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울산과 수원의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33라운드가 열린 울산문수경기장. 경기 전부터 196.7㎝ 장신 공격수 김신욱이 화제였다. 서정원 수원 감독은 경기 전 반대편 라커룸에서 나오는 김신욱을 보고는 기자들에게 "아우~ 저 꺽다리!"라고 농담을 건넸다. 대표팀 코치 시절 김신욱을 지도했던 서 감독은 "신욱이가 요즘 꾸준히 잘하고 있다. 제공권 뿐만 아니라 활동량과 발밑 기술도 좋다"고 칭찬한 뒤 "신욱이 헤딩에 이은 리바운드볼을 대비해야 한다. 또 문전 위험지역에서 근접해 막지 않으면 안된다"고 경계했다. 김호곤 울산 감독은 "우리 공격 형태는 단순하다. 신욱이를 이용하거나, 이용하는척하며 다른 루트를 찾는거다"고 말했다.
김신욱은 최근 'K리그 언터처블'이다. 프리메라리가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 마드리드), 프리미어리그의 메수트 외칠(아스널), 세리에A의 주세페 로시(피오렌티나)처럼 리그에서 상대가 막기 가장 까다로운 선수다. 울산은 전반 39분 서정진에게 동점골을 내준 뒤 수원의 스마트한 패싱 축구에 고전했지만, 김신욱이 철퇴 한방으로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김신욱은 1-1로 맞선 후반 19분 김영삼의 인터셉트 역습 찬스에서 패스를 받아 페널티 에어리어 오른쪽에서 육중한 몸으로 넘어지며 오른발슛으로 골망을 갈랐다. 서울과 32라운드 감아차기골에 이어 단순히 헤딩골만 넣는 선수가 아님을 재입증했다. 김신욱은 시즌 17호골로 페드로(제주·17골)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선두 울산은 승점61(18승7무7패)로 2위 포항(승점56)과 승점 차를 5점으로 벌렸다.
이날 문수구장에는 대표팀의 김태영, 박건하 코치가 찾았다. 김신욱은 지난 7월 동아시안컵 이후 대표팀과 인연을 맺지 못하고 있다. 홍명보 대표팀 감독은 "김신욱이 들어오면 플레이가 단순해진다. 경기 종료 15분을 남겨두고 전술을 상대에게 알려준다면 치명적일 수 있다"며 김신욱을 외면했다.
절치부심한 김신욱은 지난 4일부터 일본인 도이자키 피지컬 코치와 특별훈련을 통해 달라졌고, 다음달 11일 스위스(서울W), 15일 러시아(UAE·예정)와 A매치 2연전을 앞두고 대표팀 재승선 가능성을 높였다.
김호곤 감독은 경기 후 "신욱이가 중원까지 내려와 키핑하고, 스트라이커로 돌아 들어가는 움직임이 빨라졌다. 홍명보 감독도 지켜보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신욱은 "이근호(상주) 선수 말대로 홍 감독님이 원하는 이상적인 원톱은 박주영(아스널) 선수라고 생각한다. 동료들과 연계 플레이, 포스트 플레이 등을 펼치는 현대적인 스트라이커다"며 "난 키카 크고 발이 느리지만 요구에 따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홍 감독의 뻥축구 발언에 대해서도) 내 스스로 움직임이 부족해서다. 대표팀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