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네이처홀딩스가 전개하는 신규 브랜드 NFL의 모델 피오의 화보컷. 의류 브랜드 내셔널지오그래픽 어패럴을 거느린 더네이처홀딩스가 3년 만에 기업공개(IPO)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업계는 다소 놀라는 눈치다. 당초 2017년 하반기 상장 목표를 공표한 바 있는 더네이처홀딩스는 2019년 하반기 또는 2020년께 본격적인 상장 시점을 잡을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최근 국내외 패션업계 전반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으로 인한 불확실성으로 위축하면서 IPO 시점도 수정될 것으로 전망됐다.
기업공개 향한 과감한 행보
더네이처홀딩스는 지난달 19일 공식 홈페이지에서 'IPO 주요 일정 및 통일주권발행을 위한 사전준비 서류 안내'를 공지했다. 이에 따르면 더네이처홀딩스는 대표 주관사인 한국투자증권과 함께 오는 5월까지 예비심사 청구를 완료하겠다는 계획이다. 업계는 더네이처홀딩스가 잡음 없이 예비심사를 순조롭게 통과할 경우 이르면 3분기 중에 코스닥 입성도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시기가 다소 의외였다. 더네이처홀딩스가 공지를 낸 3월 중순은 코로나19 확산으로 본격적인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작된 시점이다. 패션업계는 내수는 물론 수출에도 여러 제약이 생기면서 운신의 폭을 좁히고 있다. 모두가 몸을 사릴 때 공개된 더네이처홀딩스의 IPO 일정을 보며 업계 안팎이 놀란 이유다.
적극적이다. 더네이처홀딩스는 보름여 만인 지난 1일 주관사와 함께 IPO 개요도 함께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지난해 약 2354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면서 전년 대비 170% 가까이 증가했다. 아웃도어 업계 전반의 경쟁이 과열되고 침체한 가운데 거둔 깜짝 성과였다.
같은 날 더네이처홀딩스는 제16기 결산공고를 통해 재무상태도 공개했다. 안진회계법인의 감사에 따르면 2019년 12월 31일 기준 자산 총계는 1328억원이었고, 자본금은 754억원이었다. 부채총계는 572억원으로 비교적 준수한 편이었다.
앞서 더네이쳐홀딩스는 2017년부터 3차례 이상 프리IPO(상장전투자유치) 투자를 받았다. 한국투자증권, 유안타인베스트먼트, 무신사파트너스 등이 재무적투자자(FI)로 참여하며 기업가치를 키워왔다. 지난해 상장 전 마지막으로 지분 투자(프리-IPO)를 단행한 타임와이즈인베스트먼트는 더네이처홀딩스의 기업가치를 약 1300억원 선으로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 관계자는 "아웃도어 업계가 10년 전 크게 붐을 일으킨 뒤 구조조정이 되며 원래 자리를 찾아가는 상황"이라면서 "더네이처홀딩스의 내셔널지오그래픽 어패럴은 '토탈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라는 틈새를 공략해 시장 점유율과 매출, 순이익을 빠르게 늘려왔다. 영리하게 블루오션을 알아본 점은 인정할 만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IPO를 앞둔 기업은 나름대로 몸을 만든 뒤 최상의 상태에서 공개한다"면서도 "최근 업황과 기업 여건을 두루 고려할 때 더네이처홀딩스의 경우 부채비율이나 자산비율은 비교적 양호한 편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내셔널지오그래픽 어패럴 그린티캠페인 화보컷
보폭 넓히는 브랜드들
더네이처홀딩스는 2004년 설립됐다. 다큐멘터리 채널로 유명한 '내셔널지오그래픽'의 국내 판권을 사들여 가방과 의류, 신발 등을 생산하는 내셔널지오그래픽 어패럴을 론칭했다. 창립 초기에는 여행용 가방을 집중적으로 생산해 홈쇼핑에서 빅히트를 쳤다. 이후 의류와 신발, 가방, 화장품까지 외연을 넓혔다. 10대 후반, 특히 고등학생 사이에 큰 인기를 끌면서 빠른 속도로 입지를 키웠다.
내셔널지오그래픽 어페럴이 본궤도에 오르자 차세대 브랜드도 키우고 있다. 지난 2월 미국프로풋볼의 역사를 재해석한 스포츠캐주얼 브랜드 NFL(미식축구리그)을 론칭하고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모델로 방송인 겸 가수 피오를 발탁한 NFL은 상반기 30개, 연내 50개 매장을 전국에 연다는 계획이다.
NFL은 미국을 상징하는 스포츠이나 국내에서는 인지도가 높지 않다. 그러나 더네이처홀딩스 측은 최근 10~20대 사이 거칠고 역동적인 NFL의 감성을 좋아하는 흐름이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진다.
홈쇼핑 채널도 내려놓지 않았다. 더네이처홀딩스는 홈쇼핑에서 여행용 캐리어를 출시하면서 현재 자리까지 올라섰다. 여행용 가방을 향한 더네이처홀딩스의 열정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CJENM 오쇼핑부문에 따르면 더네이처홀딩스는 캐리어 시장 선두를 달리고 있는 내셔널지오그래픽에 이어 신규 브랜드 ‘지프’를 추가 론칭했다. 지프는 여행 캐리어에 방점을 찍고 홈쇼핑 최초로 지프 캐리어를 선보인다. 이밖에 여성용 드레스 브랜드로 유명한 베라왕도 여행용 캐리어 부분에서 더네이처홀딩스와 계약한 것으로 확인됐다.
F&F와 비교…공격적 도전
더네이처홀딩스 뒤에는 국내 중견 의류 기업 F&F의 이미지가 따라붙는다. F&F는 다큐멘터리 채널과 라이선스 계약을 통해 탄생한 '디스커버리 익스페디션'와 메이저리그 판권을 통한 'MLB(메이저리그베이스볼)' 등의 의류 브랜드를 보유한 기업이다. 해외 미디어와 스포츠를 국내 패션에 연결한 면에서 양사의 이미지가 겹친다. 이 분야에 먼저 뛰어든 선발 주자는 F&F다. 최근 더네이처홀딩스가 F&F 임원 출신인 손광익 전무를 영입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양사의 관계가 더욱 주목 받았다.
업계 관계자는 "디스커버리 익스페디션과 내셔널지오픽 어페럴의 소비자군 타깃은 다소 차이가 있다. F&F로서는 더네이처홀딩스와 비교를 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더네이처홀딩스의 최근 행보는 공격적으로 도전하는 분위기가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더네이처홀딩스 관계자는 "기업공개와 상장은 절차에 맞게 순서대로 진행한다는 입장"이라며 "손광익 전무의 전임지는 LF 산하 브랜드였고 F&F 외에도 여러 패션 기업을 거친 분"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코로나19로 세계 경기가 어렵지만, 그동안 준비하고 계획한 대로 상장 절차를 밟아 브랜드 가치를 올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