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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 투수도 감탄한 소형준의 학구열, 올겨울 스승은 사이영상 투수

선동열 전 야구 국가대표팀 감독은 2년(2021~2022) 연속으로 KT 위즈 스프링캠프에 인스트럭터로 나섰다. 선수 시절 한솥밥을 먹은 이강철 KT 감독의 부탁을 수락했다. '국보 투수' 선동열 감독과 호흡한 KT 젊은 투수들은 매 순간 눈을 반짝이며 하나라도 더 배우려고 했다. 그중에서도 소형준(22)이 가장 적극적으로 다가섰다. 선동열 감독은 "타자와 상대할 때 수 싸움, 변화구 구사 방법 등 소형준 투수가 가장 많이 물어보더라"라고 돌아봤다. 소형준은 팀 선배 투수 고영표, 배제성에게도 평소 많은 것을 물어본다. 배제성은 "이미 연차(2022년 기준 3년)에 비해서 충분히 잘하고 있지만, 더 좋은 투수가 되려는 욕심이 많은 후배다. 야망이 크다"고 말하기도 했다. 소형준은 지난달 30일 고영표, 원태인(삼성 라이온즈)와 함께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로 떠나 미니 캠프를 차렸다. 지난 시즌 팀 메이트였던 외국인 선수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의 추천을 받았다. 소형준은 "메이저리그(MLB) 선수들도 많이 오는 시설이라고 들었다. 그들의 노하우를 배우고 싶다"고 했다. 소형준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벌써 정상급 빅리거와 교감하고 있다. 2022시즌 14승 9패 평균자책점 2.28을 기록하며 MLB 내셔널리그(NL) 사이영상을 수상한 샌디 알칸타라(마이애미 말린스)로부터 체인지업 그립을 배웠다. 알칸타라의 2022시즌 체인지업 구사율은 27.7%였다. 포심 패스트볼(직구) 다음으로 많이 던졌다. 평균 구속이 시속 147㎞에 육박하는 체인지업은 그의 주 무기다. 소형준은 투심 패스트볼과 컷 패스트볼(커터)을 주로 던진다. 타자의 히팅 포인트를 흔들어 땅볼을 유도하는데 능하다. 반면 체인지업은 상대적으로 들쑥날쑥하다. 데뷔 시즌(2020)에는 자신감이 부족해 자주 구사하지 않았다. 지난해 6월 14일 등판한 SSG 랜더스전에서는 체인지업이 계속 공략당하며 10안타를 맞기도했다. 2022시즌 체인지업 피출루율은 0.324였다. 소형준은 결정구로 체인지업보다 커브를 더 자주 구사했다. 무기를 하나 더 장착한다면 타자와의 수 싸움에서 유리해질 수 있다. 소형준은 알칸타라에게 체인지업 그립뿐 아니라 팔 스윙 방식,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을 두루 물어봤다. 알칸타라도 흔쾌히 답하며, 언제든지 더 물어보라고 했다. 소형준은 오는 3월 열리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에 선발됐다. 원태인·이의리와 함께 한국야구 대표팀 세대교체 주자로 기대받고 있다. 국제무대에선 상대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소형준이다. 이번 대회 한국 대표팀의 비밀병기가 될 수 있다. 안희수 기자 2023.01.20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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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특집] '수다 꿀케미' 고영표 배제성 소형준 "올 가을도 작년처럼"

배제성(26)과 소형준(21)은 자리에 앉기도 전에 티격태격한다. 특유의 엷은 미소를 띠며 이 모습을 지켜보던 고영표(31)가 이내 수다에 가세한다. 많게는 10살 차이가 나는 선·후배. 그러나 허물없다. KT 위즈가 강팀으로 도약할 수 있었던 가장 큰 힘은 선발진이다. 다른 팀 사령탑조차 부러움을 감추지 않는다. 특히 최근 3년 국내 선발진을 맡은 고영표·배제성·소형준의 활약을 빼놓을 수 없다. 고영표는 최근 2년 동안 40번이 넘는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3실점 이하)를 해내며 '꾸준함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했다. 배제성은 최근 3년(2019~2021) 동안 국내 투수 중 가장 많은 승리(29승)를 거뒀다. 2020년 신인왕 소형준도 데뷔 3년 만에 리그를 대표하는 투수가 됐다. KT는 이들을 앞세워 지난해(2021년) 통합 우승을 해냈다. 일간스포츠는 창간 53주년을 맞이해 KT를 강팀으로 이끈 세 투수를 만나 얘기를 나눴다. 서로의 장단점은 물론, 음료 취향과 잠버릇까지 꿰고 있는 이들의 모습에서 끈끈한 팀워크를 엿볼 수 있었다. 배제성은 현재 전반기 막판 부침으로 구원 임무를 맡고 있다. KT도 1위가 아닌 3위 경쟁 중이다. 통합 우승을 차지한 지난해와 다른 상황이다. 그러나 이들의 목표는 올해도 같다. 가장 마지막 경기에서 웃는 것이다. Q : KT 선발진 사이 시너지 효과를 꼽는다면. 소형준(이하 소)=데뷔 2년(2020~2021) 차까지는 그저 실점을 막는 투구만 신경 썼다. 그러나 작년 영표 형이 많은 이닝(166과 3분의 2)을 소화하는 것을 보면서 점수를 좀 주더라도 이닝을 더 막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렇게 투구 지향점이 달라진 덕분에 올 시즌 경기당 이닝(6과 3분의 1이닝)이 늘어난 것 같다. 고영표(이하 고)=나는 군 복무를 마치고 지난해 합류했다. 후배들이 잘하는 모습이 자극제가 됐다. '더 열심히 하지 않으면 밀린다'는 위기감이 생겼다. 선발 투수로서 가장 중요한 건 이닝 소화라고 생각했다. 후배들에게 귀감이 된 것 같아서 기쁘다. 나도 항상 후배들에게서 배운다. 배제성(이하 배)=KT 투수진의 가장 큰 강점은 소통이 원활하다는 것이다. 웨이트 트레이닝장이 그 무대다. 너 나 할 것 없이 허심탄회한 얘기를 나눈다. 의견을 주고받다 보면 좋은 기운이 생긴다. Q : 슬럼프에 빠진 선수가 도움을 받을 것 같다. 고=요즘 어때? 어제(등판 경기) 괜찮았어? 등 안부를 묻는 것부터 대화가 시작된다. 그래야 자연스럽게 수다로 이어진다. 다들 프로다. 자신의 분야에서 어느 정도 잘하고 있다. 어설픈 배려나 조언은 하지 않는 편이다. 배=안 좋은 상황에 있는 선수에겐 오히려 말을 아끼는 것 같다. 말을 하더라도 내 생각을 전하는 정도다. 지시가 오갔다면, 트레이닝장에 지금처럼 좋은 분위기가 생기기 어려울 것이다. 고=아마 이런 자리(인터뷰)도 갖기 어려웠을 것이다. 소=난 이제 데뷔 3년 차이고, 다른 팀에서 뛰어보지 못했다. 그래도 내부에 조성된 경쟁심이 딱 이상적인 수준이라는 생각이 든다. '분위기가 좋다'는 표현으로는 다 설명하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나도 데뷔 첫 시즌부터 1군에 자리 잡을 수 있었던 것 같다. 배=같은 생각이다. 어떤 집단에서나 자기 자리를 지키기 위해 남을 깎아내리는 사람이 있다. 프로 선수에게 위기감과 경쟁심은 당연히 필요하지만, 남의 불행을 바란다고 내가 잘 되는 것도 아니다. 우리 팀 경쟁 분위기는 딱 좋은 것 같다. Q : 서로에게 탐나는 능력이 있다면. 고=직구 평균 구속이 130㎞대인 나는 당연히 두 후배의 빠른 공이 탐난다. 때로는 힘으로 타자를 제압하고 싶다. (배)제성이의 슬라이더나 (소)형준이의 컷 패스트볼처럼 꺾이는 각도가 크지 않는 구종도 탐난다. (포수) 장성우 선배도 '그런 공 하나만 있으면 더 좋을 것 같다'고 하더라. 배=영표 형한텐 당연히 체인지업이다. 최고의 구종 아닌가. 형준이한테 부러운 건 명확하다. 긍정적인 마인드다. 나는 솔직히 화(火)가 좀 있다. 형준이는 대량 실점하며 부진한 날에도 정말 잘 잔다. 소=나도 못 잘 때가 있다(웃음). 배=거짓말이다. 내가 형준이의 룸메이트였다. 한 번도 침대에서 뒤척이는 걸 보지 못했다. 소=솔직히 못 던졌다고 잠을 못 이루진 않는다. 작년에 한창 털릴 때(부진할 때)도 잠은 잘 잤다. 길게 봐야 한다. 당장 다음 등판을 위해서라도 잘 자야 한다. 배=모든 사람이 그러고 싶다. 그게 어렵다는 걸 형준이는 모른다. 소=난 영표 형의 회복력이 정말 대단한 것 같다. 얼마 전에도 느꼈다. 100구 넘게 던진 경기 다음 날 전력으로 캐치볼을 한다. 몸도 너무 가벼워 보인다. 다른 동료들도 '파머(farmer·농부)의 아들'이라며 강인한 신체에 놀란다. 배=(선발) 등판 다음 날 골골대는 투수도 있다. 영표 형은 마치 일주일을 쉬고 나선 투수 같아서 그런 말이 나오는 것이다. 나도 그런 신체 능력이 부럽다. 고=나는 구위형 투수가 아니지 않나. 엔진을 100% 가동하지 않는다. 그래도 신체 회복력은 좋은 편 같다. 등판 다음 날에도 높은 강도로 운동하는 이유는 경험을 통해 정립한 루틴이다. 어설프게 하는 것보다 빵빵 때리며 던지는 게 낫더라. Q : 2021년 두산 베어스와의 한국시리즈(KS)에서 고영표는 헐거워진 KT 허리진을 보강하기 위해 불펜 투수로 나섰다. 소형준은 2차전에 등판해 6이닝 무실점을 기록했고, 배제성은 4차전에서 5이닝 3실점 하며 승리 투수가 됐다. 지난해 KS를 돌아본다면. 고=군 복무 전까지 KT는 하위권이었다. 복귀하니 강팀이 됐고, 정규시즌 1위까지 하더라. KS 기간 내내 얼떨떨한 마음이었다. 배=2020년 두산과의 플레이오프(PO)에선 컨디션이 정말 좋았지만, 벤치에 신뢰를 주지 못해 좌타자 타석 때 교체됐다. 2021년 KS(두산전)에서 만회하고 싶었는데, 감독님이 다시 기회를 주셨고, 우승을 확정하는 경기(4차전)에서 승리 투수가 돼 기뻤다. 소=정규시즌 내내 좋지 않았다. 걱정했는데 감독님이 2차전을 맡겨주셨다. 운이 좋아서 실점 없이 6이닝을 막았다. 데뷔 2년 차에 우승을 경험할 수 있어 행복했다. Q : 올해 포스트시즌(PS)에서는 와일드카드 결정전 또는 준PO부터 치러야 할 거다. 고=나는 지난해 KS에서 불펜 대기했다. 정규시즌 선발로 잘했기 때문에 이강철 감독님의 선택에 서운했다. 그러나 KS를 치르며 내가 중책을 맡았다는 것을 알았고, 그런 마음을 가진 나를 자책했다. 올해 PS에서 내 임무를 궁금해하는 분이 많다. 물론 선발로 나가고 싶지만, 롱릴리버든 셋업맨이든 다 좋다. 작년보다 더 잘할 수 있다. 배=나는 올 시즌 후반기 선발에서 밀렸다. 어떤 상황에 등판하든 자신감을 갖고 무조건 점수를 안 주는 투구를 하겠다. 소=탈락한 2020년 PO, 우승한 2021년 KS 모두 두산 한 팀만 상대했다. 이번 PS에선 여러 팀을 상대하고 싶다. 무엇보다 홈인 수원KT위즈파크에서 첫 가을야구 경기를 치를 수 있을 것 같아서 기쁘다. 영표 형이 먼저 등판해서 상대 타선 기를 죽이고, 분위기를 KT로 가져오길 바란다. 배=형준이가 잘 던져서 KT가 PS에서 치러야 할 경기가 많아지면, 나도 선발로 나설 기회가 오지 않을까. 형준이가 제발 잘 던져줬으면 좋겠다. 고=제성이는 지난해 KT가 통합 우승을 확정한 경기(4차전) 승리 투수였다. 나는 제성이가 다시 한번 그 모습을 재연했으면 좋겠다. 배=단기전은 변수가 많다. 정규시즌에서 KT의 순위가 작년보다 떨어졌지만, 더 높은 무대로 올라갈 수 있을 것이다. 소=모든 선수가 마지막에 웃기 위해 그라운드에 설 것이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Q : 20년 뒤 KT가 어떤 모습이길 바라나. 고=한 시즌에 만원 관중이 여러 번 기록될 만큼 넓고 깊은 팬덤을 보유한 팀이 돼 있길 바란다. 이를 위해 우승 트로피 7개 정도는 더 있어야 하지 않을까. 메이저리그는 경기장에 초청된 팀 레전드가 올드팬으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는 장면을 자주 볼 수 있다. 레전드와 팬이 많은 팀이 되길 바란다. 배=지금 같은 팀 문화가 잘 이어졌으면 좋겠다. 그러면 고교 야구 선수들이 오고 싶은 팀이 될 것이다. 소=내 꿈은 KT에서 영구결번(30번)이 되는 것이다. 양현종·김광현 선배처럼 150승 이상 해내고 싶다. 배=형준이는 야망이 크다. 지금도 잘하고 있는데 만족할 줄 모른다. 소=1번과 19번(각각 고영표와 배제성 등 번호)도 영구결번으로 지정돼 외야석에 새겨졌으면 좋겠다. 수원=안희수 기자 2022.09.2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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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 포커스]불펜 전환 배제성, KT 가을야구 신스틸러 예고

이강철 KT 감독은 지난 4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 9회 말, 다소 의아한 투수 교체를 보여줬다. KT가 6-2로 앞선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셋업맨 김민수를 마운드에서 내리고 배제성(26)을 투입한 것. 당시 김민수의 투구 수는 11개였다. 이틀 연속 등판했지만, 휴일(5일)을 앞둔 상황이었기에 한 타자를 더 맡아도 문제없을 것 같았다. 4점 차로 이기고 있는 팀이 아웃카운트를 1개 남겨두고 투수를 교체하면, 상대 팀의 불쾌감을 살 수도 있다. 마운드에 오른 배제성은 KIA 최형우를 좌익수 뜬공으로 처리하며 임무를 완수했다. 배제성이 하루라도 빨리 구원 등판에 적응할 수 있도록 이강철 감독이 유도한 것으로 보인다. 배제성은 2019년 5월부터 올해 8월 중순까지 줄곧 선발 임무만 맡았던 투수다. 그러나 6월 말 갑자기 부진했고, '경쟁자' 엄상백이 좋은 페이스를 이어가는 상황이 겹치며 불펜 투수로 보직이 바뀌었다. 지난달 26일 SSG 랜더스전에서 1197일 만에 구원 투수로 나서 1과 3분의 1이닝을 소화했고, 이날 KIA전에서 두 번째로 불펜에서 출격했다. 배제성이 최형우의 타석에서 투입된 점은 시사하는 바가 있다. 이강철 감독이 왼손 장타자를 잡기 위해 배제성을 활용했다고 볼 수 있다. 배제성은 우투수인데도 2021시즌 좌타자에게 강했다. 피안타율 0.218, 피장타율 0.299. 작년에는 포심 패스트볼(직구) 구위가 좋았고, 그 덕분에 몸쪽(좌타자 기준) 낮은 코스로 휘어지는 슬라이더도 효과적으로 통했다. 배제성은 6월 22일 NC 다이노스전에서 5이닝 동안 7실점 하며 부진했다. 이 경기 직구 평균 구속은 140.8㎞/h에 불과했다. 다음 등판이었던 삼성 라이온즈전은 141.7㎞/h. 2021시즌 평균 구속(144.4㎞/h)보다 크게 떨어졌다. 구원 등판한 4일 KIA전에서 배제성의 직구 평균 구속은 144.8㎞/h까지 올랐다. 짧은 이닝을 소화하는 만큼 힘을 아끼지 않은 것이다. 직속이 빠르다 보니, 타이밍을 빼앗기 위해 구사한 체인지업이 최형우의 빗맞은 타구를 유도했다. KT는 올 시즌 주권·김민수·김재윤으로 뒷문을 막아왔다. 최근 젊은 투수 이채호와 박영현의 등판이 늘었지만, 여전히 박빙 상황에선 세 투수의 어깨가 무겁다. 배제성이 시속 140㎞대 후반 직구를 뿌릴 수 있다면, 상대 좌타자 라인을 효과적으로 봉쇄할 수 있을 것이다. 예년보다 좌타자를 상대로 고전하고 있는 주권의 부담도 줄여줄 수 있다. 이강철 감독은 2021시즌 SSG와의 정규시즌 최종전에서 선발 투수였던 고영표를 6회 말 수비에 구원 투입, 3이닝을 맡겼다. 포스트시즌에서도 고영표를 허리진에서 활용해 효과를 봤다. 올 시즌은 배제성이 고영표가 맡았던 역할을 해줄 전망이다. 이강철 감독도 "어차피 포스트시즌을 치르려면 선발 한 명이 불펜으로 이동해야 한다. (배제성의 구원 등판은) 지금부터 준비하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KT는 6일 기준으로 리그 4위다. 현재 순위라면 5위 KIA와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치를 가능성이 높다. 배제성은 KIA 주축 좌타자들에게 매우 강했다. 최근 4시즌(2019~2022) 기준으로 나성범에겐 피안타율 0.160, 최형우는 0.250, 소크라테스 브리토는 0.111를 기록했다. 4일 KIA전처럼 중요한 순간, 원 포인트 릴리프로 나설 전망이다. '가을 극장'의 신스틸러가 될 수 있다. 안희수 기자 2022.09.0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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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팅볼로 전락한 배제성의 슬라이더

지난 3시즌(2019~2021) '국내 투수' 최다승(29승)을 거둔 배제성(26·KT 위즈)이 주 무기 슬라이더에 발목이 잡혔다. 배제성은 지난 10일 수원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3과 3분의 2이닝 동안 7안타를 맞고 5점을 내주고 조기강판됐다. KT가 1-9로 져 시즌 8패(3승)째를 안았다. 배제성은 이전 2경기, 6월 22일 NC 다이노스전과 6월 29일 삼성 라이온즈전에서도 각각 7점과 6점을 내줬다. 풀타임 선발로 나선 2019시즌 이후 처음으로 3경기 연속 5실점 이상 기록했다. 10일 배제성에게 우월 투런포를 때려낸 롯데 외야수 고승민은 "배제성 투수가 2스트라이크 이후 슬라이더를 구사할 것으로 예상했다"고 했다. 배제성은 시속 130~135㎞ 사이 낙차 큰 슬라이더를 결정구로 구사한다. 지난 시즌까지는 왼손 타자 기준 몸쪽으로 살짝 휘는 움직임을 보여줬지만, 겨우내 갈고 닦아 12시에서 6시 방향으로 떨어지는 슬라이더를 완성했다. 마치 고속 커브 같은 무브먼트를 보여줬다. 배제성은 업그레이드된 슬라이더를 앞세워 5월까지 2점(2.97)대 평균자책점을 유지했다. 5월 27일 한화 이글스전에선 탈삼진 13개 중 10개를 슬라이더로 장식했다. 그러나 6월 말부터 슬라이더가 배팅볼로 전락했다. 배제성은 지난달 22일 NC전에서 1회 말에만 7점을 내줬는데, 슬라이더를 결정구로 구사한 승부에서만 6안타를 허용했다. 이날 슬라이더의 피안타율은 무려 0.545. 10일 롯데전에서도 슬라이더 승부에서만 4안타를 맞았다. 상대 타자들은 중요한 순간 슬라이더를 쓰는 배제성의 공 배합을 간파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2일 NC전에서도 1사 1·2루에서 나선 양의지가 포심 패스트볼(직구) 4개를 기다린 뒤 타자가 유리한 볼카운트(3볼-1스트라이크)에서 들어온 배제성의 슬라이더를 완벽한 타이밍에 공략했다. 위력도 떨어졌다. 최근 3경기에서 배제성의 슬라이더는 대체로 무브먼트가 밋밋했고 가운데나 높은 코스로 들어갔다. 직구 구속도 뚝 떨어졌다. 5월까지 시속 145~146㎞를 유지했던 평균 구속이 최근 3경기 시속 141.7km를 기록했다. 직구 구위에 위력이 있어야, 스윙 타이밍을 빼앗는 변화구 효과도 높아지게 마련이다. 배제성은 현재 그게 안 되고 있다. 배제성은 10일 등판 전 열흘 동안 1군 엔트리에서 제외돼 정비할 시간을 가졌다. 그러나 '휴식 효과'는 없었다. KT에는 '스윙맨' 엄상백이 호시탐탐 선발 진입을 노리고 있다. '풀타임 선발' 4년 차 배제성이 최대 위기를 맞았다. 예년보다 긴 올스타 브레이크(15~21일)을 앞두고 있는 점은 위안이다. 안희수 기자 2022.07.12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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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했던 타선에도 고전...KT 국내 선발진이 수상하다

'디펜딩 챔피언' KT 위즈가 2022시즌 개막 초반 고전하고 있다. 리그 최강으로 평가받던 국내 선발진이 흔들렸다. KT는 개막 7경기에서 5패(2승)를 당했다. 팀 득점(22점)은 8위, 득점권 타율(0.189)은 9위에 그쳤다. 주포 강백호가 개막 전 부상으로 이탈한 탓에 공격력이 저하됐다. 이강철 KT 감독은 지난 7일 SSG 랜더스전을 앞두고 "투·타 엇박자가 있지만, 투수진은 제 몫을 해주고 있기 때문에 곧 반등할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앞선 4경기에서 KT 선발 투수들은 10개 구단 중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하며 제 몫을 다했다. 그러나 7일 SSG전에 나선 선발 투수 소형준이 부진했다. 6이닝을 버텼지만, 10안타를 맞고 4점을 내줬다. KT는 3-4로 패했다. 소형준은 통산 9번 등판한 SSG전에서 7승을 챙겼다. 평균자책점은 1.72. 피안타율은 0.202를 기록했다. SSG전에 매우 강했다. 이강철 KT 감독이 소형준의 등판 일정을 의도적으로 SSG전에 맞출 정도였다. KT의 정규시즌 1위, SSG의 5강 진출권이 걸려 있던 지난해 10월 30일 정규시즌 최종전에서도 소형준은 호투(5이닝 2실점)하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그런 소형준이 SSG 타선에 고전했다. 특히 추신수와 최지훈, 테이블세터를 막지 못했다. 최지훈은 이전 23번 승부에서 단 한 개의 안타도 허용하지 않았던 상대다. 이날(7일 SSG전)은 주 무기 투심 패스트볼이 통하지 않았고, 모두 실점으로 연결되는 안타를 허용했다. 소형준은 시범경기에서 포심 패스트볼(직구) 구속이 크게 향상된 투구를 보여줬다. 최고 스피드는 시속 151㎞. 투심도 147~8㎞까지 찍혔다. 그러나 시즌 첫 등판에서는 직구와 투심, 컷 패스트볼(커터) 모두 구속이 크게 떨어졌다. 컨디션 조절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4선발 배제성도 9일 한화 이글스전에서 부진했다. 4이닝 동안 5피안타 4실점 하며 조기강판됐다. 배제성은 3일 삼성 라이온즈전에서는 7이닝 무실점하며 호투했다. 넓어진 스트라이크존을 한껏 활용했고, 볼넷도 허용하지 않았다. 그러나 한화전에서는 가운데로 몰린 공이 많았다. 임종찬과 김태연, 한화 '거포' 기대주 두 타자에게 홈런을 맞았다. 배제성이 2홈런 이상 허용한 건 2020년 8월 27일 키움 히어로즈전 이후 40경기 만이다. 배제성은 지난 3시즌(2019~2021) 10번 등판한 한화전에서 평균자책점 1.72를 기록했다. 피안타율은 0.194. 40이닝 이상 소화한 상대 5팀 중 가장 좋은 성적을 남겼다. 그런 배제성도 일격을 당했다. 제구 난조는 일시적인 현상으로 볼 수 있지만, 한화 타선에 자신감을 심어준 건 꽤 큰 손실이다. 리그 전반적으로 개막 초반 투고타저 현상이 두드러진다. 마운드의 힘이 초반 순위 경쟁을 좌우할 전망이다. KT는 믿었던 국내 선발진이 흔들리고 있다. 소형준, 배제성이 빨리 정상 궤도에 진입해야 한다. 안희수 기자 an.heesoo@joongang.co.kr 2022.04.11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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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제성, 고영표 퍼포먼스를 자극제로 삼은 이유

배제성(26·KT 위즈)은 최근 3시즌 리그 국내 투수 중 가장 많은 승수(29승)를 거뒀다. 2019·2020시즌 각각 10승, 2021시즌은 9승을 거뒀다. 배제성은 승운이 따라주지 않는 투수였다. 지난해 9~10월만 다섯 차례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 이하 투구)를 해냈지만, 이 등판들에서 단 1승밖에 챙기지 못했다. 타선의 득점 지원이 적었다. 3년 연속 두 자릿수 승수 달성이 무산된 이유다. 배제성은 2021시즌 종료 후 일간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나도 모르게 10승을 의식했고, 아쉽지 않다면 거짓말일 것"이라면서도 "어차피 승리 투수는 내 힘만으로 될 수 없다. 평균자책점이나 피안타 등 세부 기록을 잘 관리해서 지금보다 좋은 투수가 되는 게 중요하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배제성은 "2022시즌 160이닝 이상 소화하겠다"라는 각오를 전했다. 종전 단일시즌 개인 최다 이닝은 2021시즌 기록한 141과 3분의 2이닝. 3시즌 연속 풀타임 선발로 나섰지만, 아직 규정이닝은 채운 시즌이 없다. KT 선발 투수들은 규정이닝을 채우는 데 어려움이 있다. 외국인 투수이자 1선발인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가 4일 휴식 후 등판이라는 흔하지 않은 루틴을 갖고 있고, 이강철 감독이 이를 지켜주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투수는 등판이 밀릴 때가 있다는 얘기다. 2021시즌도 데스파이네는 33번(188과 3분의 2이닝) 등판했고, 다른 선발 투수 4명은 23~26번만 나섰다. 배제성은 이런 상황을 알고도 160이닝을 목표로 내세웠다. 팀 선배 고영표가 2021시즌 자신과 같은 조건 속에서도 166과 3분의 2이닝을 소화했기 때문이다. 고영표는 9이닝당 6과 3분의 1이닝을 소화하며 이 부문 리그 1위에 올랐다. 배제성은 5과 3분의 1이닝. 배제성은 "데스파이네의 등판 간격을 맞추다 보면 다른 투수의 등판 횟수가 적어지는 게 사실이지만, (고)영표 형은 그런 상황에서도 이닝이터 역할을 해냈다. 나도 그런 투수가 되고 시다. 그러면서도 지난해 평균자책점(3.68)보다 낮은 기록을 남기고 싶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고영표는 2021시즌 리그에서 가장 뛰어난 퍼포먼스를 남긴 투수로 인정받는다. 배제성은 꾸준히 6이닝씩 채워주며 팀 불펜 투수들에게 휴식을 부여한 고영표를 보며 승수보다 이닝 소화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절감했다. 배제성은 올해 시범경기 세 차례 등판에서 10과 3분의 2이닝을 소화하며 평균자책점 2.53을 기록했다. 포심 패스트볼(직구) 최고 구속은 시속 147㎞를 찍었고, 왼손 타자 몸쪽 낮은 코스를 파고드는 주 무기 슬라이더도 날카로웠다. 배제성은 "개막 준비는 마쳤다"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정규시즌 자신에게 부여한 숙제는 이닝당 투구 수를 줄이는 것이다. 2021시즌 리그 평균(17.5개) 수준인 17.2개를 기록했다. 배제성은 "투구 수가 많아지면 긴 이닝을 소화하지 못하는 것 같다. 내 장점인 (강한) 구위를 포기할 순 없겠지만, 제구력을 조금 더 가다듬어서 투구 수를 줄이는 경기 운영이 필요할 것 같다"라는 목표를 전했다. 안희수 기자 2022.03.30 05:59
야구

관리 받는 소형준, '6선발' 체제의 힘

리그 1위 KT의 최대 강점은 탄탄한 선발진이다. KT 선발진은 지난주까지 팀 평균자책점(3.73) 1위를 기록했다. 후반기부터는 한층 여유 있는 운영을 하고 있다. '6선발' 체제를 가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군 복무를 마치고 복귀한 엄상백이 가세했다. 외국인 듀오와 토종 투수 4명이 로테이션을 소화하고 있다. KT는 '6선발 체제' 덕분에 체력 관리가 된다. 선발 투수의 통상적인 등판 간격은 5~6일이다. 가용 자원이 한 명 더 있는 KT 투수들은 1~2일 더 휴식을 보장받는다. 정규시즌이 막바지로 향하며 투수진 체력이 저하되는 시점. 추가 휴식은 단비다. 특정 투수가 로테이션을 한 차례 건너뛰어도 부담이 적다. 다른 팀처럼 5선발 운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완 투수 배제성이 지난달 17일 LG전 등판 뒤 12일 동안 휴식을 얻었다. 재충전한 배제성은 복귀전이었던 8월 29일 삼성전, 지난 5일 LG전 모두 호투했다. 풀타임 2년차 소형준(20)도 휴식을 부여받는다. 이강철 KT 감독은 "원래 8일 KIA전이 소형준의 등판 순번이지만, 주말로 미루기로 했다"라고 전했다. 이어 "소형준은 아직 몸을 만들어가는 선수다. 휴식을 취한 뒤 확실히 더 좋은 투구를 한다. 최대한 (선수의 어깨를) 아 끼면서 쓰려고 한다. 내년도 주축 선발로 나서야 할 투수다"라고 설명했다. 소형준은 전반기 내내 '2년차 징크스'에 시달렸다. 빠른 공의 구속은 떨어졌고, 불리한 볼카운트에 몰리는 승부가 많았다. 지난달 19일 등판한 LG전, 25일 SSG전은 모두 5이닝 이상 소화하며 무자책점 투구를 했다. 하지만 31일 한화전에서는 3⅔이닝 5실점 하며 다시 주춤했다. 소형준은 '6일 이상' 휴식을 취하고 등판한 2020~21시즌 18경기에서 평균자책점 3.48을 기록했다. 5일 휴식 뒤 나선 18경기에서는 4.73. 이강철 감독의 말처럼 충분히 휴식한 뒤 더 좋은 투구를 보여줬다. 소형준은 휴식기를 허투루 보내지 않는다. 신인 시절이었던 2020시즌에는 데뷔 11경기 만에 2주 동안 휴식을 부여받았는데, 그 기간에 팀 동료 윌리엄 쿠에바스로부터 컷 패스트볼을 배웠다. 복귀 뒤 실전에서 바로 활용했다. 올해 올림픽 휴식기에도 투구 패턴 변화를 궁리하고 멘털을 다잡았다. 소형준에게 휴식은 보약이다. 전략적으로도 탁월한 선택이다. 소형준은 오는 홈구장에서 열린 SSG와의 주말 3연전(12일 더블헤더) 중 한 경기에 출격할 전망이다. 통산 6경기에 등판, 전승을 거둔 상대다. 평균자책점은 1.30. '거포 군단' SSG를 상대로 피홈런이 없다. 올 시즌 첫 승도 SSG전(4월 29일)에서 따냈다. 이강철 감독은 "(소형준이 호투할 가능성은) 기록이 말해 주고 있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선수에게 휴식을 부여하면서, KT의 승리 확률은 높였다. 그리고 이런 선택을 할 수 있었던 배경에 탄탄한 선발진이 있다. 안희수 기자 an.heesoo@joongang.co.kr 2021.09.08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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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생 징크스’ 소형준, 배제성에게 배운다

부진에 빠졌던 2020년 프로야구 신인왕 소형준(20·KT 위즈·사진)이 돌파구를 찾았다.소형준은 지난 25일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SSG 랜더스전에 선발 등판, 6이닝 동안 4피안타 5탈삼진 1실점 호투하며 7-1 완승을 이끌었다. 시즌 4승(4패)째를 거뒀고, 평균자책점은 4.54에서 4.20으로 낮췄다. 바로 전 등판이었던 19일 LG 트윈스전에서도 그는 5이닝 3피안타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이강철 KT 감독은 “소형준의 구위와 집중력이 좋아지고 있다”고 평가했다.소형준은 지난해 KBO리그에 데뷔하자마자 13승을 거두며 신인왕을 차지했다. 올해는 ‘2년생 징크스’에 시달렸다. 2021시즌 전반기까지 3승 3패, 평균자책점 4.85의 초라한 성적을 남겼다.빠른 공이 위력을 잃은 탓이다. 2020시즌 소형준의 포심 패스트볼 평균 스피드는 시속 143㎞였다. 2021시즌 처음 세 차례 등판에서는 시속 139㎞에 불과했다. 프로에서 고교 시절보다 많은 공을 던지자 어깨에 부담이 가중된 것으로 보였다. 소형준은 개막 3주 만에 1군 엔트리에서 제외돼 휴식기를 가졌지만, 복귀 후에도 구속은 회복되지 않았다.소형준은 룸메이트인 선배 투수 배제성(25) 덕분에 마음가짐을 다잡았다. 배제성도 소형준처럼 구속 저하에 시달린 경험이 있다. 풀타임 선발을 처음 맡았던 2019시즌 직후였다. 143.3㎞였던 포심 패스트볼 그의 평균 구속이 2020시즌에는 139.7㎞까지 떨어졌다.배제성은 “(스피드가 안 나와도) 선발 투수는 ‘무조건 버틴다’는 각오로 던져야 한다. 구속은 떨어졌으나 정확한 제구를 위해 노력했다. 주 무기 슬라이더를 언제 어떻게 던져야 할지 더 연구하는 기회가 됐다”고 돌아봤다. 배제성은 2020년에도 10승(7패)을 거뒀다.소형준은 “배제성 선배가 ‘첫 풀타임 시즌 다음에 구속이 떨어지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조언하더라. 착실하게 오픈시즌 훈련을 해내면 구위를 회복할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겼다. 이제 심적으로 쫓기지 않는다. 구속이 떨어진 상태에서 타자를 상대하는 노하우를 배우려고 한다”고 말했다.소형준은 “내겐 확실한 무기가 없다. 배제성 선배가 ‘그럴수록 더 편안한 마음으로 던져야 한다’라고 하더라. 포심 패스트볼과 컷 패스트볼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제구 향상에 더 집중하겠다. 유리한 볼카운트를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할 것 같다”며 “지난해에 비해 잡념이 많아졌다. (마운드 위에서) 단순해질 생각”이라고 전했다. 안희수 기자 an.heesoo@joongang.co.kr 2021.08.27 13:32
야구

소형준이 반짝스타? 이강철 감독 '악순환' 봉쇄 나섰다

소형준(20·KT)은 도약과 정체, 기로에 놓여 있다. 사령탑은 '장난질' 금지령을 내렸다. 소형준은 소위 '2년 차 징크스'에 빠져 있다. 2020시즌 13승6패·평균자책점 3.86을 기록하며 신인왕에 오른 그는 올 시즌은 등판한 5경기에서 1승1패·평균자책점 6.75에 그쳤다. 이닝당 출루 허용은 1.81, 피안타율은 0.289다 지난해 3.05개에 불과했던 경기당 볼넷이 5.96개로 늘어났다. 소형준이 개막 뒤 3차례 등판에서 지난해보다 현저히 떨어진 구속을 기록하자, KT 코칭 스태프는 그에게 약 2주 동안 휴식을 부여했다. '봄방학'을 보내고 복귀한 4월 29일 SSG전에서는 6이닝 1실점을 기록하며 잘 던졌다. 그러나 가장 최근 등판이었던 9일 NC전(더블헤더 1차전)에서는 2이닝 6피안타·3볼넷·7실점을 기록했다. 올 시즌 개인 최다 실점이다. 이 경기에서 컷 패스트볼(커터) 20구, 체인지업 8구, 커브 8구를 기록했다. 소형준의 커터는 슬라이더와 궤적이 흡사하다. 변화구 구사율이 높았다는 얘기다. 1회 초 NC 간판타자 나성범, 양의지와의 승부에서는 정면 승부를 꺼렸다. 빠른 공은 스트라이크존을 벗어났고, 변화구는 대체로 낮은 코스에 떨어졌다. 양의지에게 2구 연속 볼을 던지자, 포수 장성우가 마운드에 올라가기도 했다. 이강철 감독은 이례적으로 소형준에게 쓴소리를 남겼다. 9일 NC전 뒤 트레이닝장에서 소형준과 마주친 뒤 잠시 나눈 대화 내용을 전하며 "도망가는 피칭을 할 바에는 차라리 빨리 승부를 해야 이닝이라도 많이 소화할 수 있다. (소형준의 NC전 투구는) 이것도 저것도 안 되고 있었다. 그래서 (소)형준이에게 '너무 변화구로 장난치는 것 같다'라고 말해줬다. 앞으로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계속 얘기할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사령탑은 소형준의 현재 멘털과 메커니즘이 정상적이지 않다고 본다. 일단 마운드 위에서 생각이 많아진 게 눈에 보인다. 이강철 감독은 "데뷔 시즌은 구위로 밀어붙였다. 이제는 상대하는 타자에 대해 더 알고 있고, 상대도 소형준을 안다. 이 점을 의식하다 보니 생각이 많아지고 피해 가는 투구를 하는 것"이라고 짚었다. 볼카운트 싸움에서 불리해지면, 투구 수가 많아지고 점수를 내줄 확률도 높아진다. 이닝 소화는 줄어든다. 악순환. 2년 차 징크스의 전형이기도 하다. 기술적으로는 팔 스윙이 조금 느려졌다고 분석한다. 지난 시즌에 비해 커브와 체인지업 무브먼트가 밋밋해졌다고. 이 감독은 "(자신 있게 내세울) 결정구가 없으니 심적으로 부담이 커지는 것"이라고 했다. 돌파구는 정면 승부다. 정확하게는 빠른 공을 더 과감하게 구사하는 투구 패턴을 정착하는 것. KT 코칭 스태프 차원에서 유도할 계획이다. 이 감독은 "경기를 포기할 상황이 생겨도, 직구 위주로 던지도록 만들 생각이다. 한 번을 등판해도 배움이 있어야 한다. 낭비하기에는 너무 아까운 시기다. 직구가 살아야 변화구도 통한다"라며 지도 방향을 설명했다. "간섭이 아니라 관심을 가지려는 것"이라며 선수 관리 의지를 전하기도 했다. 소형준과도 직구 승부의 강점에 관해 얘기를 나눴다고. 관건은 소형준의 팔 상태다. 데뷔 시즌부터 풀타임 선발을 소화했다. 투구 수는 2172개. 당연히 야구를 시작한 뒤 가장 많은 기록(1년 기준)이다. 피로 누적으로 구위가 저하된 것이라면 직구 위주의 승부가 역효과가 날 수 있다. '투수는 (안타나 홈런을) 맞으면서 성장한다'는 야구 격언이 있지만, 부상과 멘털 붕괴를 감수하는 건 무리다. 이강철 감독은 소형준이 성장통을 이겨내길 바란다. 이 감독은 "이 시기를 잘 넘어가지 못하면 '반짝스타'에 머물 수 있다. 도망가는 피칭을 하지 않고, 적극적이고 강하게 붙어서 스스로 배움을 얻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평범한 투수가 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령탑은 소형준만큼 뛰어난 자질을 가진 투수가 스스로 한계를 설정해 정체되는 것을 바라지 않았다. 마침 팀 선배 배제성이 힘겹게 풀타임 2년 차를 넘어선 전력이 있다. 배제성도 2019시즌 처음으로 선발 10승 투수가 됐지만, 처음으로 2000구(1년 기준)가 넘는 공을 던진 후유증에 시달렸다. 통증 탓에 웨이트 트레이닝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2020시즌 내내 구속 저하에 시달렸다. 그러나 버텼다. 배제성은 "실점을 '최소화한다'는 마음가짐으로 던졌다"라고 했다. 2년 연속 10승을 거뒀다. 이강철 감독은 "배제성도 작년에 구속 저하에 시달렸지만, 그 고비를 넘겼고 올해는 구속도 회복했다. 관리해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면 (소)형준이게도 해줄 것이다. 선수가 이겨내야 한다"라고 했다. 배제성도 기복이 있었다. 이강철 감독과 KT 스태프는 소형준의 투구 내용을 면밀히 검토, 배제성과 비교하며 관리할 생각이다. 당분간 소형준을 선발 로테이션에서 뺄 생각은 없다. 소형준은 15일 사직 롯데전에 등판한다. 안희수 기자 An.heesoo@joongang.co.kr 2021.05.15 05:45
야구

슬라이더 영점 잡은 배제성, 국대 승선 겨냥

배제성(25·KT)이 흔들렸던 슬라이더 영점을 잡았다. 이제 그는 정상급 우완 투수로 성장하고 있다. 배제성은 지난 9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NC와의 더블헤더(DH) 2차전에 선발 등판, 6이닝 동안 5피안타·6탈삼진·1실점으로 호투하며 9-5 승리를 이끌었다. 시즌 3승째. 평균자책점은 3.34로 낮췄다. 가장 고무적인 성과는 무사사구 피칭이다. 앞서 배제성은 올 시즌 등판한 5경기에서 20볼넷을 기록했다. 8일 기준으로 리그에서 두 번째로 많은 볼넷을 허용한 선발 투수였다. 그러나 9일에는 2019년 7월 3일 수원 삼성전 이후 선발 43경기 만에 볼넷을 허용하지 않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그는 "볼넷 없는 등판을 만들고 싶었다"라며 웃어 보였다. 배제성은 4월 내내 슬라이더의 제구를 잡지 못했다. 홈 플레이트 한참 앞에서 바운드가 되는 투구가 많았다. 포수 장성우가 어렵게 블로킹하거나 백네트로 빠뜨리는 장면도 종종 나왔다. 특히 좌타자와의 승부에서 애를 먹었다. 5월 들어 달라지기 시작했다. 9일 던진 슬라이더 40개 중 80%(32개)가 스트라이크였다. 4회 초 1사 NC의 '좌타 거포' 나성범에게 볼카운트 2볼-2스트라이크에서 몸쪽 슬라이더를 던져 헛스윙을 유도했다. 6회 나성범을 다시 만나 가운데 높은 슬라이더로 헛스윙 삼진을 잡아냈다. 박승민 KT 투수 코치의 조언이 통했다. 배제성은 "이전까지 좌타자에 슬라이더를 던질 때는 우타자에게 던질 때처럼 (팔 스윙을) 강하게 때리지 못했다. 손장난을 쳤다고 할까. 그런데 코치님이 '좌·우타자 승부에 차이를 두지 말고 던져보라'고 주문했고, 그대로 실행하다 보니 지난 등판(5월 1일 KIA전)부터 나아지더라"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스트라이크가 되지 않더라도 내가 던지려고 했던 (좌·우) 라인에는 거의 들어가고 있다. 밸런스와 컨디션이 점점 좋아지고 있어서 자신감이 생긴다"라고 전했다. 배제성은 9일 최고 시속 149㎞의 포심 패스트볼을 던졌다. 올 시즌 빠른 공 평균 구속은 시속 144.8㎞다. 배제성은 "지난해는 구위가 안 좋았기 때문에 '실점을 최소화하자'는 마음가짐으로 투구했다. 올해는 거침없이 타자와 붙어도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이 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통파 투수 배제성은 삼성 원태인과 함께 국내 투수 중 가장 좋은 페이스를 보여주고 있다. 도쿄올림픽 야구 대표팀 승선 가능성이 크다. 배제성은 "올림픽은 누구나 참가하고 싶은 무대다. 최종 엔트리에 선발될 자격을 갖춰야 한다. 만약 (대표팀에) 불러주신다면 좋은 투구를 보여주고 싶다"라며 태극마크를 향한 의지를 드러냈다. 안희수 기자 An.heesoo@joongang.co.kr 2021.05.10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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