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늦게 FA(프리에이전트) 계약을 맺은 두산 고영민(32)이 다시 스파이프 끈을 단단히 조여맨다.
그는 "다시 유니폼을 입게 된 것에 감사하다"며 새로운 마음가짐을 얘기했다.
2002년 두산 2차 1라운드로 입단한 고영민은 14년 만에 첫 FA 자격을 취득했다. 그런데 원소속구단, 타구단 협상 기간에도 계약에 실패했다. 결국 스프링캠프 출발 이틀 전인 지난달 13일 두산과 1+1년간 총액 5억원(연봉 1억5000만원·인센티브 2억원)에 계약했다.
유일한 FA 미아였던 고영민은 결국 원소속구단 두산에 잔류했다.
FA 계약이 늦어지며 몸을 만드는데 시간이 부족했다. 결국 캠프 명단에서 제외됐고 이천 베어스 파크에서 훈련을 진행하다 지난 2일 시드니 1차 전지훈련에 합류했다.
고영민이 스프링캠프에 지각 합류한 건 프로 입단 후 처음이다. 그는 "이천에서 밸런스를 중점으로 많이 준비해왔다. 한국 보다 따뜻한 호주에서 몸을 만들 수 있어 정말 좋다. 몸 상태도 아주 좋다"고 말했다. 고영민은 4일 정상적으로 타격 훈련을 소화했다.
둥지를 찾는 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려 마음고생이 심할 수 밖에 없었다.
그는 "다 지나간 일이다. 힘들다고 떡 하나 더 주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챙피한 일이다"며 "크게 마음에 두지 않으려 한다"고 답했다. 그는 "유니폼을 입는 것에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한다. "언제 유니폼을 벗을 지 모르겠지만 그라운드에서 야구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는 게 그의 얘기다.
고영민은 2006년부터 두산의 주전 2루수를 맡았다. 넓은 수비 범위를 바탕으로 2루수와 우익수를 합친 '이익수'란 애칭도 얻었다.
[ 고영민의 활약은 대한민국의 2008년 베이징올림픽 금메달을 이끌었다. ]
금메달 신화를 쓴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선 주전 2루수로 활약했다.
하지만 이후 출전 시간이 점점 짧아지더니 크고 작은 부상 속에 백업 2루수로 밀려났다.
지난해는 허리 부상으로 41경기에 출장하는데 그쳤다. 선발보다는 주로 경기 중후반 대타, 대수비, 대주자로 나왔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 "허리가 좋지 않은 고영민의 기용을 놓고 항상 고민했다. 우리팀의 히든카드였다. 딱 한 번 기용하려 했다. 다만 무리하다 부상으로 아웃되면 엔트리 교체도 안 되니 타이밍을 기다렸다"고 밝혔었다.
고영민은 몸 상태를 회복했다. 그는 "허리는 전혀 문제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진 그의 한 마디는 큰 각오를 담고 있다. 고영민은 "올해는 '허리 어떻냐'는 질문보다 '컨디션은 좋냐'는 질문을 많이 받게끔 하려 노력 중이다"며 "이제 부상 염려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건강한' 고영민은 여전히 매력적인 내야수다. 수비력은 이미 검증 받았고, 주루 플레이도 능하다. 지난해 타석은 적었지만 타율 0.328(67타수 22안타)를 기록했다.
김태형 감독은 "영민이의 주루 플레이는 국내 최고다. 1점차 승부에서 누상에 나가면 상대 배터리의 혼을 뺏어온다"고 크게 칭찬했다. 고영민의 각오도 남다르다. 그는 "항상 경쟁이라 생각한다. 예전에도 어린 후배들을 보며 '잘못하면 혼자 낙오되겠다'는 생각도 가졌다"며 주전 경쟁에 대한 각오를 내비쳤다.
힘겨운 2015년을 보낸 고영민은 희망찬 2016년을 준비한다.
그는 "지금은 기분이 상쾌하다. 새로운 마음으로 다시 할 수 있는 것만으로 감사하다. 그 동안의 짐은 다 떨쳐냈고, 새로 시작하는 기분으로 시드니에 왔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