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부산 사직 구장에서는 롯데 신임 주장 김사율(31)의 첫 공식 일정이 있었다. 부산시 지역단체와 함께 김장을 담그는 '사랑나눔 프로젝트'가 있었던 것. 수북하게 쌓인 배추 1만 포기 사이에서 김사율은 유난히 어색하게(?) 미소를 지었다.
사진도 찍혀 본 사람이 포즈도 잘 취하는 법. 31년을 살아오면서 손에 껴본 것이라고는 투수 글러브가 전부다. 빨간 고무장갑을 끼고, 배추에 속을 넣으며 사진까지 찍으려니 고충이 이만저만 아니었다고 한다. 김사율은 평소 자신을 드러내기 보다, 묵묵히 자신의 할 일을 챙기는 스타일이다.
그는 "지난 1일 주장에 선출된 이후, 첫 공식 일정이었다. 예전같으면 인기있는 후배들만 나가라고 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주장이다. 다소 궃고, 귀찮아 보이는 '대소사'를 모두 챙겨야 한다. 사방에서 카메라 플래시가 터지니 정신이 없더라. 땀을 뻘뻘 흘렸다"면서 멋쩍게 웃었다.
달라진 것은 또 있다. 하루에도 수십통씩 걸려오는 전화다. 12년 동안 좀처럼 울리지 않던 휴대전화 벨 소리가, 이제는 쉴 틈 없이 들려온다. 김사율은 "통화량이 10배 정도 늘었다고 보면 된다. 구단 직원부터 새까만 신입 후배까지 전화를 걸어와 일정과 변동 사항을 전한다. 언론사에서 걸려오는 전화까지 합치면 쉴 틈이 없다"며 미소지었다.
이제 롯데 선수단의 대변인이자, 얼굴이다. 그는 "모든 것이 낯설고 새롭다. 그래도 행복하다"고 말했다.
소년 김사율에게 롯데는 '꿈의 팀'이었다. 부산 감천초등학교 4학년 때 야구를 시작한 이후, 롯데에서 뛰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던 적이 없다.
김사율은 롯데의 마지막 우승이었던 1992년 빙그레와의 한국시리즈 3차전 때는 시구자로 나서기도 했다. 그는 "1999년 입단 이후 나는 줄곧 이름 없는 선수였다. 이렇게 늦게나마 성적을 내고, 롯데를 위해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소중하다"며 미소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