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교롭게도 '로드 투 브라질'의 마지막 이야기를 보내는 장소는 2014 브라질월드컵 우승팀인 독일이다.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12시간을 날아서 경유지인 프랑크푸르트에 도착했다.
공항에 잠시 머물렀을 뿐이지만, 독일의 축제 분위기는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공항에는 보란 듯이 별 4개가 박혀있는 독일 유니폼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월드컵 기간 중 독일로 휴가를 즐기러 온 한국인 윤기혁(29)씨를 만났는데, 그는 독일 분위기에 대해 "남미 최강인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를 적지에서 꺾었다는 자부심이 대단했다.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 한국에 버금가는 열기였다"고 전했다. 그는 "평소 원수처럼 지내던 도르트문트 팬이 바이에른 뮌헨 선수들을 응원할 정도로 독일 전체가 하나 된 분위기였다"고 덧붙였다.
공항에서 만난 알제리계 독일인 아티프 마흐무드(24)씨는 "대회 내내 독일이 선제골을 내준 기억이 없다. 막강한 독일 대표팀의 경기를 편안하게 지켜봤다"고 했다. 독일은 포르투갈을 4-0으로 꺾었고, 브라질은 7-1로 눌렀다.
마흐무드는 "하나 된 독일을 봤다. 나 같은 이민자 2세에게 희망을 주는 대회였다"고 덧붙였다. 이번 독일의 우승에는 가나계인 제롬 보아텡(26·바이에른 뮌헨)과 튀니지계 사미 케디라(27·레알 마드리드), 터키계 메주트 외칠(26·아스널) 등이 힘을 보탰다. 1990년 우승 때까지 순혈주의를 추구했던 독일 축구가 이젠 이민자들을 하나로 묶었다.
공항에 깔린 독일 신문 1면은 모두 축구 이야기였다. 일간지 빌트는 본지 14면 전체를 월드컵 소식과 사진으로 뒤덮었다. 빌트지 1면에는 "네 번째, 새로운 느낌"이라는 제목이 달렸다. 1면 하단에는 자신감(Slbstbewusst), 하나됨(Gemeinsam), 전투적(Kampferisch), 현대적(Modern)이었다며 독일 대표팀에 찬사를 보냈다. 마지막 면에는 독일 대표팀은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팀(Das geilste team der Welt!)이라고 썼다.
독일 종합지 쥐트도이체차이퉁은 앙겔라 메르켈(60) 총리와 요아힘 가우크(74) 대통령이 우승 직후 라커룸에서 독일 대표팀 선수들과 환호하는 장면을 1면에 담았다. 종합지임에도 2부터 4면까지 온통 독일대표팀 소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