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KIA의 팀 비자책점은 KBO리그 1위다. 26일 기준으로 실점에서 자책점을 뺀 비자책점이 65점. 부문 최소 삼성 라이온즈(26점)와의 차이가 3배에 가깝다. 전체 실점의 17% 정도가 비자책점인데 이는 지난해 팀 기록인 10.3%(비자책점 67점)를 웃돈다.
비자책점의 폭증 원인은 실책이다. KIA는 78경기에서 80개의 실책을 저질러 리그에서 유일하게 경기당 실책이 1개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현재 페이스라면 144~145개(144경기 체제)로 시즌을 마쳐 1991년 빙그레 이글스(143개)가 세운 리그 역대 시즌 팀 최다 실책 기록을 갈아치울 가능성이 있다. 지난해 KIA는 리그에서 두 번째로 실책(경기당 0.71개)이 적었지만, 올해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수비율도 0.981(3위)에서 0.973(10위)으로 악화했다.
지난 25일 부산 롯데 자이언츠전에선 문제점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4회 초까지 14-1로 크게 앞선 KIA는 4회 말, 대거 6실점 했다. 선두타자 나승엽의 내야 땅볼을 1루에 악송구한 3루수 김도영의 실책이 대량 실점의 빌미를 제공했다. 3회까지 순항하던 선발 투수 제임스 네일을 흔든 건 롯데 타자가 아닌 수비였다. 이날 네일의 공식 기록은 5이닝 9실점 4자책점. 7회 실책 2개가 겹친 KIA는 15-15 무승부(연장 12회)로 경기를 마쳤는데 이날 투수 자책점은 총 9점(롯데 14점)이었다.
에이스 네일의 불운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리그 평균자책점 1위 네일은 규정이닝을 채운 리그 20명의 투수 중 비자책점(16점)이 가장 많다. 비자책점이 두 자릿수인 투수도 네일과 다니엘 카스타노(NC 다이노스·11점) 둘뿐. 실점과 자책점이 일치하는 투수(김광현·41점)가 있다는 걸 고려하면 네일의 비자책점은 다소 기형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KIA의 또 다른 선발 투수 윤영철(6점)과 황동하(5점)의 비자책점도 적지 않다. 수비 도움을 받지 못하니 투수들이 진땀빼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이는 비효율적인 투구 수와 경기 집중력에도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KIA 마운드에는 악재가 겹쳤다. 외국인 투수 윌 크로우와 이의리가 각각 팔꿈치 부상으로 시즌 아웃됐다. 두 선수의 공백을 대체 외국인 투수 캠 알드레드와 임시 선발 황동하가 채워주고 있지만, '완전체'와는 거리가 멀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경기 중 팔꿈치 통증을 느낀 양현종이 지난 19일 1군 제외됐다. 닷새 뒤에는 마무리 투수 정해영마저 어깨 문제로 전반기 아웃을 선언했다. 마운드의 열세를 감안하면 안정된 수비가 어느 때보다 필요한 상황이다.
앞서 이범호 KIA 감독은 "실책이 많이 나오고 있지만 (수비는) 강하다고 생각한다. 실책 수가 많다고 해서 흐트러진 느낌은 아니다. 잘 버티고 있다"라고 선수들을 독려하기도 했다. 하지만 시즌을 치를수록 수비 문제가 반복된다. 우승에 도전할 KIA로선 간과하기 힘든 '약점'이다. 한 야구 관계자는 "선발이 부족하면 어떻게든 채울 수 있다. 하지만 수비는 다른 얘기"라며 "수비가 안정되지 않으면 우승에 도전하기 어렵다. 그만큼 중요하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