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주간 MVP] "류현진 선배 영상 분석"...윤영철, 독학한 체인지업 앞세워 '신인 돌풍'
KIA 타이거즈 신인 좌완 투수 윤영철(19)은 지난주 KBO리그 투수 중 가장 빼어난 퍼포먼스를 보여줬다. 6일 SSG 랜더스전에서 7이닝 2실점, 11일 두산 베어스전에서 6이닝 3실점을 기록했다. 타선의 득점 지원이 적었던 탓에 모두 패전 투수가 됐지만, 주간 최다 이닝을 소화하며 선발 투수 임무를 잘 해냈다. 조아제약과 본지는 윤영철을 6월 둘째 주 주간 최우수선수(MVP)로 선정했다. 윤영철은 “외부 시상식에서 처음으로 상을 받아 본다. 팀 승리에 도움 되기 위해 노력한 모습을 좋게 봐주신 것 같다. 또 수상할 수 있도록 더 잘 할 것”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윤영철은 지난해 9월 열린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2순위에 지명받아 KIA 유니폼을 입은 특급 유망주다. 지난 2~3월 치른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에서 경쟁력을 증명했고, 바로 선발진 한자리를 차지했다. 15일 기준으로 10경기에 등판, 3승 3패·평균자책점 3.08을 기록하며 슈퍼루키다운 퍼포먼스를 보여줬다. 신인왕 경쟁에서도 가장 앞서 있다. 윤영철은 “최근 8경기에서 5이닝 이상 막아냈다. 이 점은 만족한다. 등판한 경기에서 내가 패전을 기록해도, 불펜 투수 한 명이 쉴 수 있으면 다음 경기에 도움을 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그런 마음가짐으로 나설 것”이라고 데뷔 10경기를 돌아봤다. 올 시즌 윤영철의 포심 패스트볼(직구) 평균 구속은 138㎞/h다. 공은 느리지만, 스트라이크존 상하좌우 구석을 원하는 대로 찌를 수 있는 제구가 일품이다. 주 무기도 날카롭다. 상대 팀 지도자와 타자 사이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 체인지업 얘기다. 모든 투구 동작이 직구를 던질 때와 거의 차이가 나지 않고,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공의 회전도 직구와 흡사하다고 한다. 올 시즌 163개를 던진 체인지업의 피안타율은 0.093에 불과하다. 윤영철도 “선배 타자들이 ‘직구와 똑같이 오다가 딱 홈 플레이트 앞에서 가라앉아서 타이밍 잡기 어렵다’고 하더라. 자신감을 갖고 던지고 있다”라고 했다. 윤영철은 고교 1학년이었던 2020년 3월, 독학으로 체인지업은 연마했다. 그는 “코치님이 그립을 가르쳐 주셨고, 이후 체인지업을 잘 던지는 국·내외 투수들의 투구 영상을 보고 연구했다. 특히 슬로 모션 영상을 통해 투수들이 공을 손에서 놓을 때 어떻게 하는지 유심히 봤다”라고 전했다.
윤영철이 가장 많이 본 영상은 한국 야구 대표 투수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의 투구 모습이었다. 류현진은 2006년 KBO 리그 데뷔 첫 시즌, 팀 선배였던 구대성에게 체인지업을 배운 뒤 자신만의 주 무기로 만들었다. 체인지업으로 KBO리그와 메이저리그(MLB)를 호령했다. 윤영철은 “원래 영상은 던지는 손을 가리지 않고 봤지만, 류현진 선배님은 같은 왼손 투수여서 더 많이 봤다. 무엇보다 내가 접할 수 있는 영상 중엔 선배님이 체인지업을 던지는 모습이 가장 많았다"라며 웃어 보였다. 윤영철은 체인지업 연마 한 달 만에 실전에서 활용했고, 4개월 만에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보통 좌투수는사구와 장타 허용 부담이 있기 때문이다. 좌타자와 승부에서 체인지업을 잘 던지지 않는 편인데, 현재 윤영철은 좌타자 몸쪽 구사도 주저하지 않을 만큼 높은 체인지업 완성도를 보여주고 있다. 그가 팀 선배 양현종·이의리에게 구하는 조언도 체인지업이 아닌 슬라이더나 커브라고. 윤영철은 지난 9일 발표된 항저우 아시안 게임 야구 대표팀 최종 명단(24명)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체인지업 마스터'로 성장하고 있는 선수지만, 아직 프로 무대에서 보여준 게 너무 적다. 윤영철은 “아쉬움이 없는 건 아니지만, 눈앞 할 일에 더 집중해야 할 것 같다”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이어 그는 “더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언젠가 태극마크를 달고 마운드에 설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은 그저 팀에서 주어진 역할을 잘 해내겠다. 결과에 너무 신경 쓰면 정신이 다른 데로 가는 것 같더라. 기대치가 높아져도, 지금 모습을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성숙한 모습을 보여줬다. 안희수 기자 anheesoo@edaily.co.kr
2023.06.16 06:30