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전 2차례 기흉 수술로 선수 생활의 위기까지 맞았던 박철우(23)가 27일 최고의 활약을 펼치며 활짝 웃었다.
박철우는 이날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 내 제2체육관에서 열린 중립경기 NH농협 2007~2008 V리그 4라운드 LIG손해보험전에서 3세트를 거의 풀로 뛰다시피하며 16득점으로 팀의 3-0(25-23 25-16 25-21) 승리를 이끌었다.
16득점은 지난 6일 대한항공전(5세트)에서 기록한 개인 시즌 최다(22득점)는 아니었지만 이날 팀내에서 가장 많은 득점이었다. LIG손보의 특급용병 팔라스카(25득점)과 비교해도 질적인 면에서 전혀 뒤지지 않았다.
박철우의 진가는 1세트부터 확인됐다. 21-21 동점 상황에서 백어택 공격을 시작으로 내리 4점을 혼자 해결하면서 승리의 물꼬를 텄다.
2세트에서도 서브 에이스 2개를 포함해 6득점으로 맹활약한 박철우는 24-21 앞선 3세트 막판 2단으로 어렵게 올라온 공을 높이 솟구쳐 상대 코트에 꽂아넣으며 겅기를 매조지했다. 3명이 합세한 LIG손보의 블로킹 벽을 유린하는 전광석화같은 솜씨였다.
칭찬에 인색한 김호철 감독도 경기 후 “박철우의 활약 덕에 용병을 라이트로 데려올지 레프트로 데려올지 고민”이라며 박철우의 플레이를 높이 평가했다.
이번 시즌 신인 최대어인 김요한(LIG손보)과 동기로 경북사대부고를 졸업하고 2003년 입단한 박철우는 ‘제2의 김세진’으로 불리는 등 각광을 받았지만 중요 고비 때마다 고질적인 부상이 그의 발목을 잡았다. 지난해 7월 국가대표로 월드리그에 출전하던 중 기흉이 재발하면서 2차례 수술을 받아야 했다. 2000년 이후 4번째 수술이었다.
그러나 박철우는 “완치는 안 된다. 선수생활을 하는 자체가 무리”라는 병원의 진단을 뒤로 하고 뒤늦게 시즌 개막에 뛰어들었고, 용병이 없는 현대캐피탈에서 용병에 못지않은 활약을 펼치고 있다.
박철우는 아이러니하게 “부상 덕에 기량이 늘었다”고 밝혔다. “예전같으면 힘으로만 때렸지만 몸을 조심하면서 연타로 블로킹 아웃시키는 등 시야도 넓어졌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포지션 상 용병 몫을 하다고 있는 점도 그로선 행운이다. “지난 시즌까지 교체선수로 뛰어 1경기를 치르면 체력적으로 힘들었는데 이제는 풀 출장이 잦아지다 보니 체력관리의 노하우를 얻었다”고 자랑했다.
그래도 부상의 그늘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은 아니다. 박철우는 “경기를 할 때는 모르겠는데 끝나고 난 뒤에는 가끔 호흡이 빨라지며 숨이 차다. 그럴 땐 몸 동작을 느릿하게 하는 등 호흡을 고르는 데 힘쓴다”고 말했다.
호흡 조절까지 하면서 경기를 뛰어야 하는 이유를 박철우는 이렇게 설명했다. “운동 선수는 경기에 나가야 멋있잖아요.” 부상 투혼이란 말이 전혀 아깝지 않은 그다.
잠실=정회훈 기자 [hoony@ilg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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