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유람은 이제 그런 단어가 지겹다. 그는 “전혀 기분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외모를 관심 대상으로 삼는다면 인터뷰를 하고 싶지도 않겠다고 했다. 설득끝에 차유람을 만났다. 그는 패딩 점퍼에 안경을 쓰고 나타났다.
그는 "나는 당구 선수이자 한체대 11학번 학생이다. 연예인이 될 거면 애초부터 당구채를 잡지도 않았을 것이다. 나이도 20대 중반이라 연예계에 낄 틈도 없다"며 웃었다.
◇방송인 차유람 "이제 방송은 NO!"
-지난해 방송 출연이 잦았다.
"SBS 강심장과 스타킹에 딱 두 번 나갔다. 재방송도 자주 되다 보니 연예계 활동을 계속한 걸로 비추어진 것 같다. 방송 출연에는 나만의 원칙도 있다."
-원칙이 뭔가.
"당구를 알리는 데 도움이 되는 방송만 출연한다. 나를 연예인으로 생각하는 프로그램이라면 나가지 않았다. 강심장과 스타킹도 모두 당구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조건으로 출연했다."
-방송을 해보니 잘 맞는 것 같나.
"아니다. 강심장은 녹화를 10시간이나 했다. 너무 힘들었다. 본 방송에는 5분도 채 안 나오더라. 녹화 내내 표정 관리도 힘들었다. 연예인 분들이 '진정한 프로'라고 느껴졌다. 방송은 나하고 맞지 않은 것 같다. 2012년에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방송을 하지 않을 계획이다."
-'연예계 진출하는 게 아니냐'는 말도 종종 나오는데.
"너무 늦은 거 아닌가. 벌써 한국 나이로 26세다. 다들 아직까지도 10대 당구 소녀로 기억하신다(웃음). 나는 어린 시절부터 한 분야에서 세계 최고가 되는 게 꿈이었다. 연예계에서는 최고가 될 수 없다. 키도 작고 나이도 많다. 당구로 세계 최고가 되겠다."
-세계에서 가장 섹시한 여성스타 10위에 올랐다.
"나도 봤다. 어이가 없더라. 내가 그런 곳에 들어가다니…. 친구들한테 축하 문자를 받았는데 오히려 화를 냈다. 믿지 않으시겠지만 전혀 기분이 좋지 않았다. 부담스럽기만 하다."
차유람은 지난해 12월 미국 스포츠 전문블로그 블리처 리포트가 선정한 '섹시 스포츠 스타 25인'에서 10위를 차지했다. 블리처 리포트는 당시 "차유람의 홈페이지에는 그녀의 아름다운 사진들이 가득 채워져 있다. 매우 경이롭다"고 평가했다.
◇공부하는 차유람 "제 학점은요…"
차유람은 그동안 학업에 대한 욕심이 없었다. 2001년 당구 선수가 되기 위해 율전중학교 2학년을 끝으로 학업을 중단한 게 학교를 다닌 마지막 기억이다. 하지만 올해 신입생이 된 뒤로 새로운 관심사가 생겼다. 철학과 역사에 푹 빠졌다.
-11학번으로 학교를 꽤 열심히 다닌 것 같다.
"태어나서 처음 공부를 해본 것 같다. 새로운 경험이었다. 부끄럽지만 초등학교 때는 테니스 선수로 활동하느라 방학숙제를 아예 하지 않았다. 이제야 공부하는 재미를 안 것 같다."
-어떤 과목이 제일 흥미롭나.
"철학과 역사다. 학자들이 어떤 생각을 하면서 살아왔는지에 대해 책에 나와있더라. 신기했다. 수업 시간에 질문하고 싶었지만 동기들에게 욕먹을까봐 참았다. 하하. 일단 좋은 학점으로 졸업하는 게 1차 목표다."
-학점을 공개할 수 있나.
"1학기는 3.17이고, 2학기는 2점대 후반이다. 높지는 않지만 만족은 한다. 구체적인 점수를 살짝 공개하자면 '육상'은 A+ 학점이다. '철학'과 '한국사'의 학점은 각각 B+과 B다. 하지만 컴퓨터 과목은 C학점이다. 컴맹이라는 게 학점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컴퓨터 공부 좀 해야겠다."
-11학번 동기생과 나이 차이가 꽤 나겠다.
"내가 제일 나이가 많더라. 평균 다섯 살 차이다. 처음에는 걱정이 많았는데 동기들이 먼저 다가와 말을 걸어주더라. 동생들에게 밥을 사주면서 공부를 배우고 숙제도 했다."
◇당구선수 차유람 "심리적 부분 보완 중"
-대학에서 당구도 하나.
"학교 남동생들이 '누나, 당구장 가요'라고 종종 말한다. 절대 안 간다. 학교에서까지 당구를 하고 싶지 않다. 훈련으로서만 당구를 하겠다."
-심리적인 부분이 단점이라고 들었다.
"당구도 이제는 공부를 해야한다. 무작정 훈련만 한다고 대회 성적이 좋아지지 않더라. 심리적인 부분을 다스리고 있는 중이다."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인가.
"'결정의 속도'가 중요하다. 대회 때마다 공을 칠 코스를 결정하지 못해 우물쭈물하는 모습이 자주 보였다. 이론적으로 잘 정리가 돼 있으면 결정도 빨라질 것이라고 본다."
-한동안 당구채를 아예 놓고 생활했다고 들었다.
"과거에는 당구가 잘 안되면 무작정 연습을 했다. 지금은 다르다. 조금씩 훈련 방법을 알아가고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집중력이 떨어지자 한 달간 당구대 근처에도 가지 않았다."
차유람은 1월 초부터 3주간 중국에서 전지훈련을 했다. 중국 현지에서 도움을 주는 코치진과 당구장에서 하루 종일 훈련만 했다. 3월 암웨이배 당구대회에 출전하고, 9월에는 세계선수권대회 우승에 도전한다. 그는 "2012년에는 세계 최고 당구 선수가 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차유람의 선택?
SUV vs 세단
SUV - 눈길에 안전하다고 들었다. 한 번 타보고 싶다.(차유람은 지난해 '큐브'를 첫 차로 선택했다.)
후드 티 vs 블라우스
후드 티 - 편한 옷이 더 좋다. 블라우스는 행사가 아닌 이상 입지 않는다.
힙합 vs 발라드
발라드 - 가수 이적을 좋아한다. 미용실에서 우연히 봤는데 평범하면서도 묘한 매력이 있더라.
장동건 vs 원빈
원빈 - 두 분 모두 잘생겼다. 하지만 원빈씨가 조금 더 매력적.
아이폰 vs 갤럭시
아이폰 - 지금 쓰고 있다. 아이폰 화질이 마음에 든다.
당구요정 vs 당구얼짱
둘 다 싫다 - 당구여제가 되고 싶은 게 꿈이다.
긴 머리 vs 단발머리
긴 머리 - 남자들이 긴 머리에 대한 환상이 있을 것 같다. 환상을 깨면 안 된다. 하하.
구두 vs 운동화
구두 - 구두 보면 구매 욕구가 생긴다. 그렇다고 굽이 10cm 이상인 '킬힐'은 신지 않는다.
◇차유람은
▶생년월일 = 1987년 7월 23일
▶출생 = 전라남도 완도
▶체격 = 1m62㎝·47㎏·왼손잡이
▶학력 = 율전중(2학년 중퇴), 검정고시 거쳐 한국체육대 입학(2011년)
▶경력 = 2005년 한국 여자 3쿠션대회 1위, 2006년·2010년 아시안게임 포켓볼 대표, 2010년 세계 여자 9볼 오픈 우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