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야구는 모범 사례로 극찬받은 K-방역과 국민성을 토대로 전례 없던 정국 속에서도 개막을 앞두고 있다. 단 한 명도 확진자가 나오지 않은 야구단과 야구인의 노력도 조명받았다. 이제 현장에 활력을 불어넣는 관중의 입장을 준비할 시점이다. 그러나 정부의 권고 지침은 관람 문화의 본질을 온전히 추구할 수 없다. 이해관계자는 생존 문제로 애끊고 있는 상황이다. 안전과 갈증을 동시에 아우르는 방안. 일간스포츠는 이른바 '창의적 거리두기'를 제안한다.
'장기·지속적 1m 거리 두기, 흔들리는 야구계 생존'
고강도 사회적 거리 두기가 완화된 지난 주말(4월 25~26일), 주요 관광지와 명소의 방문객은 크게 늘었고 종교 활동도 재개됐다. 조심스럽게 봄을 만끽했다. 인파가 모이는 장소에서는 사람 사이 1m (이상)거리 두기가 '어쨌든' 실천되고 있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다가올 황금연휴(4월 30일~5월 5일)는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것이다"며 "방역과 일상을 조화롭게 병행할 역량이 있는지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 상황. '고강도' 거리 두기로 회귀하지 않으려는 국민의 '1m' 거리 두기 실전 의지는 고비에서 더 강하게 작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코로나19 정국이 완전히 종식될 시점은 가늠할 수 없다고 한다.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을 것이다"는 소견을 전한 전문가도 있다. 정부는 생활방역 체계로 전환해도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생활 속 거리 두기를 권고할 계획이다. 국민의 적극적 참여를 당부했다. 1m 거리 두기가 이어질 것이라는 얘기다. 특히 종교, 관람 활동에는 필수로 적용될 것이다.
지난 16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팬들이 펜스 너머 그라운드에서 열리고 있는 삼성 라이온즈의 자체 청백전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단계적 관중 입장을 준비하고 있는 KBO와 리그 이해관계자는 이러한 정부의 권고와 향후 계획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m 거리 두기가 사회 전 분야에 일률 적용될지, 분야별 특성이 반영될지 아직 정해지지 않은 시점이기 때문이다.
KBO 이사회는 정부의 '거리 두기' 기간을 존중하며, 당초 유력했던 5월 1일보다 나흘 뒤로 정규리그 개막을 정했다. 정부의 노력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존중하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관중도 사회적 분위기를 고려해 점진적으로 늘릴 생각이다.
그러나 종료 시점을 기약할 수 없는 상태로 거리 두기가 '도식적이고 고답적으로' 유지되면 여러모로 계획은 차질이 생긴다. 한 구단 관계자는 "전체 수용 인원에 10% 정도만 채울 수 있을 것이다"고 했다. 최소 두 좌석 이상은 떨어져서 앉아야 하고, 앞과 뒤 측면과 대각까지 고려해야 한다.
결국 구단의 수익 저하로 이어진다. 방송, 뉴미디어 중계권료가 상승했지만, 관중 입장 수익과 부대 시설 이용 수익은 여전히 큰 비율을 차지한다. 야구장 안팎에 업계 종사자도 연쇄 타격을 입는다. 고용 문제도 생긴다. 야구단 자생력 저하는 이전부터 화두였다. 코로나19 정국 속에 안 그래도 경기의 질과 직결되는 선수 영입과 계약 문제도 한파가 우려되는 상황. 1m 거리 두기가 이어지면 수익 향상을 전제로 타진하던 의사 결정까지 무산될 수 있다는 얘기다.
'관람 문화 본질 추구가 우선, 일행끼리는 함께 앉아야'
야구단의 수익 저하로 커진 볼멘소리는 물론 사회 전 구성원에게 공감받기 어렵다. 경제 침체는 모든 분야를 망라하고 있다. '이 시기를 철저하게 방비하지 않으면 더 큰 문제가 초래될 수 있다'는 인식이 퍼져 있다. 일정 수준의 희생은 모든 업계가 감수하고 있다. 명소에 인파가 모이고, 맛집에도 손님이 가득하다. 프로 스포츠도 관중 동원 자체가 제재 받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정부의 권고 사항을 거스르면서까지 수익성 확대를 외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이런 시국이기에 10구단과 KBO는 더 많은 관중보다 문화의 본질에 주목해야 한다.
1m 거리 두기가 적용된 관중석의 모습은 분명히 스포츠 관람에 적합하지 않을 것이다. 2008년 이후 KBO 리그의 관중 동원력은 크게 증가했다. 여성팬이 늘었고, 가족 단위 관중이 많아졌다. 잦은 회식이 지양되고 있는 세태 속에 건전한 문화생활이 선호 받았고 정착했다. 이를 관통하는 공식은 '함께 즐긴다'는 것이다. 야구장에는 가족, 연인 단위로 동행하는 팬의 비율이 높다.
일행이 경기장에 와서 두 좌석을 떨어져 착석한 모습을 상상해 보자. 일행 4명 가운데 2명은 경기 내내 얼굴조차 마주하지 못할 수 있다. 야구계 내부 관계자는 구장 수용 인원에 몇 퍼센트가 입장할 수 있는지 여부보다, 2020시즌에 처음으로 야구장을 찾는 팬, 돌아온 야구팬이 이전처럼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최소한 일행이 두 좌석씩 떨어져 앉는 모습은 막아야 한다는 얘기다. 동행 끼리는 같이 앉아야 한다.
박능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차장(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2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가진 정례 브리핑에서 "(생활 속 거리 두기)방역 지침이 일상생활 속에 뿌리내리려면 국민 여러분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학습, 창의적인 적용이 필수적이다. 국민 여러분께서도 집단방역 세부지침에 대해서 좋은 의견을 제안해달라"고 했다.
특정 분야의 특성을 반영한 거리 두기 지침을 적용할 여지가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결국 구단과 KBO가 체계적인 안전 대책과 개선안을 정부에 제공한다면, 이전처럼 일행끼리 떨어져 앉지 않고 관람하는 게 가능할 수 있다.
일단 감염자 발생을 막을 수 있는 능력을 확인시켜야 한다.
KBO 코로나19 대응 태스크포스(TF)의 일원인 전병율 교수는 "야구는 실외에서 하는 종목이고, 계단식으로 조성된 야구장 객석, 그라운드를 주로 바라보는 관중의 관전 자세 등을 고려할 때 침방울을 통한 코로나19 비말 전파 가능성은 작다"고 전했다. KBO는 야구장의 특성을 활용하면서도 마스크 착용 여부, 발열 증세 확인 등 기존 예방 매뉴얼을 더 철저하게 실행할 예정이다. 구장 내 안전 요원이 할 일이 많아지면 고용을 줄이지 않아도 되는 효과도 얻을 수 있다. 사후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입장 관람객의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도 구축한다.
동행 일원이 함께 관전하는 방법도 더 세밀하게 만들어야 한다. KBO도 '야구장 방문 행태' 설문조사를 통해 가족 단위 관람객이 50.5%에 이른다는 결과에 주목했다. 일단 동반 2인 좌석을 운영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그러나 일행이 2명뿐인 팬들만 입장하는 건 아니다. 1인도 있고 3~4인도 있다. 일행이 2명보다 더 많더라도 함께 즐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수 있도록 대비해야 한다. 좌석 점유에 대한 시뮬레이션을 더 다각적으로 하고, 예약 시스템도 손을 봐야 한다. 수용 인원에 연연해 안전 관리에 소홀해서도 안 된다. 대각선, 좌우 간격을 더 늘려야 한다면 감수해야 한다.
최근 공연계에서는 관객이 방역에 솔선수범하며 공연 재개에 일조했다는 평가가 있다. 관객을 향한 이벤트, 편의 시설 이용을 마다하면서 감염자가 나오지 않도록 스스로 노력했다. 야구팬의 의식과 실천 의지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해외 언론이 한국 야구의 개막을 주목하고 있는 상황. 대만 리그의 마네킹 응원은 그저 화젯거리였다. 관람 문화를 존중하면서도 안전 수칙까지 실천할 수 있다면 다시 한번 각광 받는 계기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