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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수의 신(信)] 김동수 "투수를 알고, 투수를 믿어라"

KBO리그 역대 포수 부문 골든글러브 최다(7회) 수상, 역대 최초 포수 신인왕(1990년) 그리고 LG 트윈스의 마지막 한국시리즈(KS) 우승을 이끈 주전 포수. 김동수(54) 한국야구위원회(KBO) 전력강화위원이 선수 시절 새긴 이정표다. 1990년 프로 무대에 데뷔한 김동수 위원은 프로에서 20시즌 동안 안방을 지켰다. 선수 생활 마지막 시즌(2009)엔 리그 야수 최고령(마흔두 살)으로 그가 첫 번째 KS 무대를 누비던 해(1990년) 태어난 강리호와 배터리 호흡을 맞췄다. 그렇게 1990년대 한국 프로야구 포수 계보를 이었고, 히어로즈 야구단과 친정팀 LG, 그리고 국가대표팀에서 지도자 길을 걸으며 후진 양성에도 큰 힘을 썼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처음 야구 유니폼을 입은 김동수 위원은 “초등학교 야구부 입단 테스트에 포수 미트를 갖고 있던 지원자가 나밖에 없었다”라고 웃으며 “그 인연으로 지금까지 야구인으로 먹고 살 수 있었다. 포수의 삶을 한 번도 후회하지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선수 시절 담배는 입에도 안 대고, 음주도 자제했던 김동수 위원은 모범적인 자기 관리만큼 정석대로 포수 임무를 수행했다. 포수에게 가장 중요한 역량을 포구로 여겼고, 데이터 공부도 열심히 했다. 무엇보다 투수와의 관계에서 ‘믿음의 리드’를 실현했다. 김 위원은 “투수가 자신이 가진 역량을 자신 있게 발휘할 수 있도록 이끄는 게 포수의 역할”이라고 했다. '나만의 데이터'를 만들다 ‘데이터 야구’가 정착하지 않았던 시절, 김동수 위원은 전력분석원과 가까이 지냈다. 현대 야구 분석 자료와 비교하면 부족했지만, 기록지 등 페이퍼 안에서 유의미한 데이터를 찾기 위해 노력했다. 김동수 위원은 “지금처럼 포털 사이트에서 경기 영상을 확인할 수 없었던 시절에는 (다른 팀들의 경기 분석 자료를 보며) 투수와 타자 사이 승부 양상을 파악해 보려고 했다. 특히 바로 다음 상대하는 팀 타자들이 이전 3연전에서 초구에 어떻게 대처했는지 집중해 봤다”라고 전했다. 김동수 위원은 타자 구종에 상관없이 배트가 나왔으면, 최근 컨디션에 자신감을 갖고 있다고 판단, 가급적 포심 패스트볼(직구) 대신 변화구 사인을 냈다고 한다. 타자와의 승부에서 가장 중요한 초구의 구종·로케이션 선택에 데이터를 적용하려고 했던 것. 김 위원은 이후 점점 세밀해지는 전력분석 자료를 잘 이해하고 활용했다. 훗날 친정팀 LG에서 세이버메트릭스 등 데이터 활용 책임자인 퀄리티컨트롤 코치를 맡기도 했다.데이터 야구를 맹신한 건 아니다. 1993년 삼성 라이온즈와의 플레이오프(PO)를 돌아본 김동수 위원은 “패스트볼(직구) 타이밍 때 변화구 또는 그 반대로 하는 공 배합이 잘 통하다가, 경기 후반 치명적인 홈런을 맞았던 기억이 있다. 머리 회로가 멈춰버리더라. 30년 전 기억인데 생생하다”라고 했다. 이어 김 위원은 “실패한 승부에서 타자 또는 상대 벤치가 어떻게 대응했는지 기억하고, 데이터와 다른 말을 하는 결과도 복기해야 한다. 그래야 의미 있는 경험이 된다. 결국 포수는 공 배합의 정답을 찾는 게 아니라, 자신의 데이터를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다”라고 강조했다. “경험이 많은 포수는 공 배합만으로 상대 타자를 제압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고도 덧붙였다. 투수를 믿고 인정하라 김동수 위원은 한양대 재학 시절, 구대성·정민태, LG 시절 김용수·이상훈 등 한국 프로야구 역사를 대표하는 투수들과 호흡을 맞췄다. 한국과 일본 리그 대표 선수들이 나선 ‘한일 슈퍼게임’에서는 당대 최고의 투수였던 선동열의 공도 받아봤다. 김동수 위원은 정상급 투수들과 배터리를 이루며 한 가지 확신을 가졌다. 이상적인 투수 리드는 결국 끈끈한 소통과 서로를 향한 믿음에서 나온다는 것. 김동수 위원은 “어린 시절부터 야구를 가장 잘하는 선수들이 투수를 한다. 그만큼 자부심도 크다. 대체로 포수의 마음이 (투수를 향해) 열려 있는 게 낫다. 선배 투수를 상대할 때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이어 김 위원은 “나는 (프로 저연차 시절부터) 이광환 감독님이 포수에게 힘을 많이 실어주셨고, 선·후배 투수들도 나를 잘 따라줬다. 갈등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그런 건 포수가 감수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그라운드 밖에서 대화로 속내를 나누거나, 공 배합 오판을 인정하는 가벼운 제스처가 투수와의 관계에서 큰 도움이 됐다"라고도 귀띔했다. 김동수 위원은 투수의 능력뿐 아니라 승부 성향, 그리고 성격까지 파악해야 한다고 본다. 과거 김시진과 조계현, 유인구 위주의 승부를 즐겼던 투수들을 언급한 김 위원은 “두 선배는 별명이 ‘투 앤드 투(2볼-2스트라이크)’였다. 대체로 승부가 길었다. 포수가 ‘승부를 내자’고 사인을 해도, 자기 스타일을 고수한 것으로 안다. 그럴 땐 리드의 정석을 떠나, 투수의 스타일을 존중해 줄 필요가 있다. 그래야 (투수가) 더 좋은 공을 던진다”라고 했다. 기량이 부족한 투수를 리드할 때도 투수의 자신감을 믿으려고 했다. 김동수 위원은 “변화구가 약한 타자와 승부하는데, 우리 투수 변화구도 좋은 편이 아니면, 아무리 변화구 사인을 낼 타이밍이라고 해도 고민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럴 땐 투수가 던지고 싶은 공을 선택하는 게 바람직할 때도 있었다"라고 돌아봤다. 승부 결과를 확신할 수 없을 때, 투수가 원하는 공을 구사하도록 믿어주는 게 통했다는 의미다.선수 생활 말년에도 김동수 위원은 후배 투수들을 향해 "내 리드를 따르라"고 하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이 불편하면, 다른 포수와 호흡할 것을 권유하기도 했다. 김 위원은 "마음이 약한 선수는 대체로 '괜찮다'라고 하는데, 그게 능사가 아니다. 투수는 편안한 마음으로 던지는 게 중요하며, 그렇게 이끌 수 있는 포수가 안방을 지키는 게 맞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김 위원은 여러 방식으로 투수의 자신감을 끌어내는 게 포수라고 강조한다. 승부 결과에 포수를 향해 볼멘소리를 하는 투수도 있다. 감독도 결과만을 두고 평가할 때가 있다. 김동수 위원은 "그게 당연한 것"이라며 웃어 보였다. 그러면서 "그렇고 욕먹고, 혼나면서 야구를 보는 눈이 깊어진다. 감독의 얘기를 투수에게 다 전할 수도 없기 때문에 '내가 더 잘 이끌어야 한다'라는 책임감도 생긴다"라고 말했다.안희수 기자 anheesoo@edaily.co.kr 일간스포츠가 8회에 걸쳐 '포수의 신(信)'을 연재합니다. 한국 야구 대표 포수들이 투수와의 배터리 호흡을 통해 새긴 자신만의 '리드의 정석'을 소개합니다. 정답이 없는 공 배합, 누구도 답을 주지 않는 투수와의 관계에 대해 얘기합니다. 포수가 전하는 '인문학'을 소개합니다. 2023.08.02 07:53
프로야구

고양위너스와 웅지세무대, 손잡고 야구부 창단

양승호 전 롯데 자이언츠 감독이 이끄는 한국전문야구인육성협동조합·고양위너스 독립야구단과 세무·회계 특성화 대학인 웅지세무대학교가 손잡고 야구부를 창단했다. 한국전문야구인육성협동조합과 웅지세무대학교는 지난달 31일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웅지세무대학교 본관에서 창단 선포식 및 협약식을 가졌다. 고양위너스 독립야구단과 초등·중학교 야구팀을 운영하는 한국전문야구인육성협동조합은 웅지세무대학교 창단에 이어 조만간 고등학교 팀을 더해 연령별 야구선수 육성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유영준 전 NC 다이노스 단장을 비롯해 풍부한 경험을 가진 코칭스태프가 직접 지도하고 고양위너스 홈구장인 에이스볼파크를 전용구장으로 사용, 체계적으로 훈련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선수들은 웅지세무대학교 공기업경영과에 입학해 야구 외에도 직업기초능력, 컴퓨터와 영어, 재무회계 등 다양한 과목을 배울 수 있다. 양승호 전 롯데 감독은 "초등학교부터 대학교, 독립야구단까지 체계적인 시스템을 통해 기량과 인성을 두루 갖춘 선수를 양성하는 것이 목표"라며 "좋은 환경에서 운동할 여건이 마련돼 반갑다"고 말했다. 오성일 웅지세무대 대외협력 처장은 "야구는 물론이고, 졸업 후 창업, 취업 등 여러 방면에서 보탬이 될 수 있는 교육을 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야구부 신입생 모집을 시작한 웅지세무대학교는 내년 시즌부터 대학야구 대회에 출전할 계획이다. 배중현 기자 bjh1025@edaily.co.kr 2022.09.01 15:47
야구

'해설위원 출신' 바통 받은 장정석 단장...대세 증명할까

해설위원 출신 단장이 한 명 더 늘어났다. 현장을 떠난 견문을 넓힌 경험이 인정받았다. KIA 타이거즈가 3주 넘게 공석이었던 프런트 수장 자리를 채웠다. 구단은 24일 보도자료를 통해 "장정석 KBS N 스포츠 해설위원을 신임 단장으로 임명했다"라고 밝혔다. 이어 "데이터 기반의 선수 관리와 운영 능력이 탁월한 야구인이다. 프런트와 선수단의 화합과 소통에 중심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했다. 장정석(48) KIA 신임 단장은 1996년 현대 유니콘스(현재 키움 히어로즈)에 입단 주로 2004년까지 선수 생활을 이어갔다. 2002시즌부터 3년 동안 KIA 유니폼을 입기도 했다. 1군에서 뛴 8시즌 동안 타율 0.215 7홈런 75타점을 기록하며 평범한 성적을 남겼다. 하지만 장 단장의 야구 인생은 프런트로 변신한 2005년부터 꽃을 피웠다. 전력 분석원, 1군 매니저 등 여러 보직을 맡았다. 팀이 우리 히어로즈로 간판을 바꾼 후에도 자리를 지켰고, 2016년에는 운영팀장까지 역임했다. 현장에서 지휘봉도 잡았다. 2016년 10월, 염경엽 전 감독의 뒤를 히어로즈의 4대 감독으로 선임됐다. 지도자 경험이 일천한 무명. 구단의 선택을 향해 비난이 쏟아졌다. 하지만 장정석 단장은 '데이터 야구'에 정통한 모습을 보이며 팀 전력을 탄탄하게 만들었다. 2019시즌에는 히어로즈를 5년 만에 한국시리즈(KS)로 이끌며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2019시즌 종료 후 재계약에 실패했다. 감독 선임에 구단 고위 인사가 개입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장정석 단장은 논란에 함구했다. 그리고 2020년부터 해설위원으로 새 출발 했다. 차분한 어조와 해박한 야구 지식, 풍부한 현장 경험을 해설에 녹아냈다. 장정석 단장은 2년 만에 현장으로 돌아왔다. 선수·프런트·현장 그리고 해설위원까지 경험한 장 단장의 행보가 최준영 KIA 야구단 대표이사를 사로잡은 모양새다. 저명한 야구인들이 KIA 단장 선임 면접을 본 것으로 알려졌지만, KIA는 이름값 대신 비전을 주시했다. 이미 야구계는 해설위원 출신 단장이 많다. 차명석 LG 트윈스 단장, 정민철 한화 이글스 단장이 대표적이다. 성민규 롯데 자이언츠 단장도 잠시 마이크를 잡은 경험이 았다. 양상문 현 스포티비 해설위원도 LG 감독과 단장을 맡기 전 해설위원을 맡았다. 그는 "아무래도 한발 뒤로 물러나서 3자 입장으로 각 팀을 바라보며 운영과 육성 모두 이전과 다른 시각을 갖게 됐다"라고 했다. 야구단과는 다른 조직 문화를 경험하며 시야가 넓어졌다고 말하는 해설위원 출신 단장도 있다. 야구단 현안도 소통이 가장 중요하다. 이전보다 유연해진 사고로 접근할 수 있다. KIA는 프랜차이스 스타 양현종과 재계약 협상을 앞두고 있다. 외야수 자유계약선수(FA) 영입도 염두에 두고 있다. 신임 단장의 어깨가 무겁다. 멈춰있던 KIA의 시계가 다시 돌아간다. 장 단장의 행보가 주목된다. 안희수 기자 an.heesoo@joongang.co.kr 2021.11.24 17:44
야구

[IS 포커스] '재계 3위' 'M&A의 귀재' SK는 왜 1352억에 야구단을 팔았나

SK그룹은 현대자동차그룹과 재계 서열 2·3위를 경쟁하는 대기업이다. 적극적인 M&A(기업 인수·합병)로 그룹의 몸집을 키웠다. 에너지·화학 계열의 SK이노베이션, 정보통신기술(ICT) 계열의 SK텔레콤, 반도체 계열의 SK하이닉스까지 주력 계열사 입지도 탄탄하다. 그런데 SK그룹은 멀쩡하게 운영되던 SK 야구단을 26일 신세계 이마트에 매각했다. 매각 대금은 1352억8000만원. 프로야구 40년 역사상 운영 능력이 되는데 야구단을 매각한 첫 번째 사례다. SK는 왜 야구단을 판 걸까. 한 업계 관계자는 "계열사 분리 차원의 정리 움직임이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SK그룹은 최태원 회장과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의 계열사 분리 움직임이 꽤 오래전부터 있었다. 최신원 회장은 고(故) 최종권 SK그룹 창업주의 둘째 아들로 최태원 회장의 사촌 형이다. 최종권 회장이 1973년 사망하자 동생인 최종현 회장이 SK 그룹의 경영권을 이어받았다. 최종현 회장마저 1998년 사망하자 그의 장남인 최태원 회장으로 승계됐다. 최신원 회장의 부친은 SK그룹 창업주다. 그러나 부자(父子) 상속이 아닌 형제 상속이 이뤄지면서 동생인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과 그룹 외곽으로 밀려났다. SK 와이번스는 최창원 부회장이 구단주를 맡고 있다. 야구단은 SK텔레콤이 주식을 100% 출자한 최대주주이다. SK텔레콤은 최태원 회장의 애착이 큰 계열사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계열사가 분리되면 최신원·최창원 형제는 SK케미칼과 SK가스처럼 소비자를 직접 만날 필요가 없는 사업에 주력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야구단을 운영할 이유가 크지 않다"고 했다. SK네트웍스가 렌털 사업에 주력하지만, SK텔레콤처럼 직접적이진 않다. SK그룹과 신세계 이마트는 한 달 정도 매각 협상을 이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보다 먼저 교감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눈여겨볼 부문은 사장 인선이다. SK는 지난해 10월 14일 민경삼 전 단장을 구단 사장에 선임했다. 파격적이었다. 민경삼 사장은 프로야구 선수 출신으로 사상 첫 프로야구단 사장에 올랐다. 야구인으로는 김응용 전 삼성 사장에 이어 두 번째였다. SK 야구단 사장으로 SK텔레콤 임원이 넘어오는 게 관행이었다. 최대주주가 영향력을 행사하는 방법이었다. 2005년부터 8년 가까이 SK를 이끌었던 신영철 사장은 SK텔레콤 홍보팀장과 홍보실장 등을 맡은 대표적인 '텔레콤맨'이었다. 후임 임원일 사장도 SK텔레콤 수도권 마케팅본부장과 SK브로드밴드 마케팅부문장 등을 거쳤다. 2015년 12월 배턴을 이어받은 류준열 사장도 마찬가지. 2000년 SK텔레콤에 입사해 SK텔레콤 전략기획그룹장, SK텔레콤 미국 플랫폼 사업본부장, 성장전력실장을 두루 역임했다. 민경삼 사장 선임은 구단의 관행을 깬 것이었다. 당시 SK는 "전문적인 식견과 인적 네트워크, SK 와이번스 조직과 문화에 대한 이해 등을 두루 고려해 적임자로 민경삼 전 단장을 신임 대표이사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구단 매각이 발표되자 이미 지난해 10월부터 SK텔레콤이 야구단과 '선 긋기'를 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A 구단 관계자는 "구단을 인수하면 유니폼을 바꾸고 엠블럼을 교체해야 한다. 이런 과정이 단시간에 이뤄지는 게 아니다"라며 "프로야구 개막일(4월 3일)이 두 달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는 걸 고려하면 이전부터 물밑에서 논의가 진행됐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배중현 기자 bae.junghyune@joongang.co.kr 2021.01.26 16:15
야구

야구 현장, 1미터 공식을 넘어선 '창의적' 거리두기가 필요해

형식과 숫자에 얽매이면 본질에 다가설 수 없다. 프로 스포츠의 뿌리와 줄기는 팬이다. 한국야구는 모범 사례로 극찬받은 K-방역과 국민성을 토대로 전례 없던 정국 속에서도 개막을 앞두고 있다. 단 한 명도 확진자가 나오지 않은 야구단과 야구인의 노력도 조명받았다. 이제 현장에 활력을 불어넣는 관중의 입장을 준비할 시점이다. 그러나 정부의 권고 지침은 관람 문화의 본질을 온전히 추구할 수 없다. 이해관계자는 생존 문제로 애끊고 있는 상황이다. 안전과 갈증을 동시에 아우르는 방안. 일간스포츠는 이른바 '창의적 거리두기'를 제안한다. '장기·지속적 1m 거리 두기, 흔들리는 야구계 생존' 고강도 사회적 거리 두기가 완화된 지난 주말(4월 25~26일), 주요 관광지와 명소의 방문객은 크게 늘었고 종교 활동도 재개됐다. 조심스럽게 봄을 만끽했다. 인파가 모이는 장소에서는 사람 사이 1m (이상)거리 두기가 '어쨌든' 실천되고 있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다가올 황금연휴(4월 30일~5월 5일)는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것이다"며 "방역과 일상을 조화롭게 병행할 역량이 있는지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 상황. '고강도' 거리 두기로 회귀하지 않으려는 국민의 '1m' 거리 두기 실전 의지는 고비에서 더 강하게 작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코로나19 정국이 완전히 종식될 시점은 가늠할 수 없다고 한다.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을 것이다"는 소견을 전한 전문가도 있다. 정부는 생활방역 체계로 전환해도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생활 속 거리 두기를 권고할 계획이다. 국민의 적극적 참여를 당부했다. 1m 거리 두기가 이어질 것이라는 얘기다. 특히 종교, 관람 활동에는 필수로 적용될 것이다. 단계적 관중 입장을 준비하고 있는 KBO와 리그 이해관계자는 이러한 정부의 권고와 향후 계획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m 거리 두기가 사회 전 분야에 일률 적용될지, 분야별 특성이 반영될지 아직 정해지지 않은 시점이기 때문이다. KBO 이사회는 정부의 '거리 두기' 기간을 존중하며, 당초 유력했던 5월 1일보다 나흘 뒤로 정규리그 개막을 정했다. 정부의 노력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존중하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관중도 사회적 분위기를 고려해 점진적으로 늘릴 생각이다. 그러나 종료 시점을 기약할 수 없는 상태로 거리 두기가 '도식적이고 고답적으로' 유지되면 여러모로 계획은 차질이 생긴다. 한 구단 관계자는 "전체 수용 인원에 10% 정도만 채울 수 있을 것이다"고 했다. 최소 두 좌석 이상은 떨어져서 앉아야 하고, 앞과 뒤 측면과 대각까지 고려해야 한다. 결국 구단의 수익 저하로 이어진다. 방송, 뉴미디어 중계권료가 상승했지만, 관중 입장 수익과 부대 시설 이용 수익은 여전히 큰 비율을 차지한다. 야구장 안팎에 업계 종사자도 연쇄 타격을 입는다. 고용 문제도 생긴다. 야구단 자생력 저하는 이전부터 화두였다. 코로나19 정국 속에 안 그래도 경기의 질과 직결되는 선수 영입과 계약 문제도 한파가 우려되는 상황. 1m 거리 두기가 이어지면 수익 향상을 전제로 타진하던 의사 결정까지 무산될 수 있다는 얘기다. '관람 문화 본질 추구가 우선, 일행끼리는 함께 앉아야' 야구단의 수익 저하로 커진 볼멘소리는 물론 사회 전 구성원에게 공감받기 어렵다. 경제 침체는 모든 분야를 망라하고 있다. '이 시기를 철저하게 방비하지 않으면 더 큰 문제가 초래될 수 있다'는 인식이 퍼져 있다. 일정 수준의 희생은 모든 업계가 감수하고 있다. 명소에 인파가 모이고, 맛집에도 손님이 가득하다. 프로 스포츠도 관중 동원 자체가 제재 받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정부의 권고 사항을 거스르면서까지 수익성 확대를 외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이런 시국이기에 10구단과 KBO는 더 많은 관중보다 문화의 본질에 주목해야 한다. 1m 거리 두기가 적용된 관중석의 모습은 분명히 스포츠 관람에 적합하지 않을 것이다. 2008년 이후 KBO 리그의 관중 동원력은 크게 증가했다. 여성팬이 늘었고, 가족 단위 관중이 많아졌다. 잦은 회식이 지양되고 있는 세태 속에 건전한 문화생활이 선호 받았고 정착했다. 이를 관통하는 공식은 '함께 즐긴다'는 것이다. 야구장에는 가족, 연인 단위로 동행하는 팬의 비율이 높다. 일행이 경기장에 와서 두 좌석을 떨어져 착석한 모습을 상상해 보자. 일행 4명 가운데 2명은 경기 내내 얼굴조차 마주하지 못할 수 있다. 야구계 내부 관계자는 구장 수용 인원에 몇 퍼센트가 입장할 수 있는지 여부보다, 2020시즌에 처음으로 야구장을 찾는 팬, 돌아온 야구팬이 이전처럼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최소한 일행이 두 좌석씩 떨어져 앉는 모습은 막아야 한다는 얘기다. 동행 끼리는 같이 앉아야 한다. 박능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차장(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2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가진 정례 브리핑에서 "(생활 속 거리 두기)방역 지침이 일상생활 속에 뿌리내리려면 국민 여러분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학습, 창의적인 적용이 필수적이다. 국민 여러분께서도 집단방역 세부지침에 대해서 좋은 의견을 제안해달라"고 했다. 특정 분야의 특성을 반영한 거리 두기 지침을 적용할 여지가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결국 구단과 KBO가 체계적인 안전 대책과 개선안을 정부에 제공한다면, 이전처럼 일행끼리 떨어져 앉지 않고 관람하는 게 가능할 수 있다. 일단 감염자 발생을 막을 수 있는 능력을 확인시켜야 한다. KBO 코로나19 대응 태스크포스(TF)의 일원인 전병율 교수는 "야구는 실외에서 하는 종목이고, 계단식으로 조성된 야구장 객석, 그라운드를 주로 바라보는 관중의 관전 자세 등을 고려할 때 침방울을 통한 코로나19 비말 전파 가능성은 작다"고 전했다. KBO는 야구장의 특성을 활용하면서도 마스크 착용 여부, 발열 증세 확인 등 기존 예방 매뉴얼을 더 철저하게 실행할 예정이다. 구장 내 안전 요원이 할 일이 많아지면 고용을 줄이지 않아도 되는 효과도 얻을 수 있다. 사후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입장 관람객의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도 구축한다. 동행 일원이 함께 관전하는 방법도 더 세밀하게 만들어야 한다. KBO도 '야구장 방문 행태' 설문조사를 통해 가족 단위 관람객이 50.5%에 이른다는 결과에 주목했다. 일단 동반 2인 좌석을 운영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그러나 일행이 2명뿐인 팬들만 입장하는 건 아니다. 1인도 있고 3~4인도 있다. 일행이 2명보다 더 많더라도 함께 즐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수 있도록 대비해야 한다. 좌석 점유에 대한 시뮬레이션을 더 다각적으로 하고, 예약 시스템도 손을 봐야 한다. 수용 인원에 연연해 안전 관리에 소홀해서도 안 된다. 대각선, 좌우 간격을 더 늘려야 한다면 감수해야 한다. 최근 공연계에서는 관객이 방역에 솔선수범하며 공연 재개에 일조했다는 평가가 있다. 관객을 향한 이벤트, 편의 시설 이용을 마다하면서 감염자가 나오지 않도록 스스로 노력했다. 야구팬의 의식과 실천 의지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해외 언론이 한국 야구의 개막을 주목하고 있는 상황. 대만 리그의 마네킹 응원은 그저 화젯거리였다. 관람 문화를 존중하면서도 안전 수칙까지 실천할 수 있다면 다시 한번 각광 받는 계기가 될 것이다. 안희수 기자 An.heesoo@joongnag.co.kr 2020.04.2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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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판을 바꿔달라? 뉴미디어 입찰 마감 전날 있었던 방송사 마지막 횡포

지상파 3개 사 스포츠 채널과 SPOTV, 방송 4개 사가 간신히 합의에 이른 판을 흔들었다. 몽니를 넘어 억지라는 것이 야구계의 평가다. 뉴미디어 입찰과 관련해 긴 시간 동안 진통을 겪으며 합의한 사항을 놓고 방송 4개 사, 즉 지상파 3개 사 스포츠 채널과 SPOTV 컨소시엄이 제안서 서류 접수 마감일을 하루 앞둔 지난 20일, KBOP에 입찰 심사 위원 일부를 교체해 달라는 취지의 이메일 공문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통신사를 모기업으로 둔 KT 그리고 SK와 LG 소속 KBOP 이사진이 심사에 참여한다면 공정한 결과가 나올 수 없다고 주장한 것이다. 야구단과 모그룹의 관계를 제대로 알고 있다면 나올 수 없는 억지 주장에 가깝다. 입찰 참여자가 갑자기 프레젠테이션(PT)을 며칠 안 남겨 놓은 상황에서 심판을 바꿔 달라고 하는 셈이어서 파문이 예상된다. 이 소식을 전해 들은 야구인들의 반발이 상당하다. KBO 리그 유·무선 중계권 사업자 선정 입찰은 프로야구 산업화 발전의 초석을 다질 수 있는 발판으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해 10월부터 입찰 방식을 두고 KBOP와 10개 구단 마케팅 실무진 그리고 업계 관계자의 릴레이 회의가 이어졌다. 그간 특정 업체가 장악해 온 대행사 독점 구조를 바꾸고, 산업 발전을 추구하면서도 합리적인 이해관계가 구축될 수 있도록 노력했다. 3개월간 협상 끝에 1월 28일에서야 첫 번째 합의에 이르렀다. KBO는 "'클린베이스볼' 실천의 일환으로 기존의 수의계약 관행에서 탈피해 공정하고 투명한 입찰 평가 방식을 통해 사업자를 선정한다"고 했다. 닷새 이후인 2월 1일에는 세부 평가 기준도 발표했다. 기술 평가(40점) 비중을 높인 것이 골자다. 산업 발전 의지에 기여하려는 의지와 능력 없이 자금력만 앞세운 업체는 사업자로 선정될 수 없었다. KBOP는 "다양한 형태의 컨소시엄이 구성될 수 있다. 이해관계자 스스로 더 나은 발전 방향을 위한 움직임을 보여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공정성을 의심받지 않기 위해 KBOP 소속 인원은 심사에서 빠지기로 했다. 오로지 10개 구단의 의사로만 새 사업자가 선정된다. 방송 4개 사 컨소시엄, 황당한 심판 교체 요구 21일 오전 11시30분에 마감된 서류 접수에는 SK텔레콤·LG U+· KT 통신 3개 사와 포털 2개 사(네이버·카카오)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입찰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한쪽은 방송 4개 사(KBS N·MBC SPORTS+·SBS Sports·SPOTV) 컨소시엄이다. 다른 업체 또는 컨소시엄의 입찰은 없다. 그동안 각자 노선을 가던 통신 3개 사가 손잡은 것 자체가 매우 파격적이다. 프로야구 유·무선 중계권 사업이 갖는 함의를 엿볼 수 있다. 적극적이지 않던 포털이 입찰에 뛰어든 배경도 주목된다. 어떤 권리도 취득하지 못하면 최장 5년(2+3년)에 이르는 사업 기간에 시장에서 소외될 가능성이 있음을 감지했다. 이와 관련해 한 방송계 관계자는 "초반에 다소 소극적이었던 포털이 이번 입찰에 들어온 이유는 명백하다. 갈수록 커지는 해외 사업자, 즉 유튜브·넷플릭스 등이 국내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우는 추세다. 권리를 취득한 새 사업자가 포털에 불리한 조건을 내세우거나 해외 사업자와 계약 체결 시 유리한 거래를 한다면 야구 콘텐트 관련 주도권을 내줄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라고 내다봤다. 또 다른 미디어 관계자는 "역대 어느 입찰에서도 통신 3개 사가 목소리를 같이한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이는 결국 한국 프로야구로 상징된 뉴미디어 권리의 중대성에 대해 이해를 같이한 것 아닌가 싶다"고 평가했다. 통신사와 포털의 연합은 이해관계가 맞다. 애초에 통신사는 자사 OTT(Over The Top) 서비스 제공 권리를 취득하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다. 포털의 영역을 굳이 넘보지 않았다. 컨소시엄을 구성해도 내부 권리 분배를 두고 이견을 좁힐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 수의계약 대상자에서 벗어나 이제 공개 입찰에 들어간 포털은 기존 권리를 지키면서 출자 규모를 두고 통신사와 분쟁을 최소화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한 듯하다. 포털과 통신사는 그간 기존 대행사인 에이클라가 가진 재판매 권리에 휘둘렸다. 기존 체제에서 문제점을 절실히 느낀 '동병상련' 입장이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데 순풍이 됐다는 시각도 있다. 통신 3개 사와 포털 연합은 경쟁하는 방송 4개 사에 위협적이다. 실제로 낙찰 기준에 40%를 차지하는 기술 평가 경쟁력에서 크게 밀린다는 평가다. 통신사는 5G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처음부터 더 나은 서비스 질을 제공하겠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포털은 이미 뉴미디어 분야에 견고한 입지를 다진 상태다. 현재 판도에서는 방송 4개 사가 가격 평가에서도 우위를 점하기 힘들다. 통신사를 모기업으로 둔 3개 구단을 향해 방송사들이 '팔이 안으로 굽을 수밖에 없다'는 논리로 문제를 제기한 것은 결국 어설픈 견제에 불과하다. 서류 접수 마감 하루 전, 이 같은 움직임을 보인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 통신사와 포털의 연합을 뒤늦게 파악하고 취한 조치일 가능성이 있다.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견제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방송 4개 사의 행보는 앞뒤가 맞지 않는다. 방송 4개 사 컨소시엄은 입찰 방식이 공개 입찰로 정해지기 전후 이미 통신사와 연합을 추진한 것으로 확인됐다. 기술력을 보완하려는 취지로 보인다. 문제는 제시한 협상 내용이다. 통신사 입장에서 자금 부담은 상당 부분 자사가 안고, 권리 주도는 방송사가 하려는 의도가 크다고 받아들였다고 한다. 자사 O·T·T에 중계하거나 콘텐트를 활용하는 데 대해서도 기존 대행사가 요구한 것과 다를 게 없다고 봤다. 결국 에이클라가 독점하던 권리를 방송 4개 사가 나눠 갖겠다는 의미로 해석했다. 통신사 입장에선 이를 받아들여야 할 이유가 없었다. 방송 4개 사는 포털과 연합 시도에서도 비슷한 내용으로 협상했고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한다. 결국 통신사와 협업 가능성이 있을 때는 통신 3개 사를 모기업으로 둔 구단 KBOP 이사진이 심사위원으로 있는 데 대해 아무 말도 하지 않다가 상황이 불리하게 돌아가자 억지를 부리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한 업계 관계자는 "만약에 통신사가 방송사와 연합했다면 그런 공문을 보냈겠나. 결국 한 배를 타려다 실패하고 불리한 상황에 놓이자 몽니를 부리는 것이다"라는 일침을 가했다. 가장 큰 문제는 의사 결정 기구의 의결 사항을 무시한 것이다. 10개 구단 사장단이 실무 능력을 갖춘 해당 분야 전문가에게 힘을 실어 줬고, 기존에 단장만으로 구성된 KBOP 이사진도 구성원이 달라졌다. 그 과정에서 방식과 세부 평가 기준이 정해졌다. 3개월 넘게 걸린 장기전이었다. 그런 과정을 알면서도 심사를 일주일도 남기지 않은 상황에서 상식을 벗어나는 요구를 했다. 통신사를 모기업으로 둔 A구단 관계자는 "야구단은 엄연히 독립 법인이다. 야구단이 통신 사업을 하는 게 아니다. 구단의 수입 증대를 위해 이사회에 들어가 있는데, 모기업이 통신시라는 이유로 평가에서 빠져야 한다는 논리는 납득하기 힘들다"고 했다. 통신사를 모기업으로 두지 않은 구단도 입장은 같다. B구단 관계자는 "야구단과 모그룹 관계에 대해 전혀 이해가 없기 때문에 그런 요구를 했다고 본다. 무례한 조치다"라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C구단 관계자는 "그동안 에이클라나 케이블 3개 사의 입장이 강하게 반영된 룰로 변경되는 행태가 이어졌고, 이를 막기 위해 선수 출신 단장에서 마케팅 실무자로 KBOP 이사진을 재구성한 것이다. 기존 사업자의 횡포에 끌려다니지 않고 구단의 재산권을 지키겠다는 의지였다. 그런데 막판에 심사위원까지 교체해 달라는 요청을 할 줄 몰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산업 발전을 좌우할 KBOP와 7개 구단의 대처 통신사를 모기업으로 둔 세 구단은 KBO와 나머지 7개 구단의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오는 25일 진행되는 기술 평가 PT와 심사에 앞서 방송 4개 사의 요구에 대한 대응이 결정된다. 세 구단은 적극적으로 반발할 생각이 없다. 자회사가 모기업 사업에 유리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상황에 놓인 것 자체가 논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꼭 프로야구 사업이 아니어서도 그렇다. 한 구단 이사는 "KBOP가 방송사의 요구에 대응할 논리가 있고 다른 구단이 납득한다면 심사에 참여할 것이다. 우려가 있다면 그 자리에서 (심사에) 빠질 것이다. 이 문제가 곡해돼 그동안 구단의 수익 증대와 서비스 질 향상을 위해 들인 노력이 폄하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고 힘주어 말했다. 사실 이 문제는 지난달 31일 대전 모 처에서 열린 KBOP 이사회에서 이미 언급된 바 있다. 한 이사가 통신사를 모기업으로 둔 세 구단 이사가 심사위원으로 참여하는 데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업체(컨소시엄)가 등장할 가능성을 꺼냈다. 당시 KBOP 인원과 다른 구단 이사는 "문제가 안 된다"는 입장을 전했다. 이미 합의가 있었던 것이다. 뉴미디어는 올드미디어 영향력이 줄어드는 환경 변화와 맞물려 매년 가치가 높아지고 있다. KBOP에 의뢰받은 모 광고기획사는 "2년 안에 157억원에서 200억원대 규모로 성장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10개 구단의 수익 향상에 기여하며 리그 전체의 상생을 촉진할 수 있는 영역으로 기대받고 있다. 무엇보다 야구팬에게 전보다 나은 서비스 제공을 통해 야구라는 콘텐트의 경쟁력 강화를 도모할 수 있다는 평가다. 이번 심사에는 KBOP 인원 2명이 포함되지 않는다. 만약 통신사를 모기업으로 둔 세 구단 이사가 심사에서 빠진다면 7개 구단 이사만으로 사업자가 선정된다. 공정하고 합리적인 선택이 필요하다. 향후 5년 동안 뉴미디어 산업 발전 여부가 달려 있다. 스포츠취재팀 2019.02.2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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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방사 1경비단 출신' 삼성 김호재의 '굴곡진' 야구인생

2013년 8월에 열린 '2014 신인 드래프트'에선 총 105명의 선수가 선택 받았다. 10개 구단이 10라운드까지 각각 1명씩. 그리고 신생팀 KT가 1라운드 종료 후 5명의 선수를 특별 지명했다. 배재환(NC·1라운드 1번) 고영표(KT 1라운드 10번) 양석환(LG 3라운드 28순위) 등이 그해 프로 유니폼을 입었다. 지원자 720명 중 14.6%가 웃었다. 하지만 김호재는 달랐다. 불러주는 곳이 없었다. 그에겐 2013년 8월은 '아픔'이다.삼성 내야수 김호재의 야구인생은 굴곡 그 자체다. 장충고를 졸업하고 프로 지명을 받지 못했다. 일종의 사형 선고나 다름없었다. 대학 진학도 생각했지만, 프로 입단이 우선 순위였다. 마침 삼성이 손을 내밀었다. 그는 "지명이 되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도 안 했던 건 아니다. 지명식이 다 끝나고 삼성에서 연락이 왔다. 프로에 가고 싶어 한다는 걸 알고 계시더라. 올 생각 없냐고 해서 바로 '가겠다'고 했다. 감사했다"고 돌아봤다. 그렇게 2014년 삼성 육성선수가 됐다. 하지만 1군 데뷔는 뜻처럼 이뤄지지 않았다. 삼성의 선수층은 그만큼 두터웠다.2년의 시간을 보낸 뒤 2015년 10월 결단을 내렸다. 바로 현역 입대했다. 김호재는 "그때 장태수 2군 감독님께서 어린 나이에 다녀오는 게 좋다고 하셨다. 고민 없이 갔다"고 말했다. 서울 독립문 쪽에 있는 수도방위사령부(수방사) 제1경비단에서 군생활을 시작해 2017년 7월에 만기전역했다. 선수에겐 최악의 상황이었다. 경찰야구단이나 상무야구단과 비교했을 때 환경도 열악했다. 고참이 되기 전까진 야구를 할 수 없었다. 그나마 병장 때 캐치볼을 하면서 웨이트 트레이닝을 했다. 그는 "병장 때 일병 중에 박찬호(KIA)가 있었다"고 전했다. 박찬호는 장충고 시절 함께 키스톤 콤비를 맞췄던 2루수 자원. 2014 신인 드래프트에서 장충고 졸업반 중 유일하게 프로 지명을 받았다. 군대는 작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 입대 전까지 63kg이었던 몸무게가 제대 후 75kg까지 늘었다. 자연스럽게 힘이 붙었다. 김호재는 "고등학교 3학년 때 몸무게가 59~60kg 정도였다. 그런데 규칙적인 생활을 하다보니 몸이 좋아졌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이어 "팀에 돌아와서는 적응이 잘 안 됐다. 특히 수비하면서 어려움이 많았다. 하지만 계속 공을 받으니까 익숙해지더라. 교육리그를 다녀오면서 컨디션이 좋았는데, 오락가락하던 타격이 2군 개막하기 바로 직전에 좋아졌다"고 덧붙였다.성적이 '기회'를 만들었다. 2군 스프링캠프에서 타격폼을 간결하게 가져가면서 콘택트 능력이 좋아졌다. 2018시즌 2군 성적은 타율 0.343(102타수 35안타), 1홈런, 12타점. 결국 22일 정식선수 등록과 함께 1군에 콜업됐고, 곧바로 KBO리그 데뷔전까지 치렀다. 그는 "TV로 보던 선수들과 함께 뛰어서 영광이었다. 꿈의 무대를 밟은 것 같다"고 감격스러워했다. 하지만 여전히 그의 입지는 좁다. 김상수가 부상에서 회복되면 2군에 내려갈 가능성이 높다. 김호재는 "상수형은 내가 본 선수 중에서 마인드가 정말 좋다. 첫 경기를 나서기 전에도 '긴장이 되겠지만 공 1개 오면 몸 풀릴 거다. 걱정하지 말고 하던 대로 하면 된다'고 조언해주셨다"며 "난 하루살이 아닌가. 여기(1군)서 많이 배워 (2군에 내려갔을 때) 잘 만들어서 다시 오는 게 내 위치에 맞는 것 같다"고 몸을 낮췄다.꿈 같은 시간이다. 불가능하다고 했던 편견을 깼다. 그는 "프로에 육성선수로 들어간다고 했을 때 주변에서 '1,2년 안에 잘릴 거다' '네 체격으로는 야구 못한다'는 이야기도 했다. 하지만 그 시간을 버텼고, 정식선수가 되니까 정말 기쁘다"고 말했다. 목표는 소박하다. 김호재는 "부상 없이 항상 꾸준한 선수가 되고 싶다"고 했다.프로 미지명 후 육성선수 입단 그리고 현역 복무까지 한 김호재의 버라이어티한 야구인생은 이제 출발점에 섰다.배중현 기자 bae.junghyune@joins.com 2018.05.24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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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7개 구단장들 "불합리한 중계권, 방관하지 않겠다"

25일 프로야구 7개 구단 모임서 집중포화지난 25일 수원의 모처에서 프로야구 7개 구단 단장이 한자리에 모였다. 지방이 연고인 삼성과 KIA, 롯데를 제외한 나머지 구단 단장이 빠짐없이 참석했다. 다만 KBO 관계자는 없었다. KBO 관계자 부재 상황에서 단장들이 모이는 건 흔치 않은 일이다. A구단 단장은 "이례적이다"고 말했다. 여러 대화가 오갔다. FA(프리에이전트) 시장 상황부터 개막과 관련된 이야기도 이어졌다. 그리고 이날 가장 장시간 논의됐던 주제는 프로야구 중계권 구조에 대한 논쟁이었다. 일간스포츠가 1월15일부터 닷새 동안 집중적으로 보도한 내용이다. 10년 넘게 에이클라엔터테인먼트(이하 에이클라)라는 회사가 중계권 사업에서 독점적 지위를 확보하면서 비정상적으로 이윤을 남겼다는 게 골자다.B구단 단장은 "현재 중계권료는 일방적인 통보라고 보면 된다. 에이클라와 KBO간 계약을 구단에 아예 공개하지 않는다. 비공개 원칙이라고 하는데 그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며 "공개를 해줘야 합리적인 구단 운영도 가능하다"고 이날 단장 모임에서 목소리를 높였다. 단장 모임에서도 에이클라의 정확한 수익 내용을 알고 있는 단장은 없었다.모임의 분위기를 전한 B구단 단장은 "이날 대화는 사실 논쟁이라고 볼 수도 없다. 의견이 달라야 하는데 그런 것이 하나도 없었으니까. 의견 일치를 본 내용이 바로 일간스포츠가 지적한 프로야구 중계권 구조의 불합리함이다. 새롭게 꾸려질 KBO 프런트와 논의할 내용이기도 하다. 금액을 많이 받고 적게 받고를 떠나, 과정의 투명함이 중요하다. 모든게 서류, 문서로 남는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구단의 경우엔 현재 사장의 지시로 마케팅팀이 중계권 구조의 문제점에 대한 보고서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C구단 단장은 "현재 계약된 것은 어쩔 수 없으니까 앞으로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아야할 부분에 관해서 이야기를 했다. 재계약을 하는 시점이 오면 이전처럼 하지 않을 것이다"고 밝혔다. 이전과 달리 가만히 앉아서 불필요한 지출이 생기는 것을 방관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D구단은 대표이사가 직접 나서서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하는 것으로 확인 됐다. 구단 마다 이런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궁극적으로는 KBOP-구단의 마케팅 태스크포스팀 주축으로 원점에서부터 중계권 계약 구조의 문제점을 점검할 수 있다. 일방적인 의사 결정과정에 따른 그간 관행도 탈피할 수 있음은 물론이다. 여기에 지상파-포털 온라인 등 여러 항목의 중계 카테고리에 대한 적정한 시장 평가 등의 작업에 나설 수 있다. KBO- 대행사의 일방적인 결정, 이에 따른 통보 과정에서 벗어나 회원사인 10개 구단이 주도적으로 처리하는 첫 걸음이 되는 것이다. 정운찬 총재는 29일 기자 간담회에서 여러 차례 과정의 투명성에 대해 역설했다. 새 사무총장의 조건에 대해서도 여러 선임원칙을 이야기하면서 가장 먼저 "정직한 사람이 기준"이라고 강조했다. 새 사무총장이 누가 되든 간에 중계권 문제에 대해선 '과정의 투명성'을 염두에 두고 새로운 중계권 계약 모델이 만들어질 것으로 보인다. 중계권 계약을 둘러싼 환경이 변하고 있는 상황에서 야구단의 주도적이고, 선도적인 대책 마련도 필수다. 2018년에는 뉴미디어 중계권이 만료되고, 2019년에는 공중파와 케이블 중계권이 종료 된다. 프로야구 콘텐트 '1차 생산자'는 야구단과 선수다. 이들에게 제 몫이 가고 있는지에 대해선 구단 관계자들 조차 "사실 우리는 잘 모른다. 그간 맡겨 놨을 뿐"이라는 목소리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도 선제적인 점검이 필요하다. 일간스포츠는 1월 15일부터 19일까지 '프로야구 새 판을 짜자' 제하의 기획을 통해 가장 먼저 중계권 구조의 불합리함을 지적했다. 2017년 에이클라가 중계권을 통해 벌어들인 수익금은 110억원(추정치) 이상이다. 구단이 받은 중계권 수익금은 53억8000만원으로 에이클라의 절반이 안 됐다. 불필요한 지출이 생기는 '옥상옥 구조'가 문제다. KBOP는 스포츠 마케팅과 중계권, 스폰서십 사업 등을 전담하기 위해 2002년 설립 됐지만 취지를 잃었다. 지상파 3사의 컨소시엄 대행사 에이클라와 중계권 계약을 하는 동안 대행사의 교체 없이 한 곳이 독점적으로 업무를 진행 했다. 에이클라는 명목상 지상파 3사의 대행사이지만, 어느 야구인도 그렇게 인식하지 않는다. 중간에서 수수료로 프로야구 중계권 수익을 나눠간다. KBOP가 본연의 일을 하지 않으면서 불필요한 금액 지출이 생긴 셈이다. 피해는 고스란히 구단의 몫이다. 배영은 ·배중현·안희수 기자 2018.01.3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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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들 1등 보양식”…참다한홍삼, 스포츠 업계 러브콜 뜨겁네

체력소모가 극심한 스포츠 선수들은 어떤 보양식을 즐겨 먹을까. 1순위는 역시 ‘홍삼’. 이유는 간단하다. 면역력과 피로회복에 좋은 사포닌 성분이 다량 함유돼 있고, 도핑테스트에도 안전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최근엔 스포츠 구단들이 먼저 홍삼 브랜드에 협약을 요청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선수들을 위한 홍삼 제품을 후원받고, 그 대가로 경기장 광고판 등을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참다한 홍삼이다. ‘전체식 홍삼’으로 유명한 참다한은 스포츠 선수들이 가장 좋아하는 홍삼 브랜드 중 하나다. 홍삼 전체를 통째 초미세분말로 만드는 첨단 기술력으로, 여타 제품보다 영양성분 함량을 월등히 높였기 때문이다. 참다한 관계자는 “대다수 홍삼 업체들은 홍삼을 뜨거운 물에 달여 내는 ‘물 추출 방식’으로 상품을 제조하는데, 이런 방식은 홍삼 유효성분 중 물에 녹는 47.8%의 영양성분 밖에 섭취할 수 없다”며 “반면 홍삼을 통째로 갈아서 제품화하는 참다한은 홍삼 전체 영양분을 온전히 섭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참다한이 처음 선수들 사이에 알려진 계기는 프로야구단과 공동 프로모션을 진행하면서부터다. 참다한은 올해 초 두산베어스, 롯데자이언츠 등 2개 구단의 후원 요청을 받아 선수단과 팬들에게 ‘참다한 프리미엄’, ‘참다한 홍키즈’ 등을 지원했다. 잇따른 야구계 협찬 소식이 전해지면서, 참다한에 대한 관심이 쏟아졌다. 보양식하면 빼놓을 수 없는 야구인들이 최고라고 치켜세우는 참다한 홍삼에 스포츠 각계의 지원요청 러브콜이 쇄도한 것이다. 그중에는 타사 제품을 지원받는 구단도 포함돼 있었다는 후문이다. 참다한은 다음 타자로 대한이종격투기연맹 프로리그인 ‘ALL FC’ 선수들을 선정했다. 격렬한 훈련을 소화해야 하는 이종격투기 선수들에게 홍삼이 큰 힘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실제로 시합 준비기간 중 참다한 홍삼을 섭취한 선수들은 “부상방지는 물론, 신체 능력 향상과 컨디션 관리에 큰 도움이 됐다”고 전했다. 참다한 관계자는 “대형 구단들뿐만 아니라 그룹사가 없는 스포츠 팀에도 적극적으로 제품을 지원하려고 한다”며 “참다한 홍삼을 복용한 선수들이 경기에서 좋은 성적을 내면 후원사로서 자부심과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최근 참다한은 후원 활동 영역을 클라이밍 스포츠까지 확대했다. 국내 명문 산악회인 대륙산악회 해외원정대에 전체식 홍삼엑기스, 홍삼정 등의 제품을 지원한 것이다.참다한의 후원에 힘입어 13명의 대륙산악회 원정대원들은 키르기스스탄 악사이 산군에서 두 번째로 높은 봉우리 ‘자유한국봉(Free Korea, 해발 4778m)’ 등반에 성공하는 쾌거를 이뤘다.당시 원정대장을 맡았던 공영대 대장은 “매번 산에 오를 때마다 홍삼을 먹었지만, 참다한은 확실히 달랐다”며 “보통 고지대에선 산소 부족으로 식욕이 떨어지고 불면증이 심한데 참다한과 함께 한 자유한국봉 등반에서는 식사도 잘 하고 잠도 잘 잤다”고 말했다. 한편, 참다한은 앞으로도 참다한을 필요로 하는 곳이면 어디든 적극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참다한 관계자는 “홍삼을 통해 국내 스포츠 문화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 진정성 있는 후원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강민주 기자 2017.01.17 14:04
야구

인천구장 찾은 재일동포 야구단 1세대 주장 최태길

"아, 참 많이도 좋아졌다."재일동포 2세 최태길(75) 옹이 인천 문학구장을 둘러보며 감탄사를 연발했다. "그땐 동대문 야구장 하나가 그나마 쓸만했지. 지방을 돌 때면 새끼줄로 외야펜스를 대신한 곳도 있었어. 참…. 감격스럽네." 55년전 기억을 더듬는 사이, 그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최 옹은 재일동포 야구단(1956~1997년)의 첫번째 주장이었다. 최 옹은 8일 SK와 삼성의 경기가 펼쳐진 인천 문학구장을 찾았다. 그가 한국의 경기장을 찾은 것은 1956년 이후 55년만의 일이다. 최 옹은 "친척들이 있으니 가끔 한국에 오곤 했다. 하지만 야구장을 찾지는 않았다"고 했다. 일본서 초·중·고·대학까지 야구 선수로 지냈던 '야구인 최태길 옹'이지만 한국에서는 "불러주는 사람이 없으니까, 꼭 내 자리가 아닌 것 같아서" 야구장을 찾지 않았다고. 최 옹은 "지난 해부터는 '한국 야구장에 꼭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후배 김성근이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감독이 되고, 일본에서도 명성을 떨치고 있다. 재일동포 신분으로 한국 야구의 명장이 된 그 모습을 꼭 보고싶었다." 소식을 들은 김성근(69) SK 감독은 최 옹에게 "꼭 한번 와 주십시오"라고 연락을 취했다. 김 감독은 1959년 재일동포 야구단 소속으로 한국을 찾았고, 1962년 영주귀국했다. '반쪽발이'라는 험한 말을 들으면서도 야구에 대한 열정을 놓치지 않았고, 한국시리즈 3회 우승에 빛나는 사령탑이 됐다. 최 옹은 "김 감독이 한국에서 야신으로 불린다고 하더라. 그 소식을 일본 신문을 통해 들었다. 얼마나 감격스러운 일인가. 대견하고, 고맙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재일동포가 한국 야구 발전에 도움을 준 부분이 분명히 있다. 재일동포 야구단의 역할도 상당했다. 물론 재일동포 야구 선수들에게도 한국은 희망을 안겨줬다"고 떠올렸다. 이제 야구계를 떠난 최 옹의 생각도 같다. "1956년 한국에 처음 왔지. 이승만 대통령이 우리 야구단과 식사를 함께 하기도 했어. 내가 주장이었으니까, 여러분들과 만날 기회가 있을 때마다 꽃다발을 전해드리고, 받는 역할을 자주했지. 정을 주고 받는 기분이었어. 그렇게 따뜻한 시간을 보냈지." 그런데 왜 그는 한국 야구장을 '내 자리가 아닌 것 같아서' 기피했을까. 질문을 받은 최 옹은 희미하게 웃기만 했다. 대답 대신 들려온 감격의 두 마디. "한국 야구가 이제 세계 최고 수준 아닌가. 이런 경기장도 있고, 경기력도 상당하고. 한국인이라는 것, 자랑스러워." 인천=하남직 기자 [jiks79@joongang.co.kr] 2011.04.08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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