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결과26건
야구

“백호야 홈런 50개 쳐라” “선배님은 내년에도 MVP”

프로야구 막내 구단 KT 위즈는 2021년 통합 우승을 차지하며 창단 8년 만에 리그 최강팀으로 올라섰다. 선수단과 구단 프런트, 베테랑과 젊은 선수가 이상적으로 조화를 이루며 원팀(one team)의 힘을 보여줬다는 평가다.KT 챔피언 등극의 두 주역 박경수(37)와 강백호(22)를 만나 뜨거웠던 2021년 레이스를 돌아봤다. 강백호는 정규시즌 타격 5개(타율·안타·타점·장타율·출루율) 부문 5걸 안에 이름을 올리며 팀 공격을 이끌었다. 박경수는 지난달 두산 베어스와의 한국시리즈(KS)에서 환상적인 호수비와 결정적인 홈런으로 시리즈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다. 두 선수는 서로의 퍼포먼스를 한껏 치켜세웠다. 2022년 KT를 다시 통합 우승으로 이끌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Q.2021년에 두 선수 모두 데뷔 첫 우승을 경험했다. 박경수(이하 박)=입단 19년 차에 기적이 찾아왔다. 나는 애써 (우승) 여운에서 빠져나오려 하지 않았다. 강백호(이하 강)=아직도 축하를 받고 있다. (우승 경험이 많은) 두산 선배 몇 명이 ‘우승 처음 해보느냐’라며 농담하더라. 처음이기에 너무 좋았다. 절친한 이정후(키움 히어로즈) 형이 가장 많이 부러워했다. Q. 박 선수는 역대 KS 최고령 MVP에 선정됐다. 박=내가 정말 수상할 자격이 있었는지 아직도 모르겠다. (3차전에서 당한) 종아리 부상으로 인해 (상을 받을 만한) 스토리가 생긴 덕분이다. 내가 생각하는 MVP는 KT팬과 ‘팀 KT’다. 정말 솔직한 내 마음이다. 강=2021년 KS는 (박)경수 선배님이 단연 최고였다. 우리는 2022년에도 통합 우승을 노릴 것이다. 선배님이 2년 연속 KS MVP를 수상하도록 지원하겠다. (역대 KS MVP를 2회 이상 받은 선수는 김용수·이종범·정민태·오승환·양의지 5명이다.) 박=정말 도전하고 싶다. 레전드 선배들과 같은 명단에 이름을 올린다면, 정말 영광스러울 것 같다. (강)백호가 내년에도 MVP급 활약을 보여준다면 KT의 2년 연속 통합 우승도 가능하다. (강백호는 2021 KBO 시상식 MVP 투표에서 두산 베어스 아리엘 미란다, 이정후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점수를 얻었다.) 강=MVP나 타격왕은 개인의 능력으로 도전할 수 있다. 하지만 우승은 다르다. 아무리 뛰어난 선수가 많아도 해내기 어렵다. 올해 우승은 KT가 해냈고, 정규시즌 MVP를 받은 선수도 우리를 부러워할 것이다. 박=백호는 15년 이상 더 야구를 할 선수다. 우승을 또 할 수 있고, MVP 수상도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리 다친 박경수와 영화 같은 세리머니 KT의 우승 직후 장면은 마치 영화 같았다. 우승 확정 후 마운드 위에 모인 KT 선수들이 벤치에 있던 박경수와 유한준을 향해 밝은 표정으로 손짓했다. 다리 부상 중이었던 박경수는 목발을 짚고 유한준의 부축을 받은 채 느리지만, 힘차게 동료들에게 다가갔다. Q. KT 세리머니가 큰 화제였다. 박=다리가 아픈 상태여서 내가 세리머니에 방해가 되고 싶지 않았다. 한준이 형이 나와 함께 더그아웃에 함께 있어 줬는데, 후배들이 기다리고 있더라. ‘너희가 잘해서 형들한테 우승을 안겨줬는데, 왜 또 우리를 주목받게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감동받았다. 강=경기 전부터 주장 (황)재균이 형이 ‘두 선배가 오시면 그때부터 제대로 세리머니를 하자’고 당부했다. 영화 같은 장면이었다. 목발 짚고 오시는 경수 선배님 뒤로 KT팬이 환호하는 모습이 펼쳐졌고, 팀 현수막이 나부끼고 있었다. 그 순간 사진을 찍지 못한 게 아쉽다. Q. 눈물을 감추지 못하더라. 박=KS 4차전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남겨두고 한준이 형이 어깨를 툭 치면서 ‘고생했다’고 하더라. 그 순간부터 눈물이 나왔다. KT는 2015년부터 2018년까지 최하위권이었다. 자존심이 상하는 일도 많이 겪었다. 그런 시간을 딛고 해낸 우승이었기에 더 눈물이 났다. KT팬에게 ‘우승팀 팬’이라는 자부심을 줄 수 있어서 기쁘다. 강=나도 입단 첫해(2018년) 9위를 경험했다. 당시 멤버들이 함께 성장해 우승까지 해낸 점이 너무 좋았다. 또 KT 팬이 점점 늘어나는 것을 체감했다. 감격했다. 그동안 분해서 울어본 적은 있지만, 행복해서 눈물이 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껌 씹은 강백호, 많이 배운 한해 강백호는 KT가 82경기를 치를 때까지 4할 타율을 유지했다. 그러나 9월 타격 슬럼프에 빠졌다. 8월 도쿄 올림픽 도미니카공화국전에서는 역전패를 앞둔 상황에서 심드렁한 표정으로 껌을 씹는 모습이 중계 화면에 잡힌 후 야구팬에 큰 비난을 받았다. Q. 강 선수는 롤러코스터 같은 2021년을 보냈다. 강=더 잘하고 싶어서 (타격) 변화를 자주 시도한 게 독이 됐다. 체력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올림픽에서는 무조건 내가 잘못한 것이다. 신중하게 행동하지 못한 것도 인정한다. 많이 배웠다. 야구팬과 야구계 선배님들에게 어떤 모습을 보여드려야 할지 생각할 수 있었던 계기다. 인간적으로 더 성숙해지겠다. 박=당시 올림픽에서 돌아온 백호에게 어떤 말을 해줘야 할지 고민이 됐다. 이슈가 너무 커졌다. 그래도 잘 이겨내더라. 백호는 한국 야구에 꼭 필요한 선수다. 앞으로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거다. Q. ‘맏형’ 유한준의 은퇴로 KT가 새 출발선에 섰다. 박=많이 의지했던 형이다. 통합 우승이라는 큰 선물을 받고 은퇴하셔서 다행이다. 나는 조금 외로워질 것 같다. 후배들과 한준이 형의 공백을 잘 메워보겠다. 강=좋은 야구 선수의 교본 같은 선배였다. 멋있는 뒷모습을 보여주셨다. 나는 (은퇴를) 축하드리고 싶다. 리더는 너무 힘든 자리인 것 같다. 어떻게 경수 선배님을 도울지 많이 고민하겠다. Q. 2022년 목표를 전한다면. 강=당연히 KT의 2연패다. 개인적으로는 올해보다 더 잘하는 거다. 매년 ‘나를 뛰어넘자’는 목표를 세운다. 2022년에는 30홈런 이상 치고 싶다. 박=백호는 아직 잠재력을 모두 발휘하지 않았다. 4할 타율과 홈런 40~50개를 칠 수 있는 선수다. 난 다른 바람이 없다. 오로지 KT의 두 번째 통합 우승이 목표다. 아프지 않고, 한 시즌을 완주하겠다. 안희수 기자 an.heesoo@joongang.co.kr 2021.12.31 08:56
야구

고개 떨군 '끝판대장', 마지막 대표팀서 "죄송하다" 반복

마지막에 대표팀에 승선한 '맏형' 오승환(39)은 마운드에서 내려온 뒤 한참동안 넋이 나간 표정으로 그라운드를 응시했다. 평소 '돌부처'로 불린 그였지만, 이날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라 있을 정도로 감정을 숨길 수 없었다. '끝판대장'이 올림픽 무대에서 고개를 떨궜다. 한국은 7일 일본 가나가와현 요코하마스타디움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야구 도미니카공화국과의 동메달 결정전에서 6-10으로 졌다. 승자 준결승(일본), 패자 준결승(미국)에 이어 동메달 결정전까지 3연패를 당한 한국은 이번 올림픽을 3승4패 부진 속에 노메달로 마쳤다. 6-5로 앞선 8회 초 조기 투입된 마무리 오승환이 와르르 무너졌다. 아웃카운트 한 개를 올리는 동안 4피안타(1피홈런) 5실점을 했다. 추격의지가 꺾인 대표팀은 역전에 실패했다. 오승환은 경기 뒤 "죄송하다"는 말을 반복했다. 그는 "뭐라고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다들 열심히 했는데 결과가 이래서…"라고 말했다. 대표팀의 리드를 지키지 못해 역전을 허용했고, 동메달을 획득할 경우 후배 7명이 받을 수 있는 병역 혜택이 무산된 데 따른 복합적인 감정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오승환은 이번에 한현희(키움)가 술자리 파문으로 논란 속에 자진 하차하면서 뒤늦게 합류했다. 올해 정규시즌 세이브 부문 1위(27개), 5월 이후 평균자책점 1.30의 짠물 피칭을 이어가면서 대체 선수로 뽑혔다. 미국 메이저리그와 일본 프로야구에서 최정상급 불펜 투수로 활약했고, 1~4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2008 베이징 올림픽·아시안게임 등 각종 국제대회에서의 풍부한 경험을 높이 샀다. 대표팀에서 호출하면 언제든 달려왔다. 김경문 대표팀 감독은 "오승환의 경험을 믿는다"라고 했다. 하지만 우리나이로 마흔인 오승환은 이번 올림픽에서 '시작'과 '끝'이 안 좋았다. 7월 29일 이스라엘과 예선 첫 경기에서 한 점 차로 앞선 9회 동점을 허용했다. 이어 마지막 동메달결정전에서도 무너졌다. 오승환은 "결과가 안 좋았다. 선수들이 분해하는 게 있고 나도 죄송한 마음이 크다. 힘들겠지만 이번 대회를 통해 선수들이 더 발전할 거라고 믿는다"라며 "(더 이상) 뭐라고 말씀드리기 힘들고,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사실상 이번이 대표팀에서 마지막 생활이었다. 그는 "(대표팀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얘길 선수들과 했고 마무리를 잘하고 싶었는데 지금 너무 힘들다"며 "선수들과 똘똘 뭉쳐서 하자고 했는데 결과가 안 좋으니 힘들다. 죄송한 마음밖에 없다"고 인터뷰를 마쳤다. 그는 "죄송하다"는 말을 여러차례 했다. 이형석 기자 2021.08.08 08:39
야구

40대에 다가선 노장 투수들, 각양각색 2020시즌 준비

현역 최다 도루 1위(505개)를 지키던 이대형(37)은 최근 은퇴를 선언했다. 전준호 NC 코치가 보유한 통산 1위(549개)에는 다가서지 못했다. 그러나 2000년대 대표 대도, '슈퍼 소닉'으로 불리며 한 시대, 한 분야를 풍미한 선수로 남았다. 30대가 꺾이면 기량 저하에 당면한다. 한국 야구를 대표하는 스타 플레이어들도 같은 수순을 밟았다. 포지션을 전환하고, 바뀐 보직을 받아들이고, 경기 지향점을 바꾸며 현역 연장을 노린다. 전성기 기량과 팀 기여도를 재현하긴 어렵다. 그러나 그동안 쌓은 자산은 소속팀에 큰 도움이 된다. 팬들도 박수를 보낸다. 특히 노장 투수의 생존기는 유독 주목받았다. 대체로 야수보다 현역 생활이 짧다. 경쟁력에 변화를 주기 어려운 포지션이기도 하다. 2020시즌도 30대 후반에 다가선 베테랑 투수들이 출격을 준비하고 있다. 두산 좌완 듀오 이현승(37)과 권혁(37)이 대표적이다. 이현승은 소속팀의 연습경기와 청백전을 합쳐 세 경기밖에 등판하지 못했다. 일본(미야자키) 캠프 막바지에 종아리를 다친 탓이다. 내구성이 우려되는 나이. 그러나 재활기를 가졌고, 지난 19일 열린 청백전에서 실전 복귀전을 치렀다. 1이닝을 실점 없이 막아냈다. 두산은 우승을 노리는 팀이다. 포스트시즌에서 힘을 보탤 투수가 필요하다. 이현승은 지난 시즌에도 정규리그에서는 컨디션 난조 탓에 존재감이 미미했지만, 한국시리즈에서는 세 경기에서 무실점을 기록하며 우승에 기여했다. 불펜에 젊은 좌완 투수 함덕주가 있지만, 여전히 경험이 많은 선수가 필요하다는 평가. 이현승은 2020시즌에도 빅게임 피처 면모를 기대받고 있다. 그는 "내년을 기약할 수 없는 나이지만, 기회는 온다고 생각한다. 팔 상태도 좋다. 잘 준비해서 최대치로 끌어올리겠다"는 각오를 남겼다. 권혁은 비시즌 실전 경기에 꾸준히 등판했다. 일곱 경기에서 7이닝을 소화했고 평균자책점 2.57을 기록했다. 지난 시즌도 57번 등판하며 나이가 무색한 내구성을 보여줬다. 두산은 지난 시즌에 맏형이던 배영수 현 투수 코치가 투수진 중심을 잡아줬다. 포수들조차 배 코치의 헌신에 감탄했다. 올 시즌은 1983년생 듀오의 차례다. LG 우완 송은범(36)도 회춘하고 있다. 최근 두 시즌 동안 불펜으로 나서던 그는 2020시즌은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할 전망이다. 빠른 공의 구속은 140km(시속) 대 중반까지 찍히고 특유의 무브먼트도 살아 있다는 평가. 실전 등판에서도 18이닝 동안 4점만 내줬다. 2020시즌 선발투수 가운데 최고 연차(18시즌)가 될 전망이다. 여전히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롯데 좌완 불펜투수 고효준(37)도 방황을 마치고 마운드에 섰다. FA(프리에이전트) 자격을 얻었지만, 지난달에야 1년 계약을 했다. 그가 협상에 난항을 겪을 때, 한 편에서는 우려가 있었다. 롯데에 1군에서 경쟁력이 있는 좌완 불펜투수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수년째 새 얼굴 발굴에 실패했다. 부재 가능성이 커지자 오히려 존재감이 드러난 것. 개인 훈련을 하며 시즌 준비에 차질을 막은 그는 14일에 열린 청백전에서 1이닝을 실점 없이 막아내며 건재를 증명했다. 최고 구속은 146km. 데뷔 19년 차에도 1군을 누빌 전망이다. 삼성은 현역 최고, 역대 최고 마무리투수 오승환(38)이 있다. 실전 등판에서도 '명불허전' 돌직구를 뿌렸다. 150km를 찍었다. 출전 정지 징계 탓에 소속팀의 31번째 경기부터 등판할 수 있다. 통산 최다 세이브 역사가 이어진다. 팀 선배인 권오준(40)은 이미 40대다. 현역 최고령 등판이 유력하다. 여전히 불펜 주축 전력이다. 안희수 기자 An.heesoo@joongang.co.kr 2020.04.22 06:00
야구

[Q&A] 박용택, LG선수단 질문에 답하다 "은퇴 이유? 야구 더 잘할 수 없을 것 같아서"

'박용택(41·LG)을 파헤쳐보자' 박용택은 휘문고-고려대 출신의 학생야구 엘리트 코스를 밟아왔다. 2002년 입단 첫 시즌부터 주전으로 뛰며 통산 2139경기에서 타율 0.308 211홈런 1157타점을 기록했다. 2018년엔 KBO리그 최다 안타 신기록을 작성했고, 현재 안타 수를 2439개까지 늘렸다. 현역 최고령 타자인 그는 올 시즌을 끝으로 유니폼을 벗고 은퇴한다. 은퇴 전에 꼭 이루고 싶은 목표는 단 한 가지, 아직 맛보지 못한 우승이다. 후배들은 우승을 간절하게 소망하는 박용택을 위해서라도 창단 30주년을 맞는 올해 "한국시리즈 우승을 선물로 드리자"고 입을 모은다. 그만큼 박용택은 LG 선수단에 든든한 맏형이다. 그래서 선수단이 묻고 박용택이 답했다. 과거 에피소드에서 비롯된 시시콜콜한 얘기부터 박용택의 야구 인생을 되짚어보고 향후 진로를 궁금해하는 다양한 질문이 쏟아졌다. 별명 많고, 입담이 좋은 박용택은 인터뷰 내내 선수단의 질문에 활짝 웃으며, 다양한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았다. -삼성에 이승엽이 있다면, LG에는 그런 선수가 박용택이 아닌가 싶다. 야구 실력을 떠나 후배들에게 큰 귀감이 된다. 특히 가장 많은 팬을 보유하고, 또한 서울을 연고를 둔 LG에서 수많은 유혹을 뿌리치고 20년 동안 사건·사고 없이 은퇴를 앞두고 있다. 그런 사생활 관리가 참 쉽지 않은데. (류중일 LG 감독) "너무 과찬이다. 감사하다. 서울팀, 또 인기 팀에 몸담고 있어 보는 눈이 많았다. 그래서 더욱더 자제하고 절제했다. 어느새 내 생활 패턴이 됐다. 사실 밖에선 정말 잘 놀고, 술도 많이 마신다. (요즘 선수들의 각종 사건·사고가 잦은데) 결국 모든 사건·사고는 술과 연관되어 있다. 음주에 '적당히'는 없다. 자신을 컨트롤할 수 없을 정도로 알코올을 마시면 사고가 생기기 마련이다. 선수들도 사람인 만큼 한 잔씩 마실 수 있는데, 자신의 주량을 지키고 스스로 절제하는 것이 중요하다." -2002년 연말에 야구인과 연예인이 함께한 기부 행사가 서울의 대형 호텔에서 열렸다. 당시 내가 주장이어서 후배들을 3~4명 데려갔는데 함께 간 선수 중에 박용택만 기억난다. 그때 연예인보다도 옷을 더 멋있게 입었다. 그때부터 '남다르다'고 여겼는데, 확실히 패션 센스가 대단했다. 아마도 야구 선수 가운데 턱시도를 가장 먼저 착용하지 않았나 싶다. (유지현 LG 수석코치) (박용택은 LG가 숙소로 사용하는 호텔 내 카페에서 인터뷰를 갖는데 깔끔한 트레이닝 차림에 헤어스타일까지 정리하고 나왔다. 박용택은 "머리카락에 물만 발라 다듬었는데"라고 했지만 구단 관계자 역시 "헤어 제품을 사용한 것 같은데"라면서 "정말 깔끔하다"고 인정했다.) "기억난다. 당시 2001년 겨울 하얏트 호텔에서 행사가 열렸는데, 내 옷차림을 보고 형수님이 깜짝 놀라셨다. 나는 동네 슈퍼에 들를 때처럼 입고 갔는데(웃음) 사실 어릴 적부터 야구 선수들을 보면 '돈도 많이 벌고 좋은 자동차도 타는데, 옷은 왜 이리 촌스럽게 입을까?'라고 생각했다. 다른 건 몰라도 패션만큼은 자부심이 있다. 야구계에 패션으로는 조금이나마 이바지하지 않았나 싶다. 보타이(목에 두르는 네크 웨어의 하나로 나비넥타이)를 가장 먼저 착용했다. 기본적으로 프로야구 선수라면 팬들에게 많이 보이니까 때와 장소에 맞는 옷차림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골든글러브 행사에도 튀게 입고 싶은 생각도 있겠지만, 최소한 턱시도나 짙은색 슈트가 정석이라 본다. 우리 팀에 이런 센스가 부족한 선수들이 있어 가끔 짓궂게 한마디씩 한다. 개성 있게 입는 것보다 때와 장소에 맞는 패션이 중요한 것 같다. 가령 저녁 행사 때 턱시도를 입어야 하나 하얀색 슈트를 입거나, 아침에 연미복을 착용하는 건 기본적인 에티켓이 아닌 거로 알고 있다. 그래도 요즘은 선수들의 옷차림을 보면 예전보다 많이 좋아졌다." -고려대 1학년 때 박용택 선배가 4학년에 재학 중이었다. 나를 많이 괴롭혔다. 웨이트 트레이닝이나 티볼 훈련 때도 나를 항상 데리고 다녔는데 왜 그랬나? 그리고 대학 때부터 타격 연습 열정만큼은 대단했다. 이제 훈련 양을 줄여도 될 텐데 여전히 열심히 하더라. 그렇게 안타를 많이 치고도 방망이만 잡으면 아직도 눈빛이 변하던데. (LG 정근우) "쥐똥만 한 놈(정근우)이 운동도 열심히 하고 승부욕도 엄청났다. 나한테 달려와서 '형, 달리기 시합해요'라고 했던 녀석이다. 야구도 열심히 하고 눈치도 빠른 예쁜 후배였다. 그래서 더 많이 괴롭혔고, 운동도 함께 했다. 예전과 비교하면 훈련 양은 많이 줄었다. 성에 차지 않아 개인 훈련을 하면 몸이 아프다. 내가 운동할 수 있는 시간과 훈련 양이 제한적이다. 그래서 몸이 상하지 않을 정도로만 그 범위 안에서 신나게 하고 있다. 운동할 땐 모르지만, 훈련을 마치고 방에 혼자 누워 있으면 이런저런 생각이 들어 우울해지곤 한다." -앞으로 가장 기대되는 팀 내 후배는? (LG 이형종) "식상한 질문이다. 대부분의 후배를 좋아하지만, 특히나 좋아하는 친구들이 몇몇 있다. 그런 선수 중의 한 명이 형종이다. 승부욕이 정말 뛰어난 후배다. 그런 후배들이 좋다. 어찌 보면 형종이가 독특하게 비칠 수 있겠지만 나는 좋다. 개인적으로도 대충대충 하는 스타일보다 돌아이를 좋아한다." -아직 몇 년 더 야구를 하셔도 잘하실 것 같다. 왜 이른 은퇴를 결정하셨는지. 혹시 후배들을 위해 더 뛸 생각은 없는지? (LG 오지환) "아니다. 이제는 야구를 더 잘할 수 없을 것 같은 느낌이다. 몸의 회복이 더디고 이제는 때가 됐다는 판단이었다. 2018년에 최다 안타 신기록을 작성한 뒤 마음 한구석에 무언가 허전한 느낌이 들었다. 시즌 후에 FA 계약을 앞두고 '이 정도로 야구를 했는데 은퇴 시기는 내가 직접 정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 이후 생각을 많이 했다. FA 협상에 앞서 4년 계약은 너무 긴 것 같고, 1년은 너무 아쉬울 것 같았다. 그래서 2년 더 현역으로 뛰면 개인적으로도 팀에도 괜찮을 것 같더라." -올해 마지막 시즌인데 은퇴 후에 진로는 정하셨는지? (익명) "구단 신인 오리엔테이션 때 가장 강조한 부분이 '구체적인 목표를 정하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구체적인 계획, 실천, 지속성을 유지해야 좋은 야구 선수가 된다고 했다. 1990년 야구를 시작한 뒤 '좋은 프로 선수가 되겠다'는 목표를 갖고 이를 위해 30년을 뛰어왔다. 현역 은퇴 이후 계획은 유니폼을 벗고 다시 생각해야 한다. 다만 확실한 한 가지는 있다. 야구와 관련된 일을 할 것 같다. 야구계를 떠나진 않을 것 같다. 내가 무엇을 선택해야 잘할 수 있는지 고민하고 결정하겠다. 머릿속에 계획은 있다." -신인 때 전지훈련에서 내게 '너는 무조건 잘될 거야'라고 해주셨다. 왜 그랬는지? (LG 고우석) "내가 우석이에게 건넨 첫 마디였다. 고우석이 신인으로 캠프에 합류해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는 모습을 처음 봤을 때였다. 연차가 얼니 선수는 보통 트레이너 파트에서 정해주는 스케줄대로 움직이거나, 자세도 어정쩡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제 갓 스물의 어린 녀석이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는데 자세가 정말 좋고, 자신만의 운동법이 있더라. 대개 투수는 웨이트 트레이닝을 많이 하지 않는 인식이 강한데 우석이는 달랐다. '야, 저놈 보통 아니네' 싶었다. 신인의 경우 준비된 선수가 있고, 어리바리한 선수가 있는데 우석이는 전자였다. 사실 이번에 롯데에 작전·주루 코치에 임명된 오태근 코치와 친분이 깊은데, 당시 휘문고 코치로 있으면서 충암고에 재학 중인 고우석의 투구 영상을 보여주더라. 당시 우석이에 대한 임팩트가 크게 남았었다. 실제 1차지명으로 입단했을 때 웨이트 트레이닝의 훈련 자세나 체형을 보니 오승환(삼성)의 느낌이 났다. 내가 사람을 조금 볼 줄 안다. 그래서 우석이에게 '너 야구 잘하겠다. 무조건 잘될 거야.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마무리 투수가 될 것 같다'라고 말했다." -박용택에게 유강남이란? (LG 유강남) "정말 많이 좋아하는 후배다. 야구에 대한 열정과 팀에 대한 애정, 또 말과 행동이 정말 예쁜 후배다. 아마도 모든 선배가 좋아하는 후배일 것이다. 라커룸에서도 내 옆자리에 있다. 한편으로 정말 많이 신경이 쓰인다. 왜냐하면 스스로 팀과 코칭스태프, 팬, 본인의 기대에 못 미친다고 여겨 실망감을 많이 느끼기 때문이다. 이 친구는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어깨에 많은 짐을 지닌 선수다. 그래서 정말 좋은 선수가 됐으면 하는 바람에 잔소리도 많이 하는 편이다." 오키나와(일본)=이형석 기자 lee.hyeongseok@joongang.co.kr 2020.03.05 05:20
메이저리그

[송재우의 포커스 MLB] 코리안 메이저리거의 페넌트레이스 약진

2019시즌 메이저리그 페넌트레이스는 지난달 30일(한국시간)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피트 알론소(뉴욕 메츠)를 비롯한 대형 신인의 등장과 치열한 순위 싸움 등 여러 가지 볼거리가 풍부했다. 여기에 코리안 메이저리거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팔꿈치 부상에 부진이 겹쳐 KBO 리그로 유턴한 오승환(삼성)과 주어진 기회를 살리지 못한 강정호(전 피츠버그) 등 아쉬운 요소도 있었지만, 류현진(LA 다저스) 추신수(텍사스) 최지만(탬파베이)의 한해는 뜨거웠다. 류현진은 지난해 7승 3패 평균자책점 1.97을 기록했다. 길었던 어깨 수술 재활을 마치고 성공적으로 복귀했다. 그리고 구단이 제시한 퀄리파잉 오퍼(1790만 달러·214억원)를 수락했다. FA(프리에이전트) 시즌으로 관심을 끈 올해 초반 출발은 불안했다. 사타구니 근육 손상으로 부상자명단(4월 10일)에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전반기 메이저리그 유일의 1점대 평균자책점으로 올스타전 선발 투수라는 영예를 안았다. 후반기 한때 4경기 연속 부진(8월 18일 애틀랜타전~9월 5일 콜로라도전)에 빠지며 휘청거렸다. 그러나 페이스를 회복해 깔끔하게 시즌을 마무리했다. 시즌 성적은 14승 5패 평균자책점 2.32. 개인 한 시즌 최다승 타이기록을 세웠고 평균자책점은 메이저리그 전체 1위라는 대업을 달성했다. 아시아 투수가 메이저리그 평균자책점 타이틀을 가져간 건 올해 류현진이 처음이다. 핀포인트 컨트롤에 현란한 볼 배합이 조화를 이루면서 메이저리그 최고 기술을 발휘하는 투수로 인정받았다. 100마일(160.9km/h)의 강속구 투수가 범람하는 요즘 추세를 고려하면 90마일(144.8km/h)을 살짝 웃도는 구속으로 이런 성적을 냈다는 건 그의 뛰어난 '투수 IQ'를 느끼게 한다. 9이닝당 볼넷도 1위(1.2개), 구장 팩터가 적용된 ERA+도 179로 평균 투수보다 무려 79%나 높은 수치로 1위였다. 이제 포스트시즌 활약을 바탕으로 어떤 FA 계약을 끌어내느냐가 관심사가 됐다. '맏형' 추신수도 인상적인 성적을 남겼다. 37세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151경기에 출전해 통산 7번째이자 3년 연속 20홈런을 돌파했다. 특히 본인의 커리어 하이에 해당하는 홈런 24개를 때려 건재함을 과시했다. 이는 메이저리그 전체 36세 이상 선수 중 3위에 해당한다. OPS도 0.826으로 개인 커리어 하이와 정확히 일치했다. 득점권 타율도 0.296으로 3할에 육박했고 도루도 2013년 20개 이후 가장 많은 15개를 성공했다. 실패는 단 하나였다. 또 다른 가치를 부여할 수 있는 건 포지션이다. 지명타자 출전이 62회, 우익수 42회, 좌익수 40회였다. 지명타자 횟수가 여전히 많지만, 지난해(85회) 대비 크게 줄었다. 체력 부담이 커진 상태에서 꾸준한 성적을 냈다는 게 의미 있다. 물론 아쉬움도 있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후반기 성적이 떨어졌다. 후반기 타율이 0.234(전반기 타율 0.288)에 그쳤다. 그래도 1년 전 3개에 그쳤던 후반기 홈런을 11개로 끌어올렸다는 건 고무적이다. 내년이 FA 계약 마지막 해라 어떤 성적을 보이느냐가 중요하다. 의지에 따라 선수 생활 갈림길에 서게 될 것이다. 최지만은 잊지 못할 시즌을 만들었다. 공격 전 부분에서 커리어 하이를 찍었다. 127경기에 출전해 타율 0.261, 19홈런, 63타점을 기록했다 출루율(0.363)과 장타율(0.459)을 합한 OPS도 0.822로 합격점을 줄 만하다. 포스트시즌 출전까지 경험하게 돼 겹경사가 생겼다. 우려를 불식시켰다. 1루수로 장타가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올해 20개에 육박하는 홈런을 때려냈다. 특히 9월에만 6개를 몰아쳐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특유의 선구안은 그대로 유지했다. 적극적인 세리머니로 더그아웃 분위기를 살린 점도 긍정적이다. 보강할 부분도 분명하다. 왼손 투수 상대 타율이 0.210(오른손 투수 타율 0.274)으로 낮다. 홈런도 2개에 불과하다. 후반기 왼손 투수가 선발로 나오면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되는 모습이 자주 연출됐다. 득점권 타율도 0.250에 그쳐 중심 타자로선 살짝 부족한 모습이었다. 존재감은 빛을 발했지만, 아직 경쟁은 끝나지 않았다. 팀원이 젊고 예산을 절약하는 탬파베이는 네이트 로우라는 젊은 유망주가 있다. 여기에 헤수스 아길라와의 계약도 남아있다. 상황은 유동적이다. 하지만 메이저리그 주전 가치를 확실하게 보여준 최지만에게 이정표가 될 수 있는 시즌임에는 분명하다. 성공적인 한 시즌을 마감한 코리안 메이저리거 3인방은 내년 시즌이 또 다른 전환점이 될 수 있다. 그래서 벌써 2020시즌이 이들에겐 더욱 기다려질 것이다. 송재우 MBC SPORTS+ 해설위원정리=배중현 기자 2019.10.06 14:53
야구

오승환·추신수도 활약, 27일은 코리안 빅리거 데이

류현진(32·LA다저스)과 강정호(32·피츠버그)가 각자 의미 있는 결과를 낸 27일. 맏형 오승환(37·콜로라도)와 추신수(37·텍사스)도 활약했다. 오승환은 27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선트러스트 파크에서 열린 애틀란타전에 구원 등판해 시즌 첫 홀드를 기록했다. 소속팀 콜로라도가 4-3으로 앞선 7회말 수비 시작과 함께 마운드에 오른 그는 피안타 1개를 허용했지만 세 타자를 범타 처리하며 무실점 투구를 했다. 첫 타자는 투수 타석에 대타로 나선 맷 조이스. 2구째 컷패스트볼로 유격수 땅볼을 유도했다. 무난히 아웃카운트로 이어졌다. 후속 아지 알비스에게는 중전 안타를 맞았다. 그러나 주축 타자 조쉬 도날드슨은 중견수 뜬공, 프레디 프리먼은 우익수 뜬공으로 아웃시켰다. 각각 커브와 속구를 결정구로 활용했다. 오승혼은 8회 마운드를 셋업맨 스캇 오버그에게 넘겼고, 콜로라도는 7회와 8회 추가 4득점하며 8-4로 승리했다. 오승환은 두 경기 연속 무실점을 기록했고 평균자책점도 종전 5.00에서 4.50으로 낮췄다. 추신수는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 T-모바일 파크에서 열린 시애틀전에서 선발로 나서지 못했다. 상대 선발투수가 좌완 유세이 기쿠치였고, 휴식도 필요했다. 그러나 대타로 나서 홈런을 때려냈다. 팀이 3-4, 1점 뒤진 9회초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섰고, KBO리그에서도 뛰었던 시애틀 셋업맨 앤서니 스와잭의 슬라이더를 공략해 우월 동점 홈런을 때려냈다. 라인드라이브 타구가 담장을 넘겼다. 소속팀 텍사스는 연장 11회, 1사 만루 위기를 맞은 뒤 미치 해니거에게 땅볼 타점 타구를 허용하며 4-5로 패했다. 추신수의 시즌 2호 홈런도 빛이 바랬다. 안희수 기자 An.heesoo@jtbc.co.kr 2019.04.27 15:53
야구

코리안빅리거 5인 출격, 새벽 희소식 기대감 UP

메이저리그가 본토 개막전을 시작으로 대장정에 돌입한다. 코리안 메이저리거 5인도 저마다 목표를 향해 뛴다. 2019 메이저리그는 스토브리그부터 다사다난했다. 브라이스 하퍼(필라델피아) 매니 마차도(샌디에이고)가 3억 달러가 넘는 대형 계약을 하며 FA(프리에이전트) 이적을 했다. 마이크 트라우트(LA 에인절스) 놀런 아레나도(콜로라도) 제이콥 디그롬(뉴욕 메츠) 블레이크 스넬(탬파베이) 등 일부 정상급 선수들은 5년 이상 장기 연장 계약을 하며 정착 의지를 보였다. 보스턴의 정상 수성·휴스턴의 견제·LA 다저스의 3년 연속 월드시리즈 진출도 관심사다. 한국 팬도 설렌다. 타자 3명은 주전 확보가 확실하다. 투수 2명은 선발과 불펜에서 중책을 맡는다. 류현진(32·LA 다저스)의 행보가 단연 관심을 모은다. 그는 아홉 시즌 만에 다저스 개막전 선발투수로 나선 새 얼굴이다. 에이스 클레이턴 커쇼가 어깨 통증으로 시즌 준비가 늦어졌고, 데이비드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류현진을 29일(한국시간) 애리조나와 홈 개막전 선발로 낙점했다. 2002년 박찬호(당시 텍사스) 이후 17년 만에 한국인 투수가 소속팀의 시즌 첫 경기를 열었다. 결과를 떠나 시즌 첫 경기부터 류현진의 달라진 위상이 엿보였다. 류현진은 지난 시즌이 끝난 뒤 다저스의 퀄리파잉오퍼를 수락하며 '200억' 가치를 인정받았다. 스프링캠프에서도 다저스의 대표 투수다운 대우를 받았다. 몸값·팀 내 소속 연차·실력 모두 개막전에 나서기에 부족함이 없다. 겨우내 어깨 부상을 당했을 때 재활을 도운 김용일 트레이너와 손잡고 밀도 있는 몸 관리를 했다. 컨디션은 최상이다. 목표로 20승을 내세웠다. 류현진은 "아프지 않고 풀타임 시즌을 치르겠다는 의지였다"고 했다. 부상만 없다면 가능하다는 자신감이다. 시즌 종료 이후 다시 FA(프리에이전트) 자격을 얻기 때문에 동기부여도 되는 시즌이다. 팬들은 닷새마다 반가운 소식을 기대할 수 있을 전망이다. 오승환(37)은 건재를 증명해야 한다. 콜로라도와 계약은 2019시즌까지다. 그는 지난해 11월, 국내 복귀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여전히 묵직한 공을 던지고, 성적도 뛰어나지만 30대 중반을 넘긴 나이가 다음 시즌 거취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스프링캠프에서 만난 그는 "프로 선수에게 중요한 건 나이가 아니라 실력이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그가 나이를 숫자로 만들지 관심을 모은다. 메이저리거 맏형 추신수(37·텍사스)도 오승환과 상황이 비슷하다. 그는 스토브리그뿐 아니라 시즌 중에도 트레이드설에 시달린다. 현지 언론은 고액 몸값을 받는 그가 리빌딩이 필요한 텍사스에 걸림돌이라고 본다. 개막전에서도 좌완 투수 존 레스터(시카고 컵스)가 선발투수로 나서며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됐다. 그러나 팀의 리드오프 역할을 잘 수행하는 선수다. 어떤 팀이든 경험 많은 베테랑이 필요하다. 부상만 없다면 자신의 가치를 증명할 수 있다. 음주 운전으로 물의를 일으킨 뒤 어렵게 그라운드로 돌아온 강정호(32·피츠버그)는 재기를 노린다. 시범 경기에서 홈런 7개를 때려 내며 주전 경쟁에서 앞섰다. 장타력이 부족한 피츠버그 타선에 무게감을 더할 수 있는 자원으로 평가된다. 탬파베이 내야수 최지만(28)도 주전 1루수로 나설 전망이다. 시즌 전 아비사일 가르시아 등 가세한 선수들과 경쟁했지만 시범 경기에서 타율 0.366·2홈런을 기록하며 자리를 지켰다. MLB.com 탬파베이 뎁스 차트에도 그의 이름이 1루수 가운데 가장 먼저 올랐다. 안희수 기자 An.heesoo@jtbc.co.kr 2019.03.29 02:00
야구

2019시즌 코리안 메이저리거들의 과제와 전망

2019시즌 메이저리그 개막엔트리에 들어갈 한국인은 5명이다. 맏형 추신수(37·텍사스 레인저스)와 오승환(37·콜로라도 로키스), 입단동기 류현진(32·LA 다저스)과 강정호(32·피츠버그 파이리츠), 그리고 지난해 빅리그 안착에 성공한 최지만(28·탬파베이 레이스)이다. 이들 모두에게 이번 시즌은 기회이자 위기가 될 듯 하다. 코리안 메이저리거들의 전망과 과제를 살펴봤다. ━ '시종일관(始終一貫)' 추신수 추신수는 대표적인 '슬로 스타터'였다. 늘 시즌 초반보다는 후반에 좋았다. 그러나 지난해는 달랐다. 레그킥(왼손 타자의 경우 오른발을 들어 체중을 이동한 뒤 공을 때리는 타격법)을 하는 변화를 줬지만 빠르게 적응했다. 전반기 90경기에서 거둔 성적은 타율 0.293, 홈런 18개. 52경기 연속 출루에 성공해 팀 기록도 세웠다. 하지만 후반기엔 홈런 3개 추가에 그쳤다. 출루율(0.377)은 아메리칸리그 7위로 좋았지만 타율(0.264)은 33위에 머물렀다. 추신수 자신도 "메이저리그에서 그런 부진은 처음이었다. 전반기의 좋은 기억들이 희미해질 정도"라고 말했다. 올시즌 추신수의 목표는 뚜렷하다. 시즌 내내 꾸준한 성적을 보여주는 것이다. 추신수는 "항상 야구를 하면서 많이 배운다. 지난해 후반기 부진할 때도 '많이 준비했으니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은 있었다"며 "체중을 이동하는 자세는 그대로다. 내년에는 다리를 조금만 올릴 것 같다"고 시행착오를 통해 얻은 배움을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추신수는 지난해 동양인 최다홈런과 올스타전 출전이란 이정표를 세웠다. 올해도 기록 행진은 이어진다. 통산 1496안타와 189홈런을 기록중인 추신수는 1500안타와 200홈런 돌파를 눈 앞에 두고 있다. ━ '유종지미(有終之美)' 오승환 "힘이 있을 때 한국에서 던지고 싶다." 오승환은 지난 시즌 입국 인터뷰에서 깜짝 발언을 했다. 토론토와 1년 계약이 남아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당장은 불가능한 일. 그만큼 오승환의 국내 복귀 의사는 강하다. 사실상 이번 해가 미국에서 뛰는 마지막 시즌이 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오승환은 73경기에 등판, 6승 3패 3세이브 21홀드를 거뒀다. 평균 자책점은 2.63. 포스트시즌에도 나갔다. 와일드카드 결정전과 디비전시리즈에서 세 차례 등판했다. 하지만 연봉은 250만 달러(28억 원)에 그쳤다. 시즌 개막 전 텍사스와 계약이 어그러지면서 성적에 비해 낮은 몸값을 받았고, 시즌 도중 이적도 했다. 한국행 발언이 나온 배경 중 하나일 수도 있다. 2018시즌 오승환의 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시속 92.1마일(약 148㎞)이었다. 전성기 못잖게 힘있는 공을 뿌리고 있다. 특히 높은 코스를 활용해 헛스윙을 잘 유도했다. 지난해와 같은 공을 뿌린 뒤 멋지게 2020시즌을 삼성 선수로 맞이하는 게 오승환의 2019년 '플랜 A'다. ━ '건곤일척(乾坤一擲)' 류현진 류현진의 2018년은 갈림길이었다. 다저스와 6년 계약이 끝나 프리에이전트(FA)가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류현진은 구단의 퀄리파잉 오퍼 제안을 받아들였다. 1년 1790만 달러(약 204억원) 계약. 사실상 FA 재수를 선택한 것이다. 이번 겨울 메이저리그 전체를 강타한 FA 한파를 보면 류현진의 선택은 나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물론 장기 계약을 포기하면서 류현진은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다시 한 번 FA 자격을 앞둔 채 시즌을 치러야 하는 것이다. 2019시즌의 중요성은 두 말 할 필요도 없어졌다. 상황은 지난해보다 훨씬 좋다. 15경기에 나가 7승3패, 평균자책점 1.97을 기록했다. 출전경기는 2017년(25경기 5승 9패, 평균자책점 3.77)보다 적지만 더 많은 승리를 따냈다. 다저스도 류현진에 대한 기대치를 높여 3선발로 낙점했다. 미국 언론은 여전히 류현진의 몸 상태에 의구심을 던지고 있다. 팬그래프닷컴은 류현진이 88이닝을 던지면서 6승5패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류현진은 그 어느 떄보다 자신있게 "20승이 목표"라고 밝혔다. 이번 겨울 류현진은 한 번 더 웃을 수 있을까. ━ '기사회생(起死回生)' 강정호 2016년 12월, 강정호는 한국에서 음주운전 사고를 일으켰다. 과거 두 차례 음주운전 사실까지 드러나면서 강정호는 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 형을 받았다. 미국 취업비자 신청은 거절됐고, 2017시즌은 아예 뛰지 못했다. 지난해 4월 가까스로 미국으로 건너간 강정호는 8월 손목 수술을 받았다. 그리고 정규시즌 마지막 3연전에 올라와 6타수 2안타를 기록했다. 말 그대로 끝난 듯 했던 강정호의 MLB 커리어가 살아난 것이다. 자신의 실수로 어두운 터널을 지나야했던 강정호의 미래는 밝은 편이다. 피츠버그는 보장금액을 300만 달러(34억원)로 줄이긴 했지만 강정호와 총액 550만 달러(62억원) 계약을 맺었다. 팀내 상황도 강정호에게 나쁘지 않다. 피츠버그는 콜린 모란과 강정호를 두고 3루수 경쟁을 시킬 계획이다. 빅리그 2년차인 모란은 지난해 타율 0.277, 11홈런·58타점을 기록했다. 강정호가 충분히 싸워볼만한 상대다. 유격수 자리도 여전히 노려볼만한 구석이다. 조디 머서가 떠난 피츠버그의 유격수 후보는 31경기를 뛴 게 전부인 케빈 뉴먼과 162경기 출전 기록의 에릭 곤잘레스다. ━ '전화위복(轉禍爲福)' 최지만 최지만은 지난해 두 번이나 팀을 옮겼다. 뉴욕 양키스에서 FA로 풀린 뒤 밀워키 브루어스와 계약하고 25인 로스터에 이름을 올렸으나 기회를 얻지 못했다. 결국 탬파베이로 이적했는데 '신의 한 수'였다. 1루수·지명타자 한 자리를 꿰차면서 데뷔 후 처음으로 두 자릿수 홈런(10개)을 때려냈다. 올해도 최지만은 지난해와 비슷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탬파베이가 최지만보다 몸값이 비싼 C.J.크론과 제이크 바우어스를 내보냈기 때문이다. MLB.com은 "최지만이 주전 한 자리를 차지할 수 있다. 최소 플래툰으로는 기용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최지만은 우타자 아비세일 가르시아와 플래툰으로 기용되면서 경쟁을 벌이게 된다. 숙제는 명확하다. 좌투수 공략이다. 오른손 투수를 만나면 타율 0.280, OPS(출루율+장타율) 0.728의 준수한 성적을 낸 반면, 왼손투수 상대로는 타율 0.136, OPS 0.513으로 고전했다. 2019.02.04 09:52
야구

내부 FA 협상 재개 앞둔 삼성, "다음 주에 만날 예정"

삼성이 FA(프리에이전트) 협상 테이블을 다시 차린다.삼성은 내부 FA로 풀린 투수 윤성환(38)과 내야수 김상수(29)와의 계약을 매듭짓지 못하고 새해를 맞이했다. '잔류'를 우선순위에 놓고 움직였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예상보다 줄다리기가 길어진다. 올해 리그 최다인 5명이 FA로 풀린 삼성은 이중 장원삼이 방출 이후 LG 이적을 택했고, 외야수 박한이와 내야수 손주인은 권리 행사를 포기했다. 협상 대상자가 2명으로 확 줄어 부담을 덜었지만 좀처럼 마침표를 찍지 못한다. 시간이 좀 더 필요한 상황이다.일단 협상 재개를 앞둔 상황이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일간스포츠와 통화에서 "다음 주에 두 선수를 다 볼 거 같다. 이번 주에는 직원들도 다 휴무다. 지난달에 만났을 때 생각해 보고 1월 둘째 주 정도에 다시 이야기하자고 했다"며 "김상수는 그동안 5~6번, 윤성환은 3번 정도 만났다"고 설명했다. 윤성환의 경우 첫 협상 때는 에이전트가 없었지만 이후 오승환(콜로라도)의 대리인인 스포츠인텔리전스 김동욱 대표를 에이전트로 내세워 협의를 이어 가고 있다. 홍준학 삼성 단장도 김 대표를 한 차례 만났다. 관계자는 "12월 만남 때 팀의 분위기나 상황을 잘 설명했다. 시간을 더 달라면 줄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구단은 급하지 않다. '잔류를 시키겠다'는 가이드라인으로 움직이지만 무리하게 베팅할 계획은 없다. FA 시장이 얼어 있어 이적이 쉽지 않다는 것도 구단에 유리하다. 공교롭게도 두 선수 모두 2018시즌에 부진했다. 김상수는 122경기에서 타율 0.263를 기록했다. 규정 타석을 채운 타자 62명 중 타격 57위. 타고투저가 극에 달한 시즌을 보냈지만, 장타율(0.362)과 출루율(0.314)을 합한 OPS가 0.676에 불과했다. 득점권 타율도 2할로 바닥을 찍었다. 윤성환은 24경기에 등판해 5승9패 평균자책점 6.98로 고전했다. 5년간 이어 온 두 자릿수 승리가 끊겼고, 규정 이닝(144)도 채우지 못했다.엎친 데 덮친 격으로 김상수의 포지션엔 '마이너리그 유턴파' 이학주가 신인 드래프트를 통해 영입됐다. 대안이 있기 때문에 삼성이 협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 윤성환은 30대 후반의 나이가 걸림돌. 4년 전 FA 때 총액 80억원 계약을 성사시켰지만, 올해 분위기는 180도 다르다.김상수는 비교적 나이가 어려 반등의 여지가 있고, 윤성환은 선발 로테이션을 책임져야 하는 '맏형'이라는 플러스 요인이 있다. 그러나 계약 판도를 바꿀 정도는 아니다. 보상(당해 연도 연봉 300% 또는 연봉 200%와 보호 선수 20인 외 보상 선수 1명)을 하면서까지 다른 팀에서 군침을 흘릴 가능성이 작다. 삼성 내부적으로 조급함이 크지 않다.배중현 기자 bae.junghyune@jtbc.co.kr 2019.01.03 13:32
야구

전반기 마감…한국인 빅리거 기상도는 '흐림'

전반적으로 '흐림'이다. 한국인 메이저리거들이 2017시즌 전반기를 마쳤다. 모두 기상도가 그리 맑지 않았다. 팀 내 입지와 성적을 감안하면 기대보다 우려가 크다. 김현수(볼티모어)의 행보는 예상을 엇나갔다. 그는 지난해 플래툰시스템에 갇혀 정상적인 기회를 얻지 못했다. 불리한 조건 속에서도 타율 0.302를 기록하며 기대를 높였다. 올 시즌을 향한 기대가 컸다. 하지만 올해 51경기에 출전해 타율 0.229·1홈런에 그쳤다. 오른손 투수가 나올 때도 벤치를 지킬 때가 많다. 길게는 6~7경기 연속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됐다. 타석 수가 적다 보니 타격감 유지도 어렵다. 볼티모어와 재계약도 불투명하다. 류현진(LA 다저스)도 선발진 잔류를 장담할 수 없다. 어깨와 팔꿈치 수술 재활을 마친 그는 시범 경기에서 선전하며 선발진에 합류했다. 하지만 전반기 내내 위태로웠다. 14경기(13선발)에 등판해 3승6패 평균자책점 4.21을 기록했다. 전성기보다 떨어진 구속 탓에 주무기인 체인지업도 효과가 반감됐다. 지난 5월엔 한 차례 불펜으로 밀리기도 했다. 지난 6월 29일(한국시간) LA 에인절스전에서 왼발에 타구를 맞아 열흘짜리 부상자 명단에 올랐다. 복귀 일정과 보직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세인트루이스의 뒷문을 지키던 오승환(35)도 고전했다. 그는 데뷔 첫해던 지난 시즌 중반 마무리 투수가 됐다. 2년(2014~2015년) 연속 40세이브 이상을 올렸던 트레버 로젠탈을 밀어냈다. 76경기에서 6승3패 19세이브 평균자책점 1.92를 기록했다. 올해는 내용이 안 좋아졌다. 38경기에서 1승4패 18세이브 평균자책점 3.54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0.92던 이닝당출루허용률이 1.38로 높아졌다. 0.192던 피안타율은 0.276로 올랐다. 76경기에서 5개뿐이던 피홈런도 전반기에만 7개나 됐다. 구위는 여전히 좋다. 하지만 슬라이더가 지난해보다 무뎌졌다는 평가다. 6월 등판한 11경기에선 평균자책점 5.73으로 부진했다. 이후 몇 경기는 세이브 상황이 아닐 때 투입되기도 했다. 7일 마이애미전에서 7경기 만에 세이브를 올리며 자리를 찾았지만 자리 보존이 위태롭다. 트레이드설도 나왔다. 입지가 시즌 초반 같지 않다. 석 달 동안 마이너리그에서 뛰던 황재균(30)은 옵트아웃 선언 직전 극적으로 콜업되며 '빅리거' 꿈을 이뤘다. 데뷔전이던 6월 29일 콜로라도전에서 결승 홈런을 치며 기대를 높였다. 하지만 이후 기세가 꺾였다. 약점으로 평가된 수비력보다 타격이 문제였다. 10경기에서 타율 0.194에 그쳤다. 빠른공 적응에 고전하고 있다. 첫 5경기에선 선구안이 좋았다. 하지만 최근 상대 배터리의 몸 쪽 속구 공략이 잦아지면서 스트라이크존을 벗어나는 공에도 배트를 낸다. 적응이 필요하지만 기회를 보장받은 것도 아니다. 최지만은 선수층이 두꺼운 뉴욕 양키스 1루수 경쟁에서 살아남아 '핀 스트라이프' 유니폼을 입었다. 첫 2경기에서 모두 홈런을 치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빅리거 '맏형' 추신수(텍사스)는 베테랑답게 팀 내 입지가 견고하다. 12홈런을 기록하며 통산 다섯 번째 20홈런을 노린다. '출루 머신'의 면모도 여전히 살아 있다. 하지만 타율(0.250)은 다소 아쉽다. 미네소타 산하 트리플 A 팀 로체스터에서 뛰고 있는 박병호는 메이저리그에 복귀하지 못했다. 마이너리그에서도 60경기에서 타율 0.224·4홈런으로 인상적인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음주운전 사고로 실형을 선고받은 강정호는 국내에서 개인 훈련을 하고 있다. 복귀 시점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안희수 기자 2017.07.11 06:00
브랜드미디어
모아보기
이코노미스트
이데일리
마켓in
팜이데일리
행사&비즈니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