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오타니 이전에 ‘이 선수’ 있었다, 50년 전 2홈런·노히트 노런 펼친 릭 와이즈
오타니 쇼헤이(27·LA 에인절스)가 한 주 동안 ‘6홈런·1선발승’을 기록, 아메리칸리그(AL) ‘이주의 선수’로 선정되며 투·타 겸업 도전으로 새로운 볼거리를 만들고 있다. 올 시즌 오타니의 ‘이도류’ 도전이 거세진 가운데, 정확히 50년 전인 1971년 6월 24일 메이저리그(MLB)에서는 투·타에서 만점 활약을 펼친 선수가 있었다. 주인공은 필라델피아 소속의 우완 투수였던 릭 와이즈(76)다. 당시 26세의 와이즈는 미국 오하이오주 신시내티 리버프론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신시내티 레즈와의 원정 경기에 선발 투수로 나서 9이닝 동안 볼넷 하나만을 허용하는 노히트 노런 피칭을 했다. 이뿐만 아니라 타자로서도 홈런 2개를 날리며 팀의 4-0 승리를 이끌었다. 투수가 홈런 2개를 때리면서 노히트노런을 기록한 건 MLB 역사상 전무후무한 기록이다. 와이즈는 메이저리그 공식홈페이지(MLB.com)와의 인터뷰에서 “50년이라는 세월이 지나갔다는 게 믿기 어렵다”면서도 “하지만 지금도 그 경기에 대한 거의 모든 것을 기억한다. 요즘 일주일 전의 일이 잘 기억이 나지 않을 때도 있어도 그 경기만큼은 절대 내 머릿속에서 사라지지 않는다”라고 웃음을 지어 말했다. 사실 그 날 와이즈는 경기를 치르고 싶지 않아 했다. 일주일 내내 그를 괴롭힌 독감을 앓고 있었기 때문이다. 와이즈는 “야구장에 가기 싫었다. 몸 상태가 정말 좋지 않았다”라며 “경기 전 몸을 푸는데, 공이 날아가다가 중간에 멈추는 것 같았다. 너무 힘이 빠졌다”고 회상했다. MLB.com은 이때의 상황을 두고 ‘조던 플루 게임(Jordan flu game) 이전에 이미 그런 경기를 했다’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조던 플루 게임이란 1997~98시즌 미국프로농구(NBA) 챔피언결정 5차전에서 시카고 불스의 마이클 조던이 감기와 고열에 시달리면서도 38점을 넣어 팀의 90-88 승리를 이끈 경기를 가리킨다. 독감에도 불구하고 와이즈는 경기에 나서야만 했다. 더군다나 상대팀은 ‘빅 레드 머신(Big Red Machine)’이라고 불리며 막강한 화력을 자랑하는 신시내티였다. 당시 경기에서 피트 로즈(타율 0.304 192안타), 자니 벤치(27홈런 61타점), 리 메이(39홈런 98타점), 토니 페레즈(25홈런 91타점) 등 강타자들이 타선에 배치됐다. 상대 팀 선발도 10승 투수 로스 그림슬리였다. 해당 경기를 추억한 와이즈는 “정말 대단한 타선이었다. 멋진 라인업이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작 와이즈는 신시내티 타선을 꽁꽁 묶었다. 무실점 피칭을 이어가는 것도 모자라 퍼펙트 피칭을 하고 있었다. 삼진을 잡는 피칭보다는 범타를 유도하며 아웃카운트를 착실히 쌓아갔다. 퍼펙트 피칭이 깨진 건 6회 말 1사 상황이었다. 와이즈는 “타자는 6회 데이브 콘셉시온이었다”며 “볼카운트 3B-1S에서 패스트볼을 던졌는데, 높게 들어갔다. 분명한 볼이었다”고 기억해냈다. 그러나 후속 타자 대타 버니 카보를 중견수 플라이, 로즈를 1루 땅볼로 잡아내 노히트 노런 행진은 이어갔다. 그 사이, 와이즈의 방망이도 불을 뿜었다. 와이즈는 1-0으로 앞선 5회 초 1사 2루 상황에 타석에 들어서 상대 선발 그림슬리를 상대로 좌측 담장을 넘어가는 2점 홈런을 터뜨렸다. 이어 8회 초 선두 타자로 나와서는 불펜 투수 클레이 캐롤에게서 다시 한 번 좌월 솔로 홈런을 때려냈다. 점수는 4-0이 됐다. 노히트 노런을 이어간 와이즈는 신시내티의 정규이닝 마지막 공격인 9회 말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그는 선두타자 지미 스튜어트를 루킹 삼진으로 잡아낸 후 타이 클라인을 내야 땅볼로 돌려세웠다. 그리고 마지막 타자는 로즈였다. 타구는 3루쪽으로 날아갔으나, 3루수 존 부코비치의 글러브 안으로 들어갔다. 직선타 아웃으로 필라델피아는 4-0으로 승리했고, 와이즈는 노히트 노런 대기록을 달성했다. 경기 시간은 고작 1시간 53분이 소요됐다. MLB.com에 따르면, 홈런 2개를 때리고 노히트 노런을 기록한 투수는 와이즈가 역사상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웨스 페럴, 얼 윌슨, 짐 토빈이 노히트 노런을 기록하며 홈런 한 개를 기록했지만, 그 누구도 홈런 2개를 기록하지는 못했다. 와이즈는 투구수 93개를 기록하며 9이닝 노히트 노런을 기록했다. 타격 성적은 4타수 2안타(2홈런) 3타점이었다. 와이즈는 “노히트 노런을 기록 중이라는 걸 알았다”라며 “그냥 엄청난 느낌이었다.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라고 말했다. 매체는 와이즈의 ‘원맨쇼’를 떠올리며 오타니를 언급했다. 매체는 “오타니가 올해 놀라운 이도류 현상을 보여주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지명타자로 출전하면서 투수로서 9회까지 던지기는 쉽지 않다. 와이즈 같은 위업은 다시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와이즈는 오타니에 대해 “엄청난 선수다”라고 평가했다. 와이즈는 1964년 18세의 나이로 필라델피아에서 데뷔해 세인트루이스와 보스턴, 클리블랜드, 샌디에이고에서 선수 생활을 하다 1982년을 끝으로 은퇴했다. 투수로는 18시즌 동안 506경기(선발 455경기)에 나서 188승 181패 평균자책점 3.69를 기록했다. 완투승은 138회, 완봉승 30회를 기록했다. 대기록을 세운 1971년에는 17승, 1975년 보스턴 시절에는 19승을 거뒀다. 타격 성적은 통산 타율 0.195(668타수 130안타)를 기록했다. 1971년 6개의 홈런을 때려냈으며, 통산 15개의 홈런 기록을 갖고 있다. 김영서 인턴기자
2021.06.24 15: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