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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th BIFF] “서른, 잔치는 이제 시작”…부국제, 영화인들 축하 속 화려한 개막 [종합]

부산국제영화제가 국내외 영화인들의 뜨거운 축하 속 막을 올렸다.올해 제30회째를 맞은 부산국제영화제(BIFF)는 17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개최된 개막식을 시작으로 열흘간의 일정에 돌입했다. 배우 이병헌의 단독 사회로 진행된 개막식은 게스트들의 레드카펫과 포토월 행사, 개막 선포 순으로 이어졌다.이 자리에는 이병헌을 비롯해 박광수 이사장, 정한석 집행위원장 등 부산국제영화제 조직위와 부산시청 관계자를 비롯해 배우 손예진, 박희순, 이성민, 염혜란, 유지태, 하정우, 한효주, 정우, 김동욱, 심은경, 김유정, 조우진, 정경호, 박지환, 이규형, 한소희, 전종서, 고경표, 홍경, 김민하, 방민아, 이수혁, 로운, 신예은, 박소이, 유아, 블랙핑크 리사와 박찬욱 감독, 정지영 감독, 윤제균 감독, 추창민 감독, 임순례 감독, 변성현 감독, 나홍진 감독, 라희찬 감독, 이환 감독 등이 모습을 드러냈다. 또 배우 밀라 요보비치, 양가휘, 사카구치 켄타로와 자파르 파나히 감독, 기예르모 델토로 감독, 미야케 쇼 감독, 매기 강 감독 등 국내외 배우와 감독 등 해외 유명 감독과 배우들이 참석해 영화제 개최를 축하했다.이병헌의 인사로 문을 연 개막식은 까멜리아상 시상으로 연결됐다. 까멜리아상은 영화산업에서 여성의 문화·예술적 기여를 알리기 위해 마련된 상으로 수상자로는 실비아 창이 호명됐다. 실비아 창은 지난 1973년 ‘용호금강’으로 데뷔한 후, 100편이 넘는 작품에 출연하고 15편의 장편영화를 연출한 대만의 배우이자 감독, 그리고 제작자다.실비아 창은 “고마운 상을 받게 돼서 너무 감사하다. 큰 영광”이라며 “1972년 배우로 첫 작품을 했는데 그때부터 영화에 완전히 빠져버렸다. 그 이후로 지금까지 쉬지 않고 열심히 일해왔다. 힘든 시간이었지만, 그런 어려움들이 오히려 더 큰 힘이 됐다. 그런 의미에서 이 상은 사랑과 헌신의 상징 같다. 정말 행복하다”고 소감을 전했다.이어 박형준 부산시장과 박광수 이사장이 무대에 올라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을 선언했다. 박 시장은 “올해 부산국제영화제가 30주년을 맞이했는데 우리는 아직 배고프다. ‘서른, 잔치는 끝났다’고 하는데 ‘서른, 잔치는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말씀드리고 싶다”며 힘차게 출발을 알렸다.개막 선언 후에는 한국영화 공로상과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 수상이 차례로 이어졌다. 한국영화 공로상은 정지영 감독이 받았다. 지난 1976년 김수용 감독 조감독으로 영화계에 입문한 정 감독은 그간 ‘부러진 화살’, ‘남영동1985’ 등 한국 근현대사의 굵직한 사건들을 작품으로 풀어내며 사회적 변화를 이끌어내는 데 기여했다.정지영 감독은 “영화를 시작한 지 50년이다. 영화판에 있는 반세기 동안 나는 카메라 곁에 서 있었고, 그 카메라 뒤에는 나와 함께 수많은 밤을 지새워준 배우, 스태프들이 있었다. 그리고 이를 고맙게 지켜봐 준 관객들이 지금 나를 이 자리에 있게 해줬다”며 “모든 동료, 선후배를 대신해 받는 것으로 생각한다.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아시아영화인상은 검열과 억압 속, 개인의 자유와 존재를 조명해 온 이란의 거장 자파르 파나히 감독에게 돌아갔다. ‘써클’로 베니스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 ‘택시’로 베를린국제영화제 황금곰상을 받은 자파르 파나히 감독은 ‘그저 사고였을 뿐’으로 올해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까지 품으며, 아시아 감독 최초로 세계 3대 영화제를 모두 석권했다.자파르 파나히 감독은 “내게 이 상을 준 부산국제영화제에 대단히 감사하다. 첫 번째 영화제에 함께했고 이번에 30주년을 기념하는 영화제에 함께하게 돼 뜻깊고 영광”이라며 “우리의 표현의 자유를 위해서 계속 도전하고 나아가야 한다. 이 상은 그 싸움의 전선에 있는 모든 독립 영화인에게 바친다”고 말했다.모든 수상이 끝난 뒤에는 이병헌이 올해 신설된 경쟁부문 ‘부산 어워드’ 심사위원을 소개했다. 심사위원은 총 7명으로, 나홍진 감독(심사위원장)을 필두로 배우 양가휘, 난디타 다스, 한효주와 마르지예 메쉬키니, 코고나다 감독, 율리아 에비나 바하라 프로듀서가 위촉됐다. 이들은 14편의 경쟁부문 초청작 중 5개 부문 수상작(자)을 선정하며, 결과는 26일 열리는 폐막식에서 공개된다.이어 모습을 드러낸 정한석 집행위원장은 “30주년이란 역사적인 해를 함께할 수 있어서 영광이다. 많은 것을 변화시키고 개선하고자 노력했고 더욱 더 노력할 것이다. 언제나 활기차고 품격 있고 풍요로운 영화제를 만들어 갈 것”이라며 개막작을 소개했다.올해 개막작은 한국 영화 ‘어쩔수가없다’로, 삶이 만족스러웠던 회사원이 해고된 후, 재취업을 향한 자신만의 전쟁을 준비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박찬욱 감독은 “30주년 개막작으로 상영되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며 벅찬 심경을 전했다. 손예진 역시 “오늘을 잊을 수 없을 것”이라며 “한국에서 첫 상영인데 너무 떨리고 설렌다. 재미있게 봐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박 감독님 배우들이 퇴장하고 영화가 상영되면서 개막식은 마무리됐다. 한편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는 이날부터 오는 26일까지 열흘간 부산 영화의 전당 일대에서 진행된다. 올해 영화제에는 총 64개국 241편의 작품이 초청됐으며, 이 중 90편이 월드 프리미어로, 9편이 인터내셔널 프리미어로 상영된다.부산=장주연 기자 jang3@edaily.co.kr 2025.09.17 20:57
영화

[30th BIFF] ‘어쩔수가없다’ 이병헌 “AI, 배우에게도 위험 요소”

배우 이병헌이 극장 산업의 위기와 AI의 위협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17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중극장에는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개막작 ‘어쩔수가없다’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 자리에는 박찬욱 감독, 배우 이병헌, 손예진, 박희순, 이성민, 염혜란과 박가언 BIFF 수석 프로그래머가 참석했다.이날 이병헌은 “영화제 때문에 베니스, 토론토를 다녀오면서 ‘제지업의 위기를 다루지만, 우리 업계(영화계)에서도 위기를 느끼지 않냐’는 질문을 많이 들었다”며 “종이의 쓰임이 사라져 간다는 건 제지업계가 마주한 어려움이다. 제지업계 어려움처럼 영화업계도 어려움이 있는데 더 큰 어려움을 겪는 건 극장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이어 “극장이 어떻게 이 어려움을 어떻게 타개하고 다시 사랑받는 장소가 될 수 있을지는 모든 영화인이 생각할 것”이라며 “현실로, 피부로 느끼진 못하지만, 이 영화 후반부에서 AI에 관한 문제 제기도 한다. AI도 배우나 감독들에게 위험 요소가 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공통점을 느꼈다”고 털어놨다.이와 관련, 박찬욱 감독은 “AI가 산업과 일상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단계는 아니지만, 발전 속도를 가늠하기 어려운 상태로, 조만간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이 혼돈을 드라마에 녹이고 싶었다”며 “마지막 엔딩 같은 경우는 각본 마지막 단계에 나온 아이디어로, 심지어 VFX 작업까지 끝난 후에 다시 만진 것”이라고 부연했다.‘어쩔수가없다’는 ‘다 이뤘다’고 느낄 만큼 삶이 만족스러웠던 회사원 만수(이병헌)가 덜컥 해고된 후, 아내와 두 자식을 지키기 위해, 어렵게 장만한 집을 지켜내기 위해, 재취업을 향한 자신만의 전쟁을 준비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는다. 오는 24일 개봉.부산=장주연 기자 jang3@edaily.co.kr 2025.09.17 17:03
영화

韓세금으로 日애니 보기?…‘귀멸의 칼날’ ‘모노노케 히메’ 6천원 쿠폰 최대 수혜작 될까 [IS포커스]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의 흥행세가 여전한 가운데 일본 애니메이션이 줄줄이 9월 개봉을 결정했다. 정부의 국민 영화 할인권이 2차 배부를 시작하면서 이들이 수혜를 입게 될지 시선이 쏠린다.문화체육관광부와 영화진흥위원회는 8일 오전 10시부터 영화 관람료 6000원 할인권을 추가 배포했다. 이는 정부의 내수 진작을 위한 민생 회복 소비쿠폰 발급 일환으로 지난 7월 25일 배포한 450만 장 중 이달 2일까지 미사용된 잔여분 188만 장에 해당한다.앞선 배포분의 최고 수혜작은 한국 영화 ‘좀비딸’이다. 개봉 당일, 기존 문화가 있는 날 할인과 6000원 할인이 중복되면서 1000원에 관람할 수 있던 덕에 역대 한국 코미디 영화 최고 오프닝 스코어인 43만 명을 동원했다. 부담 없는 티켓 가격에 입소문 탄력까지 받아 500만 관객 돌파에도 성공했다.이번 2차 할인 쿠폰에 힘입어 제2의 ‘좀비딸’이 탄생할지 주목되는 가운데 현재 압도적 관객수로 박스오피스 1위를 수성 중인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이하 ‘귀멸의 칼날’)과 개봉을 앞둔 일본 애니메이션이 적지 않은 수혜를 입으리란 관측이 나온다.영진위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귀멸의 칼날’은 개봉 18일째인 이날 누적 관객 400만 명을 돌파했다. 이 작품은 지난달 22일 개봉 당시 ‘좀비딸’과 같은 티켓 중복 할인 없이도 올해 최고 오프닝 스코어인 54만 명을 동원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이에 제2의 ‘귀멸의 칼날’을 꿈꾸는 일본 작품들이 줄줄이 개봉을 확정 지었다. 현재 예매율로 기대감이 나타나고 있는 작품은 지브리 애니메이션 ‘모노노케 히메’다. 국내에서 ‘원령공주’로 2003년 개봉한 뒤 4K 리마스터링을 거쳐 22년 만에 재개봉한다.더욱이 ‘모노노케 히메’는 당초 공식 개봉일보다 한 주 당긴 오는 10일 IMAX 4K 리마스터링 포맷 프리미어 개봉을 확정했다. 일부 상영관에서만 감상할 수 있음에도 영화 할인권 배부가 시작된 후 이날 오전 11시 기준 예매량 1만 8561장으로 예매율 4위를 기록했다.이밖에도 영 어덜트 관객 타깃인 인기IP인 ‘은혼 진선조 동란편 온 씨어터’가 10일, ‘명탐정 코난: 17년 전의 진상’이 19일, ‘극장판 체인소 맨 레제편’도 24일 순차 개봉을 확정했다.일본 애니메이션은 마니아 관객층이 있기에 영화 할인권은 이들의 흥행에 더욱 날개를 달아줄 것으로 보인다. 한 극장 관계자는 “팬덤 관객은 이번 할인권으로 N차 재관람이나 특수관 관람을 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각 작품의 주차별 특전을 받기 위해서도 할인권이 사용될 전망”이라 내다봤다.한국 내수 진작과 극장 산업 활성화를 위해 세금을 투입해 진행되는 정부 사업에서 일본 작품이 혜택을 받는 것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때문에 영화계에선 2차 할인권 배부가 추석을 겨냥한 한국영화들이 개봉하는 시점에 맞춰서 이뤄져야 했어야 한다는 비판이 많다.올 추석 시즌 가장 기대작인 박찬욱 감독의 ‘어쩔수가없다’는 문화가 있는 날인 24일 개봉하며 중복 혜택을 받을 수 있으나 ‘극장판 체인소 맨 레제편’과 대결하게 됐다. 조우진 주연의 추석 코미디 영화 ‘보스’는 10월 초 개봉해 영화 할인권 배부 시점과 2주 이상 차이가 난다. 국민들 세금으로 일본 애니메이션 감상과 영화 관람료 인상을 주도해온 극장만 좋은 일 시킨다는 볼멘소리가 나올 수 밖에 없다.다만 ‘어쩔수가없다’는 영화 할인권 배부가 이뤄진 이날 오전 11시 기준 예매량이 8만 3915장으로, 배부 직전 대비 2만 여장 가까이 증가해 한국영화 수작에도 영향을 줄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이주인 기자 juin27@edaily.co.kr 2025.09.09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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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쎄리” 중독성 있네 ‘고백의 역사’, K-청춘 로맨스 어떻게 글로벌 통했나 [IS포커스]

K-청춘 로맨스 영화가 모처럼 흥행 낭보를 전했다. 공명, 신은수 주연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고백의 역사’다.8일 넷플릭스 투둠 사이트에 따르면 ‘고백의 역사’는 지난달 29일 공개 후 3일 만에 620만 시청 수(시청 시간을 작품의 총 러닝 타임으로 나눈 값)를 기록, 글로벌 톱10 영화(비영어) 부문 3위에 등극했다. 이 작품은 1998년 부산을 배경으로, 열아홉 소녀 박세리(신은수)가 일생일대의 고백을 앞두고 평생의 콤플렉스인 악성 곱슬머리를 펴기 위한 작전을 계획하던 중 전학생 한윤석(공명)과 얽히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대한민국에선 최근 넷플릭스 영화 역대 1위 기록을 갈아치운 ‘케이팝 데몬 헌터스’를 제치고, ‘오늘의 톱10 영화’ 정상을 차지했다. 또한 인도네시아, 일본, 멕시코 등을 포함한 31개국 10위에 오르며 전 세계 시청자들의 관심을 입증했다. 청춘 로맨스는 극장가에선 한국 작품보단 일본과 대만 작품들이 더 사랑을 받는 경우가 많다. 제작비 대비 흥행 규모가 작기 때문이다. 또한 청춘 로맨스는 각 국가의 작품 팬층이 형성된 장르이기에 ‘고백의 역사’가 거둔 글로벌 플랫폼에서의 성취가 돋보인다. ‘고백의 역사’는 배우 인지도가 상대적으로 불리한 작품이기도 했다. 다수의 OTT 작품에 출연한 공명을 제외하면 히로인 신은수를 비롯해 라이징 배우들이 연기 앙상블을 이뤘다. ‘오징어 게임’의 공유를 비롯해 정유미, 박정민 등이 특별출연 했지만 시청수에 영향을 주기엔 지극히 짧은 분량이다. 그렇기에 ‘고백의 역사’ 글로벌 흥행은 한국 청춘 로맨스 영화의 가능성을 재평가할 기회라는 분석이다. 김헌식 대중문화 평론가는 “청춘 로맨스 장르는 드라마와 달리 한국 영화계에선 제작 편수가 적지만 넷플릭스의 서비스 장르 다양화 기조와 맞물려 선보일 수 있었던 사례”라며 “신선함을 위해 라이징 배우를 기용해 제작비 측면은 물론 원석을 발굴해 추후 산업에도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분석했다.실제로 주인공 박세리를 연기한 신은수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졌다. 2016년 데뷔한 아역 출신이지만 공명보다 상대적으로 덜 알려졌던 그는 통통 튀게 부산 사투리를 소화하면서 우정에서 진심 어린 사랑으로 나아가는 감정선을 유려하게 표현해 호평받았다. 그의 짝사랑 상대인 차우민(김현 역)과 고백 작전의 감초로 활약한 윤상현(성래 역)도 주목 받고 있다. 1998년도 부산이라는 지역성은 국내외 시청자들에게 모두 매력 요소로 작용했다. ‘486’(사랑해) 같은 숫자 암호를 사용하던 삐삐를 비롯해 워크맨, 스포츠 드링크 네버스탑, S.E.S의 ‘아임 유어 걸’ 등 BGM으로 채택된 당대 유행가 등 완성도 높은 프로덕션은 그 시절을 기억하는 이들에겐 향수를 가져다주면서, 처음 접하는 세대 및 타 문화권 시청자의 호기심도 건드렸다.극중 세리의 별명이자 중독성 있게 등장하는 부산 사투리 “고마쎄리”는 영어판에선 ‘오 마이 세리’(OH-MY-SERI) 등 각국 언어로 뉘앙스를 살려 재치 있게 전달됐다. 청춘과 우정, 사랑이라는 정서는 보편성을 확보했다. 사춘기 청소년답게 외모나 진로에 고민하고, 사랑을 꿈꾸다가도 가족 때문에 눈물짓는 모습은, 국경을 넘어 받아들여지기 수월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케이팝 데몬 헌터스’로 K컬처를 향한 관심도가 높아진 시기가 맞물리며 ‘고백의 역사’가 지닌 보편성과 특수성에 자연스레 관심이 쏠린 것으로 보인다. 독립영화 ‘힘을 낼 시간’ 등으로 주목받은 남궁선 감독의 첫 상업 데뷔작이기도 해 신인 감독 발굴이라는 결과도 얻었다.김 평론가는 “그간 넷플릭스에선 ‘오징어 게임’처럼 일반적이지 않은 스토리텔링과 하드코어한 소재의 K콘텐츠가 각광받았다. 그러나 이번 작품을 통해 장르 외연 확장의 유효성을 확인하게 됐다”고 짚었다.이주인 기자 juin27@edaily.co.kr 2025.09.08 06:00
영화

[줌인] 박찬욱 ‘어쩔수가없다’, 아쉬운 베니스 무관…다음은 오스카

지나간 수상 불발은 어쩔 수가 없다. 박찬욱 감독 영화 ‘어쩔수가없다’가 세계 3대 영화제인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무관의 아쉬움을 품고 다음 여정을 향한다.7일 오전 2시(한국시간) 이탈리아 베네치아 리도섬에서는 제82회 베니스국제영화제 폐막식이 진행됐다. 이날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은 미국 짐 자무쉬 감독의 ‘파더 마더 시스터 브라더’(Father Mother Sister Brother)에게 돌아갔다.‘어쩔수가없다’는 트로피를 품는 데 실패했다. 박찬욱 감독은 폐막식 직후 “내가 만든 어떤 영화보다 관객 반응이 좋아서 이미 큰 상을 받은 기분”이라고 소감을 밝혔다.박 감독의 12번째 장편인 이 작품은 회사원 민수(이병헌)가 해고된 후 아내 미리(손예진)와 두 자식을 지키기 위해 재취업을 향한 자신만의 전쟁을 준비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미국 작가 도널드 웨스트레이크의 소설 ‘액스’가 원작으로, 박찬욱 감독이 각색에 17여 년을 들인 작품이다.‘어쩔수가없다’는 올해 경합을 펼친 경쟁부문 초청작 21편 중 일찍이 유력한 수상 후보로 점쳐졌다. 미국 인디와이어는 “비평가와 관객들의 만장일치 호평을 받았다”며 황금사자상과 감독상, 이병헌의 남우주연상 수상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영화제 공식 별점도 기대를 더했다. 영화제 공식 데일리 매거진 시아크 인 모스트라에 따르면 ‘어쩔수가없다’는 별점 3.7점(3일자 기준)을 받았다. 이는 가자 지구의 참상을 다룬 영화 ‘힌드 라잡의 목소리’(감독 카우타르 벤 하니야)의 4.1점 다음으로 높은 2위에 해당한다. 또 다른 강력한 경쟁작이었던 기예르모 델토로 감독의 넷플릭스 영화 ‘프랑켄슈타인’(3.5점)도 있으나, 이들 중 수상에 성공한 건 은사자상 심사위원대상을 받은 ‘힌드 라잡의 목소리’뿐이다.박 감독은 앞서 베니스영화제에서 ‘친절한 금자씨’로 젊은 사자상, 미래영화상, 가장 혁신적인 영화상 등 비공식상을 수상한 바 있다. 이번 수상에 성공했다면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에 이어 13년 만의 한국 영화 수상 낭보를 안길 터였다. 아쉽게도 수상으로 이어지지 못했지만 ‘어쩔수가없다’는 “박찬욱의 가장 유머러스한 영화일 뿐만 아니라 가장 인간적인 작품”(영국 BBC)이라는 호평을 끌어냈다. 주요 외신들은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과 비견하는 새로운 글로벌 흥행을 예감하기도 했는데, 이는 박 감독의 ‘어쩔수가없다’가 완성도뿐 아니라, 메시지 적으로도 전 세계적으로 공감받을 동시대성을 성취했다는 분석이다.박 감독은 초기작 ‘올드보이’(2003)와 ‘친절한 금자씨’(2005), 최근작 ‘아가씨’(2016) ‘헤어질 결심’(2022) 등을 통해 특유의 미학이 담긴 연출에 날카로운 시선과 유머를 담아 동시대에 생각거리를 던져왔다. 특히 칸 국제영화제에서 ‘올드보이’로 심사위원대상, ‘박쥐’(2009)로 심사위원상, ‘헤어질 결심’으로 감독상을 받은 바 있다.또한 이날 배급사 CJ ENM에 따르면 ‘어쩔수가없다’는 북미,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 남미 등을 포함한 전 세계 200여 개국에 선판매 기록을 달성했다. CJ ENM 측은 “이는 순제작비 이상의 해외 선판매 세일즈 성과이자, 박찬욱 감독 연출작 중 최고 기록인 ‘헤어질 결심’의 192개국 선판매를 뛰어넘는 수치”라고 의미를 부여했다.그런 ‘어쩔수가없다’가 바라볼 다음 목표는 내년 오스카다. 지난 2일 영화진흥위원회는 ‘어쩔수가없다’가 제98회 미국 아카데미영화상 국제장편부문 한국 대표작으로 선정됐다고 발표했다.정지욱 영화 평론가는 “‘어쩔수가없다’는 수상을 떠나 한국 영화의 존재감을 세계에 다시금 새긴 작품이 됐다. 한국 영화 산업이 녹록지 않은 현실에서 실험적이고 작가주의적인 작품에 투자가 이뤄졌고 세계 영화산업에서 특별하게 평가됐다는 점이 중요하다”며 “물론 ‘박찬욱’이라는 네임밸류가 가능케 했겠지만 누구나 처음부터 거장이 아니듯 이번 글로벌 존재감은 한국 영화계가 재기발랄한 작품에 과감하게 투자·제작하는 계기로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짚었다.한편 ‘어쩔수가없다’는 오는 17일 열리는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한국 관객을 만난 뒤 24일 국내 개봉한다.이주인 기자 juin27@edaily.co.kr 2025.09.07 09:51
영화

베니스 들썩인 ‘어쩔수가없다’, 황금사자상 수상 확률은? [IS포커스]

박찬욱 감독의 신작 ‘어쩔수가없다’가 베니스에서 첫선을 보인 후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해외 평단의 호평이 연이어 쏟아지는 가운데, 13년 만에 낭보를 전해올 수 있을지 주목된다.제82회 베니스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된 ‘어쩔수가없다’는 지난달 29일(이하 현지시간) 영화제 메인 상영관인 살라 그란데 극장에서 월드 프리미어로 공개됐다. 이 자리에는 박찬욱 감독과 배우 이병헌, 손예진, 박희순, 이성민, 염혜란이 참석했다. 객석을 가득 채운 세계 각국의 영화인들은 영화가 끝나고 크레딧이 올라가자 약 9분간 기립 박수를 보냈다. 평단의 뜨거운 반응도 이어졌다. ‘어쩔수가없다’는 3일 미국 로튼토마토에서 평점 100점 만점을 기록하고 있다. 지금까지 리뷰(평가)를 내놓은 해외 매체는 19곳으로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미국 아카데미시상식 작품상 수상작인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과 비교한 평도 다수 보인다.영국 BBC는 ‘어쩔수가없다’가 ‘기생충’만큼 뛰어난 작품성을 보여준다고 평가하며 “세계적으로 큰 히트작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미국 버라이어티는 “박찬욱의 눈부신 살인 코미디는 통제된 혼돈을 보여주는 마스터클래스”라며 “베니스 경쟁 부문을 빛낸 이 영화는 박찬욱이 현존하는 가장 우아한 영화감독이란 증거로 가득하다”고 극찬했다. 수상 가능성도 높게 점쳐진다. 영화제 공식 데일리 매거진 시아크 인 모스트라에 따르면 ‘어쩔수가없다’는 별점 3.7점(3일자 기준)을 받았다. 이는 현재까지 공개된 경쟁 부문 진출작 14편 중 가장 높은 점수다. 개막작인 파올로 소렌티노 감독의 ‘은총’이 3.5점, 올해 최고 기대작으로 손꼽힌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넷플릭스 영화 ‘프랑켄슈타인’이 3.5점, CJ ENM이 기획과 제작에 참여한 ‘지구를 지켜라!’ 할리우드 리메이크작 ‘부고니아’가 2.8점을 기록 중이며, 미공개작은 노아 바움벡 감독의 ‘제이 캘리’ 등 7편이다.미국 인디와이어는 “‘어쩔수가없다’는 비평가와 관객들의 만장일치 호평을 받았다”며 “지금 당장 수상자(작)를 예상한다면 최우수작품상인 황금사자상과 감독상, 남우주연상(이병헌) 가운데 하나를 받을 것이 확실하다”고 자신했다. 아울러 ‘어쩔수가없다’의 오스카상(아카데미) 후보 지명도 가능하다고 내다봤다.‘어쩔수가없다’가 수상에 성공한다면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 이후 13년 만에 베니스 트로피를 거머쥐게 된다. 그간 한국영화는 총 11편이 베니스 경쟁 부문에 초청됐고, 여우주연상(‘씨받이’ 강수연), 특별감독상(‘오아시스’ 이창동)과 신인배우상(‘오아시스’ 문소리), 은사자상(‘빈집’) 등을 받았다. 황금사자상은 ‘피에타’가 딱 한 번 수상했으며, 박 감독은 ‘친절한 금자씨’로 젊은 사자상, 미래영화상, 가장 혁신적인 영화상 등 비공식상을 수상한 바 있다.이번 수상에 업계 안팎의 이목이 쏠리는 이유는 한국영화 침체기를 끊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다. 한국영화는 ‘기생충’ 이후 그렇다 할 글로벌 화제작을 내놓지 못하면서 국내외 시장에서 부침을 겪고 있다.양경미 영화평론가는 “‘어쩔수가없다’의 수상은 개별 작품의 성취를 넘어, 한국영화가 국제적 예술영화 담론 속에서 여전히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음을 확인시켜주는 사례가 될 것”이라며 “특히 최근 한국영화가 관객 감소와 제작·투자 구조의 불안정으로 위기를 겪는 상황에서, 국내 영화계 전반에 예술적 자긍심과 산업적 활력을 부여할 수 있다.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내비쳤다.베니스영화제 수상 결과는 오는 6일 폐막식에서 공개되며, 박 감독과 주연 배우들 역시 이 자리에 참석할 예정이다.한편 ‘어쩔수가없다’는 4일 개막하는 50회 토론토국제영화제에 초청돼 북미시장에 선을 보인 뒤 17일 열리는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한국 관객과 만난다. 국내 개봉은 오는 24일로, 정식 개봉 전 내년 개최되는 제98회 미국 아카데미영화상 국제장편부문 한국 대표작으로도 선정됐다.장주연 기자 jang3@edaily.co.kr 2025.09.04 06:00
영화

기예르모 델 토로·연상호·매기 강, 부산국제영화제서 만난다

기예르모 델 토로, 연상호, 매기 강 등 글로벌 크리에이터들이 부산을 찾는다.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는 오는 20일 부산 동서대학교-경남정보대학교 센텀캠퍼스 컨벤션홀에서 국내외 신진 영화인, 예비 크리에이터, 제작 전문가들을 위한 넷플릭스 ‘크리에이티브 아시아’(Creative Asia)를 개최한다고 1일 밝혔다.올해 2회를 맞은 넷플릭스 크리에이티브 아시아는 세계적인 업계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마스터 클래스와 특별 대담 세션으로 구성된다. 지난해보다 한층 확대된 규모로 진행하는 올해 크리에이티브 아시아 프로그램은 영화제를 찾은 신인 영화인들에게 세계 유수의 어워드 수상 경력을 지닌 베테랑 크리에이터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을 수 있는 특별한 기회를 제공한다. 이번 행사는 이성규 넷플릭스 아시아태평양(인도 제외) 프로덕션 부문 시니어 디렉터가 진행하는 ‘APAC 프로덕션 패널 세션’으로 시작해, 오후에는 영화계의 세계적 거장들과 제작 전문가들이 관객들과 만나는 대담이 이어진다. 넷플릭스 영화 ‘프랑켄슈타인’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과 시리즈 ‘지옥’, ‘계시록’을 연출한 연상호 감독이 특별 대담을 가지며, 넷플릭스 최다 시청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매기 강 감독, 영화 ‘이쿠사가미: 전쟁의 신’ 유이 미야모리 미술 감독, 시리즈 ‘회혼계’ 찬정다오 감독이 무대에 올라 영화의 새로운 가능성과 창작 인사이트를 전한다. 넷플릭스와 한국콘텐츠진흥원(콘진원)이 공동으로 마련한 ‘시나리오 및 연출 집중 트레이닝 세션’도 열린다. 이 세션은 문화체육관광부, 콘진원, 넷플릭스가 한국 창작 생태계의 지속적인 발전과 차세대 창작자 육성을 목표로 운영하는 ‘넷플릭스 프로덕션 아카데미’의 일환이다. 세션에는 미국 할리우드 베테랑 크리에이터 조 퍼라키오와 마이클 레만이 강연자로 참여하며, 이들은 한국 창작자들에게 글로벌 업계의 제작 관행을 소개하고, 드라마 제작자들이 빠르게 변화하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이해하며 기획·집필 등 다양한 기술을 글로벌 시각에서 습득할 수 있도록 도울 예정이다. 크리에이티브 아시아의 세부 일정은 추후 부산국제영화제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장주연 기자 jang3@edaily.co.kr 2025.09.01 15:15
영화

정지영 감독,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공로상 수상

정지영 감독이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공로상(Korean Cinema Award)을 받는다.부산국제영화제 조직위원회는 6일 이같이 밝혔다. 한국영화공로상은 한국영화 발전에 기여한 영화인에게 수여하는 상으로, 오는 9월 17일에 열리는 영화제 개막식에서 시상을 진행한다.1982년 ‘안개는 여자처럼 속삭인다’로 데뷔한 정 감독은 지난 40여 년간 한국사회의 이면과 시대적 과제를 날카롭게 포착한 작품들을 통해 관객과 평단의 높은 평가를 받아왔다.특히 ‘남부군’(1990), ‘하얀 전쟁’(1992), ‘헐리우드 키드의 생애’(1994), ‘부러진 화살’(2011), ‘남영동1985’(2012), ‘블랙머니’(2019), ‘소년들’(2020) 등 사회적 갈등, 인권, 정의를 향한 묵직한 주제를 정면으로 다루며 한국영화사에 깊은 족적을 남겼다.정 감독은 영화감독을 넘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조직위원장,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제천국제음악영화제 심사위원장 등을 역임하며 한국영화계 발전과 후배 영화인 양성에 기여해왔다. 또한 스크린쿼터 수호, 검열제 폐지, 대기업의 스크린 독과점 해소 등 영화산업 구조 개선을 위한 활동에도 힘쓰며 한국영화의 권익과 다양성 수호에 앞장섰다.정한석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정 감독은 오랜 세월 뛰어난 영화감독이었고, 현재에도 최고령 현역 감독으로 신작을 준비중이다. 무엇보다 그의 생애와 영화에는 한국의 역사와 영화사가 오롯이 새겨져 있다. 많은 한국 영화인의 귀감이 돼 온 정 감독에게 더없이 기쁜 마음으로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공로상을 헌사한다”고 밝혔다.정 감독은 수상 소감을 통해 “한국영화 암흑기와 황금기를 모두 거쳐 다시 위기에 처한 2025년 오늘까지 영화 작업을 하고 있다. 이 상은 그 세월을 함께해 온 영화계 선후배 동료 여러분들을 대신해서 받는 상”이라며 “작년에 저세상으로 떠난 제 아내에게도 고맙다는 말 전하고 싶다”고 소회를 전했다.한편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는 오는 9월 17일부터 26일까지 열흘간 영화의전당 일대에서 개최된다.장주연 기자 jang3@edaily.co.kr 2025.08.06 08:11
영화

결국 푯값 문제였나…극장가 소비 쿠폰에 주말 관객 15%↑‘쑥’ [줌인]

지난 주말 모처럼 영화관이 관객으로 북적였다. 정부의 극장 소비 쿠폰이 풀리면서 그 수혜를 본 것인데, 일각에서는 높아진 티켓값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28일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 주말(7월 25일~27일) 극장을 찾은 관객은 총 173만 1167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직전 주말(7월 18일~20일) 총 관객수 150만 8267명 대비 14.8% 증가한 수치다.이 같은 흐름에는 ‘전지적 독자 시점’, ‘판타스틱4: 새로운 출발’ 등 기대작 개봉과 극심한 폭염 등의 영향도 있었지만, 25일부터 발급된 영화관 할인쿠폰 효과가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해당 쿠폰은 정부의 민생회복 소비 쿠폰 일환으로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씨네Q 직영·위탁관 등 계열 영화관과 전국 독립·예술영화전용관, 작은영화관 등 비계열 영화관에서 회당 6000원 할인된 관람료로 영화를 볼 수 있다. 총 450만장, 271억원 규모로 발급됐으며, 전국 계열 영화관 기준 1인 2매까지 사용할 수 있도록 제한했다.대중의 반응은 뜨거웠다. 쿠폰 오픈 직후, 발급처인 국내 주요 멀티플렉스 영화관 3사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의 공식 홈페이지는 순식간에 먹통이 됐다. CGV 홈페이지에는 대기 인원이 10만명이 넘는다는 메시지와 함께 예상 대기시간이 14시간 이상이란 안내창까지 등장했다.황재현 CGV 전략지원담당은 “관객 증대에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지난 주말에는 영화 할인 쿠폰이 굉장히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며 “CGV에서 다운로드된 소비 쿠폰은 200만장 이상으로, 이 중 15%가 지난 주말 소진됐다. 코로나 팬데믹 당시 발행된 쿠폰 초기 사용률보다 높게 나타났다”고 짚었다. 소비 쿠폰 효과는 이번 주 더 커질 전망이다. 오는 30일은 ‘문화가 있는 날’(매달 마지막 주 수요일)로, 영화 티켓값이 7000원(이하 평일 2D 성인기준)으로 떨어진다. 여기에 소비 쿠폰까지 사용하면 영화를 1000원에 관람할 수 있게 된다. CGV 역시 ‘문화가 있는 날’부터 8월 첫째주 주말까지 쿠폰의 30% 이상이 소진될 것으로 내다봤다.다만 영화계 일각에서는 이번 관객 증대가 티켓값 하락의 필요성을 보여준 사례라는 쓴소리도 나온다. 현재 멀티플렉스 평균 관람 요금은 1만 4000원으로, OTT 월 구독료를 웃도는 수준이다.높은 티켓값은 코로나 팬데믹 이후 줄곧 이어지고 있는 이슈다. 영진위가 지난해 연말 발표한 영화소비자 행태조사에 따르면 “향후 1년간 극장 관람 횟수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본 응답자 중 31.8%가 “영화·극장 품질 대비 티켓 가격 상승”을 이유로 꼽았다. 또 영화 편당 적당하다고 생각하는 티켓값은 8000~1만원 미만이 56.5%로 가장 높았으며, 이어 8000원 미만이 28.9%로 나타났다. 영화 비소비자 대상으로 조사한 영화관람을 위한 필요조건 조사 결과에서도 “영화관람 비용 감소”가 38.5%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하재근 대중문화 평론가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티켓값이 빠르게 오르면서 관객의 부담감과 정서적 저항감이 커졌다. 이번 소비 쿠폰에 대한 수요 역시 티켓값 하락에 대한 관객의 니즈를 보여준다”며 “물론 극장 산업 침체로 티켓값 조정이 쉽진 않겠지만, 관객이 찾지 않으면 상황이 더 악화될 수밖에 없는 만큼 가격을 낮추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조언했다.장주연 기자 jang3@edaily.co.kr 2025.07.29 05:55
영화

다시 들려온 낭보, 韓 영화 재기 신호탄 될까 [IS포커스]

올해 칸국제영화제에서 외면받으며 ‘위기설’에 휩싸였던 한국영화가 다시 글로벌 시장에서 기지개를 켜고 있다. 세계적 거장부터 한국영화 부흥기를 이끈, 그리고 이끌 감독들의 신작이 연이어 해외 영화제에 초청되며 업계 내 긍정의 분위기가 감돈다.베니스국제영화제 집행위원회는 박찬욱 감독의 신작 ‘어쩔수가없다’를 내달 27일 개막하는 제82회 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칸, 베를린과 함께 세계 3대 영화제로 꼽히는 베니스국제영화제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영화제로, 작품성과 대중성을 겸비한 영화들을 소개해 왔다.‘어쩔수가없다’가 초청된 경쟁 부문은 주요 부문 수상작을 가리는 영화제 메인 섹션이다. 한국영화는 지난 1987년 ‘씨받이’를 시작으로 ‘거짓말’, ‘섬’, ‘수취인불명’, ‘오아시스’, ‘바람난 가족’, ‘빈집’, ‘하류인생’, 그리고 박찬욱 감독의 ‘친절한 금자씨’ 등 10편이 해당 부문에 노미네이트됐다. 다만 지난 2012 ‘피에타’ 이후로는 좀처럼 연이 닿지 않았다.13년의 공백을 깨고 초청된 ‘어쩔수가없다’는 박찬욱 감독이 ‘헤어질 결심’ 이후 3년 만에 선보이는 장편 연출작으로, 도널드 웨스트레이크 소설 ‘도끼’를 원작으로 한다. 영화는 ‘다 이뤘다’고 느낄 만큼 삶이 만족스러웠던 회사원이 덜컥 해고된 후 재취업을 향한 자신만의 전쟁을 준비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는다. 양경미 영화평론가는 “박 감독이 구축해 온 정교한 미장센과 장르 혼성, 인간 심리의 심층 탐색은 이미 세계 영화계에서 확고한 브랜드가 됐다. 이번 초청은 그의 작품 세계가 여전히 유효하고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해외에 작가 감독으로서 한국영화의 정체성을 재상기시키는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도 중요하다. 한국영화가 봉준호 이후 ‘한동안 멈춰 있었던 것처럼’ 보였던 세계 무대에서 박찬욱이란 또 다른 기둥이 다시 존재감을 드러낸 건 의미심장한 문화적 사건”이라고 봤다. 베니스에 앞서 북미 최대 영화제인 토론토국제영화제에서도 50번째 축제를 앞두고 낭보가 들려왔다. 영화제 집행위원회는 연상호 감독의 ‘얼굴’, 변성현 감독의 ‘굿뉴스’, 이환 감독의 ‘프로젝트 Y’를 오는 9월 열리는 영화제 스페셜 프레젠테이션 섹션에 초청했다. 해당 부문은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기대작을 소개하고 다양한 장르의 뛰어난 작품들을 조명한다.연상호, 변성현 감독은 봉준호, 박찬욱, 홍상수 등 한국영화 르네상스를 이끈 거장을 잇는 감독들로, 국내 극장산업 호황기에 일조했다. 또 글로벌 시장에 한국영화의 독창성과 잠재력을 알리며 토론토를 비롯해 칸, 베를린 등 유수 해외 영화제와 영화인들의 주목을 받아왔다. 두 감독은 이번 초청을 통해 다시금 창작 및 연출력을 증명하며 글로벌 시장 내 한국영화의 명맥을 잇는데 성공했다.상대적으로 대중적 인지도가 낮은 이환 감독의 활약도 돋보인다. 배우 출신인 이 감독은 ‘박화영’, ‘어른들은 몰라요’ 등을 통해 국내 독립영화계에서 두각을 드러낸 감독으로, ‘프로젝트 Y’는 이 감독의 첫 상업영화다. 영화제 측은 ‘프로젝트 Y’를 “짜릿한 긴장감과 깊은 감정적 울림을 동시에 선사한다. 대담한 계획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작품”이라고 평하며 올해 가장 기대되는 한국 영화로 꼽았다.‘우리들’, ‘우리집’ 등을 통해 독립영화의 새로운 저력을 보여준 윤가은 감독은 신작 ‘세계의 주인’으로 경쟁(플랫폼) 부문에 초청되며 올해 토론토국제영화제에서 가장 괄목할 만한 성과를 냈다. 한국영화가 토론토 플랫폼 섹션에 이름을 올린 건 ‘세계의 주인’이 최초로, 한국영화사에도 유의미한 결실이다.모처럼 들려온 희소식에 시장도 상기된 분위기다. 국내 영화산업에 새로운 활력이 될 거라는 기대감 속, 한국영화계의 위기론을 타개할 시그널이란 의견도 나온다. 양경미 평론가는 “윤가은 감독의 초청은 지금껏 주목받던 한국영화와는 다른 결의 작품이 세계에서 인정받을 수 있음을, 또 연상호, 변성현, 이환 감독의 초청은 한국영화가 상업성과 예술성을 양립시켜야 할 시점임을 보여준다”며 “한국영화는 한동안 위축됐던 세계영화와의 소통을 다시 시작할 기회를 맞이했다. 특히 박 감독의 귀환과 윤 감독의 발굴은 단지 영화제 이벤트가 아니라 침체된 영화 생태계에 새로운 희망의 불씨를 던지는 사건”이라고 짚었다.윤성은 영화평론가 역시 “영화제 초청이 무조건적인 성공을 의미하는 건 아니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우리 영화의 주목도를 높이고 경쟁력을 보여주는 통로이자 시험대란 점에서 유의미한 성취”라며 “동시에 리쿱이 되어야 하는 산업적 측면에서도 분명한 성과가 있다”고 평했다. 장주연 기자 jang3@edaily.co.kr 2025.07.28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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