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현역 은퇴를 선언한 '역도 여왕' 장미란(30)은 이제 바벨을 놓고 제2의 인생을 앞두고 있다. 올림픽·세계선수권·아시안게임·아시아선수권 등 각종 대회를 석권했던 '역도 선수 장미란'의 모습을 더이상 볼 수 없지만 '일반인 장미란'에 대한 기대감도 높다. 장미란도 "이제 끝인가 하는 괴로움도 있었지만 바꿔서 생각해보니 새로운 인생의 2막을 열 수 있겠다는 희망도 품었다. 앞으로의 시간이 내게는 큰 기대로 가득하다"고 밝혔다.
◇ 비인기종목 꿈나무들에 희망을…
장미란이 인생 제2막에서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것은 바로 자신의 이름을 딴 재단 운영이다. 그는 지난해 2월 '장미란재단'을 설립해 이사장직을 맡아 비인기종목 꿈나무들을 육성하기 위한 교육 프로그램, 스포츠멘토링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고 있다. 장미란은 지난달 말 일간스포츠와 인터뷰에서 "운동을 하면서 환경이나 여러 여건들이 좀 더 좋았으면 하는 마음, 아쉬움이 있었다"면서 "먼 훗날에 하겠다는 생각만 갖고 있었는데 나의 이런 마음을 알고 함께 해주겠다는 곳이 있었다. 모든 것들이 자연스럽게 이뤄지면서 생각보다 빨리 설립했다"며 재단 설립 배경을 전했다. 비인기종목 꿈나무들이 마음놓고 운동하고 꿈을 키울 수 있도록 돕고, 한국 스포츠의 튼튼한 새싹을 키우겠다는 것이 설립 목적이다. 열악한 환경에서 꿈을 키우고 있는 비인기스포츠 선수들에 장미란재단의 설립은 특별한 면이 많다.
장미란이 은퇴를 하면서 전격적으로 밝힌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에 도전하겠다고 한 것도 재단과 연관이 있다. 장미란은 은퇴 기자회견에서 "IOC 위원은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 재단이 추구하는 사업에 선한 영향력을 줄 수 있겠다는 생각에 도전하고 싶은 마음을 가졌다"고 밝혔다.
◇국가대표 멘토, 역도 여왕 인생 2막 함께 연다
현재 장미란재단이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것은 'K-team 스포츠멘토링 프로그램'이다. 스포츠선수, 재능기부자로 구성된 멘토그룹이 스포츠꿈나무들과 소통하면서 성장할 수 있도록 다양한 도움을 주는 것이다. 현재 멘토로 이용대(배드민턴), 유승민·김경아(이상 탁구), 김재범·송대남(유도), 이정수·이호석·조해리(이상 쇼트트랙), 남현희·정진선·최병철(펜싱), 황경선(태권도), 정지현(레슬링) 등 국가대표 전현직 선수 26명이 참여하고 있다. 이 멘토들은 장미란과 인생 2막을 함께 할 또다른 도우미들이다. 장미란은 "재단 프로그램을 통해 멘토와 멘티가 함께 체육활동을 하면서 소통하고 꿈과 희망을 주는 활동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초에 장미란은 말레이시아로 역도, 펜싱, 유도 등 각 종목 꿈나무 멘티들과 '힐링 캠프'도 다녀왔다. 다채롭고 재미있는 프로그램을 통해 멘토와 멘티가 더 가까워지고 꿈나무들은 꿈을 키우는 계기가 됐다. 장미란은 "처음에는 어색했는데 나중에는 꿈나무 아이들과 정말 친해졌다. 다같이 래프팅도 하고, 볼링도 초등학교 때 이후 처음 해봤다. 나에게도 새로운 경험이었고, 뜻깊은 시간이었다"고 전했다.
재단은 나아가 일반 청소년들도 스포츠를 통해 건전하고 건강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뜻도 밝혔다. 평소 청소년 문제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다는 장미란은 "옛날에는 운동장에서 마음껏 땀흘리면서 뛰놀았는데 요즘은 그런 활동이 없다. 일반 학생들도 좋아하는 운동을 하면서 소외받는 아이들을 따뜻하게 하는데 좋은 에너지를 전달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재단 측은 일반 청소년들에게도 대상을 확대해 산간 지역·도서 벽지에 사는 학생들을 위한 '찾아가는 멘토링 사업' '방학 프로그램' 등을 다양하게 계획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