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은 오래 전부터 역동적인 야구를 보여줬다. 모든 선수가 한 베이스를 더 가기 위해 몸을 사리지 않는 플레이를 했다. 그런 팀 색깔을 상징하는 용어가 허슬 플레이(Hustle Play)와 팀명 두산을 결합한 '허슬두(Hustle Doo)'였다.
두산의 성적이 안 좋을 때마다 허슬두 정신이 사라졌다는 말이 나왔다. 5월까지 23승 3무 31패를 기록하며 9위까지 떨어진 올 시즌 전반기도 마찬가지였다.
두산은 지난 6월 2일 이승엽 전 감독이 사퇴한 뒤 조성환 퀄리티컨트롤 코치가 감독대행을 맡아 시즌을 치르고 있다. 이전 58경기 승률(0.418)보다 대행 체제에서 소화한 50경기 승률(0.458)이 조금 더 높았다.
주루·작전 전문가인 조성한 대행은 지휘봉을 잡자마자 주루와 수비 기본기를 강조했다. 이전까지 1·2군을 오가던 젊은 선수들에게 출전 기회를 많이 부여하며 "자신감과 투지 있는 모습을 보여달라"라고도 강조했다.
조성환 대행이 어떤 야구를 추구하는지는 특정 선수의 퍼포먼스를 바라보는 시선에서도 엿볼 수 있다.
지난 9일 고척 키움 히어로즈전 강승호를 향한 평가가 대표적이다. 강승호는 두산이 3-4로 지고 있었던 8회 초 상대 투수 원종현으로부터 투런홈런을 치며 6-4 역전승을 이끌었다. 올 시즌 내내 부진해 두 차례 2군행 지시를 받았던 주축 선수 강승호가 무려 86일 만에 홈런을 치며 반등 발판을 만들어 의미가 있었다. 하지만 조성환 대행은 이튿날 강승호에 대해 언급하며 홈런을 친 8회 타석보다 1루에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을 시도해 내야 안타를 만든 3회 타석을 더 높이 샀다. 조성환 대행은 "중·고참 선수들의 행동 하나하나가 젊은 선수들에게 메시지가 될 수 있다. 팀에 헌신하려는 베테랑(강승호)의 플레이는 더 큰 영향을 미친다. 여기에 그가 큰 타구(8회 홈런)까지 쳐서 너무 반가웠다"라고 밝혔다.
안일한 플레이를 한 선수는 가차 없이 질책한다. 9일 키움전에서 좌익수로 나선 김민석을 경기 초반이었던 4회 교체한 게 대표적이다.
김민석은 3회 말 송성문의 타구를 처리하다가 낙구 지점을 착각해 포구에 실패했다. 타자주자는 2루까지 밟았다. 이 플레이에 대한 질책성 교체로 보였다. 하지만 조성환 대행이 그를 교체한 건 다른 이유였다. 2회 말 키움 7번 타자 어준서가 친 왼쪽 파울 타구가 높이 떴는데, 김민석이 잡지 못할 거라고 판단해 느리게 공을 쫓았기 때문이다. 조 대행은 "(타구를 향해) 전력으로 가는 느낌이 아니었다. 본인이 어떻게 했든, 다른 사람들이 느끼는 게 더 객관적일 수 있다. 외야 수비 코치님(김재현)을 통해 선수에게도 관련 내용을 전했다"라고 밝혔다.
조성환 대행이 주전 선수 중 가장 투지 넘치는 플레이를 보여주는 외국인 타자 제이크 케이브를 자주 칭찬한다. 그런 모습에 다른 선수들도 동화되길 바란다. 조성환 대행이 잠시 사라진 것 같았던 두산의 허슬 DNA를 재이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