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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뭔가 다 꼬여버린다" 최지민 향한 감독의 걱정과 'BB/9 10.29개' [IS 포커스]

제구. KIA 타이거즈 왼손 불펜 최지민(22)이 풀어야 할 '숙제'다.최지민의 9이닝당 볼넷 허용(BB/9)은 11일 기준 10.29개에 이른다. 최소 10이닝 이상 소화한 KBO리그 72명의 불펜 중 최하위. BB/9이 두 자릿수인 불펜은 현재 최지민이 유일하다.최지민의 제구는 지난 시즌에도 '약점'이었다. 2023시즌 3.94개였던 BB/9이 7.83개로 크게 오른 것. 그런데 올 시즌 볼넷 허용이 눈에 띄게 더 늘었다. 전체 스트라이크 비율은 56%로 56.9%를 기록한 전년 대비 큰 차이가 없지만 볼을 몰아서 던진다는 게 문제. 타자들이 제구 불안을 간파한 탓인지 적극적으로 배트를 내지 않는다. 그 결과 초구 헛스윙 비율이 5.6%(2024시즌 9.3%)로 떨어졌고 루킹 스트라이크 비율은 19.9%(2024시즌 16%)로 올랐다. 11일 SSG 랜더스와의 더블헤더 2차전에선 최지민의 '수치상 문제'가 다시 한번 드러났다. 이날 최지민은 1-3으로 뒤진 6회 말 1사 만루 위기에서 팀의 세 번째 투수로 마운드를 밟았다. 1-1로 맞선 1사 만루에서 밀어내기 볼넷과 적시타를 허용한 두 번째 투수 전상현의 부진을 극복하는 게 임무였다. 그러나 결과는 최악에 가까웠다.최지민은 김성현과 신범수에게 연속 밀어내기 볼넷을 내줬다. 특히 신범수는 공 4개가 스트라이크존을 크게 벗어난 스트레이트 볼넷. 두 타자 상대 투구 수 9개 중 스트라이크는 단 1개에 불과했다. SSG 타자들은 단 한 번도 배투를 휘두르지 않았다. 최지민의 공식 기록은 0이닝 2사사구 무실점. 홈플레이트를 밟게 한 주자 2명은 전상현의 몫이었다. 이범호 감독은 최지민의 약점을 누구보다 잘 안다. 이날 경기 전 이 감독은 최지민에 대해 "좌우 타자를 안 가리는데 점수 차가 조금 있어야 한다. 아무래도 제구(불안)나 이런 게 좀 있으니까 선두타자 볼넷을 내주면 뭔가 다 꼬여버린다"며 "좀 더 편안한 상황에 지민이를 올려주려고 생각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경기 후반 동점 혹은 역전을 위협받는, 이른바 '하이 레버리지' 상황에선 제구 불안이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에 최대한 부담을 줄여주려고 애쓴다. 하지만 현재 불펜 구성상 마음먹은 대로 경기 운영이 되지 않는다. KIA는 최근 왼손 필승조 곽도규가 팔꿈치 수술로 시즌 아웃돼 최지민의 어깨가 더욱 무거워졌다. 타이트한 분위기에서 호출되는 횟수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최지민이 제구를 잡을 수 있느냐는 KIA 불펜의 선결과제다. 그의 역할을 대신할 또 다른 왼손 불펜이 여유롭지 않다는 점에서 결국 최지민의 '반등'이 중요하다. 2023시즌의 위력(58경기, 평균자책점 2.12)을 회복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인천=배중현 기자 bjh1025@edaily.co.kr 2025.05.12 01:14
메이저리그

'8이닝 14자책점' 고우석, 더블A 불펜 113명 중 ERA 꼴찌…피안타율 0.415

오른손 투수 고우석(26·펜서콜라 블루 와후스)이 자존심을 구겼다.마이너리그 더블A 소속 고우석은 14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펜서콜라 블루 와후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몽고메리 비스킷츠(탬파베이 레이스 산하)와의 홈 경기에 3-14로 뒤진 8회 초 등판, 1과 3분의 1이닝 3피안타(2피홈런) 3볼넷 1탈삼진 4실점(4자책점) 부진했다. 이로써 고우석의 더블A 평균자책점(ERA)은 15.75까지 악화했다. 8이닝 17피안타 17실점 14자책점. 피안타율이 무려 0.415, 이닝당 출루허용(WHIP)은 3.13에 이른다. 세부 지표가 '최악'에 가까워 빅리그 콜업을 기대하는 것보다 방출을 걱정해야 할 상황이다.몽고메리전은 총체적 난국이었다. 8회 초를 볼넷 1개, 무실점으로 처리한 고우석은 9회 초 추풍낙엽처럼 흔들렸다. 선두타자 매튜 에트젤에게 우월 솔로 홈런을 허용한 뒤 후속 메이슨 아우어를 볼넷으로 내보냈다. 무사 1루에서 챈들러 심슨을 헛스윙 삼진 처리, 한숨 돌렸지만 폭투에 이은 카슨 윌리엄스의 중전 안타로 1사 2·3루 위기에 몰렸다. 결국 후속 재비어 아이작에게 통한의 좌월 스리런 홈런을 맞았다. 집중력을 잃은 탓일까. 에리베르토 에르난데스마저 볼넷으로 걸어내보낸 뒤 강판당했다. 투구 수 39개(스트라이크 19개). 고우석은 지난달 12일 마이애미 말린스 산하 마이너리그 트리플A(잭슨빌 점보 쉬림프)에서 더블A로 떨어졌다. 트리플A는 마이너리그 최고 레벨이고 더블A는 그보다 한 단계 낮은 단계. 시즌 출발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산하 더블A(샌안토니오 미션스)에서 한 고우석은 지난 5월 마이애미로 트레이드된 직후 줄곧 트리플A(잭슨빌 점보 슈림프)에 몸담았다. 트리플A 성적(잭슨빌 평균자책점 4.29·샌안토니오 평균자책점 4.38)이 좋지 않았던 만큼 좀 더 편안한 상황에서 구위를 끌어올릴 것으로 전망했으나 부진한 투구가 반복된다.13일 기준으로 펜서콜라가 속한 더블A(서던리그)에서 최소 8이닝 이상 소화한 불펜 투수는 총 113명. 이 중 평균자책점이 두 자릿수인 건 고우석이 유일하다. 그만큼 투구 내용이 심각하다.배중현 기자 bjh1025@edaily.co.kr 2024.08.14 19:11
프로야구

실점과 자책점의 괴리, '실책 1위' KIA 투수는 괴롭다 [IS 포커스]

프로야구 선두 KIA 타이거즈가 실책에 멍든다. 마운드에 서 있는 투수도 괴롭다.올 시즌 KIA의 팀 비자책점은 KBO리그 1위다. 26일 기준으로 실점에서 자책점을 뺀 비자책점이 65점. 부문 최소 삼성 라이온즈(26점)와의 차이가 3배에 가깝다. 전체 실점의 17% 정도가 비자책점인데 이는 지난해 팀 기록인 10.3%(비자책점 67점)를 웃돈다.비자책점의 폭증 원인은 실책이다. KIA는 78경기에서 80개의 실책을 저질러 리그에서 유일하게 경기당 실책이 1개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현재 페이스라면 144~145개(144경기 체제)로 시즌을 마쳐 1991년 빙그레 이글스(143개)가 세운 리그 역대 시즌 팀 최다 실책 기록을 갈아치울 가능성이 있다. 지난해 KIA는 리그에서 두 번째로 실책(경기당 0.71개)이 적었지만, 올해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수비율도 0.981(3위)에서 0.973(10위)으로 악화했다.지난 25일 부산 롯데 자이언츠전에선 문제점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4회 초까지 14-1로 크게 앞선 KIA는 4회 말, 대거 6실점 했다. 선두타자 나승엽의 내야 땅볼을 1루에 악송구한 3루수 김도영의 실책이 대량 실점의 빌미를 제공했다. 3회까지 순항하던 선발 투수 제임스 네일을 흔든 건 롯데 타자가 아닌 수비였다. 이날 네일의 공식 기록은 5이닝 9실점 4자책점. 7회 실책 2개가 겹친 KIA는 15-15 무승부(연장 12회)로 경기를 마쳤는데 이날 투수 자책점은 총 9점(롯데 14점)이었다. 에이스 네일의 불운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리그 평균자책점 1위 네일은 규정이닝을 채운 리그 20명의 투수 중 비자책점(16점)이 가장 많다. 비자책점이 두 자릿수인 투수도 네일과 다니엘 카스타노(NC 다이노스·11점) 둘뿐. 실점과 자책점이 일치하는 투수(김광현·41점)가 있다는 걸 고려하면 네일의 비자책점은 다소 기형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KIA의 또 다른 선발 투수 윤영철(6점)과 황동하(5점)의 비자책점도 적지 않다. 수비 도움을 받지 못하니 투수들이 진땀빼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이는 비효율적인 투구 수와 경기 집중력에도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KIA 마운드에는 악재가 겹쳤다. 외국인 투수 윌 크로우와 이의리가 각각 팔꿈치 부상으로 시즌 아웃됐다. 두 선수의 공백을 대체 외국인 투수 캠 알드레드와 임시 선발 황동하가 채워주고 있지만, '완전체'와는 거리가 멀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경기 중 팔꿈치 통증을 느낀 양현종이 지난 19일 1군 제외됐다. 닷새 뒤에는 마무리 투수 정해영마저 어깨 문제로 전반기 아웃을 선언했다. 마운드의 열세를 감안하면 안정된 수비가 어느 때보다 필요한 상황이다. 앞서 이범호 KIA 감독은 "실책이 많이 나오고 있지만 (수비는) 강하다고 생각한다. 실책 수가 많다고 해서 흐트러진 느낌은 아니다. 잘 버티고 있다"라고 선수들을 독려하기도 했다. 하지만 시즌을 치를수록 수비 문제가 반복된다. 우승에 도전할 KIA로선 간과하기 힘든 '약점'이다. 한 야구 관계자는 "선발이 부족하면 어떻게든 채울 수 있다. 하지만 수비는 다른 얘기"라며 "수비가 안정되지 않으면 우승에 도전하기 어렵다. 그만큼 중요하다"라고 말했다.배중현 기자 bjh1025@edaily.co.kr 2024.06.27 00:14
프로야구

집단 타격 슬럼프 삼성, '군계일학' 피렐라

삼성 라이온즈 외국인 타자 호세 피렐라(33)가 고군분투하고 있다. 피렐라는 25일 기준으로 타율 0.380(79타수 30안타)을 기록 중이다. 규정타석을 채운 60명의 타자 중 타격 4위. 외국인 타자 중에선 전체 1위다. 출루율(0.430)과 장타율(0.570)을 합한 OPS도 1.000으로 수준급. 득점권 타율까지 0.360으로 높다. 타점 1위 한유섬(SSG 랜더스) 홈런 1위 한동희(롯데 자이언츠)와 함께 KBO리그에서 가장 위협적인 타자로 손꼽힌다. 군계일학이다. 삼성 팀 타율은 0.236로 7위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타자들의 컨디션이 들쭉날쭉하다. 강민호(이하 타율 0.220) 오재일(0.218) 구자욱(0.229)을 비롯한 중심 타자들이 하나같이 집단 슬럼프에 빠졌다. 피렐라는 다르다. RC/27이 10.94로 리그 3위다. RC/27은 한 타자가 아웃 카운트 27개를 모두 소화한다고 가정했을 때 발생하는 추정 득점으로 타자의 생산성을 확인할 수 있는 지표. 리그 평균이 3.75, 삼성 팀 평균은 3.45다. 올 시즌 RC/27이 두 자릿수인 타자는 리그 전체에 피렐라를 포함해 3명뿐이다. 피렐라는 KBO리그 첫 시즌이던 지난해 타율 0.286(553타수 158안타) 29홈런 97타점을 기록했다. 6년 만에 삼성을 가을야구로 이끈 주역이었다. 흠잡을 곳 없는 성적이지만 재계약 여부를 두고 의견이 엇갈렸다. 족저근막염(plantar fasciitis)이 화두였다. 평발인 피렐라는 시즌을 치를수록 발바닥 통증이 악화했다. 발바닥을 붕대로 감고 뛰어도 마찬가지였다. 이로 인해 공격적인 주루가 점차 실종됐고 전반기 타율(0.312)에 비해 후반기 타율(0.249)이 크게 떨어졌다. 족저근막염이 완치가 어려운 부상이라는 걸 고려해 외국인 스카우트 파트에선 "삼성이 외국인 타자를 교체하는 것 아니냐"는 예상이 있었다. 공교롭게도 삼성은 주전 외야수 박해민(현 LG 트윈스)이 FA(자유계약선수) 이적해 중견수 자리가 공석이었다. 외국인 타자로 중견수 자원을 고려할 수 있었다. 하지만 삼성은 피렐라와 재계약을 선택했다. 홍준학 삼성 단장은 "워낙 열심히 하면서 큰 울림을 줬던 선수다. 발바닥은 쉬면 괜찮아질 거라고 생각한다"고 낙관했다. 피렐라는 KBO리그 두 번째 시즌을 산뜻하게 시작했다. 발바닥 상태를 좀 더 지켜봐야 하지만 연착륙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피렐라는 "구단이 잘 챙겨주셔서 비시즌 동안 많이 준비했다. 현재 (발바닥은) 전혀 문제없다"며 "오프시즌에 준비한 대로 잘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후반기 부진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구단 트레이닝 파트가 철저하게 관리해주고 있다. 피렐라는 공격적인 타자다. 나쁜 공도 적극적으로 타격하는 '배드볼 히터'다. 올 시즌 KBO리그 스트라이크존이 확대되면서 혼란을 겪을 수 있지만, 이 부분도 순조롭게 적응 중이다. 콘택트 능력을 앞세워 지난 시즌보다 더 강력한 모습으로 4월을 보내고 있다. 피렐라는 "스트라이크존이 확대됐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크게 의식하지 않는다"며 "내가 볼 때 스트라이크라고 판단되면 적극적으로 스윙한다. 좋은 결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계속 관리하겠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배중현 기자 bae.junghyune@joongang.co.kr 2022.04.26 12:07
야구

파이어볼러 안우진은 이제 '제구'를 바라본다

제구되는 파이어볼러. 오른손 투수 안우진(23·키움 히어로즈)이 '완성형 투수'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안우진은 지난 15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LG 트윈스와의 시범경기에 선발 등판해 3이닝을 3피안타 2탈삼진 1실점으로 막았다. 그가 뿌린 강속구 최고 구속은 시속 156㎞. 투구 수 33개 중 스트라이크가 21개였다. 안우진의 강점은 빠른 공이다. 지난해 직구 평균구속이 시속 150.9㎞. 야구통계전문업체 스포츠투아이에 따르면 시속 150㎞ 이상 직구 비율이 전체 투구 대비 16.1%로 리그 1위였다. 국내 투수 중 이 수치가 두 자릿수인 건 안우진과 고우석(LG 트윈스·11.9%)이 유일했다. 고우석의 보직이 불펜이라는 걸 고려하면 선발 투수 중에선 안우진의 빠른 공 비율은 압도적이었다. 보완점이 없는 건 아니다. 공이 빠른 만큼 영점이 잘 잡히지 않았다. 데뷔 시즌인 2018년 9이닝당 볼넷이 6.1개. 이듬해 3.67개로 낮췄지만 매년 KBO리그 평균보다 수치가 높았다. 잦은 볼넷은 투구 수 증가와 연결돼 선발로 긴 이닝을 소화하는 데 어려움이 따랐다. 공교롭게도 개인 최저 볼넷을 기록한 지난해 커리어 하이 8승을 따냈다. 개인 성적을 좌우하는 포인트 중 하나가 볼넷인 셈이다. 안우진은 최근 일간스포츠와 인터뷰에서 "지난 시즌 제구를 신경 써서 던졌다. 그래서 다른 시즌보다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며 "제구의 중요성을 배운 시즌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캠프에서도 제구와 커맨드를 가장 신경 쓰고 있다. 빠른 공을 던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상황에 따라 어떤 공을 던질지와 원하는 곳에 던질 수 있도록 제구력을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안우진은 최근 왼손 타자 피안타율을 크게 낮췄다. 2019년 0.323이던 수치를 2020년(0.183)과 2021년(0.209) 안정적으로 유지했다. 왼손 타자를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는 비결도 결국 제구였다. 그는 "코칭스태프와 전력분석팀의 조언을 많이 듣는다. 변화구를 적절하게 활용한 게 효과를 보고 있는 것 같다"며 "지난해에는 커브와 체인지업의 제구가 되면서 편하게 던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송신영 키움 투수코치는 "안우진은 지금도 좋은 제구와 구위를 갖고 있다. 조금 더 자기 공에 대해 자신감을 갖고 투구한다면 더 강한 투수가 될 수 있을 거"라고 독려했다. 안우진은 2022시즌 3선발이 유력하다. 외국인 투수 에릭 요키시와 타일러 애플러 다음 중책을 맡을 것으로 전망된다. 워낙 구위가 빼어난 만큼 요키시와 원투 펀치로 활약할 가능성도 있다. 그는 "편한 보직은 없는 것 같다. 어떤 보직이든 장단점이 있다"며 "2021시즌은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운 시즌이었다. 좋은 메커니즘에서 던지는 공은 비슷한 스피드여도 타자들이 다르게 느끼는 거 같다"고 말했다. 이어 "아프지 않고 풀타임을 뛰는 게 목표다. 지난해 KT 위즈가 우승하면서 10개 구단 중 우리 팀만 우승 경험이 없다. 팀이 우승하는 데 일조하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배중현 기자 bae.junghyune@joongang.co.kr 2022.03.17 06:30
야구

'와일드 존, 와일드 K', 최동원 223K 기록 깨지나

스트라이크존이 와일드해졌다. 탈삼진도 와일드하게 많아졌다.SK 외국인 투수 메릴 켈리는 지난 12일 문학 롯데전에서 승리투수가 되지 못했다. 8이닝을 6피안타 무실점으로 잘 막았지만, 승부가 연장 12회까지 갔다. 하지만 이 경기에서 켈리는 2015년 KBO 리그 데뷔 이후 개인 최고 기록을 하나 새로 썼다. 삼진 11개를 잡아낸 것이다. 종전 기록은 지난해 8월 12일 문학 kt전에서 기록한 10개였다.삼진 하나의 차이일까. 올 시즌 첫 네 경기에서 켈리는 모두 8개 이상의 삼진을 잡아냈다. 지난 두 시즌 동안엔 한 번도 2경기 연속 8+K를 기록한 적이 없었다. 그는 올 시즌 32⅔이닝 동안 41탈삼진을 기록했다. 지난해와 같은 200⅓이닝을 던진다면 무려 252탈삼진이다. 1984년 최동원이 세운 KBO 리그 최고 기록(223개)을 아득히 뛰어넘는다.24일까지 KBO 리그 9이닝당 탈삼진(K/9)은 7.41개다. 역대 최고 기록인 2015년의 7.43개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시즌이 지남에 따라 더 늘어날 수도 있다. 양상문 LG 감독은 삼진의 증가 이유를 몇 가지 들었다. 우선 비싸고 수준 높은 외국인 투수의 영입이다. 외국인 선발투수 2명은 팀 전체 이닝의 25%가량을 책임질 수 있다. 지난해 리그 탈삼진 10위 이내 외국인 투수는 7명이었다.하지만 양 감독은 "역시 스트라이크존의 확대가 확실한 이유일 것"이라고 말했다. 볼카운트 2-2에서 던진 슬라이더가 더 높은 확률로 스트라이크가 되면 삼진이 늘어난다. 넓어진 존을 의식하는 타자는 헛스윙을 하기 쉽다. 올해 국내 투수 중 NC 장현식과 함께 가장 많은 삼진(28개)을 잡아낸 LG 류제국의 주 무기가 슬라이더처럼 바깥쪽으로 휘는 커터다. 양 감독은 "삼진을 잡은 스트라이크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 존이 넓어지면 투수는 유리한 볼카운트를 가져갈 수 있다"고 했다.양 감독의 말대로다. 올 시즌은 지난해에 비해 스트라이크가 전체적으로 늘었다. 지난해 리그 전체 스트라이크 비율은 61.9%였다. 올 시즌엔 64.2%다. 더 많은 스트라이크는 더 많은 2스트라이크 카운트로 이어진다.KBO 리그는 지나친 타고투저 완화를 위해 올해부터 스트라이크존을 넓혔다. 대체로 높은 쪽의 변화가 가장 크고, 바깥쪽도 넓어졌다. 올 시즌 프로야구 구장에선 높은 빠른공 뒤에 떨어지는 공으로 삼진이 나오는 장면이 자주 목격된다. 구종별로는 커브의 삼진 비율이 가장 높아졌다.사실 삼진의 증가는 1982년 리그 출범 이후 꾸준히 이어져 온 현상이다. 1980년대엔 9이닝당 탈삼진이 4.07개에 그쳤다. 1990년대엔 5.50개로 1.5개가량 늘었다. 2000년대엔 6.19개, 2010년대엔 6.86개로 계속 늘어나고 있다. K/9은 2015년 7.43개로 최고치를 찍었다 지난해 6.85개로 완화됐다. 그러다 올해 역대 두 번째로 7개 이상이 기록 중이다.하지만 올해 삼진 증가에는 주목해야 할 점이 있다. 삼진은 장타와 연관이 있다. '홈런 타자의 영원한 친구는 삼진'이라는 말도 있다. 역대 9이닝당 홈런(HR/9)이 1개가 넘었던 시즌은 모두 9번이다. 이 중 6번 K/9 상위 10위 안에 들었던 시즌이다. K/9과 HR/9의 상관계수는 0.653으로 상당히 높은 편이다.그런데 옿해 HR/9은 0.84개로 2014년 이후 최저 수치다. 앞 세 시즌엔 모두 1.0개를 넘겼다. 양 감독은 "지난해에 비해 올해는 타자들이 장타보다는 정타를 치려는 경향이다. 어퍼 스윙보다는 다운스윙이 자주 보인다"고 말했다. 장타를 노리는 타자 성향이 오히려 감소했다. 유의미한 구속의 증가나 새로운 변화구의 유행은 감지되지 않는다. 역시 존의 확대가 삼진의 증가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또 다른 주목점이 있다. 역대 K/9 최고치를 찍었던 2015년과 올해의 차이다. 규정 이닝을 채우고 K/9이 두 자릿수인 투수는 2015년 차우찬 1명뿐이었다. 올해는 켈리를 비롯해 박진형(롯데)·류제국(LG)·고영표(kt)·레일리(롯데) 등 5명이다. 8.0개 이상은 2015년 4명, 2017년 9명이다. KBO 리그 마지막 200탈삼진 기록은 2012년 류현진의 210개다. 5년 만에 200K 돌파는 지금 시점에서 매우 유력하다.물론 늘어난 탈삼진을 단지 환경의 덕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양 감독은 K/9 10.96을 기록 중인 류제국에 대해 "지난해까진 커브로 삼진을 잡았지만, 올해는 커터 움직임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국내 투수 중 K/9 1위를 달리는 롯데 3년 차 투수 박진형은 지난해도 스플리터가 좋았다. 박진형은 "올해는 2스트라이크 뒤 직구로도 삼진을 잡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올 시즌 볼넷을 크게 줄였다. 존이 넓어졌기 때문만일까. 박진형은 "시즌 전부터 도망가는 피칭을 하지 않겠다고 마음먹었다"고 말했다.최민규 기자 2017.04.2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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