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부터 방송·가요·영화계에서 신상을 내놓고 치열한 대결을 펼친다. 전혀 다른 컨셉트나 장르의 대결도 눈길을 끌지만 눈치 작전을 벌이다 오히려 전략이 겹친 경우도 있어 더욱 흥미롭다. 지난해와 비교해 가장 눈길을 끄는 점은 초반부터 '빅 매치'가 많다는 점이다.
예능에선 강호동과 유재석이 파일럿으로 맞붙는다. 이에 맞서 김구라와 신동엽은 함께 SBS 신상 예능을 준비 중이다. 드라마 시장은 남자 톱배우들이 주름잡는다. 지난해엔 여배우들이 타이틀롤을 맡고 드라마를 이끌었다면, 올해엔 연기파 남자 배우들이 맹활약하며 맞대결을 펼칠 예정이다. 가요계는 '특A급' 걸그룹 소녀시대와 2NE1의 맞붙어 뜨거운 이슈를 낳고 있다. 영화계엔 초대형 사극 열전이 펼쳐진다.
2014년 상반기 연예계 흐름과 트렌드를 미리 짚었다.
▶드라마, 남자 배우 강세
남자 중심 드라마가 쏟아진다. 무게감 있는 연기파 남자 배우들이 잇따라 안방극장 출격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연기대상을 하지원(MBC)·이보영(SBS)·김혜수(KBS) 등 여성배우들이 싹쓸히 했던 것과 비교하면 확 달라진 분위기다. '남자이야기'의 스타터는 박유천과 손현주다. 5일 첫 방송되는 SBS 새 수목극 '쓰리데이즈'에서 각각 경호원과 대통령 역을 맡았다. 오는 4월엔 이승기·차승원 주연의 SBS '너희들은 포위됐다'가 찾아온다. 이와 비슷한 시기에 MBC에선 새 월화극 '트라이앵글(가제)'를 내놓는다. 세 형제의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다.
5월엔 방송되는 MBC 새 수목극 '개과천선(가제)'도 남자 중심의 드라마다. 과거 악덕 변호사였던 남자 주인공이 기억 상실증에 걸린 뒤 누구보다 정의로운 변호사가 되는 과정을 그린다. KBS에 내놓는 신작 미니시리즈도 모두 남자 이야기다. 4월 방송되는 KBS 2TV 새 월화극 '빅맨'은 고아인 한 남자가 재벌 그룹의 장남이라는 새 삶을 얻은 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세상의 부조리에 맞서는 이야기를 그린다. 강지환이 주인공을 맡는다. KBS 2TV 새 수목극 '골든크로스'는 억울하게 가족을 잃은 남자의 복수극을 그린 드라마다.
▶예능, 강호동 VS 유재석 VS 김구라+신동엽
거물급 예능인들이 움직인다. 먼저 유재석과 강호동이 올 봄 새 예능프로그램으로 대결을 벌인다. 이들에 맞서기 위해 김구라와 신동엽이 팀 플레이 선보일 예정이다. 유재석은 토크쇼 형식의 KBS 2TV '나는 남자다(가제)'를 내놓는다. 2010년 SBS '일요일이 좋다-런닝맨' 이후 4년 만에 신설 예능에 출연한다는 점에서 관심이 모아지는 대목이다. 강호동은 MBC '황금어장'의 황선영 작가와 7개월 만에 손을 잡았다. 강호동의 아이디어를 반영한 예능을 선보일 예정이다. SBS는 김구라와 신동엽과 함께 간다. 두 사람은 SBS 판 '지니어스'로 불리는 신설 예능에 MC를 맡을 예정이다.
이 밖에도 봄 개편에 맞춰 각 방송사에서 내놓는 야심작이 눈길을 끈다. 아이템은 크게 겹치지 않지만 지난해 인기를 끈 가족 예능은 피한 분위기다. 먼저 KBS는 연인관찰버라이어티 '두근두근'과 박명수와 정재형의 작곡 대결을 담은 '밀리언셀러'를 파일럿으로 선보인다. SBS는 '정글의 법칙'의 현대판인 '도시의 법칙'을 준비 중이다. '일요일이 좋다'와 '강심장'을 연출한 박상혁 PD의 새 예능 '룸메이트'도 첫 방송을 앞두고 있다. 공동 주거 형태인 '쉐어 하우스'를 모티브로 한 관찰 예능 프로그램이다. MBC는 새 시트콤 '사자동 사무소'로 '하이킥' 시리즈 이후 폐지된 시트콤의 명맥을 다시 이을 계획이다.
▶가요, 소녀시대 VS 2NE1
2014 상반기 가요계 관전 포인트는 섹시 컨셉트를 앞세운 걸그룹들의 대결과 소녀시대 vs 2NE1이다. 걸스데이·레인보우 블랙·AOA 등 새해 벽두부터 쏟아진 섹시 걸그룹들의 퍼포먼스는 추운 겨울을 후끈 달궜다. 섹시 걸그룹 대란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선미·가인·스텔라·베스티 등 수위와 섹시 포인트를 달리한 팀들의 공세는 끊이지 않고 있다. 포미닛·씨스타·지나 등 가요계 대표 섹시 아이콘들의 컴백도 예고된 상황이라 앞으로의 무대도 계속 뜨거울 전망이다. 소녀시대와 2NE1의 양강 구도는 상반기 최고의 관심사다.
소녀시대가 지난 달 25일 미니 4집 '미스터미스터', 이틀 뒤 2NE1이 정규 2집 '크러쉬'를 각각 내놓으면서 최강 걸그룹 두 팀의 맞대결에 이목이 쏠렸다. 음원 순위에 있어서는 2NE1이 우세한 상황. 이는 6일부터 9일까지 국내 주요 음악 순위 프로그램에서 공개하는 컴백 무대에 따라 뒤바뀔 수 있다. 유니크함을 추구하는 두 팀의 퍼포먼스 대결이 '섹시 일색' 걸그룹 판도를 바꿔놓을지도 관심거리다.
▶영화, 초대형 사극 쏟아져
봄 극장가는 할리우드 영화의 강세가 이어진다. 애니메이션 최초로 1000만명을 모은 디즈니의 '겨울왕국'의 흥행바통을 '폼페이:최후의 날'과 '논스톱'이 이어받은 상태다. '노예 12년' '그랜드 부다페스트호텔' 등 각각 아카데미와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호평받은 우수작들도 관객을 유혹한다. 3월에는 '300:제국의 부활'(6일 개봉)과 '노아'(20일 개봉) 등 역사적 사실 또는 성경에 기반을 둔 블록버스터 서사물이 극장가를 휩쓸 예정이다. 마블사의 신작 '캡틴 아메리카:더 윈터솔져'(27일 개봉)도 올봄 극장가의 트렌드를 좌지우지할만한 강력한 작품이다.
반면, 한국영화는 규모는 작지만 탄탄한 스토리의 '소품'으로 봄을 공략한다. 김희애가 주연을 맡은 '우아한 거짓말'과 이민기·김고은이 출연한 '몬스터' 등의 작품이다. 하지만 5월부터는 한국영화가 '한 방'을 제대로 보여준다. 현빈 주연작 '역린'을 시작으로 블록버스터 사극이 대거 개봉된다. 여름이 본격화되면 최민식·류승룡의 '명량:회오리 바다', 하정우와 강동원이 주연배우로 나선 '군도:민란의 시대' 등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사극이 차례로 공개돼 극장가를 장악할 것으로 보인다.
김연지·한제희·이승미 기자 yjkim@joongang.co.kr 사진=임현동 기자·양광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