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미, 중 장비 퇴출 압박 심화…LGU+, '진짜 5G' 화웨이 배제 가능할까
LG유플러스가 '진짜 5G'로 불리는 5G 28㎓ 대역 구축 과정에서 중국의 화웨이 장비를 배제해도 기술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중국 IT 장비 퇴출 압박이 심화하고 있는 가운데 내년 차세대 5G 통신망 확장 과정에서 LG유플러스가 어떤 선택을 할지 관심이 쏠린다. 8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이동통신 3사는 이달부터 5G 28㎓ 대역 시범 사업에 나선다. 첫발을 뗀 곳은 LG유플러스다. 이날부터 금오공과대학교와 손잡고 초저지연 원격 수업, 기숙사·도서관 얼굴 인식 출입 관제, 산·학·연 실시간 화상회의 등을 뒷받침하는 '5G 캠퍼스'의 실증을 진행한다. 이와 동시에 5G 28㎓ 대역을 지원하는 스마트폰과 라우터를 활용한다. SK텔레콤과 KT도 각각 인천국제공항과 수원 공공체육시설에서 5G 28㎓ 기반 코로나19 방역 시스템, 비대면 강의 플랫폼을 조만간 선보인다. 이번에는 3사 모두 삼성전자의 통신 장비를 선택했다. 현재까지 국립전파원으로부터 5G 28㎓ 통신 장비의 인증을 받은 곳은 삼성전자와 에릭슨뿐이다.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도입되는 5G 28㎓ 대역은 이론상 LTE 대비 20배 빠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현재 일반 고객들이 사용하고 있는 5G 3.5㎓ 대역과 비교해 신호의 도달 범위가 짧고 장애물에 취약하다. 스마트팩토리와 같이 한정된 공간에서 끊김 없이 데이터를 송수신해야 하는 B2B(기업간 거래) 모델에 특화돼 있다. 같은 5G 서비스이지만 대역에 따라 신호의 성격과 용도가 확연히 갈린다. LG유플러스는 일반 고객 전용 5G 3.5㎓ 대역 상용화 과정에서 업계에서 유일하게 미국이 반대하는 중국의 화웨이 장비를 들여와 우려를 샀다. 타사 대비 30%가량 저렴한 가격이 매력적인 것은 사실이지만, 기존에 설치한 화웨이의 LTE 장비와 연동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다. 5G 3.5㎓ 전국망의 서비스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업계가 LTE와 5G를 혼합한 비단독모드(NSA)를 채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업 전용인 5G 28㎓ 대역은 일반 고객망과 완전히 분리해 구축하기 때문에 백업 목적으로 LTE 통신망을 설치하지 않는 이상 화웨이 장비와의 호환성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게 업계의 판단이다. 화웨이의 빈자리는 국산 장비로도 대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화웨이가 전 세계 5G 통신 장비 시장에서 30%대의 점유율 기록하고 있지만, 28㎓ 장비는 먼저 상용화에 성공한 삼성전자도 충분히 경쟁력을 갖췄다"며 "대량 생산으로 원가를 낮출 수 있는 3.5㎓ 장비와 달리 28㎓ 장비는 기업용으로 소량 제작할 것이기 때문에 가격 차이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장비에 따른 품질 저하 문제는 없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통 3사는 코로나19로 인한 경영 불확실성 속에서 합리적인 5G 투자를 이행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2021년 6월 이용이 종료되는 2G~LTE 주파수를 재할당받기 위해 최소 3조1700억원을 지출해야 하는 비용 부담도 안고 있다. 하지만 미국이 중국 IT 장비에 대한 퇴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어 이통 3사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특히 LG유플러스는 비용이나 품질·기술 면에서 큰 차이가 없는 화웨이 5G 28㎓ 대역 장비를 이번에 또 선택한다면 미국에 확실히 미운털이 박힐 가능성이 높다. 미 트럼프 행정부는 5G 통신망과 앱, 클라우드 컴퓨터 등의 서비스에서 화웨이·ZTE 등 중국 제품을 배제하는 '클린 네트워크' 구상에 한국 기업이 참여할 것을 계속해서 요청했다. 중국 기업이 해킹과 개인정보 탈취 등의 행위로 국가 안보에 심각한 위협을 가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기술 패권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반중국 동맹을 결성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지난달 미 대선에서 조 바이든이 승리하며 상황이 바뀔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왔지만, 최근 미 의회가 중국 업체의 5G 기술이 사용되는 나라에 군대와 장비를 보내는 것을 재고해야 한다는 내용의 조항을 2021회계연도 국방수권법(NDAA)에 포함했다. 이통 3사는 향후 화웨이 장비 도입 계획에 대해 "아직 정해진 것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정길준 기자 jeong.kiljhun@joongang.co.kr
2020.12.09 07: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