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포수 강민호(29)와 왼손 투수 장원준(29)은 팀 내에서 '절친'으로 유명하다. 출신 학교는 다르지만, 입단 동기에 나이까지 같아 죽이 잘 맞는다. 그러나 둘의 성격은 정반대다. 강민호가 서글서글하고 화통한 반면 장원준은 낯을 가리고 조용한 편이다. 강민호는 "성격이 반대라 부딪힐 일이 없어 더 친해진 것 같다"며 너스레를 떤다. 강민호는 장원준이 경찰야구단 복무를 마치고 2년 만에 팀에 돌아왔을 때 누구보다 기뻐했다. 그는 "장원준이 돌아온 건 우리 팀에 천군만마와 다름없다. 올해는 분명 좋은 일이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강민호·장원준을 만나 서로에 대한 진솔한 얘기를 들었다. 둘은 "워낙 친해서 더 할 말이 없을 줄 알았는데, 새로운 면을 봤다"며 유쾌하게 웃었다.
기자="2년 만에 팀에 돌아왔다. 이제는 실감이 좀 나는지."
장원준="사이판에서 투수끼리 훈련을 할 때는 크게 실감나지 않았다. 하지만 일본 가고시마에서는 모두 모여 훈련하니까 롯데로 돌아온 게 실감이 났다."
기자="친구 강민호가 FA(프리 에이전트) 대박을 터뜨렸다. 곧 FA 자격을 얻는데, 솔직히 부러웠을 것 같다."
장원준="당연히 부러웠다. 먼저 FA 자격을 얻은 것도 부러운데, 대박까지 터뜨렸으니까. 계약하고 (강)민호에게서 연락이 올 줄 알았는데, 전화가 없더라. 기사를 통해 계약 소식을 알았다."
강민호="전화기에 불이 나서 연락 못했다.(웃음) 계약을 마치고 집에도 전화하지 못할 정도였으니까. 전화하려고 하면 다른 전화가 오고. 거의 5시간은 그랬던 것 같다. 이해해주라. 맛있는 거 사줄게. 너도 FA를 앞두고 있는데, 조금 실감나지 않나?"
장원준="솔직히 약간 초조하기는 하다."
강민호="올해 성적 못내면 '20억 대출 FA' 되는 거다."
장원준="무슨 뜻인가?"
강민호=""20억 원을 뱉어내야 한다는 말이다.(웃음)"
기자="삼성 장원삼이 4년간 60억원에 FA 계약을 했다. 비슷한 또래에 같은 왼손 투수라 기준이 될 법한데."
장원준="물론이다. 그러나 나는 장원삼 선배보다 밀리지 않나."
강민호="무슨 소리? 두 살 어리잖아."
장원준="승수나 통산 성적에서 밀린다. 그냥 올해 잘해서 좋은 결과를 얻고 싶다. 참, 해외진출 얘기도 나오는데 오라는 곳이 있으면 가고 싶다. 돈을 떠나 도전이니까. 그런데 오라는 곳이 없다."
강민호="포수는 갈 곳이 없다. 나는 롯데에서 열심히 하겠다.(웃음) 나는 FA를 먼저 해본 선배 아닌가. (장)원준이에게 많은 걸 얘기해주고 싶다. 비록 계약 결과는 좋았지만, 마지막 시즌은 실패했다. 시즌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잘못된 생각을 한 것 같다. 장원준이 언론과 인터뷰에서 'FA는 의식하지 않는다'고 얘기하지만, 의식할 수밖에 없다. 나는 최대한 내색하지 않기 위해 주위의 조언을 구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게 실패의 이유 같다. 힘들 때는 누군가에게 기대는 것도 필요한데, 그냥 가만히 있으려고 했다. 시간이 해결해 줄 것 같아서. 나는 물어볼 사람이 없었지만, 원준이는 아닐 것이다. 내가 있으니까.(웃음)"
기자="경찰야구단에서 보낸 2년의 시간은 어땠나."
장원준="언론에 많이 나왔지만, 바깥쪽 제구를 잡기 위해 던지고 또 던졌다. (롯데 포수) 장성우가 인터뷰에서 유승안 경찰 감독님이 '장원준 말고는 야구선수 없다'고 하신 말씀을 밝혔는데, 맞는 말이다. 그걸 선수들 다 있는 데서 얘기하니까 조금은 부끄럽더라. 장성우는 엄청 혼났다. 유 감독님께서 '네가 스타인 줄 아냐'고 엄청 혼내더라.(웃음)"
강민호="군대 갈 때 기억나나. 내가 차로 장원준과 장성우를 논산 훈련소에 데려다 줬다. 머리 빡빡 깎고 들어가는 모습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장원준="군대 이야기는 이제 그만하자.(웃음)"
기자="2년 만에 팀에 돌아왔는데 많은 게 바뀌었다. 무엇보다 김시진 감독과 처음 하게 됐는데."
장원준="김시진 감독님의 스타일은 아직 잘 모르겠다. 투수 출신이기 때문에 마운드에 신경을 많이 쓰시는 것 같다. 나는 배울 수 있어 좋다. 정민태 투수코치님께는 캠프 기간 동안 많이 혼났다. 스탠스를 한 뒤 몸이 크로스로 들어가 팔이 넘어오기 힘들어 보인다고 하시더라. 그래서 팔 나오는 각도를 교정하고 있는데, 쉽지 않다. 또 상체를 숙여 던진다고 지적하셔서 좀 더 세워서 던지고 있다."
기자="강민호가 오랜만에 공을 받아줬는데 느낌이 어땠나."
장원준="오랜만에 했지만 매일 한 것 같다. 덩치가 있으니까 확실히 안정감은 최고다.(웃음)"
강민호="나는 원준이가 돌아와서 좋다. 불펜 피칭을 할 때 공을 받았는데, 좋은 투수라는 걸 새삼 또 느꼈다. 솔직히 포수 입장에서는 배부르다. 선발 4명이 딱 지키고 있지 않은가. 지난 시즌 우리 팀은 4~5선발이 약했다. 연승을 탈 수 있을 때 3연승이 한계였다. 연승을 더 이어갈 수 있다는 점에서 좋다. 솔직히 원준이 걱정은 안한다. 신인도 아니고 7년 넘게 풀타임을 던졌는데. 2년은 잠깐의 공백기일 뿐이다."
기자="지난 시즌 롯데는 마운드보다는 타선이 더 문제였다고 보는데."
강민호="솔직히 인정한다. 나는 포수를 하니까 전광판이 눈에 들어온다. 경기를 앞두고 라인업을 보면 그 팀의 힘을 볼 수 있다. 우리 팀은 내가 4번 타순에 들어가 있었다. 그만큼 약하다는 거다. 누가 봐도 우리는 투수력으로 승부하자는 의도가 보였다. 하지만 올해는 힘이 보강됐다. 작년에 그런 상황에서 5위를 했지 않은가. 이제는 올라갈 수밖에 없다. 작년 승수에서 장원준의 10승을 추가하면 가을야구는 한다. 쉽게 산술적으로 생각해도 그렇게 결과가 나오지 않나. 시즌 초반 삐끗하지 않으면, 좋은 결과를 얻을 것 같다."
기자="둘이 처음 공을 주고 받은 게 언제인지 기억나나."
장원준="경기에서 처음 호흡을 맞춘 건 2005년으로 기억한다. 나는 2004, 2005시즌은 1, 2군을 왔다갔다했고, 2006년부터 풀타임을 뛰었다. 민호도 2005년 최기문 코치님이 부상 당해 엉겁결에 마스크를 썼고, 2006년부터 풀타임을 소화했다."
강민호="맙소사, 벌써 10년이 됐다. 시간 참 빠르다. 그러다 보니 이제는 말을 하지 않아도, 눈빛만 봐도 알 수 있다. 장원준이 흔들릴 때 표정을 보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 지 안다. 마운드에 원준이가 있을 때 장난을 많이 친다. 흔들리고 제구가 안 되면 마운드에 올라가 '야야, 끝나고 소주나 한 잔 하자. 내가 살게. 그냥 던져라. 맞아도 안타 안된다'고 말한다. 반대로 크게 이기고 있는데 집중하지 못하면 '야, 집중 좀 하자. 빨리 끝내고 집에 가야지'라고 채근한다."
기자="서로가 생각하는 장점과 단점은 무엇인가."
강민호="10년 동안 지켜본 장원준의 장점은 꾸준함이다. 사람들이 '롤러코스터'라고 하지만 이렇다 할 부상 없이 쭉 오지 않았나. 그게 큰 장점이라고 본다. FA를 평가할 때 성적만큼 중요한 것이 꾸준함이다. 원준이는 자격을 갖췄다. 솔직히 나는 원준이가 낸 성적에 비해 저평가됐다고 생각한다. 단점은 약간 소심하다는 것이다.(장원준은 '숫기가 없는 것'이라고 반박한다)
장원준="나는 나서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소심해 보이는 것뿐이다.(웃음) 강민호의 장점은 활발하다는 점이다. 못해도 그냥 툭툭 털고 일어난다. 나 같은 경우에는 잘 못던지면 혼자 끙끙 앓고 화를 낸다. 단점은 한 번씩 욱할 때 절제가 안된다."
강민호="작년에는 너무 털어서 오장육부가 나올 뻔 했다.(웃음) 나는 최대한 티를 안 내려고 한다. 순간 욱하기는 하는데. 끝까지 싫은 척 못하면 마지막에는 소주 한 잔 하고 털어낸다."
기자="올해 우리 나이로 서른이다. 느낌이 다를 것 같은데."
강민호="새로운 출발이라고 생각한다. 이제는 후배들을 이끌고, 선배들을 뒷받침해야 한다. FA 계약을 앞두고 원준이에게 '내가 남아 있으면 너도 남아 있고, 내가 떠나면 너도 떠나는 거다'고 말했다. 그런데 내가 남았으니까 원준이도 롯데에 남을 거다.(웃음) 나는 부산에서 10년을 살고도 이렇게 정이 많은데, 원준이는 어릴 때부터 부산에서 자라고 생활했기 때문에 오죽하겠나. 그건 무시 못한다. 다른 팀에 가고 싶은 마음이 들어도 막상 이 팀을 떠난다고 생각하면 갑갑하다."
장원준="전역 후 라커룸에 들어갔는데, 신인 선수가 인사를 했다. 나이를 물어보니 나와 열 살 차이가 나더라. 내가 '선배님' '선배님' 하고 다닌 게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선배님 소리 들으니까 '오래 있었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 FA도 앞두고 있는 만큼 정신 바짝 차려야겠다는 생각도 했다. 나이가 나이인 만큼 결혼 생각도 있다. 마음 맞는 사람이 있으면 하고 싶다. 현모양처를 만나고 싶다."
강민호="롯데에 대한 애정이 크지만 불만도 있는 게 사실이다. 이제는 구단에 요청할 건 요청하고, 건의할 건 건의하는 위치라고 본다. 다른 건 필요없다. 그냥 선수들이 편하게 운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다. 그런 부분을 개선하고 싶다. 미국 애리조나에 가봤는데, 모든 시설이 선수 중심으로 돼 있더라. 느낀 게 많다."
기자="올 시즌 서로에게 기대하는 성적은 얼마나 되나."
강민호="장원준인데 13승 이상은 하겠지. 선발 투수가 한 시즌에 보통 28번 등판하는 걸로 안다. 28번 중 13번 못 이기겠나.(웃음)"
장원준="그러면 너는 왜 타율 3할을 못치나. 똑같은 거다.(웃음) 승리투수가 되는 건 쉽지 않다. 운도 많이 따라야 하고. 승리도 중요하지만, 2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하고 싶다. 한 번도 기록한 적이 없다. 군대 가기 전에 세운 3.14가 가장 좋은 평균자책점이다. 강민호와 전준우, 최대성, 조정훈 등 동기들과 친하다. 조정훈은 정말 아쉽다. 복귀해 같이 던지고 싶었는데. 작년에 오버 페이스를 한 것 같다. 투수는 오버 페이스가 가장 위험하다. 특히 재활하고 있을 때는 좋아도 절제해야 한다. 컨디션이 괜찮다고 한 개, 두 개 더 던지다 '악'하면 그걸로 끝이다."
기자="지난 시즌 사직구장의 관중이 많이 줄었다. 밖에서 봤을 때 어떤 느낌이었나."
장원준="TV 중계를 보고 깜짝 놀랐다. 지난해 호세가 사직구장에 온 날 빼고는 꽉 찬 적이 없더라. 주축 선수들이 빠져나가고 하니까 기대가 줄어드신 것 같다."
강민호="내가 생각해도 지난 시즌 우리 야구는 재미 없었다. 부산 팬들이 원하는 야구를 못하니까 관심이 줄어든 것 같다. 공격적인 것도 그렇고 재미있게 못해서 그렇다. 아무래도 부산 팬들의 성향은 화끈한 공격을 좋아하시니까. 올해는 최준석과 히메네스가 각각 20홈런을 쳐주면 금상첨화일 것 같다."
장원준="마운드에서는 내가 잘해야 한다. 부담이 되지만, 던지는 건 늘 똑같다. 올해도 직구와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으로 승부한다. 다른 구종은 필요없다고 본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바깥쪽 제구를 마음대로 할 수 있으면 문제없다. 경찰야구단에서 바깥쪽 공을 많이 던졌다. 제구는 감각이 중요한데, 그걸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기자="후배들을 이끌어야 하는 위치인데."
장원준="2년 동안 자리를 비웠더니, 후배들이 많이 달라졌다. 손아섭은 가기 전에도 잘 했는데, 갔다오니 더 잘하더라. 내가 생각하기에 가장 많이 성장한 후배는 정훈이다. 작년 풀타임을 소화한 것이 좋은 경험이 됐을 것 같다."
강민호="야수는 튀어나오는 선수가 있지만, 투수는 많이 없다. 후배들이 크지 못하고 있다."
장원준="맞다. 이번에 사이판 훈련을 갔더니, 군대 가기 전에 함께 한 선배들이 그대로 있더라. 양상문 감독님 시절 세대교체를 한 번 했다. 그런데 그 이후는 없다. 로이스터 감독 시절 잠깐 하려고 했는데, 거기서 멈췄다. 이재곤, 김수완 등 젊은 후배들이 성장을 하지 못했다. 고원준은 퇴보하고 있고. 야수들은 한 명씩 튀어나오는데, 많이 아쉽다. 분명한 건 기회는 자기가 잡아야 한다는 점이다."
강민호="내 생각에 후배 투수들은 근성이 조금 부족하다. 야수들은 경쟁이 심하고, 살아남기 위해 노력을 많이 하는데. 참 안타깝다.".
기자="후배들에게 싫은 소리를 한 적 있나."
장원준="참다참다 폭발하면 한 소리한다. 프로 생활하면서 세 번 정도 한 것 같다. 어떤 내용인지 기억은 잘 안난다."
강민호="나는 자주 한다. 악역을 내가 맡아 하고 있다. 전준우도 같이 하려고 하는데, 그 친구는 천성이 착해서 안된다. 어쩌겠나, 나라도 해야지."
기자="올 시즌 재미있을 것 같다."
장원준="물론이다. 나 역시 기대가 크다. 팀에 돌아와 훈련을 하면서 오랜만에 떨리는 느낌을 받았다. 작년에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는데, 밖에서 보니 속상하더라. 올해는 꼭 가을야구를 하도록 노력하겠다."
강민호="다른 말이 필요 있나. 장원준이 돌아왔는데. 시즌 개막까지 준비 잘해 좋은 모습 보이도록 노력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