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이현승(왼쪽부터)·두산 권혁·LG 송은범. IS포토 현역 최다 도루 1위(505개)를 지키던 이대형(37)은 최근 은퇴를 선언했다. 전준호 NC 코치가 보유한 통산 1위(549개)에는 다가서지 못했다. 그러나 2000년대 대표 대도, '슈퍼 소닉'으로 불리며 한 시대, 한 분야를 풍미한 선수로 남았다.
30대가 꺾이면 기량 저하에 당면한다. 한국 야구를 대표하는 스타 플레이어들도 같은 수순을 밟았다. 포지션을 전환하고, 바뀐 보직을 받아들이고, 경기 지향점을 바꾸며 현역 연장을 노린다. 전성기 기량과 팀 기여도를 재현하긴 어렵다. 그러나 그동안 쌓은 자산은 소속팀에 큰 도움이 된다. 팬들도 박수를 보낸다. 특히 노장 투수의 생존기는 유독 주목받았다. 대체로 야수보다 현역 생활이 짧다. 경쟁력에 변화를 주기 어려운 포지션이기도 하다.
2020시즌도 30대 후반에 다가선 베테랑 투수들이 출격을 준비하고 있다. 두산 좌완 듀오 이현승(37)과 권혁(37)이 대표적이다. 이현승은 소속팀의 연습경기와 청백전을 합쳐 세 경기밖에 등판하지 못했다. 일본(미야자키) 캠프 막바지에 종아리를 다친 탓이다. 내구성이 우려되는 나이. 그러나 재활기를 가졌고, 지난 19일 열린 청백전에서 실전 복귀전을 치렀다. 1이닝을 실점 없이 막아냈다.
두산은 우승을 노리는 팀이다. 포스트시즌에서 힘을 보탤 투수가 필요하다. 이현승은 지난 시즌에도 정규리그에서는 컨디션 난조 탓에 존재감이 미미했지만, 한국시리즈에서는 세 경기에서 무실점을 기록하며 우승에 기여했다. 불펜에 젊은 좌완 투수 함덕주가 있지만, 여전히 경험이 많은 선수가 필요하다는 평가. 이현승은 2020시즌에도 빅게임 피처 면모를 기대받고 있다. 그는 "내년을 기약할 수 없는 나이지만, 기회는 온다고 생각한다. 팔 상태도 좋다. 잘 준비해서 최대치로 끌어올리겠다"는 각오를 남겼다.
권혁은 비시즌 실전 경기에 꾸준히 등판했다. 일곱 경기에서 7이닝을 소화했고 평균자책점 2.57을 기록했다. 지난 시즌도 57번 등판하며 나이가 무색한 내구성을 보여줬다. 두산은 지난 시즌에 맏형이던 배영수 현 투수 코치가 투수진 중심을 잡아줬다. 포수들조차 배 코치의 헌신에 감탄했다. 올 시즌은 1983년생 듀오의 차례다.
LG 우완 송은범(36)도 회춘하고 있다. 최근 두 시즌 동안 불펜으로 나서던 그는 2020시즌은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할 전망이다. 빠른 공의 구속은 140km(시속) 대 중반까지 찍히고 특유의 무브먼트도 살아 있다는 평가. 실전 등판에서도 18이닝 동안 4점만 내줬다. 2020시즌 선발투수 가운데 최고 연차(18시즌)가 될 전망이다. 여전히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롯데 고효준·삼성 오승환. 각 구단 제공 롯데 좌완 불펜투수 고효준(37)도 방황을 마치고 마운드에 섰다. FA(프리에이전트) 자격을 얻었지만, 지난달에야 1년 계약을 했다. 그가 협상에 난항을 겪을 때, 한 편에서는 우려가 있었다. 롯데에 1군에서 경쟁력이 있는 좌완 불펜투수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수년째 새 얼굴 발굴에 실패했다. 부재 가능성이 커지자 오히려 존재감이 드러난 것.
개인 훈련을 하며 시즌 준비에 차질을 막은 그는 14일에 열린 청백전에서 1이닝을 실점 없이 막아내며 건재를 증명했다. 최고 구속은 146km. 데뷔 19년 차에도 1군을 누빌 전망이다.
삼성은 현역 최고, 역대 최고 마무리투수 오승환(38)이 있다. 실전 등판에서도 '명불허전' 돌직구를 뿌렸다. 150km를 찍었다. 출전 정지 징계 탓에 소속팀의 31번째 경기부터 등판할 수 있다. 통산 최다 세이브 역사가 이어진다. 팀 선배인 권오준(40)은 이미 40대다. 현역 최고령 등판이 유력하다. 여전히 불펜 주축 전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