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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일반

아티스트 배드보스, 한국전쟁 75주년 맞아 의미있는 선물건네

팝아티스트 배드보스가 한국전쟁과 노근리사건 75주년을 맞아 미국 워싱턴 D.C 쉐라돈 펜타곤 시티 호텔에서 열린 '한국전쟁 75주년, 과거를 넘어 미래로'에 참가했다.그는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신속하게 참전 결정을 내린 해리 트루먼 대통령의 손자 클리프트 트루먼 다니엘에게 자신의 작품 '더 플라워 오브 피스'를 전달했다. 클리프트 트루먼은 이날 기조 연설자로 나서 "할아버지는 한국을 도우러 가는 데 주저하지 않았습다"며 "1950년 6월 24일 미주리주 인디펜던스의 자택에서 북한의 남침 소식을 전화로 들은 뒤 참전을 결정하기까지 10초도 채 걸리지 않았다고 한다"고 전했다.이어 그는 에이브러햄 링컨 전 대통령의 1863년 게티즈버그 연설을 인용하면서 "한국군과 미군, 유엔군은 헛되이 싸우지 않았다"면서 "세계는 그들을 잊지 않을 것이고 한국은 그들이 싸우며 고귀하게 진전시킨 미완의 과업에 계속 헌신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해 감동을 전했다. 배드보스는 역사적인 인물과 한국의 독립투사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대중들에게 선보여 역사적인 메시지를 되새기는 한국의 팝아트 작가이다. 그는 도산 안창호를 그려 서대문 형무소 역사관에 기증, 안중근 의사를 그려 안중근 의사 기념관에 기증하였으며 최근 KBS 아침마당에서 공개한 윤봉길 의사의 팝아트 작품도 대중들에게 많은 감동을 주었다. 그 외에도 조선의 마지막 공주 덕혜옹주를 그려 제54회 일본 국제 미술 공모전 신원전에서 국제 대상을 수상해 일본에도 역사적 메시지를 던졌다. 이번 조각 작품 '더 플라워 오브 피스'는 조각 작품으로 노근리평화재단 정구도 이사장의 손과 유엔군의 손을 3D 프린팅 기법과 몰드로 떠서 완성했다. 배드보스는 "이 조형물은 한국전쟁과 노근리 사건 75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제작되었다. 치유와 회복의 손으로 감싼 노근리 쌍굴다리에는 이제 총탄의 흔적은 사라지고 화해와 평화의 꽃이 피어오릅니다"라고 설명했다. 이날 추모 공연은 모모랜드 전 멤버 태하가 추모곡 '날개를'를 열창해 장중에 감동을 전했다. 축사에는 주미국대사관 조기중 총영사가 축사를 했으며, 한미동맹의 산 증인인 존 H. 틸러리 전 주한미군사령관이 클리프트 트루먼 다니엘과 함께 기조 연설자로 나섰으며 한국전쟁 영웅 윌리엄 웨버 대령의 손녀 데인 웨버와 뉴욕 타임즈의 에릭 윌슨 등 많은 인사들이 포럼에 참가했다. 김지혜 기자 jahye2@edaily.co.kr 2025.07.31 18:08
드라마

‘굿보이’ 이상이, 총상 입고 바닷속 추락…박보검 절규

JTBC ‘굿보이’ 이상이가 총상을 입고 바닷속으로 추락하는 충격 엔딩이 펼쳐졌다. 지난 28일 방송된 ‘굿보이’ 9회 시청률은 전국 5.7%, 수도권 5.6%를 기록했다. (닐슨코리아 유료가구 기준)윤동주(박보검)를 비롯한 강력특수팀이 민주영(오정세)의 중동터널 기습 작전에 치명타를 입었다. 특수팀은 악의 카르텔에 맞서 국가대표 액션으로 치열한 사투를 벌였지만, 마약 원료 증거물 모두를 탈취당했고, 그 와중에 지한나(김소현)의 행방마저 묘연해졌다. 통신철탑, CCTV, 블랙박스까지 무력화시킨 철저한 작전에 단서 확보조차 어려운 상황이었다.특수팀이 궁지에 몰린 가운데 한줄기 빛이 솟았다. 증거물 탈취를 두고 볼 수만은 없어 트레일러에 몰래 잠입했던 지한나가 자신의 옷가지와 신발 등 팀원들이 추적할 수 있는 단서를 남긴 것. 물건을 옮겨 실은 화물차량 번호를 써 흘려 놓은 목장갑은 결정적이었다. 윤동주와 김종현(이상이)은 지한나의 의도대로 그 흔적을 좇아 수사에 박차를 가했다.하지만 그 사이, 민주영의 계략에 상황이 악화됐다. 시위대가 인성시장(성지루)에게 부상을 입히는 테러쇼를 벌여, 조판열(김응수) 청장이 엄단한 대응 지시를 내린 것. 모든 인력이 테러 진압에 배치되면서, 특수팀은 경찰이 실종됐는데도 지원조차 받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게다가 조청장의 압박으로 수사는 손발이 묶일 위기에 처했다.하지만 특수팀은 조청장의 감시를 피해 인성시 어둠의 정보를 꿰고 있는 김금남(박철민)의 전당포로 작전본부를 옮겼다. 그리고 민주영의 지시로 특수팀을 함정에 빠트린 광세(정재원)가 밀항하기 전 붙잡는데 성공했다. 광세가 실토한 정보는 민주영이 일본 야쿠자와 거래를 앞두고 있는데, 전에는 이를 수감된 금토끼(강길우)가 담당했다는 것. 이에 특수팀은 금토끼가 활동했던 지역을 바탕으로 거래 장소를 좁혀나갔다.그 시각, 마약 화물선에 잠입해 있던 지한나는 레오(고준)의 권총 ‘토카레프’에 새겨진 고양이 문양을 목격하고 충격에 빠졌다. 경찰이었던 아버지의 사망 사건 수사 파일에 기록된 총상, 러시아제 토카레프, 러시아 마피아 검은 고양이 연루 등의 단서가 레오를 가리키고 있었기 때문. 하지만 그것도 잠시, 민주영에게 발각되는 바람에 시체가 든 컨테이너에 갇히는 위기에 처했다.그런데 컨테이너 문이 닫히기 직전, 지한나가 레오를 향해 지난 2008년 발생한 러시아 마피아 총격 사건과 그때 사망한 경찰이 자신의 아버지란 사실을 알렸다. 그리고 레오가 지한나의 아버지를 총으로 쏘는 과거 회상이 이어졌다. 그는 지한나를 아무 말없이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쓴웃음을 지었다. 그녀의 고백이 앞으로 어떤 파장을 불러올지, 레오를 향한 복수 서사의 서막을 짐작게 하는 대목이었다.컨테이너에 갇힌 지한나는 앞서 민주영 일당과 격투를 벌이던 중 몰래 낚아챈 휴대폰으로 112 긴급신호 전화를 걸어, 인성대교가 보이는 조선소란 단서를 남겼다. 특수팀은 금토끼 활동 지역과 지한나의 신고 녹음 파일을 바탕으로 금포조선소 화물선 빅토리호에 그녀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내 구출 작전에 돌입했다.윤동주와 김종현은 화물선에서 마침내 지한나를 찾아냈지만, 이미 민주영의 부하들에게 포위된 상황이었다. 윤동주는 온몸으로 공격을 막아내 탈출로를 만들었고, 김종현은 지한나를 부축해 출구로 향했다. 하지만 갑판을 막아 선 레오의 총구가 두 사람을 겨눴다. 김종현은 지한나 대신 총탄을 맞고 심연 속으로 빠져들었다. 그를 향해 포효하듯 내달린 윤동주의 엔딩에 안방극장도 충격에 빠졌다.이날 방송에서는 과거 김종현이 지한나를 구하려다 발목 부상을 당했고, 결국 국제대회 펜싱 결승전에서 균형을 잃고 검에 눈이 찔리는 사고로 이어졌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로 인해 그는 아직도 뾰족한 것만 보면 몸이 얼어붙는 트라우마를 시달렸다. 사랑하는 그녀를 향한 김종현의 변치 않은 헌신이 안타까움을 자아낸 가운데, 그가 다시 이날의 부제였던 알레(‘시작’을 의미하는 펜싱 용어)로 나아갈 수 있을지 다음 회에 대한 기대 역시 증폭됐다. 유지희 기자 yjhh@edaily.co.kr 2025.06.29 08:42
생활문화

[정다정 다정다감] 삶에는 쉬는 시간이 필요하다

대한민국 서울은 무엇이든 빠르고 정확해야 하는 도시다. 광화문에 회의가 있어서 갔다가 친한 언니네 회사 구내식당에서 밥을 먹었다. 메뉴도 정해져 있고, 더 간단히 먹을 수 있는 도시락도 준비되어 있었다. 신속하게 닭고기 덮밥 도시락을 선택하고, 20분 만에 밥을 해치우듯 먹었다. 밥을 효율적으로 먹고 나니 점심시간이 많이 남았다. 커피를 마시러 어디로 가지 고민하다가 덕수궁에 가기로 했다. 덕수궁은 서울 한가운데 고층 건물로 둘러싸여 있으면서도 고즈넉해 딴 나라에 온 듯한 느낌을 준다. 타임머신을 타고 조선왕조로 돌아간 것 같기도 했다. 햇볕이 골고루 따스하게 내리쬐는 걸 보면 왕들이 살만한 참 좋은 터라는 생각이 들었다. 뉴요커들은 센트럴 파크를 사랑하고 자랑스러워한다는데 나는 덕수궁이 꼭 그렇다. 고궁을 사랑하는 언니는 본인은 세도정치를 이끈 ‘안동 김씨’라 궁에 오면 편안하다는 농담을 했다. 입장료는 1000원이지만 10회권을 끊으면 3000원 밖에 안 한다는 팁도 알려줬다. 구석구석 걸어 다니면서 중화전의 돌에 남아 있는 총탄 자국도 보여주고, 아름드리 살구나무도 알려줬다. 궁을 애정하는 사람이랑 다니니 그동안 보지 못했던 궁이 새롭게 보였다. 작은 연못이 바라다보이는 카페에 자리가 나기를 기다리면서 덕수궁 담벼락 앞 나무 의자에 앉았다. 가만히 앉아있으니 아침나절에 살짝 뿌린 비도 나뭇잎 위에서 한 방울 떨어지고, 갑자기 어디선가 날아온 새도 보였다. 긴 다리로 호수를 걷듯이 지나가는 새를 보며, 이 호수가 꽤 얕은가 보다 생각했다. 친구가 새똥을 맞은 이야기며, 학교에서 스쿠터를 타다 새와 부딪혀 기절한 선배의 이야기며. 어처구니없지만, 이상하게 위로가 되는 그런 이야기들을 나눴다. 인생은 가끔 그렇게 웃기고 이상한 일투성이니까.덕수궁과 나의 인연은 생각보다 오래됐다. 대전에서 중학교에 다니던 어느 날, 아빠 친구 아들이 외국어고등학교를 갔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도 서울의 외국어고등학교에 지원하기로 했다. 그때 아빠는 광주에서 직장 생활을 하셨기에, 서울 유학 생활은 이모네 집에서 지냈다. 유치원 시절에도 부모님이 오지에 근무하셔서 혼자 서울 이모네 집에 같이 산 적도 있었기에 사촌들이 낯설지는 않았다. 이모도 엄마 이상으로 잘 해주셨다. 다만 새로운 학교와 생활에 적응하느라 나의 마음에도 그늘이 살짝 있었다. 가끔은 엄마가 보고 싶기도 했다. 그때 나의 마음을 어루만져 준 것은 덕수궁이었다. 어떤 계기였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시험이 끝나면 항상 지하철을 타고 덕수궁에 갔다. 꾸벅꾸벅 졸다가 서울역을 지나쳐 대전으로 못 내려간 날도 집에 그냥 가지 않고 덕수궁을 찾았다. 멋들어지게 큰 대한문을 지나서 벚나무들이 길게 늘어선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석조전 앞 분수대가 바로 보인다. 나는 늘 중화전 왼편으로 돌아가 돌 위에 앉았다. 따뜻한 햇볕이 내리쬐는 그 자리에 몇 시간이고 앉아 있었다. 어느 날은 분수가 시원하게 켜지기도 했다. 교복 치마를 입고 혼자 덕수궁 중화전의 돌 위에 앉아 있던 그 시간이, 내 인생의 여유와 봄날이었다. 언제 가도 그 자리에 굳건히 있는 내 자리. 갑자기 그때 생각이 났다.나는 여전히 빠르게 움직이는 서울에 살고 있다. 이날도 나는 오전 회의에서 받은 기념품 우산과 음료수를 한 손에 들고 무거운 노트북을 뒤로 메고 “아이고 무겁네” 하면서 덕수궁을 걸어 다녔다. 비가 올까 봐 가방에 우산도 하나 더 있었다. 가지고 있는 것이, 붙어 있는 것이 너무 많다. 몸이 무거우니 마음도 무거울 수밖에.삶에는 쉬는 시간이 필요하다. 멈춰 서서 나무를 보고, 연못을 보고, 오래된 돌 위에 앉아 햇살을 받는 시간. 그건 시간을 낭비하는 게 아니라, 마음에 여유를 주는 일이다. 그 시간이 나를 버티게 했고, 지금의 나를 만든 것이다. 혹시 당신도 너무 바쁘다면, 가끔 덕수궁에 가보는 게 어떨까. 늘 그 자리에 있는 돌 하나가, 당신에게도 몰래 ‘괜찮다’고 말해줄지도 모르니까.정다정 글로벌 IT기업 홍보 총괄 2025.05.22 07:00
골프일반

[뱁새 김용준 프로의 골프모험] 한계란 자신이 스스로 정해버린 것은 아닐까?

사진 속 그는 옛 얼굴을 간직하고 있었다. 수 십 년이 지났는데도 말이다. 뱁새 김용준 프로의 어릴 적 친구 ‘이병식’이 이야기이다. 어려서 그의 이름은 ‘이병묵’이었다. 나중에 바꾸었다고 한다. 이른바 ‘바가지 귀’는 그가 틀림 없다고 확신하게 해주었다. 그는 귀 모양이 특이했다. 태어났을 때 귀를 뒤로 붙여놓는 것을 깜빡 해서 ‘못난’ 귀를 갖게 되었다고 그가 이야기했다. 그는 저수지 바로 아래에 있는 집에 살았다. ‘아시아의 물개’라고 부르는 조오련 선생이 어려서 수영을 했다는 저수지였다. 그의 집 마당에는 줄기와 가지가 마당을 다 덮을 만큼 큰 감나무가 있었다. 그의 아버지는 칠순이 넘어서 그를 가졌다. 그의 아버지는 씨름 대회에서 소를 탄 적도 있다고 했다. 웬만한 어른 몸통만큼 굵은 지겟다리를 보고 뱁새는 짐작했다. 그의 아버지가 천하장사라는 것을. 어느 날이었다. 이병식이가 교과서를 살짝 펼치더니 네 잎 클로버 한 개를 꺼내 주었다. 뱁새는 가슴이 두근거렸다. 평생 처음 네 잎 클로버를 보았으니까. 담임 선생님이 네 잎 클로버에 얽힌 이야기를 해 준 다음날이었다. 나폴레옹이 전장에서 네 잎 클로버를 보고 신기해서 몸을 숙이는 순간 총탄이 스치고 지나갔다는 이야기였다. 그 이야기를 듣고 이병식이가 밭에서 네 잎 클로버를 찾아온 것이다. 책 속에는 네 잎 클로버가 여남은 개나 더 있었다. 신기했다. 뱁새는 이병식이가 준 네 잎 클로버 한 개를 책 속에 고이 끼웠다. 보물이라도 되는 것처럼. 그가 이튿날은 다섯 잎 클로버를 찾았다며 보여주었다. 네 잎도 드문데 다섯 잎이라니! 뱁새는 눈이 커졌다. 며칠 뒤에는 더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그가 여섯 잎 클로버를 가져온 것이다. 믿을 수가 없었다. 혹시 세 잎 클로버 두 개를 붙인 것은 아닌가 하고 요리저리 살펴 보았다. 틀림 없이 여섯 잎 클로버였다. 그리고 제법 여러 날이 지나서였다. 그가 여느 때와는 다른 상기한 얼굴로 책을 펼쳤다. 뱁새 입이 떡 벌어졌다. 거기에는 일곱 잎 클로버가 들어 있었다. 일곱 잎 클로버라니! 뱁새는 마침내 호기심을 이기지 못했다. 주말에 그를 따라 반나절이나 네 잎 클로버를 찾았다. 제 손으로 네 잎 클로버를 제법 여러 개 찾고는 입이 귀에 걸렸다. 그리고 마침내! 다섯 잎 클로버 한 개를 뱁새 눈으로 직접 발견하고 우쭐해 했다. 끝내 여섯 잎 이상은 찾지 못했다. 그래도 여섯 잎 클로버도 있고 심지어 일곱 잎 클로버도 세상 어디엔가 있다는 사실을 뱁새는 두 눈으로 보았다. 다른 친구가 보내준 이병식이 사진을 보고 추억이 밀려왔다. 골프도 네 잎 클로버 찾기와 비슷하다는 생각도 함께 들었고. 독자가 라운드를 할 때는 두 가지 숫자를 자주 떠올릴 것이다. 하나는 애버리지 즉, 평균이다. 보통 몇 타나 치느냐는 것을 따지는 것이 애버리지이다. 애버리지를 돌려 말하는 표현이 핸디캡이고. 핸디캡은 파 72를 기준으로 몇 타나 더 치거나 덜 치냐는 것을 말한다. ‘핸디캡이 9’라면 ‘보통 ‘81타 정도 친다’는 뜻이다. ‘핸디캡이 마이너스 3’이라면 ‘보통 69타를 친다’는 말이고. 뱁새는 핸디캡이 얼마냐고? 명색이 프로 골퍼이니 마이너스 핸디캡이냐고? 진정한 애독자라면 그런 민감한 질문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다. 흠흠! 애버리지와 핸디캡은 기량이 다른 여러 골퍼가 흥미를 잃지 않고 겨룰 수 있게 해 주는 기가 막힌 기준이다. 내기라도 할라치면 애버리지와 핸디캡을 모르고서는 말이 되지 않는다. 자주 떠올리는 다른 숫자는 바로 라이프 베스트이다. 흔히 ‘라베가 몇 타인가’라고 물을 때 그 ‘라베’가 바로 라이프 베스트이다. 애버리지(또는 핸디캡)와 라이프 베스트 두 숫자는 큰 유인동기가 된다. 골퍼가 기량을 늘리려고 땀 흘릴 때 기준으로 삼기 때문이다. 특히 골프를 시작한지 3년 이내인 골퍼라면 더 그렇다. 그런데 입문한지 3년 이상 지난 골퍼에게는 이 숫자가 오히려 벽이 되는 경우도 많다. 더 이상 핸디캡을 낮추지 못하고 정체되니 그렇다. 오랫동안 라이프 베스트를 경신하지 못해서도 마찬가지이고. 독자가 라운드 초반 또는 전반을 기가 막히게 풀어가고 있다고 치자. 여느 날과 다르게 말이다. 함께 라운드 하는 다른 플레이어가 보기에도 이 기세라면 라이프 베스트를 경신할 수 있을 것 같은 상황이다. 그럴 때 독자는 어떤 말을 내뱉는가? ‘핸디캡은 바퀴벌레 같아서 꼭 기어 나온다’ 같은 말을 하지는 않는가? ‘더 집중해서 라이프 베스트를 한 번 갈아치워 보겠다’라고 하는 대신 말이다. 골프가 벽에 부딪힌 골퍼라면 스스로 한계를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일이다. 이병식이가 보고 싶다. 경남 마산에서 양복 짓는 일을 한다는 말을 들었다. 이병식을 아는 독자가 있다면 꼭 전해주기 바란다. 세상에는 일곱 잎 클로버도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 이병식이를 뱁새가 무척 보고 싶어한다고. 그리고 뱁새가 어른이 되어서 마침내 여섯 잎 클로버까지는 찾았다고 말이다.'뱁새' 김용준 프로와 골프에 관해서 뭐든 나누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메일을 보내기 바란다. 지메일 ironsmithkim이다. 김용준 KPGA 프로 2025.02.26 08:23
영화

A24 첫 블록버스터 ‘시빌 워: 분열의 시대’, 12월 31일 개봉 확정

전 세계 박스오피스를 강타하며 화제를 일으킨 ‘시빌 워: 분열의 시대’가 한국 관객들을 만난다.수입사 ㈜더쿱디스트리뷰션은 25일 영화 ‘시빌 워: 분열의 시대’의 12월 31일 극장 개봉 확정 소식과 함께 메인 포스터 및 예고편을 공개했다.‘시빌 워: 분열의 시대’는 극단적 분열로 나눠진 세상, 역사상 최악의 미국 내전 한복판에서 숨 막히는 전쟁의 순간들을 생생하게 담아낸 작품이다.이날 공개된 메인 포스터에는 압도적 규모의 내전이 발생한 미국 한복판에 자유의 여신상이 위태롭게 놓여있다. 붉게 물든 하늘 아래의 전투 헬기, 불길과 화염에 휩싸여 폐허가 된 도시의 모습은 전쟁의 참혹함을 고스란히 담아낸다. 박진감 넘치는 음악과 함께 전개되는 메인 예고편은 도심 한복판 전투 장면들은 전쟁의 공포를 생생하게 전달한다. 국민을 향한 무차별 공습을 가한 대통령의 인터뷰를 담기 위해 워싱턴으로 향하는 기자 리(커스틴 던스트), 조엘(와그너 모라), 새미(스티븐 헨더슨), 그리고 제시(케일리 스패니)는 폭격과 총탄이 빗발치는 위협 속에서 예측할 수 없는 상황들을 마주한다. 특히 총으로 무장한 군인 앞에 무릎을 꿇은 제시의 절박한 모습과 조엘의 “우리도 미국인이에요”라는 말에 “그래 어느 쪽 미국인?”이라며 충격적인 질문을 던지는 장면은 내 편이 아니라면 바로 적이 되는 숨 막히는 내전의 현실을 돌아보게 만들며 긴장감을 선사한다. 여기에 더해진 “세상이 둘로 갈라졌다. 당신은 어느 편인가”라는 강렬한 카피는 극단적 분열과 맞닿아 있는 현실의 모습을 떠오르게 한다. 한편 ‘시빌 워: 분열의 시대’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미나리’ 등을 만든 할리우드 제작사 A24의 신작으로, A24가 선보이는 최대 규모이자 최초의 블록버스터다.장주연 기자 jang3@edaily.co.kr 2024.11.25 14:51
메이저리그

트럼프 지지? MLB서 '귀 가리고 주먹 드는 세리머니' 논란

미국 메이저리그(MLB)에서 공화당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피격 사건을 떠올리게 만드는 홈런 세리머니가 연이어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내야수 알렉 벌레슨은 지난 22일(한국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 PNC 파크에서 열린 피츠버그 파이리츠와 원정 경기에서 1-0으로 앞선 3회 초 우월 솔로 홈런을 기록했다. 벌레슨은 3루를 돌면서 관중석을 향해 오른손을 들고 왼손으로 자기 귀를 감싸는 세리머니를 했다.이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피격 사건 장면을 연상케 하는 세리머니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14일 펜실베이니아주 유세 도중 총탄에 오른쪽 귀를 맞고 주먹을 들어 올리며 "싸우자! 싸우자!(fight)"라고 외쳤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2-1로 앞선 4회 초에는 세인트루이스 외야수 라스 눗바가 중월 솔로 홈런을 친 뒤 2루를 돌면서 허리를 굽힌 채 왼손으로 귀를 감싼 뒤 오른손을 들어 보이는 세리머니를 했다. 더그아웃에 있던 몇몇 선수단도 이 동작을 따라 했다. 현지에선 세인트루이스 선수들이 피격 사건이 벌어진 펜실베이니아주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세리머니를 펼쳤다고 비판했다.이에 세인트루이스 구단은 "벌레슨은 대학 시절 DJ 활동을 했고, 이와 관련한 세리머니를 한 것"이라며 "선수들은 올 시즌 초부터 DJ 세리머니를 했다"고 해명했다. 베테랑 맷 카펜터는 "정치적 행동과 거리가 멀다. 우리 팀은 어떤 종류의 정치적 행동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한편 탬파베이 레이스 내야수 테일러 월스는 22일 미국 뉴욕 양키스타디움에서 열린 뉴욕 양키스전 5회 초 2루타를 친 뒤 오른쪽 주먹을 들어 올리며 "싸우자! 싸우자!(fight)"라고 외쳤다. CNN에 따르면 탬파베이 구단은 월스에게 관련 세리머니의 의미를 물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이형석 기자 2024.07.24 09:14
연예일반

[TVis] 김수현·김지원, 2세와 함께 해피엔딩…박성훈 사망(‘눈물의 여왕’)

‘눈물의 여왕’이 해피 엔딩으로 막을 내렸다. 28일 방송된 tvN 토일드라마 ‘눈물의 여왕’에서는 백현우(김수현)와 홍해인(김지원)이 모든 사건을 마무리 짓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백현우는 교통사고를 당한 몸을 이끌고 윤은성(박성훈)에 납치된 홍해인을 구하러 나섰다. 윤은성은 그 시각 홍해인을 협박하며 “나랑 같이 떠나. 그리고 결혼해”라고 요구했고, 홍해인은 어쩔 수 없이 제안에 응했다. 때마침 모슬희(이미숙)와 윤은성이 돈과 홍만대(김갑수)를 살해했다는 증거가 담긴 파일원본, 홍해인의 어린 시절 사고를 두고 다투는 사이, 백현우가 나타나 홍해인을 구출했다. 하지만 곧 윤은성이 총을 들고 두 사람을 쫓았다.홍해인은 윤은성에게 “제발 정신 차려라. 죽어도 너랑 같이 갈 일 없다”고 거부 의사를 드러냈지만, 윤은성은 이성을 잃은 채 “나는 너 여기 놓고 못 간다. 나는 너 데려갈 거다. 죽여서라도”라며 홍해인을 향해 총을 쐈다. 윤은성이 발포한 총을 맞은 건 백현우였다. 백현우는 홍해인을 감싸 안으며 대신 총에 맞았고, 윤은성은 다시 한 번 총을 장전하던 중 경찰들이 쏜 총탄에 맞고 사망했다.백현우는 수술 후 의식을 되찾았다. 홍해인이 “미안하다. 당신 못 알아보고 하나도 기억 못 하고 그런 말들이나 했다”며 눈물을 흘리자 백현우는 “나도 기억 못했다. 내가 널 얼마나 원했는지 무슨 일이 있어도 같이 있겠다고 얼마나 다짐했는지. 다 잊어버리고 당신 힘들게 했다. 미안하다. 그리고 사랑한다”며 마음을 전했다. 퀸즈일가는 재판을 통해 퀸즈그룹을 되찾았다. 홍수철(곽동연)은 투자 사기 관련자로 복역하는 천다혜(이주빈)을 기다려 재회했고, 홍범자(김정난)과 영송(김영민)도 사랑에 골인했다. 홍범준(정진영)은 회장 자리를 형에게 넘기고 김선화(나영희)과 용두리로 내려가 시간을 보냈다. 모슬희(이미숙)는 살인 미수죄로 긴급 체포됐다. 백현우와 홍해인은 행복한 나날을 보냈다. 유산의 아픔을 떠올리며 망설이던 순간도 있었지만, 백현우는 “또 틀어지고 어긋나고 미워하지 않을 거라고 자신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딱 하나 확실한 건 같이 있을 수는 있다”며 “어떤 순간이 와도, 망가지면 고치고 구멍 나면 메워가면서 좀 너덜거리고 완벽하지 않아도 그냥 그렇게. 그래도 괜찮다면 나랑 결혼해 달라”고 청혼했고, 두 사람은 2세를 낳고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방송 말미에는 백발의 노신사가 된 백현우가 먼저 떠나 보낸 홍해인의 묘를 찾아 그리워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이어 “어느 날엔가 한 사람만 남겨지게 되면 그땐 다른 한 사람이 마중 나오면 된다. 그럼 하나도 무섭지 않을 것”이라는 두 사람의 내레이션이 흘러나오며 이들의 영원한 시간을 예고했다.장주연 기자 jang3@edaily.co.kr 2024.04.29 07:38
산업

금호석유화학그룹, 환경안전 역량 강화 총력

금호석유화학그룹(회장 박찬구)이 지속가능한 경영 체계를 수립하면서 환경과 안전 부문 역량을 다방면으로 강화해 나가고 있다. 금호석유화학과 금호피앤비화학, 금호미쓰이화학, 금호폴리켐, 금호티앤엘, 금호리조트 등 주요 계열사들이 함께 그룹 차원의 ESG 협의체를 구성하고 각 사의 안전 및 환경경영 현황을 공유하며 공동의 ESG 비전 달성을 위한 액션 플랜을 구체화하고 있다. 금호석유화학은 ‘Let’s Act, Advance, and Accelerate for ESG!’라는 비전 아래 환경안전 관리 체계를고도화하는 데 방점을 찍고 관련 중점 과제를 이행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우선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작년 3월 탄소중립 성장안을 마련하고 이에 따른 ‘온실가스 감축 이행 로드맵’을 정립한 것이 대표적이다. 로드맵에 따르면 금호석유화학은 2035년 탄소중립 성장을 시작해 2050년에는 Scope 1,2 탄소 배출량의 BAU 대비 100%를 감축해 탄소 중립을 실현할 계획으로 올해부터 미래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관련 지표를 지속적으로 관리 중이다.금호피앤비화학은 2023년 상반기에 ESG 경영을 위한 비전 ‘지속가능한 화학제품을 통해 가치를 올리는 기업’을 수립하고 환경경영 실천을 위한 과제를 이행하고 있다. 우선, 환경 관리 시설투자를 통해 사업장 내 대기오염 물질과 악취유발 물질에 대한 모니터링을 한층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올해 여수 1공장과 2공장에 각각 총탄화수소(THC) 및 악취를 저감할 수 있는 축열연소시설(RTO)를 설치했고 내년 1분기에는 유증기 회수설비(VRU)를 설치할 예정이다.금호폴리켐은 지속가능한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선 대기오염 방지 시설을 추가로 설치해 대기오염 물질 저감을 추진 중인데, 오염 물질 농도에 따라 저농도의 휘발성유기화합물(VOCs)는 축열연소시설(RTO)를 통해 소각 처리하며 고농도의 VOCs는 유증기소각설비(VCU)로 저감 배출한다는 구상이다. 또한 비산배출원관리시스템(LDAR)을 구축해 공정 지역 내 VOCs 및 악취를 기준치 이하로 상시 관리하고 향후 폐수 재사용을 위한 설비 도입까지 검토할 예정이다.한편, 금호석유화학그룹 계열사들은 회사가 운용하고 있는 차량에서 발생하는 오염원도 점차 줄여 나갈 예정이다. 금호석유화학은 작년 11월, ESG 위원회의 승인에 따라 한국형 무공해차 전환 100(K-EV100)에 가입하고 업무용 차량의 친환경 무공해차 전환 계획을 밝힌 바 있다. 금호석유화학은 2030년까지 전 사업장에서 약 60여 대의 무공해 차량을 운용할 수 있도록 추진한다. 금호폴리켐은 법인 차량별 친환경차 모델 유무 및 충전 인프라를 고려하여 기존의 내연기관 차량을 단계적으로 하이브리드 또는 전기차, 수소차으로 변경해 나갈 계획이다. 금호리조트와 금호티앤엘 역시 2030년까지 법인 소유 및 리스 차량을 전기차, 수소차 등 무공해 차량으로 전환하는 목표를 수립하고 준비 과정을 한 단계씩 밟아가고 있다.각 사별 안전한 사업장 만들기 주력금호석유화학은 사업장에서 취급하는 화학물질을 국내외 법규에 맞춰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다. 특히 물질안전보건자료(MSDS) 관련 내부 프로세스를 재정립해 관리 물질별 성분, 위험성, 취급 시 주의사항, 필요 보호구, 응급조치 방안 등 정보를 상세히 입력하는 등 화학 물질에 대한 관리 체계를 보강해 왔다. 나아가 화학물질로 인한 사고를 예방하고 비상사고 발생 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비상 대응체계를 갖추고 화학물질 취급 작업자들을 대상으로 사고에 대한 경각심을 제고하기 위해 연간 별도 안전교육을 주기적으로 실시하고 있다.금호피앤비화학은 사업장에서의 최고의 가치는 ‘안전’이라는 슬로건 아래 안전문화 정착에 힘쓴다. 현장 중심 작업위험성평가을 통해 발생할 수 있는 잠재 위험요소를 사전 제거하고 작업자들에게 안전점검회의(TBM) 및 안전 지도교육을 통한 현장 안전성 확보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또한, 사업장 내 작업 안전수칙 위반 시 작업자에 대한 3진 아웃제도를 엄격히 시행하여 무사고 안전경영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금호미쓰이화학은 2023년 안전문화 확산을 통한 사고 예방을 위해 힘쓰고 있다. 작업 전 위험요소를 확인하고 브리핑하는 툴박스미팅(TBM)을 도입해 근무자들이 작업 위험에 대해 정확하게 인지하고 집중력을 높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 더불어 중대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안전, 보건 이행 실태 점검을 법적 사항인 연 2회가 아닌 연 4회 실시하여 자체적으로 강화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금호미쓰이화학은 제도를 처음 도입한 2022년 이후 현재까지 총 893건의 유해위험요인을 발굴해 개선 조치했다.금호폴리켐은 안전, 보건을 기업 경영의 최우선 가치로 삼고 더욱 엄격한 안전 문화를 정착시키고 있다. 특히 올해 안전 개선 비용을 대폭 늘려 유해위험 요소를 발굴하고 설비 결함에 따른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 중이다. 더불어 휴먼 에러로 인한 안전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안전지도를 할 수 있는 안전관리원을 사업장 내 상시 배치해 작업자들의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있다. 2024.04.04 14:41
해외연예

美 유명 배우 알렉 볼드윈, 총기 사고로 기소.. 최대 18개월 징역형

할리우드 배우 알렉 볼드윈이 촬영장에서 실탄이 장전된 소품용 총을 발사해 촬영감독을 사망하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19일(현지시간) AP통신과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뉴멕시코주 대배심은 이날 볼드윈을 형사 기소하는 소장을 발부했다. 사건이 발생한 지 약 2년 3개월 만이다. 앞서 볼드윈은 2021년 10월 21일 뉴멕시코주 남부의 한 목장에서 영화 ‘러스트’(Rust) 촬영을 진행하고 있었다. 그는 권총을 쏘는 장면을 연습하던 중 소품용 총에서 실탄을 발사, 헐리나 허친스 촬영감독이 맞고 사망했다. 또 감독 조엘 수자도 중상을 입었다. 볼드윈은 “무기류 소품 관리자가 실탄 장전 여부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고, 조감독이 공포탄이라고 말했다”며 자신에게는 사고의 책임이 없으며, 방아쇠를 당기지도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의학 전문가 루시엔 하그는 총탄이 발사되려면 방아쇠가 충분히 당겨지거나 눌려야 한다며 지적했다. 한편 볼드윈은 뉴멕시코주에서 과실치사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으면 최대 18개월 징역형에 처할 수 있다.김지혜 기자 jahye2@edaily.co.kr 2024.01.20 10:01
해외축구

[이정우의 스포츠 랩소디] EPL 셔츠에 새겨진 양귀비꽃. 설마 ‘아편’은 아니겠지?

1990년대 영국 런던에서 학부 과정에 있던 필자에게 11월이 되면 눈에 띄는 게 있었다. 학교, 길거리 등에서 마주치는 영국인들 중 상당수가 가슴에 조그마한 빨간색 꽃을 달고 있는 것이다. TV에 등장하는 뉴스 앵커, 정치인 등도 거의 모두가 그러한 꽃을 달았다. “도대체 저게 뭘까?”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다.궁금증은 곧 풀렸다. 빨간색 꽃은 ‘포피(poppy, 양귀비꽃)’였고, 영국이 참여한 전쟁에서 전사한 병사들을 추모하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한다. 많은 이들이 포피를 착용한 것을 보며 당시 필자는 고민에 빠졌었다. “나도 달아야 하나? 아니 영국인도 아닌 내가 포피를 달면 오바 같은데?”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답은 쉽게 나왔다. 영국은 한국전쟁 때 미국 다음으로 많은 군대를 파견한 국가이기 때문이다. 필자는 먼 나라인 한국까지 와서 목숨을 바친 1200여 명의 영국 군인들을 추모하고 싶었다. 당시 포피를 참 열심히 달고 다녔던 기억이 난다.포피는 보통 장애가 있는 전직 영국 군인 50명이 만든다고 한다. 이렇게 생산된 포피는 영국재향군인회(RBL, Royal British Legion)에 속한 자원봉사자들을 통해 영국 전역에서 판매된다. 포피는 정해진 가격이 없다. 보통 구매자가 임의로 정한 액수를 기부하는 방식으로 구매는 이루어진다. 90년대 필자는 포피 하나당 2 파운드를 기부했다. 이렇게 모인 수익금은 참전용사와 그들의 가족을 위해 쓰인다. 그렇다면 왜 11월일까? 영국, 프랑스 등이 주축이 된 연합국과 독일이 제1차 세계대전을 사실상 종결하는 휴전협정을 1918년 11월 11일에 체결했기 때문이다. 이에 영국, 캐나다 등의 영연방 국가와 프랑스는 매년 11월 11일을 ‘리멤브런스 데이(Remembrance day, 한국의 현충일에 해당)’라는 이름으로 추모한다.리멤브런스 데이는 ‘포피 데이(Poppy Day)’라고도 불린다. 양귀비꽃을 가슴에 달고 전몰장병을 추모한데서 유래했다. 여기서 의문이 드는 독자도 있을 것이다. 수많은 꽃 중에서 왜 양귀비일까? 1차 세계대전은 참혹한 전쟁이었다. 특히 참호전이 벌어진 서부전선이 그랬다. 당시 영국, 프랑스와 독일군은 상대방이 참호 옆으로 돌파 공격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참호를 계속 이어지게 팠다. 참호를 돌파하기 위해서는 공군의 효과적인 지원이나 전차 같은 기계화 부대가 필요했으나, 당시에는 그러한 무기가 없었다. 따라서 공격할 때는 언제나 보병이 앞장서야 했고, 이들에게는 무자비한 기관총탄 세례가 퍼부어졌다. 이에 전투 한번 할 때마다 엄청난 인명피해가 나왔다.참호와 참호 사이에는 무인지대(no-man's land)가 있다. 수많은 이의 목숨을 앗아간 황량한 땅인 무인지대에도 봄이 되면 언제나 피는 꽃이 있었다. 바로 포피였다. 포피는 유럽 전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꽃이지만, 특히 벨기에와 프랑스 북부지역에서 대량으로 자란다. 1915년 5월 캐나다군의 군의관 존 맥크레이 중령은 치열한 참호전이 벌어졌던 벨기에 플란더스 지방에 핀 수많은 포피를 바라보며 "In Flanders Fields(플란더스 들판에서)"라는 유명한 시를 짓는다. 이 시는 전사한 군인들의 관점에서 써졌다. “며칠 전만 해도 살아서 새벽을 느꼈고, 석양을 바라보았지 (중략) 지금 우리는 플란더스 들판에 이렇게 누워 있다네. (중략) 우리와의 신의를 그대들이 저버린다면, 우리는 영영 잠들지 못하리. 설사 플란더스 들판에 양귀비꽃이 자란다 하여도.” 이렇게 시는 마지막 구절에서 살아있는 이들에게 끝까지 싸워달라고 부탁한다. 포피는 어디에서나 자랄 수 있는 강인한 꽃이지만 섬세함도 지녔다. 따라서 이 꽃은 전사한 군인들을 기억하기에 적합한 상징이었다. 시에서 영감을 받은 사람들은 참전 용사들을 추모하기 위해 포피를 달게 된다. 이후 포피는 미국, 캐나다를 거쳐 영국에 전파된다. 1921년 포피는 영국에서 정전기념일에 착용할 추모의 꽃이 되었다. 양귀비하면 떠오르는 것이 하나 더 있다. 바로 마약이다. 양귀비는 헤로인의 원료인 아편 성분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참전 용사를 추모하자는 취지는 좋지만, 아편이 갖는 이미지 때문에 뭔가 찝찝한 기분이 드는 독자도 분명 있을 것이다. 사실 포피의 종류는 굉장히 다양하다. 양귀비과(Papaver)에만 120종 이상이 존재한다고 한다. 이 중 ‘Papaver somniferum’란 학명을 가진 양귀비가 마약 성분을 가지고 있다. 영어로 ‘오피움(opium, 아편)’ 포피라고 불리는 이 꽃은 모르핀을 함유하고 있어 부상당한 군인들의 진통제로 쓰였다. 이에 반해 ‘Papaver rhoeas’란 학명을 가진 양귀비는 영어로 보통 ‘콘 포피(corn poppy, 개양귀비)’라고 칭한다. 리멤브런스 데이와 연관된 양귀비가 바로 아편 성분이 없는 콘 포피다. 콘 포피는 전쟁의 고통과 슬픔을 기억하고 반성하는 용도로 당시 사람들에게 정신적으로 많은 도움을 줬다.2000년대 들어 포피는 영국 사회에서 논쟁의 중심에 여러 번 오른다. 포피는 정치적으로 변했고, 전쟁을 정당화하기 위해 쓰인다는 것이다. 또한 유명 인사들에게 포피 착용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니고, 의무화되었다는 불편한 진실도 밝혀진다. 2006년 영국의 지상파 방송인 채널 4 뉴스의 유명 앵커 존 스노우는 포피 착용에 대한 압력을 ‘포피 파시즘’에 비유했다. 일종의 포피 파시즘은 잉글랜드 축구에도 등장한다. 국내 많은 팬들의 추측과는 달리, 잉글랜드 축구 셔츠에 포피를 새기는 것은 오랜 전통의 산물이 아니다. EPL에 속한 모든 클럽의 선수들이 포피 셔츠를 입기 시작한 때는 불과 11년 전인 2012년이다. 다음 칼럼에서 포피가 영국 축구에서 일으킨 논쟁에 대해 알아보자.경희대 테크노경영대학원 객원교수 2023.11.10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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