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제균 감독이 제작하고 이명세 감독이 연출하던 영화 '미스터K'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제작 중단과 감독 교체라는 초강수 후에도 연출자는 연출자대로 제작자는 제작자대로 주장이 엇갈리며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이명세 감독은 '자본논리에 내몰린 피해자'임을 강조하는 반면, 윤제균 감독의 JK필름 측은 4일 긴급 기자회견까지 열어 '억울한 점'을 바로잡았다. 양측의 갈등은 법적 대응을 떠나 감정의 골이 깊은 나머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것처럼 보인다. '최고와 최고의 만남'으로 화제가 됐던 이명세·윤제균 조합은 왜 결국 불신과 갈등의 파국을 맞게 됐을까?
사실 이 영화의 출발은 아주 아름다웠다. 국내 최고의 스타일리스트 이명세 감독과 최고의 흥행 감독 겸 제작자 윤제균 감독의 만남은 2년 전이었다. 지난 2010년 12월 말, 윤제균 감독이 마련한 송년회에 이명세 감독이 참석하면서 '미스터K'에 관한 이야기가 외부에 알려졌다. 당시 이감독은 "한동안 쉬면서 차기작에 대한 아이디어를 만들어 가던 중 윤제균 감독과 만났다. 요즘 후배 감독들에게 많은 자극을 받고 있다. 신인감독같은 마음으로 새로운 것에 도전해보겠다"고 말했다.
이명세 감독은 2007년의 'M'이후 한동안 쉬다가 차기작 물색 중이었다. 한 젊은 남자배우를 주인공으로 한 누아르 영화를 준비하다가 여의치 않게 됐던 터라 더욱 의욕이 컸다.
윤제균 감독도 이감독의 이같은 열의에 큰 찬사를 보냈다. 이전부터 실력은 있지만 여러가지 여건상 현업 복귀가 쉽지 않은 선배감독들을 위주로 '의미있는 컴백'을 추진하다가 이명세 감독과 의기투합했음을 알렸다. 그는 "이감독님 같은 중견 선배님들이 작품을 계속 하셔야 한다"며 존경을 표시했다.
그러나 이렇게 호의적인 분위기에서 출발한 '미스터K'의 길은 처음부터 그리 순조롭지만은 않았다. 당초 작년 상반기 제작에 들어가 작년 말에 개봉하는 일정이었으나 100억원에 이르는 투자를 확보하지 못하면서 일정이 순연됐다. 수많은 시나리오 수정을 거쳐 드디어 올해 초 CJ E&M을 메인 투자자로 끌어들이면서 지난 3~4월 태국 로케이션을 시작했다. 투자가 결정됐을 때, 이명세 감독은 CJ의 투자 심사 위원회(GLC) 통과 사실을 SNS로 직접 알리며 소풍 전날 들뜬 초등학생처럼 기뻐하는 모습이었다. 모든 영화 관계자들이 두 사람의 발전적 융합에 큰 박수를 보냈다. 하지만 촬영에 들어간지 2개월도 안돼서 불협화음이 들려왔다. '태국 촬영분으로 제작사와 감독간에 이견이 있다' '이를 보고 CJ 측에서 난색을 표명했다'는 소문이었다.
얼마되지 않아 소문은 사실로 드러났다. 이명세 감독의 하차가 공식화됐고 제작이 중단됐다. 이후 알려진 바와 같이 이명세 감독과 JK필름 측이 하차 배경을 두고 대립해왔다.
두 사람이 반목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미스터K'에 대한 연출관의 차이로 보인다. 흥행과 코미디를 중시하는 JK필름 측과 비주얼과 스타일을 고집하는 이명세 감독 측이 초기 촬영분을 보고 의견 충돌한 것이다.
둘 다 이유는 충분하다. 윤제균 감독은 100억원대에 이르는 대형 프로젝트를 어렵게 출범시켰는데 애초 의도대로 그림이 나오지 않는 부분에 대해 우려했을 것이 당연하다. 이명세 감독도 특유의 작가적 의지를 포기하긴 어려웠을 것 같다. 모두가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되 '이명세식 스타일'이 묻어나야 했다. 이쯤되자 대화나 협의는 점차 무의미한 일이 됐다. 애초부터 섞이기 힘든 물과 기름 같았다.
이날 JK필름 측의 해명에 대해 이명세 감독이 7일쯤 자신의 입장을 정리할 것으로 전해졌다.
저작권·위로금 등이 여전히 해결해야할 문제로 남아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2년 전 그랬던 것처럼 양측의 신뢰회복이라는 게 영화계의 공통된 목소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