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IS 스토리] "부족한 점 많다" 자책한 박종훈, '바둑 공부' 선언한 사연
"기복을 줄이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해보려고요." SK 박종훈(28)이 새로운 취미를 찾아나섰다. 정적이지만 꽤 머리 아픈 취미. 바로 '바둑'이다. 박종훈은 최근 "지금은 키움 감독이 되신 손혁 전 투수코치님이 바둑을 많이 두셨다고 추천해 주셨다"며 "내가 마운드에서 집중은 잘 하는 편인데 감정 기복이 심하다. 바둑을 배우면 이런 마음을 다스리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해서 생각해보게 됐다"고 했다. 박종훈은 올해 SK의 4선발로 활약했다. 정규시즌을 8승 11패, 평균자책점 3.88로 마감해 2017년(12승)과 2018년(14승) 기록한 두 자릿수 승리는 채우지 못했지만 KBO 리그에 보기 드문 언더핸드 선발 투수로서 자신의 가치는 충분히 입증했다. 지난달 17일 끝난 2019 프리미어12에 대표팀에 유일한 언더핸드 투수로 출전해 선발진에서 국가대표 3선발로 활약한 이유다. 또 올림픽 본선 진출을 확정하던 멕시코와의 슈퍼라운드 경기에선 통한의 2점 홈런 한 방을 맞았을 뿐, 4⅓이닝 2실점으로 호투해 승리의 발판을 놓기도 했다. 다만 박종훈에게는 늘 '제구 기복이 심해 볼넷이 많다'는 지적이 따라다녔다. 매 경기 선발 투수로서 제 몫은 하면서도 그런 이유로 투구 수가 늘어나 많은 이닝을 소화하지 못하는 게 스스로에게도 늘 아쉬움으로 남았다. "팀에서나 대표팀에서나 이닝을 많이 던지지 못한 게 가장 안타깝다"며 "다시 대표팀에 오게 된다면 그때는 5이닝 이상을 던질 수 있는 투수가 되어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고민이 많던 시기에 국내 최고의 선수들이 모인 국가대표팀에서 다른 팀 선후배 투수들과 호흡하게 된 것은 결과적으로 박종훈에게 좋은 자극이 됐다. 늘 팀에서 만났던 김광현(SK)이나 KIA 에이스 양현종은 물론이고, 자신감 넘치는 다른 팀 후배 투수들도 박종훈에게 해답을 보여줬다. 그는 "대표팀에서 만난 어린 친구들에게 많이 배웠다. 이영하(두산)나 이승호(키움) 고우석(LG) 문경찬(KIA) 같은 젊은 친구들이 모두 자기만의 색깔이 있고 자신감도 있더라"며 "나는 오히려 걱정이 많고 긴장을 해서 살이 5㎏이나 빠졌는데 그 친구들은 자신감이 넘치는 모습을 보고 부럽기도 했다"고 털어 놓았다. 또 "광현이 형과 현종이 형이 던지는 것을 보면서 '나도 빨리 저런 투수가 돼야 하는데’ 하는 욕심도 많이 생겼다"며 "아직 부족한 부분이 너무 많다. 좀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다짐도 하게 됐다"고 했다. 박종훈은 그 연장선상에서 경기 도중 더 집중력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모색했다. 그러다 고육지책으로 떠오른 게 바로 바둑을 배우는 것이다. 이미 겨울에 등산을 비롯한 여러 취미를 시도하면서 한 단계 더 좋은 투수로 올라설 방법을 찾아다녔고, 이번에는 바둑에 관심을 갖게 됐다. 박종훈은 "집 근처에 적당한 기원을 찾아서 혼자 다녀볼까 생각하고 있다"며 "지루할 수도 있겠지만, 집중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면 무슨 일이든 해보고 싶다"고 했다. 내년 시즌에는 어깨가 더 무거워지는 박종훈이다. 늘 기둥처럼 의지하던 김광현은 포스팅을 통해 메이저리그에 도전장을 내밀었고, 2년간 함께했던 외국인 투수 앙헬 산체스도 떠났다. 올해 선발진 5명 가운데 3명의 얼굴이 바뀌게 된다. 박종훈은 "내가 부족한 점을 잘 알고 있고, 그 부분이 올 시즌에도 성적으로도 나온 거라고 생각한다"며 "좀 더 많은 훈련이 필요하다. 훈련을 더 많이 하면 더 나은 투수가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길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배영은 기자
2019.12.10 17: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