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유의 산소탱크' 박지성(30)보다 더 많이 뛴다. 국가대표팀의 새로운 산소탱크 이용래(25·수원) 얘기다.
축구 국가대표팀은 UEFA에서 사용하고 있는 선수 추적 프로그램인, 트래킹 시스템을 실험가동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에 따르면 지난 레바논전에서 가장 그라운드를 누빈 선수는 이용래다. 이용래는 레바논전에서 수비형 미드필더로 나서 약 12㎞를 뛰었다. 유럽 선수들의 평균 이동거리 10㎞ 정도이고, 유럽에서도 손꼽힐만큼 활동량이 많은 박지성이 11㎞대라는 걸 감안하면 대단한 수치다.
현대축구의 새로운 흐름은 '강하고 쉴새없는 압박'이다. 많은 활동량은 생각하는 것 이상의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유럽축구연맹은 선수들이 평균적(키퍼 제외)으로 11km 내외의 이동거리를 소화하면 해당 팀이 상대보다 한 명 더 많이 뛰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분석 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공간에서 수적 우위를 지속적으로 확보할 수 있어서다. 이용래는 왼쪽 측면수비수 홍철이 활발하게 공격에 가담한 뒤 생기는 공간을 메우며 눈에는 띄지 않지만 숨은 살림꾼 역할을 해냈다. 홍철의 '무한 전진'은 이용래의 커버플레이가 있어 이뤄질 수 있었다.
높은 활동량은 대표팀 스피드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 수비 진영에서 공을 받기 전에 움직여 공간을 만들어 경기 템포를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빠른 패스 전개'를 제1의 목표로 삼는 조광래 감독이 활동량 많은 이용래를 중용하는 것도 이런 까닭에서다.
이용래가 아직까지 완벽한 플레이를 하는 것은 아니다. 지난달 열린 한·일전에서는 공격으로 연결하는 부분에서 빠른 판단을 하지 못해 안정감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같은 포지션의 김정우나 기성용에 비해 강한 압박에 대처하는 방법이나 전방으로 패스를 내주는 부분에서는 부족한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용래는 그 누구보다도 많이 달려 공간을 만들어내는 능력이 있다. 수비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중동권 팀들과 경기에서 이용래의 활동량을 더욱 기대하게 되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쿠웨이트시티(쿠웨이트)=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