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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원의 믿고 보는 리뷰] ‘더 테러 라이브’, 부족한 점 많다고? ‘상업영화가 이 정도면 되지’
일단, '추천'부터 하고 시작해야겠다. '뭐 이런 영화가 있나'라는 생각과 함께 97분간 긴장감 넘치는 시간을 보내게 될 것이라 확신한다. 충무로 대중영화 평균 제작비의 하한선에 해당하는 35억원이란 제작비 탓에 만듦새에 있어서는 허점들이 드러나기도 한다. 하지만 기술적인 '디테일'보다는 주연배우 하정우의 표정과 바쁘게 흘러가는 스토리에 집중하게 된다. 연출력 좋고, 연기 좋고, 무엇보다 스토리가 재미있다. 이 정도면 대중영화로서 상당 수준의 장점을 갖춘 작품이다. '더 테러 라이브'는 테러범의 전화를 받은 방송사 앵커가 대화 내용을 생중계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스릴러 영화다. 불미스러운 일에 휘말려 라디오국으로 좌천된 인기앵커 윤영화(하정우)는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하던중 자신에게 걸려온 테러범의 전화를 받게 된다. 특종이 될거라는 직감으로 신고는 뒤로 하고 테러범과의 통화내용을 생방송으로 내보낸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일은 갈수록 커지고 자신의 목숨까지 담보한 위험한 방송을 이어가게 된다. 몇 줄로 요약이 가능한 단순한 줄거리처럼 영화는 명쾌한 전개를 보여준다. 오프닝을 알린후 5분 안에 바로 사건이 발발하고, 이어서 자신의 뜻을 관철시키려는 테러범과 그를 출세의 발판으로 이용하려는 앵커 윤영화의 팽팽한 줄다리기가 시작된다. 가장 눈길을 끄는건 이 영화의 독특한 형식. 80% 이상이 뉴스 부스에서 촬영됐으며 거의 모든 장면이 뉴스데스크에 앉아있는 하정우의 상반신으로 대체된다. 하정우의 1인 모노극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그렇다고 지루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은 금물이다. 어느 정도는 뻔한 전개를 보여주면서도 각 인물들의 예측하지 못했던 리액션을 묘하게 접합시켜 스크린에서 눈을 뗄수 없게 만든다. 호감도 높은 배우 하정우의 연기는 명불허전이란 말을 떠올리게 만들고, 신인감독 김병우의 연출력도 재기발랄하다. 2008년 '리튼'이란 기발한 독립영화 한 편으로 영화인들과 평단의 호평을 끌어냈던 이 신예는 전작에서 보여줬던 것처럼 빠른 편집감각과 절제된 음악을 활용해 관객의 신경을 곤두서게 만든다. 단점도 있다. 많지 않은 예산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컷을 나누기보다 카메라를 흔드는 등 단순한 트릭에 의존하다보니 어수선한 느낌이 든다. 현란한 3D 블록버스터가 아닌데도 은근히 멀미증상을 호소하는 관객이 나타날 수 있을 것 같다. 그렇다고 문제가 될건 없다. 위기상황 속에서 울렁증을 느끼며 힘들어하는 하정우의 고통까지 함께 나눴다고 위안하면 될 일이다. 또 하나의 단점은 매 신을 채우고 있는 인물들의 갈등과 사건의 흐름이 치밀하지 못하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 부분 역시 걱정할건 없다. 느슨한 내러티브를 보완하기 위해 'LTE A'급으로 빠르게 사건을 전개시켜 허점에 대해 생각할 겨를이 없게 만들기 때문이다. 같은 날 개봉한 450억원대 글로벌 프로젝트 '설국열차'와의 경쟁에서도 좋은 성적을 얻을 것으로 예상된다. 만듦새만 봤을때는 '설국열차'를 따라잡을수 없다. '영화 좀 본다'는 이들이라면 엄지손가락을 치켜들 정도의 완성도를 자랑하는 작품이 '설국열차'다. 하지만, 일반 관객을 집중시킬만한 재미를 갖췄냐고 따져봤을때는 의문이 생긴다. 오히려 거칠고 투박하지만 오락성을 갖춘 '더 테러 라이브'가 대중영화로선 더 높은 점수를 받을 만하다. 2주차로 넘어가면서 차츰 더 많은 관객을 불러모을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앵커를 연기하는 하정우의 대사 톤이 어색하게 보일수도 있다. 그래도 아나운서 출신이 아닌 기자 출신 앵커로 설정됐다는 사실을 감안하면서 트집잡지 말고 감상하도록 하자. 혼자서 97분을 끌고 가며 끊임없이 관객을 긴장하게 만들수 있는 배우는 흔치않다. 마지막 신, 화면을 가득 채우는 하정우의 눈빛 연기는 압권이다. 7월 31일 개봉. 별점 : 별 5개 기준 3개 반 *추천 꼭 보세요 : 하정우에 대한 신뢰도가 높은 분, '폰 부스' 등 배우 1인과 테러리스트의 숨 막히는 대결을 그린 유사 영화를 좋아하시는 분, 평소 사건사고 뉴스에 관심이 많으신 분, 강도 높은 스릴러를 선호하시는 분은 꼭 보세요. 보지 마세요 : 여러 배우들의 연기호흡을 기대하는 분, 평소 뉴스를 안 좋아하시는 분, 하정우의 '먹방'을 기대하시는 분, 평소 이성과 논리를 중요시하는 분은 특히 보지 마세요. 정지원 기자 cinezzang@joongang.co.kr
2013.08.01 12: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