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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 캠프인터뷰] '돌아온 주장' 이용규, "그저 '잘했다' 한마디 들을 수 있다면…"

한화 이용규(35)에게 지난 1년은 여기저기 구겨진 자국만 남은 '백지'나 다름없었다. 개막을 코앞에 둔 시점에 터져 나온 공개 트레이드 요청, 구단의 단호한 거절 그리고 '무기한 출전 정지'라는 중징계. 다른 누구도 아닌 '이용규'였기에 한화는 더 강한 철퇴를 내렸고, 다른 누구도 아닌 '이용규'였기에 한화는 전력에 큰 손실을 입었다. 결국 이용규도, 한화도 웃지 못한 채 한 시즌이 흘러갔다. 폭풍 같던 1년이 지나고 이용규는 다시 새로운 출발선에 섰다. 지난해 한화의 천덕꾸러기로 여겨졌던 그가 올해는 선수단의 새 리더로 금의환향했다. 한화 선수들은 돌아온 이용규에게 직접 주장 완장을 채워 주면서 말보다 더 확실한 환영 인사를 건넸다. 축 처졌던 이용규의 어깨에 다시 날개를 달아줬다. 이제 이용규는 지난해 이맘때와 아주 다른 선수가 됐다. 어떻게 한화와 함께 더 높이 날아오를지 고민하고, 어떻게 후배들을 더 단단하게 하나로 묶을 수 있을지 고심한다. 주장으로서 해야 할 역할과 선수로서 해내야 할 역할 중 그 어느 것도 포기할 생각이 없다. 미국 애리조나주 메사에서 스프링캠프에 한창인 그는 "운동하는 시간만큼은 단 한 번도 후배들에게 대충 하는 모습을 보인 적이 없다"고 힘주어 말한 뒤 "올해는 시즌이 끝난 뒤 그저 '잘했다'는 한 마디를 들을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다"고 했다. 이용규는 그렇게 달라졌고, 그렇게 한결같다. -주장으로서 처음 맞는 스프링캠프다. 분위기는 어떤가. "무척 좋은 분위기로 흘러가고 있다. 전체적으로 어린 친구들이 욕심을 갖고 훈련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진 것 같아 더 좋은 것 같다." -선수들이 직접 뽑은 주장으로 선출됐다.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젊은 선수들이 봤을 때, 저 선배 성격이라면 선수들에게 필요한 부분을 구단에 잘 전달해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한 게 아닌가 싶다. 주장이라는 자리가 딱히 다른 능력을 필요로 하는 건 아니지 않나. 다만 어릴 때부터 베테랑이 된 지금까지, 늘 운동장에서 운동하는 시간만큼은 절대 대충하는 일이 없고 늘 잘하려고 최선을 다해왔다고 자부한다. 그런 부분을 젊은 친구들이 좋게 봐준 것 같다." -주장이 될 거라고 예상은 했나. "생각도 못했다. 후보에 올랐다는 얘기를 듣고도, 누가 뽑히든 나는 아닐 거라고 생각했다. 선수들이 후보로 올려줬는데 내 맘대로 기권하는 건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해 가만히 있었을 뿐, 주장을 하고 싶다는 생각은 해본 적 없다. 그런데 갑자기 새 주장으로 이름이 불려서 깜짝 놀랐다." -주장 선거를 하는 과정은 어땠나. "투표 전 매니저님이 주장 후보들에게 각오 비슷한 얘기를 한 번씩 하라고 하셨다. 그때 나는 그냥 솔직하게 이런 얘기를 했다. '주장 선거는 자기와 친하고 잘해주는 선배를 뽑는 인기 투표가 아니다. 팀을 어느 정도 잘 이끌어가야 하고, 구단도 그런 선수에게 주장을 맡기기 위해 투표를 하기로 한 것이니, 신중하게 잘 생각해서 한 표를 던지라'고. 팀을 중심에 두고 장난 삼아 표를 행사하지 말라는 의미로 얘기한 것인데, 정작 내가 될 거라고는 1%도 예상하지 못했다." -지난 한 시즌 공백이 있으니 야구로 뭔가 보여주고 싶은 한 해일 텐데, 주장이라는 중책까지 맡았다. "주장 자리에 대한 부담은 별로 없지만, 지난 1년의 공백을 생각하면 올 시즌을 치르는 데 걱정되는 점이 분명히 있다. 잘하면 다행이겠지만, 성적이 안 나오면 그 전에 받았던 질타보다 두 배 더 많은 비난을 받을 것이다. 하지만 그건 당연히 감수해야 할 부분이다. 1년 못 뛰어서 경기 감각이 떨어졌다는 건 그냥 핑계만 될 것 같다. 못해도, 잘해도 그게 내 실력이다. 그저 야구를 잘할 수 있게 철저히 준비하는 것이 내 몫이다." -어떤 점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면서 준비하나. "1년간 경기를 제대로 못 뛰었으니 타격폼을 조금 바꿔 더 잘 치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전에는 폼이 좀 컸는데, 조금이나마 작아질 수 있게 신경 쓰면서 훈련한다. 어느 순간부터 스윙부터 시작해 너무 밀어치려는 경향이 생긴 것 같다. 그게 자연스러운 과정을 통해 나왔어야 하는데, 억지로 하려고 했던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성적이) 좋았을 때와는 분명히 달랐다. 그래서 그 부분을 깊이 생각해보고, 습관은 어느 정도 나오더라도 최대한 달라지려고 노력하고 있다. 같은 파울이라도 더 강한 스윙에서 나오길 바라는 마음이다. 그 외에는 컨디션이 나쁘지 않다. 시즌 개막 전까지는 큰 이상 없이 잘 준비할 수 있을 것 같다." -지난해 말 유망주들 위주로 진행되는 교육리그에 참가한 것도 이용규의 의지를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데뷔 후 교육리그에 처음으로 가봤다. 신인 시절에도 가본 적이 없었으니까. 후배들에게 뭔가를 보여주려고 했다기보다는, 그저 내 것만 열심히 하려고 했다. 솔직히 가기 전에 많은 부분을 고민했다. 내가 가도 될지, 가서 어떻게 해야 할지. 너무 어린 친구들하고 가니까 여러 가지 걱정도 됐다. 하지만 결국 다짐한 건 하나였다. 그냥 내가 하던 대로, 가식적으로 뭔가 하려고 하지 말고 항상 그라운드에서 열심히 하던 모습 그대로만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 모습을 후배들이 좋게 봐준 것 같다." -선수단으로 복귀하면서 이런저런 염려가 많았을 텐데, 주장으로 뽑히면서 어느 정도 안심이 됐을 듯하다. "사실 1년 떠나 있는 동안에도 선수들과는 워낙 잘 지내고 있었기 때문에 복귀 후 동료들과의 관계에 대해선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오히려 선수들이 내가 괜찮을지 눈치를 보고 염려하는 게 보여서 더 미안했다. 주장을 시켜준 것은 지난해 못한 만큼 올해 그라운드 안팎에서 두 배 더 많이 뛰어달라는 메시지일 수도 있다. 고맙게 생각한다." -주장이 된 뒤 '엄지 척' 세리머니를 만들었는데. "지난해 나는 (TV로 야구를 보는) 시청자 입장이지 않았나. 야구팬의 한 사람으로서 중계를 보는데, 팀 전체가 한 세리머니를 함께하는 모습이 부러워 보였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선수들이 조금이나마 밝아지는 것 같기도 했다. 우리 팀이 지난 시즌 초반부터 하위권에 머물다 보니 분위기가 전체적으로 침체돼 있었는데, 경기 중에 그런 세리머니를 한다면 다른 선수가 던지거나 칠 때도 하나가 되고 더 집중해서 경기를 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 같았다. 또 팬들은 우리에게 열심히 응원을 해주시는데, 우리는 보답할 게 별로 없었다는 생각을 했다. 선수와 팬이 함께할 수 있는 세리머니가 생기면 팬들이 야구장에 와서 응원할 때 또 하나의 재미도 있는 것 같고, 소통할 수 있는 분위기도 조성될 것 같았다. 우리가 엄지를 들 때 팬들도 똑같이 받아주면 정말 좋을 것 같다." -세리머니 얘기를 들은 선수들 반응은 어땠나. "처음에는 일부러 모두에게 얘기하지 않았다. (김)태균이 형을 비롯한 고참 형들에게만 '후배들이 잘하면 은근슬쩍 한번 씩 해달라'고 부탁했다. 점점 자연스럽게 선수들이 따라하게 되면 캠프 중간 쯤 '우리가 올해 이 세리머니를 하기로 했다'고 귀띔해주려고 했던 거다. 처음부터 무작정 하라고 하면 너무 억지스러울 것 같아서였다. 그런데 본의 아니게 선수들이 너무 빨리 알게 됐다.(웃음) 지금은 자연스럽게 누가 엄지를 치켜세우면 상대방도 같이 해주고 있다." -동작을 '엄지 척'으로 정한 이유는? "그 동작에 여러 가지 의미가 많은 것 같다. '멋있다'도 되고, '잘했다'도 되니까. 너무 장난스럽게 하고 싶지는 않았고, 심플하면서도 세련되게 하고 싶은 마음에 여러 후보를 놓고 고민하다 그것으로 결정했다." -남다른 마음으로 시작하는 시즌이다. 올해 팀의 목표와 개인의 목표는 무엇일까. "일단 팀 전체적으로는 끈질기고 재미있는 야구를 하는 것이다. 나부터 변하려고 한다. 선수들에게 올해는 땅볼 하나를 치더라도 무조건 전력질주를 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렇게 열심히 하다 보면 선수들끼리 서로 믿음이 생기면서 밝게 야구할 수 있을 것이고, 팬들도 더 야구장에 모이고 싶다는 마음이 들 것이다. 한화 야구가 많이 달라졌다는 얘기, 팀이 활기차고 밝아졌다는 얘기를 듣고 싶다. 반면 나 개인적으로는 정말 큰 욕심이 없다. 그저 시즌이 끝나고 '이용규라는 선수가 2020년에는 참 잘했다'라는 얘기를 들을 수 있다면, 그게 가장 큰 성공일 것 같다." 배영은 기자 2020.03.04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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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 캠프인터뷰] '1년 계약' 김태균, "마지막은 후회 없이, 직접 결정하고 싶다"

꽤 오랜 시간, 한화 김태균(38)은 팬들의 박수만큼이나 손가락질에도 익숙해져야 했다. 팀 성적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팀 간판스타가 별다른 활약을 하지 못하자 비난의 화살이 한 곳으로 집중됐다. 묵묵히 견뎠지만, 결과는 아팠다. 지난 시즌을 마친 뒤 세 번째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은 그는 총액 10억원에 1년짜리 계약을 했다. 구단은 2년까지 계약기간을 보장해주려 했지만, 김태균이 직접 "깔끔하게 1년만 계약하고 내년에 다시 평가받겠다"고 했다. 자신의 가치와 자존심은 스스로 지켜내고 말겠다는 명예회복의 의지다. 절치부심. 올해 김태균은 오직 그 한 단어만 떠올린다. 타석에 설 때마다 다시 한 번 팬들을 기대하게 만들고, '역시 다르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한다. 야구 인생 대부분을 팀의 간판이자 대표 스타로 살았던 선수. 소속팀을 넘어 국가대표팀에서도 중심을 지켰던 강타자. 김태균은 처음으로 실감한 현실의 벽 앞에서 다시 시계바늘을 뒤로 돌리기로 했다. 미국 애리조나주 메사에서 스프링캠프에 한창인 그는 "이대로 흐지부지 마침표를 찍으면 나중에 큰 후회를 할 것 같았다"며 "끝이라는 마음으로 모든 것을 쏟아 붓고, 내 마지막은 후회 없이 내가 결정하고 싶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스프링캠프 분위기는 어떤가. "한용덕 감독님께서 선수들 분위기를 편하게 이끌어 주시고, 선수들이 힘들 때는 알아서 조절도 잘 해주신다. 또 (이)용규가 주장을 맡으면서 캠프에 오기 전부터 각오를 단단히 하고 준비를 많이 해온 것 같다. 젊은 선수들과 잘 어울리려 하고, 나를 비롯한 베테랑 선수들과의 사이에서 가교 역할도 잘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젊은 선수들도 밝게 훈련을 잘 하고 있어서 팀 분위기는 전체적으로 좋은 것 같다." -이번 캠프에서 스스로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부분은? "공을 배트 중심에 정확히 맞추려 하고 있다. 연습할 때는 잘 되는데, 실전에서는 아직 잘 안 된다. 주위가 산만해서 그런가. (웃음) 일단 지금은 연습량을 늘려서 컨디션을 일부러 다운시켜 놓으려고 하고 있다. 개막에 맞춰서 끌어 올려야 하니까. 그래서 지금 몸이 굉장히 무겁고 지치고 힘들다. (웃음)" -살이 많이 빠진 것 같다. "체중을 재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는데, 다들 많이 빠진 것 같다고 하더라. 특별히 감량하려고 한 건 아닌데 웨이트 트레이닝 시간이 늘어서 그런 것 같다. 이전에는 캠프 때 기술 훈련이 많아 웨이트 트레이닝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별로 없었다. 올해는 웨이트 트레이닝에 조금 더 집중하다 보니 살도 조금씩 빠지는 것 같다." -세 번째 FA가 돼 1년 계약을 했다. 스스로에게도 도전이라고 했는데. "새로운 마음가짐이 필요했다. 지금 내 나이 정도의 선수에게 기간을 보장 받지 못하는 1년 계약은 분명 모험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나 개인적으로도 새로운 계기가 필요해서 그런 선택을 했다. 처음 팀에 들어왔던 신인 때, 내 자리를 잡으려고 치열하게 운동했던 그 시기처럼 이번 시즌을 만들어 가야한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나 자신에게도 '도전'이 될 수밖에 없다." -이번 FA 협상을 통해 지난 두 차례 계약 때와는 달라진 현실을 실감했나. "상황이 달라졌다기보다는 나 자신이 많이 부족했다는 점을 당연히 느끼게 됐다. 그 전에 계약할 때와는 시장 분위기부터 모든 게 달랐다. 그 전에는 (다른 팀에서) 서로 오라고 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으니까. 어쩔 수 없는 현실 아니겠나. 그런 부분을 받아들여야 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새로운 계기가 필요했다." -1년 계약 결정도 그렇게 동기를 부여하겠다는 의미였나. "그렇다. 어차피 이번 시즌이 나의 끝은 아니라고 생각했기에 1년 계약을 했고, 내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올해 잘해서 실력으로 인정 받고 싶다는 생각이 있기도 했고, 나 스스로 납득하지 못하는 성적을 내고도 장기 계약을 보장 받았다고 그냥 남아 있는 것은 싫었다. 1년 계약을 해놓으면, 내가 납득이 안 되고 한계라는 것을 느낄 때 쉽게 내려놓을 수 있는 거 아닌가. 그런 의미도 포함된 것 같다. 물론 그런 선택을 하지 않기 위해 다시 마음을 잘 잡는 게 먼저다." -현역 생활의 마지막은 스스로 결정하고 싶었다는 뜻으로 들린다. "은퇴한 뒤 후회할 일을 만들고 싶지 않았다. 2~3년 계약을 해놓고 마지막에 흐지부지 끝내면, 그 후에 많이 후회할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렇기에 이런 결정을 하기까지 많은 생각을 했다. 결국은 '마지막이다'라는 마음으로 모든 것을 쏟아 붓고, 그때 어떤 결정을 하든 후회 없는 선택을 하고 싶다는 결론을 내렸다. 또 누가 알겠나. 갑자기 메이저리그에 도전하겠다는 마음이 생길지. (웃음) 어쨌든 마지막은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 싶었다." -한화팬들에게 김태균은 특별한 존재다. 한화도 김태균에게 특별한 팀일 듯한데. "누구나 하는 말이겠지만, 내가 처음 입단해 프로 선수의 꿈을 이룬 팀이고 '선수 김태균'을 만든 팀이니 당연히 각별하지 않겠나. 내가 자란 지역 연고(천안 북일고 출신) 구단이니 운동하면서 계속 입단을 꿈꿨고, 그 유니폼을 입게 돼 흥분되고 설레는 마음도 컸다. 장종훈, 송진우, 정민철 같은 대선수들과 한 팀에서 뛰게 됐을 때는 기분도 남달랐고 많은 것을 배우기도 했다. 또 지금 감독님, 코치님, 단장님처럼 어려운 시기를 함께 겪고 선후배 관계로 서로 잘 버텨왔던 분들이 한 팀에 함께 계시니 선수들에게도 힘이 되고 목표 의식도 생기는 것 같다. 나도 그렇고, 젊은 선수들도 '앞으로 더 잘해서 저런 모습이 되어야지' 하는 생각을 하게 되니까. 아무래도 '원 팀'이라는 의식이 생긴다." -한화의 좋은 시절, 어려운 시절을 다 겪은 선수로서 최근 어떤 생각을 많이 하나. "내가 한국시리즈 준우승(2006년) 멤버 아닌가. 생각해 보면 그땐 어린 시절이라 선배들 모두 개인 기량이 출중했고 후배들을 잘 이끌어줬다. 다른 걱정을 크게 안 하고 내 할 일만 알아서 해도 되는 분위기였다. 좋은 선수들이 위에서 중심을 잡아 주고 믿음을 줘서 팀이 잘 된 거라고 생각한다. 반대로 최근 수 년 간 팀이 좋지 않았던 건 결과적으로 나를 비롯한 고참들이 중심을 잘 못 잡아서 그런 게 아니겠나. 그런 부분에서 개인적으로 책임을 많이 느끼고 있다." -하지만 한화 베테랑 선수들도 후배들을 잘 이끌기 위해 애쓰고 있다고 들었다. "다들 노력을 많이 하고 있다. 이용규, 최진행, 송광민, 이성열, 정우람, 안영명, 윤규진 같은 고참 선수들이 늘 책임감을 갖고 후배들을 이끌고 있다. 물론 그런 선수들이 그동안 없었다는 의미는 아니다. 결국 모든 것은 결과로 말할 수밖에 없지 않나. 그래서 이런 말을 할 수밖에 없다. 2018년에 좋은 분위기를 잘 만들었는데, 지난해 다시 성적이 떨어져서 그게 가장 아쉽다. 올해 다시 포스트시즌에 올라가려면 내 역할도 중요하니, 나 역시 더 잘해서 분위기를 잘 만들어보고 싶다." -어느 정도 성적을 내야 스스로 올해는 '성공'이라고 판단할 수 있을까. "20년 가까이 야구를 하면서 한 번도 내 목표를 수치로 정해보지는 않았다. 다만 시간이 흐른 만큼 팬분들이나 구단, 감독님, 코치님들이 과거에 기대했던 김태균과 현재의 김태균은 많이 달라져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예전만큼은 어렵겠지만, 적어도 땅에 떨어진 신뢰와 믿음만큼은 다시 회복하고 싶다는 마음이다. 예전처럼 타석에 김태균이 나오면 '뭔가 하나 해낼 것 같다'는 기대를 하실 수 있게, 그렇게 해보고 싶다. '역시 김태균'이라는 얘기를 듣고 싶다." 배영은 기자 2020.03.03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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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 캠프인터뷰] 정우람, "무옵션 4년 계약? 나 자신과 약속한 옵션 있다"

"구단이 정한 옵션은 없죠. 하지만 저 자신이 스스로에게 부여한 옵션은 있습니다." 어느 포지션이든, 정상에 올라선 선수에게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한화 마무리 투수 정우람(35)이 그렇다. 정우람은 지난 시즌이 끝난 뒤 두 번째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었다. 소속팀과 나이, 경력, 성적을 불문하고 대부분의 선수들에게 차갑기만 했던 FA 시장. 그러나 정우람에게는 예외였다. 한화는 30대 중반으로 접어든 마무리 투수에게 4년의 계약 기간을 보장하고 총액 39억원을 안겼다. 무엇보다 최근 FA 선수들의 계약에 반드시 따라 붙는 '성적 옵션'을 단 하나도 달지 않았다. 베테랑 선수에게 이보다 확실한 믿음의 표현은 없다. '투수 정우람'은 굳이 옵션을 걸지 않아도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구단의 확신을 보여준 것이나 다름없다. 정우람 역시 그 뜻을 잘 알고 있다. '무옵션'으로 얻게 되는 심리적 이점을 고스란히 마운드 위에서 결과로 돌려 주겠다는 마음가짐이다. 스스로에게 매년 '자체 옵션'을 부여하고 그 수치를 이뤄내는 것. 오랜 기간 리그 톱클래스 마무리 투수였던 정우람의 약속이자 자존심이다. 지난 4년간 한결같은 안정감으로 한화의 뒷문을 지켜 온 그는 이제 다가올 4년도 그 누구보다 성실하게 앞으로 나아갈 생각이다. 정우람은 "한화가 내 마지막 소속팀이라는 생각으로 뛰고 있다. 좋은 계약은 그 와중에 덤으로 따라온 것"이라며 "남은 4년도 부상 없이 공을 던지면서 선배들, 후배들과 좋은 팀을 만들어 가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한화에서 새로운 4년의 출발을 맞이하게 됐다. "계속 몸 담았던 팀이니 출발이 아니라 '연장'이다. (웃음) 지난 4년간 좋은 선수들과 좋은 시간을 보냈으니, 앞으로의 4년도 그 연장선이라 생각하면서 잘 보내고 싶다. 개인 성적을 떠나 지난 4년처럼 부상 없이 계속 해나가다 보면 한화가 좀 더 발전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2018년 구원왕에 올랐지만, 지난해엔 세이브 기회 자체가 많지 않았다. 올해는 더 많이 나갈 수 있을까? "그렇다. 올해는 지난 시즌보다 더 많이 나갈 것 같다는 느낌이 온다. 젊은 선수들이 지난 2년간 여러 경험을 쌓은 결과가 이번 캠프에서 좋은 모습으로 나타나는 것 같다. 2년 사이 성공과 실패를 모두 겪었으니, 이전보다 성숙하고 앞으로 계속 그래프가 상승하는 한 해가 되지 않을까." -한화 베테랑 선수들이 입을 모아 '젊은 선수들이 좋아졌다'는 얘기를 하고 있다. 어떤 점이 지난해와 가장 많이 달라 보이나. "여유가 많이 느껴진다. 스스로 어떤 방향으로 훈련해야 할 것인가를 알고 있다. 본 경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 실력을 발휘하는 것인데, 그 '실력 발휘'를 위해 내가 캠프에서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에 대해 선수들 본인이 어느 정도 정립된 것 같다. 또 운동할 때 집중력이 높으면서도 여유가 조금씩 묻어나오니 고참들 입장에서는 지난 2년보다 잔소리할 부분이 많이 줄었다. 또 중간급 선수들은 선배들이 잘했던 부분을 후배들에게 잘 대물림해주려는 노력을 많이 하고 있어서 팀 전체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지난 FA 시장이 잔뜩 얼어붙은 가운데서도, 일찌감치 한화와 옵션 없는 4년 계약을 원만하게 마쳤다. "원하던 계약기간 4년을 보장 받았고 성적에 따른 옵션도 없으니 더 이상 시간을 끌 이유가 없었다. 곧바로 도장을 찍지 않는 게 오히려 이상하지 않나. (웃음) 나이도 있고 시장 분위기도 예전하고 달라서 걱정을 하기도 했지만, 처음부터 개인적으로 큰 욕심을 내기보다 한화에서 좀 더 오래 뛰면서 선배들, 후배들과 함께 좋은 팀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가장 컸다. 그런 마음을 가진 와중에 덤으로 좋은 계약까지 따라온 거라고 생각한다. 그 결과에 맞게 책임감을 느끼고 열심히 해야할 것 같다." -옵션이 없어서 성적에 대한 부담을 크게 덜었을 듯하다. "표면적으로는 그렇다. 그러나 나 개인적으로는 스스로에게 옵션을 걸고 있다. 그 옵션을 달성하겠다는 마음으로 4년을 뛰려고 한다. (나만의 목표라) 정확한 수치는 공개할 수 없지만, 작은 숫자는 아니다. 대부분 생각하는 큰 틀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내가 잘 해야 팀에도 플러스가 되기 때문에 스스로 '이 정도는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옵션을 정하고 뛸 것이다." -그렇다면 '정우람 옵션'을 달성하면 어떤 보너스를 받나. "내가 나 스스로에게 상을 주면 되지 않을까. 아직 아내와 합의되지 않은 얘기이긴 하지만(웃음), 1년에 특정 금액을 정해놓고 그 안에서 나 자신에게 선물을 하면 좋을 것 같다. 나 나름의 동기 부여가 될 것 같다." -한화에서 더 뛰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 계기가 있나. "어느 선수든 '지금 내가 소속된 팀이 나의 마지막 팀이 됐으면 좋겠다'고 바랄 것이다. 예전에 다른 팀에서 뛸 때도 그랬고, 지금 한화에서도 그렇고, 늘 그런 마음으로 야구를 해왔다. 사람 일은 어떻게 될지 모르니 언제 어떻게 소속팀이 바뀌게 될 지도 모르는 거지만, 어쨌든 내가 한 팀에 몸 담게 되는 순간 그 팀에서 내 야구인생을 마무리한다고 생각하면서 공을 던져야 한다. 그래야 잡생각 없이 내 야구를 할 수 있다." -한화는 2018년 포스트시즌에 오른 뒤 지난해 유독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다. 올해는 '엄지 척' 세리머니까지 만들면서 모두가 재도약을 바라고 있는데. "일단 지난해의 아쉬운 부분들을 선수들은 이제 거의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이미 잊었다. 매년 그렇듯이 올해는 새로울 출발이고, 다들 서로 다른 각오는 있겠지만 더 편하고 재미있게 야구하려는 모습도 많이 보인다. 새 주장 (이)용규가 선수들을 위한 세리머니도 만들고 어린 선수들이 놀이터처럼 더 편하게 훈련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잘 만들어주는 것 같다. 베테랑들 역시 지난해 비록 실패는 했지만, 괜히 힘이 들어가서 올해 만회하려고 하기보다 운동장에서 최선을 다할 수 있는 방법만 생각하고 있다. 그게 지금 한화의 분위기다." -'엄지 척' 세리머니는 마음에 드나. "주로 안타를 치고 나서 하는 동작인데, 나는 타자가 아니라서 자주 할 일은 없을 것 같다. 세이브하고 난 뒤에는 그것보다 더 큰 액션을 보여줘야 할 것 같다. (웃음) 지난해 다른 팀 세리머니들을 보면, 어떤 동작인가를 떠나 (단체 세리머니를 시도하는) 시도와 분위기 자체가 좋아 보였다. 우리 팀에도 도움이 될 것 같다." 배영은 기자 2020.03.02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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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 캠프인터뷰] 고영민 "유니폼 입게 돼 감사하다, 새로 시작"

가장 늦게 FA(프리에이전트) 계약을 맺은 두산 고영민(32)이 다시 스파이프 끈을 단단히 조여맨다.그는 "다시 유니폼을 입게 된 것에 감사하다"며 새로운 마음가짐을 얘기했다.2002년 두산 2차 1라운드로 입단한 고영민은 14년 만에 첫 FA 자격을 취득했다. 그런데 원소속구단, 타구단 협상 기간에도 계약에 실패했다. 결국 스프링캠프 출발 이틀 전인 지난달 13일 두산과 1+1년간 총액 5억원(연봉 1억5000만원·인센티브 2억원)에 계약했다. 유일한 FA 미아였던 고영민은 결국 원소속구단 두산에 잔류했다.FA 계약이 늦어지며 몸을 만드는데 시간이 부족했다. 결국 캠프 명단에서 제외됐고 이천 베어스 파크에서 훈련을 진행하다 지난 2일 시드니 1차 전지훈련에 합류했다.고영민이 스프링캠프에 지각 합류한 건 프로 입단 후 처음이다. 그는 "이천에서 밸런스를 중점으로 많이 준비해왔다. 한국 보다 따뜻한 호주에서 몸을 만들 수 있어 정말 좋다. 몸 상태도 아주 좋다"고 말했다. 고영민은 4일 정상적으로 타격 훈련을 소화했다. 둥지를 찾는 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려 마음고생이 심할 수 밖에 없었다. 그는 "다 지나간 일이다. 힘들다고 떡 하나 더 주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챙피한 일이다"며 "크게 마음에 두지 않으려 한다"고 답했다. 그는 "유니폼을 입는 것에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한다. "언제 유니폼을 벗을 지 모르겠지만 그라운드에서 야구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는 게 그의 얘기다.고영민은 2006년부터 두산의 주전 2루수를 맡았다. 넓은 수비 범위를 바탕으로 2루수와 우익수를 합친 '이익수'란 애칭도 얻었다. 금메달 신화를 쓴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선 주전 2루수로 활약했다.하지만 이후 출전 시간이 점점 짧아지더니 크고 작은 부상 속에 백업 2루수로 밀려났다.지난해는 허리 부상으로 41경기에 출장하는데 그쳤다. 선발보다는 주로 경기 중후반 대타, 대수비, 대주자로 나왔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 "허리가 좋지 않은 고영민의 기용을 놓고 항상 고민했다. 우리팀의 히든카드였다. 딱 한 번 기용하려 했다. 다만 무리하다 부상으로 아웃되면 엔트리 교체도 안 되니 타이밍을 기다렸다"고 밝혔었다. 고영민은 몸 상태를 회복했다. 그는 "허리는 전혀 문제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진 그의 한 마디는 큰 각오를 담고 있다. 고영민은 "올해는 '허리 어떻냐'는 질문보다 '컨디션은 좋냐'는 질문을 많이 받게끔 하려 노력 중이다"며 "이제 부상 염려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건강한' 고영민은 여전히 매력적인 내야수다. 수비력은 이미 검증 받았고, 주루 플레이도 능하다. 지난해 타석은 적었지만 타율 0.328(67타수 22안타)를 기록했다. 김태형 감독은 "영민이의 주루 플레이는 국내 최고다. 1점차 승부에서 누상에 나가면 상대 배터리의 혼을 뺏어온다"고 크게 칭찬했다. 고영민의 각오도 남다르다. 그는 "항상 경쟁이라 생각한다. 예전에도 어린 후배들을 보며 '잘못하면 혼자 낙오되겠다'는 생각도 가졌다"며 주전 경쟁에 대한 각오를 내비쳤다. 힘겨운 2015년을 보낸 고영민은 희망찬 2016년을 준비한다. 그는 "지금은 기분이 상쾌하다. 새로운 마음으로 다시 할 수 있는 것만으로 감사하다. 그 동안의 짐은 다 떨쳐냈고, 새로 시작하는 기분으로 시드니에 왔다"고 밝혔다. 시드니(호주)=이형석 기자 2016.02.0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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