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빈·고소영·김사랑·한예슬 등 네 명의 연기자가 가진 공통점은 뭘까. 우월한 외모에 남다른 스타성 등 장점도 많다. 하지만 '본업'보다 '과외활동'에 충실해 아쉬움을 자아낸다는 뚜렷한 단점이 눈에 들어온다. 짧게는 2년, 길게는 6년간 공백기를 가지며 차기작을 내놓지 않아 팬들의 원성을 듣고 있다. 그동안 CF와 패션쇼 등 행사장에만 모습을 보여 '도대체 직업이 뭐냐'는 말을 듣고 있다. 이병헌·하정우 등 가열차게 연기활동에 매진하는 이들과 뚜렷한 대비를 이뤄 '연기자라기보다 단순히 셀러브리티에 가깝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원빈
데뷔 : 1997년 KBS 드라마 '프로포즈'
작품활동 : '마더'(09) '태극기 휘날리며'(03) 등 영화 5편, '꼭지'(00) '가을동화'(00) 등 드라마 6편
마지막 작품 : 2010년 영화 '아저씨'
공백기 : 3년
진단 : 데뷔 16년차 연기자. 하지만 작품수는 영화와 드라마를 모두 합쳐 11편 밖에 안 된다. 연기력에 대한 평가도 나쁘지 않은데 출연작이 많지 않아 아쉬움을 주는 케이스. 그나마 데뷔후 7년차가 될때까지는 매년 신작을 내놓으며 다양한 연기를 보여줬다. 그러다 영화 '우리 형'(04) 이후부터 활동이 뜸해졌다. 이후 '마더'를 내놓기까지 7년이 걸렸다. 이듬해 빅히트작 '아저씨'까지 내놓으며 '연기에 물이 올랐다'는 말을 듣더니 이후 또다시 3년간 차기작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 같은 기간에 '시크릿가든'을 마친 현빈이 군대를 다녀와 복귀작을 결정했고, 하정우는 8편의 작품에 출연하며 감독 데뷔작 촬영을 마친후 차기작 선정까지 마쳤다.
반면에 원빈의 CF활동은 어느 때보다 왕성하다. 커피·아웃도어·보험·화장품·가정용품·제과 등 홍보한 제품의 종류가 셀 수 없을 정도다. 물론, 이미지에 맞는 작품을 고르기위해 신중함을 보이는거라 해석할수도 있다. 하지만 다양한 캐릭터를 통해 연기폭을 넓혀야할 배우가 스타성에만 집착해 스스로 틀을 만들어버린게 아닌가하는 비판도 피할수는 없다. 최근 이나영과의 열애사실이 알려지면서 '신비주의' 컨셉트도 무너졌다. 연기력으로 정면돌파하는게 유일한 살 길이다.
▶고소영
데뷔 : 1992년 KBS 드라마 '내일은 사랑'
작품활동 : '아파트'(06) '이중간첩'(02) 등 영화 12편, '아들의 여자'(94) '엄마의 바다'(93) 드라마 8편
마지막 작품 : 2007년 영화 '언니가 간다'
공백기 : 6년
진단 : 한때 드라마와 영화를 오가며 왕성하게 활동했던 연기자다. 정우성과 '비트'(97)에 출연하고, 장동건과 '연풍연가'(98)를 찍을 때만 해도 미모에 대한 칭찬 뿐 아니라 '작품 보는 눈이 남다르다'는 말을 들었다. 하지만, 문제는 2000년대로 접어들면서부터다. '괜찮은 남자배우'들과 함께 작업하며 승승장구하던 고소영이 이 시기부터 '원톱 주연'으로 나서 연타석 삼진아웃을 당하기 시작했다. '아파트'(06) '언니가 간다'(06)등의 작품이 혹평 속에 참패했다. 그리고, 6년째 복귀작을 내놓지 못했다.
그렇지만 대중이 고소영의 모습을 접하는건 어렵지 않았다. 연기는 하지 않아도 CF와 VIP시사회, 또 패션 관련 행사장에 꾸준히 나타나 포즈를 취하며 관심을 받았다. 심지어 지난 상반기에는 패션지 엘르를 통해 'KO SO YOUNG'이란 브랜드를 내걸고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이쯤되니 배우로서는 사실상 은퇴한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왔다. 최근 하정우와 이윤기 감독의 차기작을 찍는다는 얘기가 나왔지만 구체적인 건 아무것도 없다. 연기보다 패션센스, 온 몸을 휘감고 있는 명품들만 화제가 되고 있다.
▶김사랑
데뷔 : 2000년 제44회 미스코리아 선발대회
작품활동 : '라듸오 데이즈'(08) '누가 그녀와 잤을까'(06) 등 영화 4편, '도쿄, 여우비'(08) '이 죽일놈의 사랑'(05) 등 드라마 6편
마지막 작품 : 2010년 SBS 드라마 '시크릿가든'
공백기 : 3년
진단 : 13년이란 긴 활동 기간에 비해 이렇다할 출연작이 없다. 미모에 비해 연기력에 대한 평가가 좋은 편도 아니다. 그나마 '스타성' 때문에 매년 한 작품씩 출연작을 내놓을수 있었지만 영화 '라듸오 데이즈'(07)의 흥행 실패 이후 급격히 하향세를 탔다. 이후 4부작 드라마 '도쿄, 여우비' 외에 2년간 활동을 쉬다시피 했다. 김사랑을 다시 수면위로 떠오르게 만들어준 작품은 '시크릿가든'(10)이다. 당시 절실함을 느꼈던 김사랑이 적극적으로 출연의사를 밝히며 제작진에게 다가갔던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그 '적극성'이 오래가진 못했다. '시크릿가든'으로 얻은 인기 때문에 'CF퀸'의 자리에 오른 김사랑은 이후 차기작을 내놓기보다 광고와 패션쇼 등 각종 행사에만 집중하고 있다. 연예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김사랑이 '시크릿가든' 이후 눈높이가 올라갔다' '여주인공 자리를 노리느라 차기작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는 말이 흘러나오기도 한다. 오랜 공백기와 함께 출연중이던 CF모델 자리도 다른 스타들에게 빼앗기고 있는 상태. 연기력이 아닌 이미지로 승부를 걸었던 케이스라 그 영향력이 오래가지 못한다는 분석이다. '샐러브리티'로만 살아가고 싶다고해도 기본적으로 '본업'에는 충실해야 댓가를 얻을수 있다.
▶한예슬
데뷔 : 2001년 슈퍼모델 선발대회
작품활동 : '티끌모아 로맨스'(11) '용의주도 미스 신' 등 영화 2편, '크리스마스에 눈이 내리면'(09) '타짜'(08) 등 드라마 6편
마지막 작품 : 2011년 KBS 2TV 드라마 '스파이 명월'
공백기 : 2년
진단 : '스파이 명월'의 촬영을 거부하며 미국으로 날아갔던 초유의 사태를 일으킨후 복귀작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 열악한 국내 드라마 촬영장의 현실을 알리고 용감한 행동을 보여준건 사실. 하지만 '언제라도 돌발행동을 할수 있는 연기자'라는 인식을 심어준게 문제다. 한 드라마 제작사 관계자도 "당시 한예슬의 입장에서 억울한 부분이 많았던걸로 안다. 하지만, 촬영장을 무단 이탈해 결방사태를 초래한건 프로페셔널의 자세가 아니다. '혹시나'하는 걱정 때문에 선뜻 한예슬을 캐스팅하겠다고 나서는 이들이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연기를 시작한후 해마다 빠짐없이 신작을 내놨던 한예슬의 행보에 급제동이 걸린 셈이다.
하지만 아직도 화보 및 CF 모델로서는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패션지 등 매체의 화보 작업에 참여해 변치않은 미모를 과시하는가하면 커피 브랜드 카페베네와 8년째 모델 계약을 성사시켜 눈길을 끌기도 했다. 카페베네가 중국 공략에 나서면서 모델 한예슬도 중화권으로 활동폭을 넓힌 상태다. 하지만, 연기활동 복귀 시점이 언제가 될지는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