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멋대로 해라.’
SK에 어울리는 테마송이 있다면 아마도 비틀즈의 ‘렛잇비(Let it be·그냥 내버려둬라)’가 제격일 듯싶다. 철저한 관리야구의 대명사로 알려진 김성근 SK 감독이 최근 선수들을 다그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9일 삼성전을 앞두고 경기 전 훈련을 거른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15일 잠실 두산전에 앞서 만난 김 감독은 “그냥 선수들에게 맡기고 있다”고 밝혔다. 전날까지 7월 들어 10경기에서 3승 7패. 난공불락으로만 여겨지던 1위자리도 최근 7연승의 신바람을 내고 있는 두산에 5.5게임으로 쫓긴 상황이다. 그래도 김 감독은 “선수들이 알아서 이겨내야 한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그렇다고 김 감독이 자율야구로 선회한 것은 아니다. “감독이 나설 때와 나서지 않을 때”가 있다고 지적한 김 감독은 6월의 마지막 경기인 지난달 29일 인천 한화전을 전환점으로 꼽았다. “당시 15회 연장 승부 끝에 2-1로 승리했지만 조짐이 좋지 않았다. 그러더니 주중 잠실 LG전을 치르는데 2연패(1일, 3일)를 당하더라. 잠실 원정을 끝내고 대전으로 이동한 뒤 새벽 3시에 선수들을 불러내 특타를 시켰으나 자신들이 왜 특타를 하는지 깨닫지 못하더라.” 선수들이 따라올 생각을 하지 않는 상황에서 무조건 감독이 채근한다고 될 일은 아니라는 설명이었다.
김 감독은 분위기를 반전할 기회를 놓쳤다고도 했다. 김 감독은 “이달 초 LG와의 경기에서 첫날 패배 뒤 둘째 날 비가 와서 경기가 취소되지 않았다면 달라질 수도 있었다. ‘이기자’는 의지로 무장하고 나왔는데 경기가 취소돼 허탈했다. 페넌트레이스는 흐름이다. 올 시즌 각 팀마다 연승과 연패가 많지 않은가. 우리가 6월까지 잘나간 이유는 상대 팀의 흐름이 처졌을 때 만났기 때문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선수들이 ‘알아서’ 야구를 한다는 것은 모든 감독들의 바람이다. 감독의 손을 ‘잠시’ 떠난 SK 선수들이 언제 쯤 스스로 일어설 수 있을지, 반대로 김 감독이 언제 쯤 다시 철저한 관리야구로 돌아설지. 어느 쪽이 빠를까 지켜보는 것도 재미있을 듯하다.
잠실=정회훈 기자[hoon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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