무 7패) 징크스도 끊었다. 올 시즌 첫 4실점을 한 포항은 수원에 일격을 맞으며 1위 자리를 전북 현대에 내줬다.
포항 전을 앞두고 수원의 라커룸에는 '오늘 포항을 박살낸다'는 다소 과격한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다. 이 자리에서 만난 서 감독도 "오늘은 반드시 이긴다. FC서울과 슈퍼매치보다 더 철저하게 이 경기를 준비했다"고 밝혔다. 말이 앞선 게 아니었다. 이날 수원에는 비가 온다는 기상예보가 있었다. 이에 수원은 훈련 때도 물을 많이 뿌려 수중전에 대비했다.
전술적인 대비도 완벽했다. 서 감독은 "포항은 3자 패스가 좋은 팀이다. 공격수가 자리를 바꾸면서 패스를 주고 받다가 예상치못한 선수가 뛰어 들어간다"며 "이에 대한 대비를 준비했다. 또 포항의 전방 압박을 뚫고 나오면 좋은 기회가 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오늘 선발로 나온 김다솔 골키퍼는 올 시즌 첫 경기다. 슈팅을 많이 때리라고 주문했다"고 덧붙였다. 딱 서 감독의 예상대로 경기가 흘렀다.
수원은 경기 시작과 동시에 포항의 전방 압박을 풀어냈다. 이 공을 로저가 원터치로 산토스에게 연결했다. 산토스는 낮고 빠른 슈팅을 날렸다. 폭우 때문에 공을 더 빠르게 흘렀고 김다솔의 다리 사이로 빠져 들어갔다. 수원은 예상 외의 일격을 맞았다. 전반 25분 황지수의 중거리 슈팅이 로저의 발을 맞고 들어가며 동점을 허용했다. 그러나 후반 침착하게 승기를 가져왔다.
포항의 약점인 김다솔을 과감하게 공략한 것이 주효했다. 후반 15분 산토스는 각이 없는 곳에서 강력한 오른발 슈팅을 날렸다. 김다솔 정면으로 향한 공이었지만 골로 연결됐다. 후반 41분에는 역습에서 추가골을 넣었다. 권창훈이 왼쪽 측면에서 낮고 빠른 크로스를 올렸다. 김다솔은 공을 막으러 뛰어나왔지만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다. 이 공을 로저가 빈 골문으로 밀어 넣었다. 후반 48분에는 권창훈이 역습 상황에서 염기훈의 헤딩 패스를 받아 네 번째 골까지 뽑아냈다. 포항의 공격까지 완벽하게 봉쇄한 수원은 징크스를 끊으며 활짝 웃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